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29 14:16:38
Name 無痕
Subject 축하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오랜만의 술자리에서,
사실 그녀와는 술자리 보다는 차를 마시거나
혹은 테이크아웃 해온 커피 한잔을 들고 아무 목적의식 없이 거리를 다니거나 하는 게
만남의 주였기 때문에 술자리 라고 해봐야 그 긴 만남 중 겨우 두번째 였습니다만.

오랜만이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고 밤이 되면 그 시간만큼 채팅을 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면 역시 밤을 새며 전화를 붙잡고 시간가는 줄 몰라하던 때가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몇달에 한번 명절이나 휴가 때마다의 만남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라
그렇게 깊게 긴 얘기를 할 수 있던 자리는 실은 정말 오랜만이었죠.
그 자리에서 저는 그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축하해.

말리거나 되돌아가라거나 하는 건 잔인한 말이었으니까요.
어째서 내게 이다지도 소중한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가 라는 말 따위
결코 통하지 않을 곳에서
그나마 발 디딘 이로서의 책임감으로 지켜내겠다고 아둥바둥 거리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도 상처였고
그녀를 사랑해온 많은 사람들에게도 역시 상처였습니다.
그래서 그랬죠,
긴 시간 힘들어하면서도 지고왔던 짐을 기어이 놓아버린 그녀에게,
허탈해하고 아쉬워하는,
조금은 할 일이 남아있지 않았나 뒤돌아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잘했다고,
너무 늦었다고
많이 축하하고 기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녀에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이 정글에서 탈출한 것을 축하한다고,
더는 돌아보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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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테이아님. 나는날고싶다님.
축하드립니다.
이젠 정말, 푹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먼 곳으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끔.
.
.
.
그리고 죄송합니다.
말로는 실컷 피지알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하면서, 정작은 이렇게 될 때까지 손톱만큼도 한 일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황세웅
02/09/29 17:02
수정 아이콘
갑자기 가슴이 찡해오네요.
그동안 너무 아쉬워도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서운하고 약간은 원망스럽기까지 했는데......
이런 제 자신이 더욱 바보처럼 느껴지게 되는것 같군요.
다시한번 그동안 수고하셨다고 유령회원이 전해드리고 싶군요.
02/09/29 21:35
수정 아이콘
pgr의 기둥 두분이.. 운영직을 그만 두게 되신게 pgr사이트 쪽으로 본다면 한없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도 다른분들과 마찬가지로 말하고 싶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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