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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9 03:22:36
Name 전상돈
Subject [기타] [퍼옴]좀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는 한국 축구팬들.
하도 프랑스를 얕보는 분위기가 많아서 패했을경우

누구 하나 찍혀서 작살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기입니다.

열받아서 언론사 게시판에 올려놓긴 했습니다만.. 정말 걱정되네요.

물론..후추에 올릴 필요따윈 없는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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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족성은 독특하다. 한경기에 일희일비하기 바쁜데다. 뭐언가 사건이 터지면 화악~ 솟아올랐다가 3초 뒤 잊어버리는 속성을 가졌다. 그것이 지난 월드컵처럼 폭발적인 힘을 내기도 하지만, 매우 안좋은 결과를 몰고 오기도 한다.

이번 프랑스전을 앞둔 한국국민들의 분위기는 '프랑스, 별거 아니다' 다. 대체 프랑스의 경기와 평가전을 얼마나 보고 분석을 해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프랑스의 약점은 존재한다. 몇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뭐 이런거야 언론에서 파고 들었으니 크게 신경쓰고 싶진 않다. (언론에서 파고 든 것중 몇가지는 '사기' 에 가까운 것들도 있다,)

헌데, 프랑스만 약점이 있는가? 한국은 오히려 더 약점 투성이다. 프랑스와 비교해보면, 사실 '절대우위' 를 차지하는 부분은 한군데도 없다. 대체, 무엇을 가지고, 우리가 승리를 그렇게 자신할 수 있다는 것인가? 꽤나 준수한 미드필드와 무난한 공격을 가지고 있지만 절망에 가까운 수비력을 보이고 있지 않냔 말이다. 토고전, 한국은 전반 미드필드를 접수당했다. 대체, 그 허접스럽다는 토고에게 접수당한 미드필더를 가지고, 지금 세계 최강의 미드필드를 가진 프랑스를 이긴다고 논하자는 건가?

찬물을 끼얹고 싶은게 아니다.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둘러보자는거다. 물론 공은 둥글다. 그것을 우리는 2002년에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둥근 공' 의 불확실성을 믿고, 우리가 '승리에 대한 열망' 이 프랑스보다 크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의 선전을 기대' 하는 것이다. 한국 승리가 기정사실인양 보도해대는 사람들이 썩 맘에 들진 않는다.

94년 월드컵부터 해서 한국은 '이변에 가까운 현실' 은 많이 연출해 왔지만 이변은 연출한 적이 딱 한번, 2002년 뿐이다. 그것도 홈 관중에서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변을 기대하지만, 그것이 2002년 같이 쉽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희망을 구체화시킨 것이 아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찬물을 끼얹는다'고 욕을 들어먹을 각오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은 지나친 기대로 인해 우리의 선수들이, 행여나 실패할 경우 상처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들 욕하는 '전술' 을 보자. 많은 이들이 '전술 만능주의' 인양 전술을 탓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술' 이란, 결국 선수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화 하는 포맷에 불과한게 전술이다. 바꿔 말해 '개인 기량' 이 뒷받침 되어야 '팀 전술' 의 성공률, 그리고 활용의 폭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당장 '한국 선수들에게는 3백이 어울린다' 는 명제 자체가 벌써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3백과 4백을 자연스레 동시에 소화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도, 그 팀이 저기 산마리노나, 네팔이라면, 브라질을 이길 수 있을까? '기적' 을 배제할수는 없겠지만, 백이면 아흔 아홉번은 브라질이 승리한다. 그 이유는 상대의 개인 기량이 전술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아내기 때문이다. '무전술' 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팀이 들고나온 많은 요소들로 인해 우리가 들고 나온 전술이 '무력화' 되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골을 넣을 확률을 높여나가는 것이 축구이다. 축구는 실패의 경기다. 또한 그러면서 확률의 경기이다. 여러번 시도해 한번을 넣기 위해 90분간 수백 수천번의 패스와 십수번의 슛을 날린다. 또한 좋은 선수란, 그러한 많은 시도를 높은 성공률로 이끌 수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들로 전술을 짤 때, 감독은 편하다. 어떤 전술을 짜도 그 선수는 높은 성공률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토탈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헬은 이런 말을 했다. '감독이 상승시킬수 있는 팀의 역량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선수를 비교해보자. 물론 한국 선수들이 기량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프랑스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우리는 그 감독의 전술이 반영되는 단10%, 그 10%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뒤지는 개인 기량의 갭을 뒤집을 수 있다는데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뒤돌아보자. 행여 그 10% 가 메워진다 해도, 선수의 갭이 더 크다면, 우리는 질 확률이 높다. 그리고, 한국과 프랑스의 선수간 개인 기량의 차는 상당히 있다고 본다.

내가 진정으로 묻고 싶은 것은 이 말이다.

" 대체 우리는 무슨 깡으로, 그렇게 무시하고 재미없다고 욕해대는 K리그에서 나온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면서 최고의 전술을 경험하는 선수들을 이길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것인가? "

"선수들에게 그렇게 무리한 짐을 지워놓고, 기량차로 인한 어쩔수 없는 패배에도, 선수를 지목하여 씹어대고 잘근잘근 뱉어버리는가? 왜 인격 모독을 하는가?"

다.


난 지금 한국 대표 23명이 '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 라고 믿는다. 아니 그래야 한다. 아드보캇의 '전술' 하에서 '가장 훌륭한 역량' 을 발휘하는 23명을 뽑았으니 말이다.

설혹 실수를 한다 해도, 그 과정은 팀 전체의 과오이지, 절대 한 선수의 과오가 아니며, 음지에서 고독을 씹어대고 있는 우리의 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처한 한계이지, 그 'ㅂㅅ'같은 선수의 한계만은 아닌 것이다.

좀 더 냉정해지자. 우리는 이길 수도 있고, 과거의 프랑스보단 지금의 프랑스가 훨씬 틈이 많다. 우리의 적절한 전술, 선수들의 정신력, 약간의 운이 따라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둘수 있지만, 설혹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선수를 욕할 자격은 없다.

공은 둥글다. 하지만 필드는 평평하지 않다. 경사진 아래쪽에 있는 이들은 공을 몰고 저 위로 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 노력을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 패배마저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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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oochoo.com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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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토스
06/06/19 03:24
수정 아이콘
그냥 대박 한번 져봐야.... 저 셀레발 치는 방송사들... 이기면 거리의 행패 부려도 되는줄 아는... 응원단들...

그래야 좀 자제를 할듯.. (물론... 대박지길 바라진 않죠..)
06/06/19 03:27
수정 아이콘
하는 꼴 봐서는 10:0쯤으로 졌음 딱 좋겠는데..선수들 생각해선 그런 이야기 못하죠..게임뛰는 선수들에겐 죄가 없으니.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간절하다만..이기면 세계최강급으로 떠들텐데 그 꼴보긴 또 싫고..그냥 순수하게 게임만 보고 싶어요
날개달린질럿
06/06/19 03:28
수정 아이콘
아..시원한 글!!!!!
슈로대 짱
06/06/19 03:30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예선통과하는것도 빌빌대면서 힘들었는데
무슨16강이고 무슨 4강신화입니까
16강만가도 2002년 4강간거만큼의 환영을받아야합니다 우리나라 전력으로보면......
하지만 방송국에서 하는말보면 4강은 개나소나 가는거같습니다
06/06/19 03: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패배했을 때 그 언론과 인터넷찌(질)이들에 의한 희생양 - 선수들과 감독이 되겠죠 - 을 생각하면 진짜 뭐 준 것도 없으면서 요구사항은 드럽게 많은 것 같습니다.
리고렛
06/06/19 03:52
수정 아이콘
슈로대 짱//
솔직히 예선전도 크게 빌빌거리진않았죠..
선수 스쿼드도 월크컵 엔트리랑도 많이 달랐구요..

또, 어느 카툰에서 봤지만, 선수들이나 국민들이 괘씸해서 `그냥 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우습게 4강 갈수있다`나 같은쪽같네요
슈로대 짱
06/06/19 04:07
수정 아이콘
리고렛님//제가보기엔 충분히 빌빌거렸습니다
비단 월드컵예선뿐만 아니라 아시안컵 예선에서도 한국은 빌빌댔죠
오만전이나 베트남전이나 몰디브전이나 2연패당한 사우디전이나
06/06/19 04:40
수정 아이콘
뭐 일찌감치 패배주의에 휩쌓이는 것도 좋지 않지만 이유모를 낙관주의에 빠지는 것도 좋지는 않겠죠. 문제는 언론과 국민들이 자신들 스스로 부풀어올르다가 기대에 못미쳤을 경우 그 덤티기를 어느 한 쪽에 뒤집어 씌우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
www.zealot.co.pr
06/06/19 05:01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06/06/19 06:01
수정 아이콘
한경기에 일희일비하기 바쁜데다. 뭐언가 사건이 터지면 화악~ 솟아올랐다가 3초 뒤 잊어버리는 속성을 가졌다 ------ 는 다른 나라 축구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죠. 졸전 펼치면 대표팀 귀국하는날 공항에서 기다리다가 토마토 던지는 유럽팬들 이야기는 못들어보셨나 보군요.
06/06/19 06:03
수정 아이콘
하지만 아랫 글은 참 좋습니다. 강추!

좀 더 냉정해지자. 우리는 이길 수도 있고, 과거의 프랑스보단 지금의 프랑스가 훨씬 틈이 많다. 우리의 적절한 전술, 선수들의 정신력, 약간의 운이 따라준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거둘수 있지만, 설혹 나쁜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선수를 욕할 자격은 없다.

공은 둥글다. 하지만 필드는 평평하지 않다. 경사진 아래쪽에 있는 이들은 공을 몰고 저 위로 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그 노력을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우리는 그 패배마저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힘내라!도망자
06/06/19 13:39
수정 아이콘
좀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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