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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15 05:35:12
Name Apatheia
Subject [기타] [잡담] 흐뭇한 상상.
히딩크...

레알 마드레드였던가요, 그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가

팀 성적이 부진하자 불명예 퇴진하고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하다가

감독으로서의 재기를 위해 우리나라를 택했다고 하던가요.



현실적으로.

이제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그는 떠나겠지요.

더 많은 돈과 명예를 줄 수 있는

수많은 명문 클럽들과 축구 강국들...

개인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스페인 리그나

이번 월드컵에 얼굴도 못 내비친 조국 네덜란드가

그를 부르겠지요.

펠레의 말마따나 '아주 영리한 사람'인 그는

박수칠 때 떠나야 아름답다는 평범한 논리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의 아쉬움과 환송 속에

왔던 그 길을 되짚어 돌아가겠지요.



4년후, 아니 그 이전에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감독을 하고 있을 그와 그의 팀과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공을 찰 우리 선수들이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착하고 순진하고,

그래서 감독의 지시에 토 한마디 달 줄 모르는 선한 선수들을 기억하는 감독과

말 한마디 통하지 않고 고집 세고 깐깐하고

하지만 결국 결코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16강 진출을 가능하게 한 감독을 기억하는 선수들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볼까요.

처음엔 멍해지겠죠. 그리고 빙긋이 웃을 겁니다.

감독은 웃으며 다가와 악수를 청할 것이고

선수들은 우리네 어르신에게 하던 버릇대로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겠지요.

짧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며

그들은 그렇게 말하겠지요.

내 팀이었던 친구들이라고.

우리 감독님이었던 분이라고.

...생애 최고의 6월이었다고.


-Apatheia, the Stable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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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02/06/15 05:47
수정 아이콘
아직 안주무시고 모하시나요 ..아파님 ^^
02/06/15 09:32
수정 아이콘
전 더 즐거운 상상을 했었는데요. 히딩크 출국 금지, 국민의 염원에 감동한 히딩크 귀화 결정, 2006년 한국 결승 진출 그러나 준우승, 히딩크 감독직 사퇴, 전 국토 눈물바다, 히딩크 정계 진출, 한국 최초로 파란눈의 대통령 당선....(죄송합니다. 오늘 오버 많이 하는군요--)
저 역시 히딩크는 이번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영웅을 잘 만들지만 그 영웅을 수렁 깊숙하게 떨어뜨리는 것 역시 매우 잘하니까요.
박영선
전 솔직히... 전국민의 월드컵모드에 희석이 잘 안되는 이방인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시청앞을 가득 메운 븕은 악마의 물결을 보고도 안정환의 골 세레모니를 보고도 ...
거리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빠바바방빵 다섯박자 클랙션 소리에도...경기 보면서 광분하는 울 남편을 보고도...음...전국민이 일종의 집단 정신병을 앓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어제...경기 끝나고 박지성선수가 히딩크 감독을 힘주어 포옹할 때 드뎌 눈물이 나더군요.
그 눈물의 의미를 지금도 잘은 모르겠지만...Apatheia님 글 보면서 또 눈물이 핑 도네요...아직은 감정이란게 살아 있었나 봅니다.
내 마음의 한 구석에....^^"
ps:Apatheia님 올빼미 생활(어감이 별루지만...^^)...건강에 별로 안 좋은데...헤헤헤.
즐겁고 유쾌한 주말 되셔요...^^"
Juliana Icy
02/06/15 10:40
수정 아이콘
정상?에 있을때 떠나시는 것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죠.
피에쑤.
길거리응원하다가 새벽에 집에오니 집에서도 파티중 ^_^V
16강 들면 한턱쏜다는 친구들이 줄잡아 7-8명!
먹을복 터져서 좋고 16강 올라가서 넘넘 기쁘네요 ^0^
항즐이
02/06/15 15:59
수정 아이콘
절대 보내고 싶지 않은데요.
1년 6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요. ^^
조금더 시간이 있어도 추억이 퇴색하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귀여운청년]
02/06/15 16:52
수정 아이콘
궁금한 건데, 히딩크가 월드컵이 끝나고 한국을 떠날지 말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거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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