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19 15:22:08
Name Eternity
Subject [잡담] 금연
* PGR 에 별다른 지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의 금연결심을 나누고 싶어서 PGR에도 한번 올려봅니다.
  읽으시는 분들.. 부디 제 금연의 성공을 기원해주세요... ^^

  아.. 그리고 원래 제 커뮤니티에 썼던 글이라 글이 반말체인점도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원래는 고쳐서 올렸는데, 글 속의 표현 하나가 허락되는 단어가 아니라고 해서
  몽땅 날리고 나서는 다시 수정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0.


평소에 내가 입에 달고 다닌 말이 하나 있으니,

'나는 여자친구나 애인, 마누라가 끊으라기 전까지는 절대 담배 안 끊을거야 -_-'

  





#1. 발단


언제나 내가 무언가 결심을 할 때 그러하듯이,

이번 금연결심의 계기는

나의 친구들이었다.



며칠 전 친구 가 군이 디카를 산다면서

내게 금융의뢰;;; 를 해 왔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할부 끊을건데 내 카드를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_-)

카드 긁을 적에는 카드주인이 따라가야 하는 법이니,

어쩔 수 없이 나도 친구가 디카를 사기 위해 가는 남대문으로

쭐래쭐래 따라갔었다.




친구는 별 문제없이 디카를 하나 구입했는데,

정작 문제는 내게서 발생해버렸다.

얼결에 디카들을 구경하다보니,

나의 눈을 확 잡아끄는 디카가 하나 있었다.

이름하여 C 모사에서 나온 I 머시기...
(간접광고가 될까봐서 일부러 익명처리;; 합니다.)




신용카드와 비슷한 크기에,

담배갑과 비슷한 두께,

핸드폰과 비슷한 무게.

광학줌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은 있으나,

나름대로 400만 화소에 단초점렌즈.

거기다.. 결정적으로 예쁜 디자인... T_T




심히 마음이 끌려 긁어버릴 생각도 해 봤지만,

뒷받침할 재원도 없이 무턱대고 지를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현재 스코어 고시생인 내가 디카를 산다해도,

그걸 과연 어디다가 쓸 것인가....;;;;

(여자친구만 있었어도 눈물을 머금고 그냥 질렀다... -_-)





#2. 전개


그런데 그 날 그렇게 돌아다닌 이후,

슬슬 몸이 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골골한 몸 상태에 결정타를 먹인 것은,

지난 주에 있었던 아버지와의 대작;;이었다.

  

불과 3000 정도의 맥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맥 없이 뻗어버린 나 자신을 보고,

나는 과연 나 자신의 체력이 어디까지 떨어지게 될지 슬슬 겁을 먹었다.

게다가 그렇게 술을 먹고 돌아온 다음에 찾아온 싸늘한 날씨와 겨울비.

그리하여 나는 감기에 걸렸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어도,

설령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끊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담배.



감기에 걸렸던 와중에도

난 꾸준히 하루에 한 갑 반을 소화해냈다.

그런데 그렇게 2,3일이 지나니깐,

좀 뻘건 기운이 도는 가래도 나오고,

목 상태가 영 껄적지근 한 것이,

영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이거이거.. 담배를 끊어야 하나.... -_-'




#3. 위기


#1의 디카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그 날 이후로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날 보면서,

내 친구들은 '너도 좌엠디 우디카'의 주인공이 되라면서

(바지 왼쪽 주머니에는 MD Player,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는 디지털카메라..;;)

나를 종종 흔들어대고는 했었다.



그러나 역시,

쓸 데가 없는 디카를 도대체 어디에 쓰란 말이냐.. 라면서,

나는 내 친구들의 유혹;;을 꿋꿋이 무시해왔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디카를 구입할 재원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오늘 점심 때쯤.

친구 나 군이 별 생각 없이 내게 건넨 한 마디.


'너 하루에 담배 얼마나 피우냐?'

'하루에 한 갑 반보다 조금 많은 정도?'

'그러면 한 달에 얼마가 드는데?'

'하루에 담배 값을 3천원 쓴다치면.. 한 달에 9만원쯤 되지'

'그러면.. 담배를 조금 줄이고 돈 모으면 I 머시기 살 수 있겠네?'





두둥.....




그렇다.

이제까지 막연하게 하루에 한갑 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한달 단위로 끊어보니 대충 9만원.





한달에 9만원?



한달에 9만원..



한달에 9만원.....

  




한달에 9만원!!!!!!!!!!!!!!!!





'어이 나 군아.'

'왜 그러는데?'

'그냥 나 담배를 줄이느니 끊을란다.'

'헉.. 하루에 한 갑 반 피우던 놈이 그렇게 끊을 수 있어?'

'아니.. 줄이려고 해 봐도 그게 줄이려다가 원상복귀 되기 마련이니까, 줄이느니 그냥 끊는다.'





이렇게 나는 금연을 결심하게 되었다... -_-






#4. 절정


이전의 이런저런 금연기(?)들을 읽어보거나,

금연하는 요령.. 따위를 적은 글들을 몇 번 읽은적이 있다.

거기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금연을 결심했으면 여기저기에 '광고'를 하라는 것이었다.

조용히 혼자 결심하고 말게 되면,

아무래도 결국은 다시 피우게 된다나 어쩐다나...



그리고 더욱 효과적인 것이,

본인이 담배에 유혹에 넘어가 담배를 피우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아예 담배 피우는 장면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다가 현상금까지 걸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걸 생각해내고는,

지인 20명에게 문자를 돌렸다.

처음에는 아예 완벽한 금연을 선언할까 생각도 해 봤는데,

아무리 나 자신을 평가해 보아도,

술자리의 내 면전에서 내 친구가 내 뱉는 담배의 유혹까지는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정문안을 가해서

지인들에게 문자를 돌렸다.




오늘부로나XXX

가술자리외에담배

를피운것을보시면

내가만원을드리겠

습니다.금연-_-/








#5. 결말


그렇게 문자를 20명에게 돌리니까,

보낸지 10분만에 일곱명에게서 답문이 왔다.



동아리 후배 고 모 군 '오오 드디어 형 여자친구 생기셨어요?'

동아리 후배 최 모 양 '오호 오빠 알았어요. ^^'

동아리 친구 김 모 군 '오오 매일 술마시려구? 내 친히 적발해줌세 -_-/'

동아리 친구 허 모 양 '멋쟁이 ㅜㅅ ㅜ'

동아리 친구 이 모 군 '지X났다. 이제 술을 입에 달고 살겠구만'

동아리 후배 김 모 군 '헉 이런 대단한 결심을.. 성공하시길 바래요 ^^'

동아리 후배 임 모 군

'헉 형 그 오직 한 가지 이유가 아니면 금연을 안 하시겠다더니 그렇다면 형!! ㅠㅠ 형마저!! ㅠㅠ'




그러나 아쉽게도,

#0 에서 이야기 했던 '그 이유' 가 아닌 것이 좀 서글프다.
(저 역시 솔로부대 대원이죠.. T_T)

그러나.. 일단 싸나이가 칼을 뺐으면

무말랭이라도 잘라야지 않겠는가?






앞으로는 이제 술자리에서만 담배를 물 것이다.

그리고 그 외에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경우가 만약에 있다면,

나의 마눌님께서 출산의 진통을 겪고 있을 때,

그 때쯤에나 맨 정신에도 담배를 피우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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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만1년
03/11/19 15:39
수정 아이콘
하핫 금연의 대한 결심글 잘 읽었습니다 ^^ 흠.. 저도 어느샌가 하루에 한갑반 내지 두갑을 피우게 되었는데.. 중간중간에 몇번 금연해보려고 시도한적이 있죠 방법은 Eternity님// 과 비슷한 방법은 사용했었는데.. 한번은 6개월정도 한번은 한달정도 금연하다가 다시 피우게 되었죠.. 그때마다 반갑씩 더 피우게 되더군요 -_-;; 그래도 금연은 정말로 해야 한다고 항상 속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Eternity님// 의 금연.. 꼭 성곡하시길 ^^
허브메드
03/11/19 15:42
수정 아이콘
어쩐지 자드님이 생각납니다.
triblack
03/11/19 15:51
수정 아이콘
금연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쉬면보
03/11/19 15:51
수정 아이콘
ㅋx인가 ㅋx아닌가의 I모 디카가 단초점렌즈인가요?
줌없으면 좀 답답하기도 하실텐데... 만약 사실꺼면 잘 고려해서 사세요~ 한두푼 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니.. ^^;;
03/11/19 18:57
수정 아이콘
04년 7월 1일부터 담배값이 500원씩 인상 한다고 하더군요.
현재 국내의 흡연율은 60.5%, 선진국의 경우 30% 라고 합니다.
국내의 흡연률이 30% 될때까지 4회에 걸쳐 연차적으로 500원씩 올린다고 하더군요.

이젠 저도 과감히 끊어야 할때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백해무익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다는 핑계와 함께 또 한 가치를 물게되는 습관을 버리고,
저도 이제 Eternity님 처럼 도전해 보려 합니다.
담배라는 아주 중독성 강하고 끈질긴놈을 잊기위해서 말입니다. ^^

부디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03/11/19 19:05
수정 아이콘
제가 가진 것이 바로 그 최상용 캐스터의 '*논인가 *논이 아닌가'발언을 배경으로 하여 나온 CF의 주인공인 400만 화소의 IX**입니다~~핫핫
한동안 버려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척 예뻐보이는 것은 웬일일까요??
(염장모드)
Mechanic Terran
03/11/19 19:55
수정 아이콘
4ak님 // 담배세를 내리면 담배를 많이 끊지 않을까요? 세금 자꾸 올리니깐 스트레스 받아서 더 피는것일지도... (농인거 아시죠? ^^;)

Eternity님 // 대부분의 이런 케이스는... 담배도 다시피고 할부금은 꼬박꼬박 나가면서 디카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꼭~ 성공하세요!
못다한이야기
03/11/19 20:13
수정 아이콘
4ak// 대신 선진국엔 "약"이 많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농담입니다..//=ㅁ=//.. 어쨌든, 담배값 인상.. 개인적으로는 유감입니다ㅠ.ㅠ 뭐 저도 끊어야지.. 라는 막연한 마인드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아직 우리 주위엔 담배를 필요로 하는 보통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비매너 흡연맨들은 금연하세요..) 그리고 금연 시도하시는 분들은 정말 열심히 딱 끊으시길~~
Eternity
03/11/19 20:35
수정 아이콘
쉬면보 님// 글쎄요... 그 C사의 I 시리즈 신제품은 광학줌이 없고 디지털줌만이 있는 단초점렌즈 카메라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광학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조금 고민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실물로 보니 워낙에 예쁜지라 그냥 마음이 홱 돌아서버렸습니다... ^^;;

50kg 님// 너무하십니다... T_T

Mechanic Terran 님// 저도 지금 그런 상황이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03/11/19 20:54
수정 아이콘
담배값 인상을 보면서 저도 지금 끊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한번 시도해 본적이 있지만, 상사에게 스트레스 받고 나서 담배라도 안피면 폭발할 거 같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또 한모금 ㅠ.ㅠ
그래서 직장인들은 끊기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토끼같은 자식이 있으면 모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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