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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1/10/13 07:34:02
Name 항즐이
Subject 세르게이 선수에 대한 단상 by 항즐이
엄재경님 까페인 엄아모, to 엄재경님께 게시판에 쓴 글입니다.
세르게이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길래, 아무거나 하나 잡아서 리플을 써 봤습니다.
세르게이 선수 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와 우리 사이의 관계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엄재경님께 질문 드린 것이 있어서, 그 리플이 올라오면 여기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원본 글은 제 글 아래쪽에 있으니 먼저 읽으시는게 좋을듯.. ^^

====================================


저는 세르게이 선수가 이겼다면 그건 다른 의미의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실력차이를 뒤집은 기적이죠.

세르게이 선수를 응원하지 않은 많은 한국 게임팬들의 심리는 분명, 우리가 가꿔 온 게임문화과 게임리그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우리들의 스타인 한국 게이머들을 무시한 세르게이 선수에 대한 약간의 분노 였습니다.

재경님이 말씀대로, 세르게이선수 여러 인터뷰 등에서 '한국 게이머들이 나보다 잘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말 왕왕 해 왔습니다. 그리고 우승은 따논 당상이라고도 말했구요. 자신의 러시아 친구들이 세계최고라는 말은 늘 달고 다닙니다.

맵 연습마저 '할 필요 없다'라는 식으로 말을하던데요. 그런 세르게이 선수를 응원하거나, 고운 시선으로 볼 호의까지는 가질 필요 없다고 봅니다. 분명, 한국 게이머들은 훌륭하니까요.

게임큐에서의 두 경기는, 강도경 선수와 전태규 선수의 "방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태규 선수는 "빨리끝내려다가"졌다고 말했고, 강도경 선수의 경우는 본인의 말은 모르지만, 경기 내용을 보았을때 평소의 강도경 선수라면 이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습니다.

저는 그 두 경기 내내 '분하다'는 생각만을 했습니다. 그리고 약간은, 분명 약간은 두 선수의 방심이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1차 월드 챔피언쉽에서 알수 있듯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대해서 한국 게이머들이 아무래도 '2%정도는'(그러니까 아주 약간이라는 의미죠) 안심을 하게 마련이니까요. 10시간씩 연습하는 프로게이머.. 라는 것은 확실히 고지입니다.

별로 알지 못하는 블레이즈에서 연습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그럼에도 승리를 장담했다는 것은 '자만'이지 자신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중의 긴장감이라고 하기에는 세르게이 선수는, 자신의 스타일(너무 한가지 스타일이라서 조금 식상한 감이 있습니다만)을 제대로 펼친 경기였습니다. 관중앞에서의 경기 영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드랍을 말씀하시는데, 그 경기, 분명 김정민 선수가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5부 능선을 넘어서 경기를 잡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중앙에 메카닉 부대가 자리를 잡고, 나머지 병력으로 멀티를 파괴했으며, 그동안 밀려온 병력이 김정민 선수의 중앙 병력을 뚫지 못하고 전멸하는 상황에서 드랍되었습니다. 멀티의 게이트웨이가 부서진 것 까지 감안하면, 그 순간 이후의 병력 보충 속도가 김정민 선수 쪽이 훨씬 빠릅니다. 11시 방향 미네랄 멀티와, 2시 지역 미네랄멀티, 9시 미네랄 멀티를 모두 확보한 김정민선수가 자원 수급 면에서 역시 앞선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드랍으로 인해 김이 빠진 쪽은 오히려 김정민 선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려운 경기를 역전해 낸 후 드랍이라는 것. 분명 김빠지지 않았을까요?

어뮤즈 사건이 아니라 어뷰즈 사건입니다. abuse, 부정행위라는 뜻이지요. 세르게이 선수는 그 소문에 대해 전혀 동요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적어도 그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어뷰즈했다는 의혹은 유럽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한국의 게임팬들 사이에서 그렇게 화제가 되고 있지많은 않습니다. 아무튼, 그가 그 사건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면, 과도한 자신감 내지 자만심을 담은 대사를 하지는 않았을테지요.

분명, 몇몇 분들은 그저 외국인니까 지라. 이런 말을 하실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나 많은 게임팬들의 생각은 말씀드린것과 같습니다. 세르게이선수는 "알아야"한다는 겁니다. 한국 게이머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그래서 그들을 보기위해 생긴 이 게임리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거기에 참가하게 된 영광을 겸손해 하고 열심히 연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에게 메일을 보낼 수만 있다면, 안되는 영어로라도 장문의 메일을 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 [원본 메세지] ---------------------
어제 경기에서 세르게이 선수가 아겼다면 그건 기적이죠^^;
첫째로 별루 알지 못하는 블레이즈에서 이길수는 없었을테구.김정민 선수의 블레이즈 경험이 몇 만배는 많았을테니까요...
그리고 관중들이 몇 십명이나 있었을테니...긴장도 됐을거고...
드랍까지 되는 상황에서 기도 빠졌을테고.
처음 자기 실력을 관중들에게 보여준다는 부담감이 있었을테고...
가뜩이나 어뮤즈말도 있고,,,(이건 99PKO때의 이기석선수같은게 아닐까요...어뮤즈사건이후 이기석 선수는 갑자기 패가 많아졌죠 ㅡ.ㅡ;)
이런 상황에서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이니까 져 버려라하는 웃기지도 않은 말씀이나 하시고 계시니...원...중딩이 봤을때도 무지 웃깁니다...어제 경기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데...
ㅡ.ㅡ;

빠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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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날고싶다
01/10/13 09:48
수정 아이콘
겸손이라는 게 좋지만, 그들과 우리의 문화적인 측면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요..-0-
나는날고싶다
01/10/13 09:50
수정 아이콘
특히 그 자신감 말이죠..-- 아직 사회 생활 경험이 없는 외국아이라는 점도 고려를 해야..-_-+
drumshot
전 너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한국 프로 게이머에 식상해 있습니다. 세르게이 같은 선수도 한둘은 있어도 좋습니다.
drumshot
외국 애들이 어쩌건, 멋대로 하게 놔두십시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구요(전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만)? 그럼 '거 참 기특한 녀석이군'이라 한마디 던져주고, 눌러버리면 되죠. 실력차이가 있다면요.
항즐이
01/10/13 17:56
수정 아이콘
음.. 저는 분명 무시라고 생각했구요. 그걸 놔두지 않아야 한다는 제 생각은 다른 글로 이미 정리했었거든요? 지금 리플을 기다리는 중이라.. ^^ 곧 올리겠습니다. 같이 이야기 해 보도록 하죠 ^^ 댓글이 많아야 좋은 글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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