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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5 01:58:34
Name 말랑
Subject [일반] 대단히 귀찮은 일
더민주가 이번에 1당을 하면서 가장 의미있던 건 영남에서 지역구를 때려먹었다는 겁니다. 다른 지역구에선 이미 국민의당과 별 다를 것 없는 당이 기존 인재풀 총동원해서 기존정당이 어떤 걸 짊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줬을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수도권이네 어쩌네 하는데 이미 비례득표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추월한 이상 이번 선거는 국민의 당이 무조건 완승하는 선거였습니다. 근데 영남을 오롯이 더민주 혼자서 뚫어내어 윈윈으로 몰고갔고 그 과실은 온전히 김부겸과 문재인의 것입니다.

판세를 읽는 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승리하는가. 무엇에 무엇을 걸 것인가. 정치는 이미 승부의 영역이 되었고 문재인은 거기에 뛰어들어서 더민주 최고의 결실을 수확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배팅을 오지게 걸었다가 1당의 과실은 물론 뭔가 큰 것을 잃었습니다. 그게 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밑의 분들은 마음이 허하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 비슷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저는 노무현을 오지게 까는 글에서 '노무현 다시 돌아오면 찍을 거냐'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 때 '그 사람은 살아온 삶이 통 깜이 되니까 찍을거다' 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아이콘. 알 수 없는 사랑까지 쟁취해야 하는 고고한 존재.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그 사람을 관통하는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맴도는 지지자들은 부나방. 인터넷이라는 공허에서 왜 나는 실체가 아닐지언정 내 것인 날개를 태우면서까지 문재인이라는 불씨 옆에서 키보드를 쳐대는가.



호남이 문재인한테 원한 것은 뭘까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십니다. 저는 단언컨데 쫀심으로 봅니다. 문재인이라는 우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커밍아웃에 녹아드는 자신감. 해석이 필요없는 행동. 변곡이 터지지 않는 일섬. 문재인이라는 사람은 지지자를 대단히 피곤하게 합니다. 그의 시선이 바라보는 곳은 명확한데 그의 발걸음은 난잡합니다. 안광이 발하는 선에는 곡점이 없는데. 문재인이 호남에 주지 못하는 것은 문재인을 지지함으로써 내 안에 찾아드는 속편함. 이미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의 발언에 날아들었습니다만 정론으로 받아치지 못하는 울분이 모니터를 넘실댑니다.

문재인이 대표를 하면서 지지자들은 시스템공천을 실드쳐야 했습니다. 분당사태에 대해 실드쳐야 했습니다. 몇번의 선거 패배를 실드쳐야 했습니다. 호남의 저조한 지지를 실드쳐야 했습니다. 김종인이라는 트러블메이커를 초빙한 그의 사람보는 눈에 콩깍지를 씌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안철수의 약진과 호남 의석 대박살, 문재인의 번복. 사람 말도 지 X대로 해석하는 녹취록의 화신에게 확장성으로 철저하게 당한 더민주 제1 대선후보에게.




만약에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살아 온 삶이 조금만 더 더러웠다면, 나는 참 편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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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면다누나야
16/04/1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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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문재인에게 원한 거요? 자존심? 글쎄요....

존심도 있겠지만 사실 이거죠. 권력과 투자.

박정희를 죽어라고 싫어하는 것도 사실인데, 호남 어른들도 박정희의 향수에서 못벗어나고 있는거죠.

박정희때 영남이 받은 그 혜택을, 민주당정권이 되면 그대로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그럴 수가 있나요. 아닌거죠.

호남 홀대론의 근본적인 시작은 여기서부터 볼 수도 있을겁니다.
또니 소프라노
16/04/1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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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약간 이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이건 사실 이렇게 해줄수도 없고 이렇게 해서도 안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호남의 발전은 우리 지역의 적자가 아니라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지방을 고르게 발전시킨다는 대의아래서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또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요즘 많이 얘기되는 호남과 개혁세력의 연대가 이뤄졌던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호남이 지방균형발전의 깃발아래가 아니라 호남의 깃발아래에서 개발을 얘기한다면 그게 잘될까요...인구도 적거니와 전국적으로 있는 호남에 대한 차별주의가 있는데... 저는 힘들다고 보고 그래서 호남의 최근의 선택에 대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더민주가 수도권에서 망했으면 전 진짜 큰일날뻔했다고 생각해요
도깽이
16/04/1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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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리버럴과 지역세력이 공존이 가능할가요? 수도권사람들은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을 규제하는것보다는 메가서울쪽을 선호할텐데
또니 소프라노
16/04/1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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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보수세력은 그러한데 개혁세력은 입장이 좀 다르죠. 최소한 우리나라의 보수세력보다는 지방분권적이니까요 당장 참여정부시절만 해도 혁신도시라고 하는 계획이 있었죠. 참여정부의 기획 대부분이 그렇듯 mb정부와서 엄청 축소되었지만;; mb가 진짜 전형적인 수도권중심의 보수세력이죠 당장 세종시부터 뭉개버리려고 했으니까요
영원한초보
16/04/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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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리버럴중에 수도이전 바라는 사람도 많죠
조아세
16/04/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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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층 리버럴은 서울의 메가시티화가 약해지고 그래서 집값부담이 완화되길 희망합니다
MoveCrowd
16/04/1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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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호남은 어떻게 보면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를 한거죠.
본인들이 결국 '더민주'라는 정당이 문제인가? 박주선 천정배 주승용 같은 네임드들이 문제인가? 에서 후자에 손을 들어줬고
앞으로 4년간 얼마나 호남이 달라질지를 지켜보면 그들이 옳았는가 틀렸는가를 알 수 있겠습니다.
MoveCrowd
16/04/1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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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가 전국정당, 잠시지만 제1당으로 발돋움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민주의 공로를 깎아내리려는 언론들을 보면
확실히 문재인이 무서운 상대이긴 하구나 싶습니다.
16/04/1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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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복잡한 심정입니다. 일단 부채감이 제일 큽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쉴드치질 않았죠. 반면에 대립하는 사람들은 어떡하든 쉴드를 칩니다. 그래서 이기고 살아남았구요.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의 삶의 궤적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비합리적-비도덕적인 새누리에 대한 반감으로 오는 지지"까지 포함시키기 때문이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이란 1이 1이 아니게 만드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비합리성에 대한 대항마들의 공격을 지지자들이 막아주기는 커녕 덩달아 같이 공격하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외통수에 걸립니다.

그렇기에 이번선거를 통해서 제가 배운 것은 세가지입니다.
1. 정치라는 행동과 가치가 가지는 것은 단순히 하나만 가지고 평가내리면 안되고 최소한의 전후사정을 제대로 이해한 이후 평가내려야 한다.
2. 도덕성이라는 것은 정치인의 필요덕목이나 정치인을 승리자로 만들지 못한다.
3. 정치인을 승리하게끔 만드는 것은 지지자의 힘이고, 지지자는 정치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 두고봐야겠습니다.
발라모굴리스
16/04/1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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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생각도 합니다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더민주 대선주자가 아니라 대선후보중 한명으로 바라보는, 냉정한 그러나 여유로운 시선을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
문지지자지만 문재인만이 대선후보고 문재인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 적이고 문재인만이 선이고 정답이라는 아이돌 문재인이.. 쫌 무섭습니다
체리상
16/04/15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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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lbpark.donga.com/mlbpark/b.php?p=1&b=bullpen2&id=4855989&select=title&query=&user=&reply=

솔직히 고백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님 때문에, 문재인 지지합니다.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더 더러웠다면 절대 지지 못하죠.
16/04/15 03:30
수정 아이콘
이말에 동의합니다. 과연 문재인이란 사람이 기존 정치인의 그것과 같이 했다면, 지금과 같은 지지도 기대도 바라지 않았을겁니다.
안철수가 말하는 뭔가 다른 새정치가 바로 문재인에게서 나올꺼라는 기대감때문에 많은분들이 지지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또니 소프라노
16/04/15 03:32
수정 아이콘
링크글 마지막 보니 문재인이 부산가서 가덕도 한번 질러준게 크긴 컸나보네요.
영원한초보
16/04/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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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쉴드치는게 힘드면
다른 정치인들은 쉴드치다가 죽겠어요
김오월
16/04/15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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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실드 치다가 죽게 생긴 경우엔, 그냥 그대로 귀를 닫고 마음속의 순정을 지키곤하죠.
-안군-
16/04/15 11:19
수정 아이콘
다른것보다 문재인씨에게는 욕심, 야욕, 권력욕... 같은게 안보여서 좋아합니다.
이사람은, 하다하다가 도무지 안돼면 그냥 쿨하게 내려놓고 귀향할 사람이에요.
죽여서 불태워도 그 불씨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피닉...읍읍... 하고는 격이 다른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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