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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3/16 15:20:30
Name 진군
Subject [일반] 모든 권력은 견제되어야 한다.
- 편의상 평어체로 작성하였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일단 정치와 관련된 주제이기에 선거게시판에 올립니다.


지난주 금요일, 대통령이 탄핵되고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건만 다시금 혈압이 오르고 짜증이 나기 일쑤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개헌 논란 때문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그리고 국민의당 3당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들의 개헌 열망'을 외면하지 말라면서 개헌 논의에 동참하지 않는 민주당에게 개헌 반대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있다. 이들은 87년 개헌 이후 배출된 6인의 대통령을 예로 들며 끊이지 않는 대통령의 친인척 및 주변인들의 비리가 결국 헌법의 잘못된 권력 구조 때문이라며, 이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헌법과 법률의 자연적 수명은 최대 19년이며, 그 이상 지속되는 것은 강요와 억압에 지나지 않는다(enslaved to the prior generation)"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2009년에, 재커리 엘킨스 등이 공술한 저서 "The Endurance of National Constitutions"에 의하면, 세계 주요국가들의 헌법의 평균수명이 19년이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조사한 헌법들의 평균수명이 골고루 19년 근처였다는 것은 아니다.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평균 9년을 못가고 개헌되었다고 하니 반대로 장수헌법들도 꽤나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이른바 87년 헌법이라 불리는 9차 개정 헌법이다. 30년이 다 되어가니 제법 장수한 헌법이다. 법률은 물론이고 헌법이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시 사회의 시대상과 요구를 되도록 반영할 뿐,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인용해 본다면,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므로, 헌법과 현실의 괴리가 커질수록 이는 곧 모든 국가 시스템의 존립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일련의 개헌 논의에 일단은 찬성한다. 1987년과 2017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무나도 다르다. 헌법을 바꿀 때가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헌법은 헌법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헌법은 일반 법률과 달리 국가구조에 대한 원천적 합의이자 지속적인 근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래된 헌법도 문제지만, 지나친 개정 역시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국가위기를 초래한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외국의 사례를 살펴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 87년 헌법 이전까지 헌법의 수명이 평균 4년에 불과했다. 그 시기의 국가권력구조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제대로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국민의 기본권은 올바르게 규정되고 지켜졌는지 돌이켜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헌법이 흔들리면 국가에 대한 시민의 의심이 싹튼다.

그래서 현재 논의되는 개헌안(형식적으로 확정된 '안'은 없지만)에 반대한다. 한때는 이름만 존재하고 실체가 없던 개헌안은, 이제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으나 여전히 어떠한 국민적 합의(Consensus)는 보이지 않고 국회의 야합(Collusion)만 보인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국가권력구조 중 행정부의 것을 일부 입법부의 것으로 바꾸자는 내용 뿐이다. 헌법이 담아내야 할 새로운 시대의 기본권론, 다른 국가권력구조에 대한 담론은 전혀 없다. 이것만 보더라도 굳이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민을 무시한 개헌논의라는 공격을 받아 마땅하다.

촛불에서 시작된 대통령 탄핵의 목소리는 이제 사회 곳곳의 개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대통령제에 대한 재논의 뿐 아니라 앞으로 검찰 및 재벌, 언론 역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이상 그 힘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견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입법부는 어떠한 견제를 받고 있는가? 지금 아마도 춘천시민들에게 간절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국민(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들 대상으로는 10년도 전에 입법해놓고는, 정작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내 기억만으로도 16대 국회부터 논의만 반복중에 있다(진정 논의라도 하는지 의문이다). 매머드급 예산을 처리하여야 하는 서울시 의원들에게는 유급보좌관조차 허용해주지 않으면서 정작 국회의원 연금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없이 쿵짝이 잘 맞아 입법안이 처리된다. 아무리 국민들로부터 투표로 심판받는다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일단 당선되고나면 4년 동안 어떠한 견제수단조차 없다.

모든 권력은 견제되어야 한다. 이는 성역 없이 관철되어야 하는 명제이다. 우리 사회는 앞서 말한 개혁과제 외에도 남녀성차별과 사회 전반적인 수직적 서열구조, 학벌로부터 야기되는 입시교육 및 사학비리 척결 등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 할 입법부의 의원들 중 일부는 그저 헌법만 좀 손보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 듯 하다. 아니면 국민들이 그렇게 믿도록 속이고 싶은 것인지. 과연 국가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그저 권력욕만 남은 집단인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이러한 전횡을 되풀이 하지 못하도록, 입법부에 대한 견제장치 역시 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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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dler
17/03/16 17:46
수정 아이콘
권력구조개헌해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 혹은 잡아먹자 이거만 논의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드는 생각은 딱히 입법부 니들이라고 딱히....

아직도 각당들은 공천은 후진적인 요소도 많고 당운영도 하나도 민주적으로 안(못)하면서 내치총리뽑을 권한달라는 양심의 상태가....그냥 쌍팔년도 삼김식 계파보스정치로 돌아가고싶은 양반들의 숙원사업으로 밖에 이해가 안됩니다.

차라리 사법권과 검찰을 어떻게 하면 권력에서 독립시키고 부패하지않게 내부 견제할지가 훨씬 더 중요해보입니다.
17/03/16 18:05
수정 아이콘
지금의 민주주의가 정당제를 중심으로 하는만큼 정당내 민주주의는 아주 중요한 문제지요.
사법독립과 검찰개혁도 자체만으로 장문의 글과 토론이 가능한만큼... 정치권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일단 주시중입니다.
관련글을 쓰고 싶은데 댓글화 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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