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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24 06:34:41
Name 조이스틱
Subject [알아둬도 쓸데없는 언어학 지식] 왜 미스터 '킴'이지? (수정됨)

  '김씨 성'.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씨입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인구가 이 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여러분들의 성이 김씨라고 생각하고 외국인들에게 스스로를 소개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성을 어떻게 발음하실 건가요. 김? 킴? 서양인들은 한국인들의 김씨 성을 Kim으로 발음한다는 것을 알기에 '킴'으로 소개하실 분도 계실거고, 혹은 그냥 '김'으로 소개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김'은 왜 '킴'이 된걸까요. 더 나가서 '박'은 왜 '팍'이 되고. '조'는 왜 '초'가 되었던 걸까요? 단순히 걔내랑 우리랑 사용하는 언어에 차이가 있으니까?

 

정확합니다. 입양된 한국인들이 '김씨'를 '킴씨'로 발음하는 경우를 보면 생리, 심리학적 문제는 아닐거고, 그럼 언어학적 문제겠지요?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이유로, 어떤 말이 달라서? 왜 저러는거지?

 

라고 생각을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지요. 걔내들이 킴이라니까 킴이겠지, 어쨋든 짝대기 하나 더 들어갔다고 창씨개명 당한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 이유 안다고 어디서 쓸까요. 진짜 쓸데없죠. 술자리에서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이런 거 안다고 자랑하고 다니기도 뭐한 알쓸지식입니다.

 

그래도 알아둬서 나쁠 지식이 있겠습니까? 틀린 지식이면 몰라도요. 그런 의미에서 그 이유나 한번 읽어보시렵니까?

 

 

1. 음성과 음운


  갑자기 음성이니 음운이니 하는 고루한 이론으로 넘어가서 죄송합니다만, 이것만 알면 위 현상. 혹은 비슷한 현상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 팩토리를 짓는 것과 같지요. 일단 지어두면 벌처는 쉽게 뽑을 수 있습니다.

   언어학은 여러 분야로 나누어집니다. 음성학, 음운론, 문법론, 통사론, 화용론 등등.... 지금 기술한 분야들은 전통적인 이론언어학 부문에서 다루어지는 학문 분야입니다. 비슷한 놈들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음성학과, 음운론. 뭔가 '음'이 들어가니까 소리에 대한 걸 다룬다는 건 알겠고, 한놈은 '학'이고 한놈은 '론'이네...


  인간이 내는 소리를 분류할 때는 음성과 음운을 통해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음성은 발음기관에서 생성되어 실제 말에 쓰이는 소리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무 말이나 말해 보세요. 엘렐레 벨렐레든 얼레리 꼴레리든. 나는 사과가 좋아. 뭐든지요. 삑- 음성입니다. 이런 말소리 자체에 대해 분석하는 학문이 음성학입니다. 음성은 물리적인 실체입니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음성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조음(음을 만듦)위치, 조음방법, 성대의 작용 등에 따라서 어떤 음성이 나는지 확실히 정리가 가능합니다. 이런 음성을 정리해서 기호로 나타낸 것이 국제음성기호(IPA)입니다.


  
page1-464px-The_International_Phonetic_Alphabet_%28revised_to_2015%29.pdf.jpg

 

위에 있는 표가 IPA를 정리한 표입니다. 최상단의 가장 큰 표는 자음을, 그 밑 오른쪽에 있는 사다리꼴 모형은 모음을 나타냅니다. 즉, '특정한 위치'에서 '특정한 방법'을 통해 난 소리를 조사한 것이지요. 한가지 예로 자음 표를 읽는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Bilabial, Dental, Velar 등의 가로행은 '조음 위치'입니다. Plosive, Fricative, Nasal 등은 '조음 방법'입니다. Velar-Plosive를 보실까요? k / g가 나란히 있습니다. Velar는 연구개이고, Plosive는 파열음을 뜻합니다. 즉, k / g는 연구개 파열음입니다. 또한 성대의 울림에 따라 무성음(k)와 유성음(g)로 나누어집니다. 그렇다면 k라는 음성은 무성 연구개 파열음, g라는 음성은 유성 연구개 파열음으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음성은 물리적인 실재입니다. 측정가능하고, 정량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성을 다루는 언어학의 하위분야는 '음성학'이라고 불립니다.

 

자 그럼 음운은 무엇일까요? 음운은 언어 체계 내에서 다른 소리와 구별되어 의미의 분화를 만들어내는 소리의 최소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불][물]이라는 단어를 구분할 때. 우리는 /브/과 /므/(초성체 때문에 안되는군요. ㅡ을 빼고 생각해 주세요)의 음을 통해 단어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뿔][풀], [둘] 등의 단어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위 단어들의 초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라고 인식합니다. 즉, /므/, /브/, /쁘/, /프/ 등은 한국어 체계 내에서 다른 소리와 구별되는 음운입니다. 

 

자 여기서 음성과 음운의 극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음성은 '물리적 실재'이며 음성녹음, 분석을 통해 정량적인 기준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그를 통해 IPA같은 음성 체계를 만들지요. 그러나 음운은? 그렇지 않습니다. 음운 체계는 화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다릅니다. 심지어 같은 언어 내 방언 사이에서도 다릅니다. 즉, 음운이란 물리적인 실재가 아니라 언어 사용자가 지닌 심리적 가치체계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음운 체계의 차이가 '킴씨'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음운을 다루는 학문을 음운론이라고 합니다.

 

2. 음운 체계가 다르다?

 

감이 잘 오지 않으실 겁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음성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말하기와 듣기로 이루어집니다. 화자는 심리적으로 내재된 음운 체계를 통해 말소리(음성)를 조합하여 발화합니다. 화자에게서 출발한 말소리는 청자의 귀를 통해 고막을 울리고 청신경으로 뇌에 전달됩니다. 이렇게 전달된 말소리(음성)을 청자는 자신의 음운 체계를 통해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만약 화자와 청자의 음운 체계가 다르다면? 예를 들어, 화자의 언어에는 존재하는 음운이 청자의 음운 체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면? 청자는 화자의 음성을 받아들여도, 자신이 가진 음운 체계에 맞게 해석할 것입니다. 즉, 음성과 음운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킴씨'는 이런 괴리 때문에 생겼습니다. '킴씨'의 기원을 이제 한번 들여다 볼까요? 지금 한번 '김'을 발음해 보실래요?  당연히 한국인들은 [gim]이라고 발음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음성은 [kim]입니다. '한국어 초성에서 유성 파열음은 무성화된다'라는 법칙 때문이지요. 왜 그러냐고요? 한국어가 그렇다는데 뭐 어쩌겠어요(...). 어쨋든 이를 따르면 우리는 g를 발음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k를 발음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수도 있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음성 k/g가 의미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kim]이건 [gim]이건 우리에겐 똑같은 '김'일 뿐이니까요. 다시 말하면 k/g라는 음성은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는 /그/이라는 음운으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구분짓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특징은 한국어 음운 체계에 편입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개화기 서양 선교사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분하는 음운 체계를 지니고 있었고, [kim][gim]을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에 [kim]으로 받아들였고, 그대로 발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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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kim]이었다니...


여기서 또 의문이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아니 [kim]은 '킴'이지! 아닙니다. 우리가 발음하는 '킴'의 초성은 유기음(aspiration)화되어서 음성적으로는 마치[khim]처럼 들리게 됩니다. 그런데 개화기에 와서 우리나라 말을 처음 들었을 서양인 선교사들의 음운체계는 공교롭게도 기식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khim]을 다시 [kim]으로 듣게 됩니다. 결국 그렇게 돌고돌아 우리의 [gim]씨는 [kim]씨로 굳어진 것입니다. <- (선교사 부분은 지나가듯 들은 말이라 정확한 레퍼런스를 찾기가 힘듭니다. 혹시 잘못된 정보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김씨가 킴씨가 된 과정처럼 여러 다른 예들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박씨는 [bark]이 아니라 [park]으로 들렸겠지요.  조금 재미있는 예를 들어볼까요? [비빔밥]이라는 단어에는 /브/이 총 4번 들어갑니다. 당연히 한국인들에겐 다 같은 /브/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실제 음성은 많이 다릅니다. 첫번째 '비'의 /브/은 앞서 말했듯 '한국어 초성에서 유성 파열음은 무성화된다'라는 법칙 때문에 [p]음성으로 발음됩니다. 두번째/브/은 '공명음(모음과 비음 등) 사이의 파열음은 유성화된다'라는 법칙으로 [b]음성으로 발음됩니다. 마지막 /브/은 '한국어 어말의 파열음은 미파음화(완전히 소리를 터뜨리지 않음)한다'라는 법칙 때문에 [p›]라는 음성으로 발음됩니다. 하나의 /브/ 음운이지만, 3가지의 음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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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pibimp’ap>]


이렇게 길게 쓰려던 생각은 없었는데, 두서 없이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알아놓는다고 해서 딱히 써먹을 데는 없지만, 그래도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되어 써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참, 오류가 있다면 수정할테니 댓글로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성체를 못쓰니 엉뚱한데서 불편하군요 크크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7-06 17:34)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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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4 06:39
수정 아이콘
오호 이거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잘 읽었어요~!
조이스틱
18/01/24 07: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_^
블랙숄즈
18/01/24 06:53
수정 아이콘
아직 읽는 중이지만 읽다보니 IPA소개한 뒷부분이 중복된거 같네요!
남은 부분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조이스틱
18/01/24 07:08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Vincelot
18/01/24 07:19
수정 아이콘
평소에 관심이 많은 주제였는데 이렇게 잘 정리해 주셔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덧붙이자면 한글 로마자 표기법은 단순히 한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즉 '언어학이고 뭐고 그냥 안 헷갈리게 만들자!' 하고 만들어 놓은 체계이기 때문에 저런 음운요소를 무시하고 G와 기역, K와 키읔을 일대일 대응시켜놨죠. 그래서 사실은 Gim이 맞긴 합니다만 성씨의 경우에는 관습적인 표기를 인정하기 때문에 Kim을 계속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조이스틱
18/01/24 08:4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아드오드
18/01/24 08:02
수정 아이콘
요새 외국인 친구랑 언어교환하는데, 얘가 가/까/카 발음이 거의 똑같이해서 신기해 했는데.. 이런 이유들이 있었군요. 그나저나, 비빔밥에 3개에 다른 비읍 발음이라니...
조이스틱
18/01/24 08:47
수정 아이콘
네 발음상 아예 달라지는 '밥'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3개나 되지요. 그래서 예시로 많이 쓰입니다.
서쪽으로가자
18/01/24 08:04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음성은 유성g와 무성k로 나눠져있는데,
한국어음운의 /그/,/크/는 무성k라는 말씀이신건가요?
그럼 한국어의 /그/,/크/는 음성이랄까 학문이랄까 정량이랄까 이런걸로는 전혀 구분이 안되는 건가요??
Vincelot
18/01/24 08:27
수정 아이콘
구분이 되는데 그게 영어의 g/k 구분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얘기는 아니지만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어의 키읔 발음은 영어의 k 발음보다 더 강하게(?) 들린다는 얘기죠.
조이스틱
18/01/24 08:3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앞서 말했듯, 한 음운은 여러 음성을 지닐수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성을 띄는 것을 대표음, 나머지를 변이음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음운 /그/는 위치에 따라 [k],[g],[k›] 등의 음성으로 발현됩니다. 이 중 변이 과정을 설명하기 쉬운 [k]이 대표음으로 설정됩니다. /크/음운은 역시 그 위치나 방법에 따라 [kh], [k›]으로 나타나고 [kh]가 대표음이 됩니다. 즉 [k›]음성(어말에 나타남)처럼 부분적으로 같은 음으로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만, /크/는 무성음 [k]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역시 무성음 [k]라기 보다는 그 음성을 대표음으로 지닌 음운이라고 말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또한 /그/와 /크/가 의미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운론적으로는 이미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이죠.
서쪽으로가자
18/01/24 08:57
수정 아이콘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어렵네요 ㅠ
친친나트
18/01/24 10:32
수정 아이콘
간단하게 /그/는 무기음, /크/는 유기음입니다
서쪽으로가자
18/01/24 08: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조금 다른 얘기로 한국어랑 영어같은 외국어의 극명한 차이가 종성/받침의 발음이 아닐까도 싶더라고요.
한 예로 우리는 back이나 bag이나 /백/인데, 걔네는 /배크/,/배그/ (물론 ㅡ 발음은 없지만)로 구별이 되버리니 어렵더라고요 흐흐
18/01/24 08:42
수정 아이콘
받침입니다. 책받침, 컵받침, 받침대 등등..
서쪽으로가자
18/01/24 08:56
수정 아이콘
헉 감사합니다 ㅠㅠ
18/01/24 09:04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궁금한적이 있었는데 이런 이유에서였군요!
지식이 짧아 백프로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쨋든 원인을 알게 됐으니 오래된 궁금증 하나가 해결됐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유열빠
18/01/24 09:19
수정 아이콘
오 정말 킴으로 하고 있었군요.
신기합니다.
프로듀사
18/01/24 09:44
수정 아이콘
적어도 미국영어 kim과 우리말 김은 다른 소리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김의 기역-이 미국영어에는 없는 발음이라서 미국인에게는 k-로 들리는 것이고
미국인이 말하는 kim의 k-가 우리에게는 키읔-으로 들리는 거죠.
조지영
18/01/24 10:06
수정 아이콘
park에 r은 왜 들어가는걸까요?
Ryan_0410
18/01/24 10:18
수정 아이콘
이건 제가 설명 드릴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a를 보면 'ㅏ' 소리가 날 거라 생각을 하게 돼요.
banana - '바나나' 라 생각하듯이요. 이건 일본의 영향을 받은게 커요. 일단 넘어 갈게요.

하지만 a 의 [기본소리]는 'ㅐ' 에요. bad - '배드' 하듯이요.
그래서 pak라 적는다면, '패크' 이렇게 발음 돼요.
(실제로 제가 옆에서 제대로 발음 해드려서 소리를 실제로 들으면서 설명 들으면 더 좋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a는 뒤에 r 이 올 때만 'ㅏ' 소리가 나요.
car - '카r' 하듯이요.

그래서 우리나라 성 씨 '박'을
그나마 영어로 근접하게 적고 발음할 수 있는 것이 'park' 이 되는 거에요.



그럼 왜 banana는 '배내내'가 아닐까요?
위에 말씀 드린 [기본소리]는 강세를 가지고 있을 때 나는 소리를 뜻 해요.
강세는 모음에만 들어가요.
bad, sad 같은 경우는 당연히 a에만 강세가 들어가겠죠.
하지만 모음이 여러개 일 때는
그 많은 모음 중 하나에만 (혹은 둘) 강세를 주게 돼요.

banana는 가운데 a에 강세가 있고 거기만 'ㅐ'라 발음이 되고 그 외의 a는 '슈와' 소리가 나는데요.
이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소리인데, '어' or '으' 정도의 소리입니다.

그래서 미국인이 banana를 말하면 우리한테는 '버내너' 정도로 들립니다.



그럼 단어를 딱 봤을 때 어디에 강세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죠?
모릅니다. 그래서 들어 봐야 됩니다. 원어민도 듣고 아는 거예요.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김밥'이란 글자만 보고 [김빱]이라 못 읽습니다.
누군가가 말한 걸듣고 알게된 거지요.
조지영
18/01/24 10:23
수정 아이콘
질문의 내용에 비해 너무나도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괜히 송구스러워지네요.
Ryan_0410
18/01/24 10:27
수정 아이콘
아녜요.. 제가 너무 설명충이라서 ㅠㅠ
쉽고 짧게 얘기할 수 있으면 더 좋죠~
프로듀사
18/01/24 11:03
수정 아이콘
앗..
'김밥' 발음이 [김밥]이 맞는 건가요 [김빱]이 맞는 건가요?
Ryan_0410
18/01/24 11:14
수정 아이콘
앗, 원래는 [김:밥]이 맞죠, 생활에서는 우리가 다 [김빱]이라고 하게 되죠.
그럼 다른 단어로는 본문에 나온 비빔밥이 있겠네요.
이건 [비빔빱]이 맞는 발음이고요. 하지만 절대 비빔밥을 보고 우리가 [비빔빱]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냥 다 비빔빱이라고 하니까 따라서 비빔빱이라고 하게 되는거죠.
루아SSC
18/01/24 11:35
수정 아이콘
'김밥'의 표준 발음은 2016년 10월에 [김ː밥/김ː빱] 복수로 인정되었습니다.

http://stdweb1.korean.go.kr:8080/AttachFiles/notice/2016_3_4.pdf
프로듀사
18/01/24 11:50
수정 아이콘
두 분 다 감사합니다.
stowaway
18/01/24 10: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재미있는 건 일본어 표기법에도 있어요. 분명 영어로는 tokyo라 쓰고 한글로는 도쿄라고 적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어 탁음이 첫글자에 올때 혼란이 오는데, 그에 따라 금각사도 은각사도 한글 표기로는 긴카쿠지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아케이드
18/07/08 22:35
수정 아이콘
한국인들은 금각사는 '킨카쿠지', 은각사는 '긴카쿠지'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발음은 금각사는 '긴카쿠지', 은각사는 (한글로 표현하기 힘든) '긴'보다 약한 발음이라서 '잉카쿠지'로도 들리죠.
세츠나
18/07/09 14:44
수정 아이콘
긴카쿠지와 응인카쿠지 중간 정도의 발음으로 들리죠.
함락신
18/01/24 10:48
수정 아이콘
오~ 좋아요~! 옛날부터 궁금하던게 시원하게 해결됐어요?! 전공이 이쪽이신가 보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조이스틱
18/01/24 14:06
수정 아이콘
제가 더 감사합니다 흐흐
18/01/24 11:12
수정 아이콘
대학 언어학 입문 시간에 배우고 여러모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됐던 부분이네요 흐흐.
이 얘기 보니 생각나는 게, 예전에 홍대에서 라멘집 경영하던 naoki라는 일본인이 있었는데, 여자(덕후) 손님들이 만화 긴타마(은혼) 얘기할 때마다 'kintama(=X알)'로 들린다던 얘기가 생각나네요.
18/01/24 11:21
수정 아이콘
반밖에 모르겠지만 재밌습니다! 낄낄
겨울삼각형
18/01/24 11:31
수정 아이콘
중국 김씨는 Mr Jin이죠.
Philologist
18/01/24 12:4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실 진짜 음성학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더 복잡합니다. 오히려 더 간결할 수도 있겠네요. 한국어의 어두의 /그/ 발음은 음성학에서 이야기하는 [k] 발음이 아닙니다. IPA 상의 무성 무기 연구개 파열음 [k]는 한국어로 /끄/에 더 가깝습니다. 반면 한국어 어두의 /그/는 음성학적으로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무성 약기 연구개 파열음, 즉 약한 유기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 발음이 음성적으로 봤을 때, [kh], 즉 영어의 어두 /k/ 소리와 유사합니다. 다만 한국어 화자는 유기성을 약하게 발음하고 영어 화자는 강하게 발음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요약하면 이런 정도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 음소: /k/ - [kh] [kh(약)] [k], /g/ - [g]
한국어 음소: /크/ - [kh], /그/ - [kh(약)], [g] /끄/ - [k], [g]

(첨에는 화살표 이용해서 그렸었는데, 뭔가 스페이스가 제대로 반영이 안되는군요...? 그래서 좀 뭐가 복잡해 보이네요.. 아무튼 요는 한국어의 /그/ 음은 영어 음소 /k/와 꽤나 유사하다는 겁니다.)

사실 음성적으로 보면 그냥 적당히 잘 한 겁니다. 한국어의 /그/ 음과 같이 애매한(?) 소리를 표기할 만한 문자가 알파벳에 없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해되는 거기도 합니다. 비슷한 예로 한국어(포함 동아시아 언어)의 /ㅓ/ 발음도 알파벳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보니 그냥 /e/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거 보면 외국인들 대부분은 /ㅔ/라고 읽습니다.
조이스틱
18/01/24 14:06
수정 아이콘
보충 설명 감사합니다.
표절작곡가
18/01/25 02:07
수정 아이콘
그, 끄, 크
드, 뜨, 트
브, 쁘, 프
즈, 쯔, 츠

이 자음들 구분은 한국어만 하는가요??
독일에 살았을 때 독일애한테 가다, 까다 이걸 들려줬는데
전혀 구분을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크크
영어선생후니
18/01/25 12:15
수정 아이콘
이게 말과 문자의 간격 때문에 헷갈리는 걸까요? 문자가 말이 가진 정보를 모두 담지 못해서..
아케이드
18/07/08 22:43
수정 아이콘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순경음이니 뭐니 하면서 구분을 하려고 한거 같은데,
후대로 오면서 그냥 적당히 뭉뚱거려서 포기하게 되면서 문자체계에서의 구분이 없어진 듯 합니다.
커피와텔레비젼
18/07/07 04:09
수정 아이콘
[자다/짜다/차다]는 우리에게는 각기 다른뜻으로 받아들여지지요. 우리에게 즈,쯔,츠는 각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형태소입니다만, 외국어에서는 이렇게 발음하나 저렇게 발음하나 어차피 뜻은 하나인 하나의 형태소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말에서는 경음(된소리/끄뜨쁘쓰쯔), 유기음(거센소리/크트프츠흐)이 다른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소로서 각각 역할을 하기에 구분되어 인식되지만, 그렇지 않은 언어가 모음인 분들에게는 다 같은소리로 들리기 쉽지요.
반대로, 우리말에는 유성음 무성음으로 뜻을 구분하지 않기에 두 소리 모두 하나의 형태소이기에 비빔밥에서 첫번째 비와 두번째 비를 같은 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지요. 단어의 첫글자로 나오는 た를 타(혹은 따), だ를 다 라고로 나름 구분지어서 말한다고 해도 둘 다 た로 들리기 쉽다고 하더군요. L로 발음하나 R로 발음하나 어차피 한국어에서는 르인겁니다.
학생때 음운론 수업에서 교수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경음과 유기음으로 다른 형태소로가 되는 언어가 얼마 없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아프리카 부족 토착어까지 다 포함시켜도 5개가 안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15년전에 들었던거라 이건 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초록물고기
18/07/09 10:33
수정 아이콘
저도 같은 의문점 때문에 언어학이나 음성학 서적을 뒤져보면서 탐구했던 적이 있어 무척 반가운 글입니다. 전공자이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참고로 음성과 음운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모국어 화자들은 잘 알아채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터키어 화자의 경우 같은 모음도 열리고 닫히면서 음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정작 본인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더군요. 아주 예민한 소수만 제 말을 이해합니다. 애당초 음성을 머리에서 음운으로 번역(?)하는 과정도 뇌의 개입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지는 것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사람마다 내는 음성도 아마 조금씩은 다를텐데 우리가 문제없이 알아듣는 것도 그러한 뇌의 개입 때문 아닐까 싶구요
조이스틱
18/07/09 11:43
수정 아이콘
갑자기 덧글이 달리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추게로 갔군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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