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24 13:28:06
Name lunaboy
Subject 텃세, 그리고 친해지기에 대하여......
노땅님 께서 쓰신 글에 대해 메모를 달다가 너무 길어져서 그냥 올립니다.

나이로 인한 장벽 때문에  채널에서 눈치보고, 또 눈치 보이신다는 말씀, 비슷한 설움 느끼는 노땅들끼리 한번 뭉쳐 보자는 말씀.......

저도 충분히 공감되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노땅님이 느끼시는 문제의 근간은 연령, 혹은 세대차 라기 보다는 일종의 진입장벽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제 처음 들어가 본 채널은 그야말로 바글바글 시장통이 따로 없고, 누가 누구와 얘기하는지 조차 모르게 정신없이 글들이 올라가더군요.

그리고 대화중 어떤 분의 말씀.." 갑자기 왜이렇게 사람이 많아진거야?"

처음 들어와 정신없는 저도 저지만, 한가하고 여유롭던 채널이 갑자기 많아진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 때문에 북적대는 상황을 당한 원래 식구들도 당황스러우리라는 생각이 들고, 또 그 번잡에 저도 한숟갈 보탠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사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창립멤버가 아닌 이상 어느 커뮤니티나 진입장벽이란게 존재하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텃세라고 부르기도 하죠.
구성원들의 결속력이 강할 수록, 커뮤니티에 대한 자부심이 높을수록, 그 텃세도 따라서 강도를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처음 온 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만이 텃세인 것은 아니어서, pgr 같은 너무나도 편안한 분위기도 바로 그 독특한 편안함, 그리고 다른곳과 다른 예의범절 같은 것이 일종의 텃세로 느껴지기도 하죠.

거기다가 나를 빼고는 모두 서로 잘 아는 듯 한 느낌, 내가 자신을 소개하면 아~ 네 하고 넘어가는데, 나는 남들을 알 방법이 없는 것....

일일히 거론하기가 벅차게 많은 텃세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죠.

이게 참 어떤 경우에는 사람을 무척 서글퍼지게 만들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입장을 뒤집어서 한번 생각해 보면 말이죠.....

이 텃세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 느끼는 이질감과 진입장벽, 그 자체가 바로 그 커뮤니티의 성격을 규정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손님에게는 서글픈 이 텃세가 오랜 식구들에게는 편안함 그 자체 아니겠습니까?

서글픔을 극복하기위한 방법이라면,

우선 떠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냥 조용히 떠날 수도 있고, "니들 잘났다, 잘먹고 잘살어라" 를 남기고 떠날 수도 있겠죠.
이 방법이야 누구나 쓰고 있는 것이니까 논외로 하고....

둘째로는 노땅님처럼 지혜롭게 그 안에 마음 맞는 작은 커뮤니티를 새로 만드는 방법이 있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pgr 같은 방대하고, 다양한 인적구성을 갖는 커뮤니티로서는 이러한 작고 충성도 높은 소모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해결해야 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저는 "정면으로, 그러나 느긋하게 친해지기" 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노땅님이야 저보다 오래된 분이시겠지만, 저는 어제 처음 가입인사를 남긴 초짜입니다.

하지만 가입인사에 달린 보석같은 환영의 글들.. 그 글들을 써주신 분들은 저에게는 pgr사람들이 아닌 저와 1:1의 관계가 생긴 일종의 처음사귄 친구가 되는거죠.

그리고 채널에 들어가서, "하수에게 한수 갈쳐주실 분" 이라고 뻔뻔하게 계속 도배질 해대고, 고맙게도 응해주신 자드님과 한판 깨지고 나면 자드 님은 저에게는 조금 더 각별한 사람이 되는거죠.

혹시 압니까?  제가 계속 깨지면 절 불쌍히 여긴 자드님이, "실력 보니 늘그니 신거 같은데 저한테 말 노세요" 할지?

그러다가 자드님이 또 누군가에게, "인사해, 그 내가 말했던 최하수 노땅아자씨야." 하면 전 그렇게 또 한 사람을 알게 되는거고.....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저는 소위 "식구"가 되어 있을거고, 올챙이 시절 생각 못하고, "아,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너무 들어오는거 아냐?" 라며 되도 않은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나이는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사이를 분류하는 여러가지 기준 중 하나일 뿐이죠.

식구들이 쓰는 언어를 모른다면 눈치껏 배우고, 뻔뻔하게 물어보고, 쑥스럽지만 시도해 볼랍니다.

정면으로, 그러나 조급하지 않게 친해지면 됩니다.

항상 그럴 필요는 없지만, pgr은 저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p.s. 쓰고나니 노땅님 말씀하신 것과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되어 버렸네요.
     에혀, 내가 쓰는 글이 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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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까꿍
아.. 많이 공감합니다..^^
저는 여느 분들의 가입인사 글처럼 몇개월간 여기를 구경한 뒤에 깊이 생각하고 가입한..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곳의 글을 며칠내로 다 읽고.. 공지도 다 읽고..
좁은 시견이지만 나름대로 이 곳의 분위기를 느꼈고, 함께 그 공기를 타려고 노력중입니다.
저도 님이 예를 드신 것 처럼..
초보지만.. 언젠가 pgr 분들의 몇분에게 조심스레 게임도 배우고 향상하고.. 그래서 함께 놀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겠지요..
텃새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텃새가 아니라.. 흠.. 다른 좋은 말 없을까? 아뭏튼.. 텃새란 말은 조금 물려놓고 다른 뜻을 생각하는게 좋을 듯 하네요.
pgr이 제게도 하나의 보금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02/09/24 14:15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homy 입니다.
피지알에도 전입 장벽이 분명히 있죠. ^^
저도 체널에 1번 가보았습니다.
대화에 끼여 들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
하지만 한명 한명 친해지면서.. ( 채널에서나 게시판에서 ) 생기는 즐거움도 있으니. ^^
그래도 노땅은 약간(?) 힘이 든게 사실이죠. ^^
좋은 하루 되세요.
고로록⌒⌒
02/09/24 15:13
수정 아이콘
예전에 저보다 12살 많은 사촌오빠가 스타를 해보겠다고 베넷에 들어왔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접속을 끊은 이유가 딱 한가지였답니다.
타자가 느려서=_=...어찌어찌 글은 읽겠는데 채팅창에 올라가는 글을 보고
대꾸를 하려고 타자를 치고 있으면 벌써 그 화제는 넘어가 버렸다나요-_-

그래도 노땅(?)이신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해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전 아직 못그러는데^_^;;;)

"정면으로, 그러나 느긋하게 친해지기" 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아-_- 오후 3시. 졸려 ㄷ ㅣㅈ ㅣ겠어요 ㅠ_ㅠ;;;;
고자마린
02/09/24 15:21
수정 아이콘
이곳에선 제 또래가 중간자인가 봅니다.
전 26인데요..
그래도 전 노땅쪽에 마음이 갑니다.
제 나름대로 배넷에서 디스걸고 욕하고, 쉽게 흥분하는 유저들은 대부분 초중생으로 파악하였습니다. (괜한 성급한 일반화인가요?)
반면에 30대 근처분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그냥 제 경험과 느낌입니다만 ..

저도 pgr채널에 가끔이나마 놀러가면, 최소한이나마 존재감을 찾기위해 남모르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채널에서 멀뚱이 구경하다가 염치없게 옵 한자리 꿰차고, 한겜 하자고 하면 괜히 저런사람땜에 채널분위기 망친다고 탓할까봐, 소위 그 눈팅이란거 원없이 실컷 하게되죠.

그래도 즐겁습니다.
여러 논객님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 커뮤니티에 편입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GG
02/09/24 16:51
수정 아이콘
어느 공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공간의 문턱을 넘어서거나, 혹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겠지요. 그 문턱이나 문이 지니는 느낌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겠구요.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 공간에 들어서서 그 공간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맞는 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지요. 그런 '열린' 자세에 대한 말씀 같아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읽었답니다.
특히 '정면으로, 그러나 느긋하게 친해지기'라는 말씀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잊지 말아야 할 어떤 것이라고 여겨져 감명까지 받았답니다.
두 번째 글을 올리셨는데 연속으로 댓글을 다네요. ^^
저 역시 lunaboy님과 '정면으로, 그러나 느긋하게 친해지기' 위해서 이러고 있나 봅니다.
혹시 또 아나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루나보이형 뭐하우. 안 바쁘면 소주나 한 잔 쏘슈."라구 말하는 아휘를 만나게 될지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02/09/24 17:30
수정 아이콘
아, 친해지는거 , 그거 너무 좋죠....
근데, 어쩌나... 제가 몇달 전부터 생긴 괴질(우리 마누라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지만..ㅜ.ㅜ)로 인해 술을 전혀 못먹습니다.
대신 밥이라면 언제든지 산다는 주의로 살아가고 있으니, 언제 한번 밥이나 배터지게 드시죠...ㅋㅋㅋㅋㅋ
icarus-guy
02/09/24 17:41
수정 아이콘
음 저는 약간 다른 의견을 드립니다 노땅(?) 자체가 자신을 격하시키는거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타자를 못치나요? 또한 노땅이라 남들과 어울리는게 어색해야합니까? 꼭 30대 넘어서야 노땅? 24인저도 20살인 분과 애기하면 저도 이해안가는 부분 많아요 시대 흐름이 너무 빨라서
새로운 낱말 새로운 언어 그밖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들이 넘많지요
밑에 글 30대이후분들 전용채널 만들기엔 동의합니다
근데 좀 두 갈래로 나뉘어서 보이지 않는 벽을 형성하는것이 아닌가
솔직히 저는 저보다 나이 많이 드신(형 누나)들을 좋아합니다
배울것이 많거든요 배넷상에서도 형 누이들의 좋은 배넷에티켓도 배워보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 허접한글이 었음다
안녕하세요...^_^ Zard[pgr] 입니다..
어제 정말 즐거웠구요..
다음에도 일대일 원하시면 언제나 call 입니다..^_^
목마른땅
02/09/24 22:14
수정 아이콘
어쨋든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테지요. 어느 그룹에서나 또래 문화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어느 정도의 세대 간 분리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처음부터 '단절'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지요. 여담인데 최근에 제가 4개월동안 스타를 안한 관계로(워3만 열심해 했지요) 겁나서 pgr21 채널에 가기가 두렵더군요. 어제 간만에 스타를 다시 깔고 한 게임을 했는데 자꾸 랠리포인트 지정에서 실수를 하는 바램에 상대방에게 완전히 농락당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워3를 하다보면 손이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스타에서 하듯이 마우스 스크롤을 하지 안게 되다보니 완전히 하수가 되어버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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