PGR21.com


Date 2002/10/30 18:54:01
Name 고영
Subject 온게임넷에서 퍼왔습니다...
글이 너무 좋길래 읽어보신분들도 있겠지만 않읽어 보신분들을 위해 올림니다.
출저:온게임넷 온게임넷속보 박철의 게임세상27화


게임이 뭐길래??

게임스팟을 보니 ‘대만의 27세 남자가 32시간 동안 쉬지않고 게임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는 ‘이달초 한국의 한 PC방에서는 86시간 동안 마라톤 플레이를 하다가 24세의 남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는 말로 끝맺고 있었다.

‘그럼 한국인의 체력이 대만인보다 무려 2.6배나 높다는 말인가?’라는 불경스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총을 맞은 것도 아닌데 젊은 목숨이 사라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전 동남아에서는 게임에서 진 남자애가 자신을 놀리는 여자애를 총으로 쏘아죽이는 사건도 있었다. 도대체 게임이 뭐길래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한단 말인가?

‘한 20대 남자가 86시간 동안 쉬지않고 테니스를 치다가 결국 쓰러져 죽었다.’

과연 이런 뉴스가 상상이나 가는가? 아니면 이건 또 어떨까?

‘한 20대 남자가 86시간 동안 쉬지않고 영화를 보다가 결국 쓰러져 죽었다.’

스포츠와 영화는 게임과 함께 여가 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나 영화에 중독되어서 목숨까지 불사(?)했던 일은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물론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의 경우 게임만큼 대중적이진 못하다). 그런데 유독 게임만은 벌써 수차례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

허무하게 사라진 생명도 안타깝지만 이 사건이 던져주는 파장은 비단 그것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일반인들이 게임에 대해 가지는 불신의 골은 더욱더 깊어진다. 그리고 불신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게임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그만큼 수위가 높아지게 된다.

최근 국내 게임계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리니지의 18세 이상가 등급 판정’이다. 이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일반인들이 가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한 정부가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긴 힘들다고 판단한다. 게임으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게임으로 탈선에 빠지는 사례가 뉴스에 보도되는데 과연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게임을 권하겠는가?

나는 왜 컴퓨터 게임이 ‘게임(Game)’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그보다는 차라리 ‘소프트웨어 토이(Software Toy)’라든가 아니면 ‘컴퓨터 장난감(Electronic Toy)’과 같은 용어를 선택했더라면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좀더 향상되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장난감을 생각해보자. 어느 부모건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을 꺼려하는 부모는 없다. 그건 장난감이 아이들의 정서순화와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요즘 아이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사주는 부모는 많지 않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인기를 더해갈 때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가보면 생일선물로 받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이 하나씩 놓여있곤 했다. 당시 부모들은 ‘컴퓨터 장난감’의 개념으로 아이들에게 게임을 사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게임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는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반면 긍정적인 뉴스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게임을 열심히 하던 한 소년이 불우이웃돕기에 앞장을 섰다거나 게임을 열심히 하던 한 학생이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후 ‘게임으로 긴장감을 해소시킨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을 우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을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담배를 피우는 것에 시비를 걸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나이 어린 사람이 담배를 핀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거나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다만 예의가 없다라고 생각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청소년이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내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례가 많아지고, 장시간의 게임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밝혀지면 게임도 담배처럼 법적인 규제 대상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게임인들은 지금부터 조금씩 노력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아끼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

정말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이 발전하길 원한다면 무조건 중독성있는 게임을 만들어 돈 벌 궁리에만 빠지지 말고 어떻게 하면 게임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게임의 순기능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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