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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7/06 02:03:40
Name 처음
Subject [잠이 안와서] 소주 예찬
첫맛은 쓰다.
그러나 뒷맛은 쓰면서도... 달다.
목줄기를 뜨겁게 적셔주는  그 아리아리함을 따라 가슴 가운데가 뜨거워지는 느낌.
그것이 바로 소주의 매력이다.
서른즈음에 새삼스레 소주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

유쾌하고 싶을때 나는 맥주를 마신다.
하지만 진지하고 싶을땐 소주를 마신다.
찜통같은 무더위엔 맥주가 좋다.
하지만 구름 잔뜩낀 하늘에서 비라도 내려준다면...
그땐 소주가 좋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술한잔을 한다면 맥주가 제격이다. 하얀 거품 묻어나는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어색함을 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옛 친구를 만난다면 소주가 딱이다.추억을 말하기엔, 얼큰한 국물에 숟가락 같이 넣어가며 찬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게 더 아련하다.
대한민국 축구를 응원할땐 맥주로 한다.
하지만 인생이 고달픈 녀석을 응원한다면 소주로 한다.

오늘 나는 18살 꿈이 많았던, 그래서 예뻤던 나를 만나러 간다. 그때의 친구들이 18살의 나를 만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소주 한잔을 기울일 거다.
가슴 가운데가 뜨거워지는 아리아리함을 느끼며 지금은 맹탕이 되어버린 나를 뜨겁고 치열했던 그때의 나로 다시 달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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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양아치
02/07/06 03:00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군요. 안그래도 혼자 있어서 소주 한잔이 간절한데..

흠.. 태풍부는날엔 포장마차를 안열겠죠? -_-;
히바이
02/07/06 03:44
수정 아이콘
야밤에 술생각나게 하는 군요.
그리고 술생각도 그렇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 생각이 더 나네요
돌팔이2
02/07/06 04:28
수정 아이콘
원래 맥주보다 소주를 즐기는 저로선.....눈이 커지는 글 @_@
글 읽다 보니 운율이 느껴지는 것이..왠지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는.. 쿨럭-_-;;
SoberMan
02/07/06 06:14
수정 아이콘
얼마만에 피쥐알에 글을 쓰는 건지..
컴터 앞에서 날을 샌 저로선 ..
빈속에 쏘주의 칼칼쌉싸름하면서도 달작지근한 맛이 생각이 나네요..^^;
목마른땅
02/07/06 11:58
수정 아이콘
요즘 50세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좋아하는 깡소주를 먹을 기회가 없어진 것이 너무나 가슴아프네요.. 가끔 혼자 홀짝홀짝 두꺼비 한잔을 기울이면서,, 소시절 고등학교 처음 입학했을 때 몰래몰래 소주를 병째 마시던 시절을 생각해내곤 하죠..
02/07/06 14:06
수정 아이콘
<소주안주 예찬>
저도 소주파 중의 한명입니다. 제가 에전에 인천에서 일할 때 12시 넘어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어울려 항상 소주 한잔을 했습니다. "불타는구공탄"이라는 집에서 은박 호일 위에 낙지와 양파, 고춧가루를 듬뿍 뿌리고 지글지글 끓여 먹었었지요. 그 매콤한 맛에 하루의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가고.. 소주 한잔을 건배하여 들이키면.. 아, 세상이 다 내것 같았습니다. 이외에도 오징어불고기, 목항정 등을 안주삼아 세상을 씹다보면 어느덧 새벽닭이 울곤 했습니다. 그 때 같이 앉아 소주를 들이키던 동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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