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5/12/09 02:56:56
Name 헥스밤
Subject 어느 콤퓨타 키드의 몰락
몇 주 전부터 디스크를 체크하라며 경고를 보내오던 컴퓨터가 드디어 산발적인 파업을 결의했다. 크롬이 작동하지 않다가 크롬을 재설치하고 나니 익스플로러가 안 되고, 익플을 재설치하고 나니 갑자기 워드프로세서가 작동하지 않는다. 워드프로세서를 재설치하고 나니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다. 호치민과 체 게바라를 후려칠만한 훌륭한 게릴라 전술이다. 직원들의 4대보험 관리와 세금 계산과 대출 관리 등을 위해 정부기관과 금융기관 홈페이지가 주는 보안 프로그램을 닥치는 대로 깔던 때부터 문제가 심해진 느낌적 느낌이다. 대체 왜 은행의 보안 프로그램과 정부기관의 보안 프로그램은 충돌을 일으키는걸까. 하기사, 모든 것들이 충돌하는 세상에서 보안 프로그램끼리 충돌을 일으키는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데이터만 백업해두고 나머지는 싹 밀어버리면 되겠지. 어차피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이야 몇 개의 유틸리티 프로그램과 게임밖에 없다. 그런데 윈도우 씨디는 어디로 갔는가. 아니, 조립식 컴퓨터를 사고 고이 모아 둔 드라이버와 유틸리티와 매뉴얼이 들어 있는 통이 통째로 없다. 당장 작업해야 할 것들이 몇 개 있어 집 근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혹시 윈도우 있는 사람. 하지만 대학과 유흥가가 들어찬 신촌-홍대 라인에 아직도 살고 있는 동년배 친구는 이제 없다.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은 좀 더 싸고 조용한 곳으로 이사했다. 다행히 홍대 근처의 직장에 다니는 친구에게 연락이 닿아 윈도우 USB를 빌렸다. 자, 포맷을 하고 설치해 볼까. 이 따위 간단한 작업쯤은 금방 끝나겠지.

나는 우리는 콤퓨타 키드니까.

서른 몇 살 정도 먹은 내 세대는 본격적으로 컴퓨터가 대중화되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냈다. 나는 서울의 꽤 못사는 동네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는데, 고등학교 시절 반에 컴퓨터가 없던 녀석이 오십 명중 열 명이 안 되었던 기억이다. 15년 전의 기억이라 부정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금 검색해보니 2000년의 가정용 컴퓨터 보급률이 이미 70%를 넘었다고 한다. 저 정도면 각종 도서지역과 농촌을 제외하면 거의 다 보급되었다는 수준이니 다행히 기억이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주산 학원이 사라지고 컴퓨터 학원이 들어섰다. 전형적인 산동네의 모습을 하고 있던 동작구 상도4동의 골목에도 컴퓨터 학원들이 생겼었다. 국민학교 말년 즈음에(이 얼마나 우스운 표현인가) PC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교에선 이제는 컴퓨터의 시대라며 GW-Basic같은 기초적인 프로그램 언어를 가르쳤지만 대체로 무슨 말인지 몰랐다. 90년대 중반 PC통신이 유행하고,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하고, 골목 곳곳에 PC방이 생겨났다. 새롬 데이터맨 프로를 만든 사람이 몇백 억을 벌었다더라, 한글 워드를 만든 사람이 몇천 억을 벌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중2병에 걸린 중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함께 열광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주제였다. 머리가 좀 굵은 녀석들은 벌써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야동이 가득 담긴 CD를 구해 유통한다거나. 학교에 경찰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친구 한 놈이 당시에 유행하던 '와레즈'라는 공유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불법공유도 문제였지만 당시의 시대정서상 그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성인물을 공유했다는 게 문제였지. 모르겠다. 학교의 훌륭한 친구들이나 저기 멀리 과학고의 영재들은 컴퓨터의 대중화를 좀 더 좋은 데 활용했겠지만, 내 중고등학교 동창들은 주로 저런 일을 했던 것 같다. 컴퓨터공학과는 가장 인기 있는 전공 중 하나였다. 늙은 선생들은 '그래도 전화기(전기-화학-기계)가 최고란다'하고 아이들을 설득했지만 아이들은 노인의 지혜를 믿지 않았다. 노인들의 지혜를 믿지 않은 결과는 혹독했지만, 젊음이란 좋은 것이다.
딱히 컴퓨터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아이들도 컴퓨터를 만지고 놀았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없었다. 체감상 오십 명짜리 반에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는 친구들이 대여섯 명은 되었던 것 같다. 화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고등학생이었던 나도 그랬고. 그래, 이런 내가 포맷 하나 못 하겠냐.

심호흡을 하고 포맷을 준비했다. 아니 잠깐. 그런데 체크디스크 먼저 돌리고 포맷을 해야 되던가? 배드섹터, 클러스터, 물리적 손상 등의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언어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스캔디스크 뭐 그런 명령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자꾸 뜻 모르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솟아났다. 15년 전에는 저 단어들에 대해서 기본적인 설명은 할 수 있었는데. 잠시 허둥대다가 공대 출신의, 다섯 살쯤 어린 바텐더에게 연락했다. 그는 뭐 그딴 1+1이 2냐는 것을 물어보냐는 투로 '걍 밀고 다시 깔면 되요. 다른 거 신경쓸 거 1도 없음'이라고 답했다.

흥. 그 정도는 나도 안다고. 잠깐 헷갈렸을 뿐이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하드를 포맷해버린다. 야, 임마, 형도 이정도는 할 줄 알아. 괜히 혼잣말을 한다. 설치를 누른다. 다음에 등록, 이라는 메뉴를 만들어두다니 사랑해요 마이크로소프트. 꼭 등록할게요. 그리고 곧 <MBR형식의 하드디스크에는 이 OS를 설치할 수 없으니 어서 GBT형식으로 바꾸세요> 라고 요약 가능한 굉장히 길고 전문적인 경고문이 팝업되었다. 나는 저 문장과 상당히 유사한 문장을 본 기억이 있다. '체르멜로-프란켈 체계와 선택공리의 부정 사이의 무모순성'. 수리논리학을 전공한 옛 룸메이트가 쓴 논문의 제목이었다 : 아는 단어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구글과 스마트폰이 있다. 몇 개의 대충 이해 가능한 정보를 찾았다. 해결법도 찾았다. 문제라면 내가 처음 찾은 해결법은 컴퓨터를 포맷하기 전에나 가능한 해결법이었다는 것이다. 빌어먹을. 어쩌라고. 나는 이미 하드를 밀었는데. 방법이 있겠지. 좀 더 찾아보니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검색된다. 사랑해요 구글. 시키는 대로 명령어를 치고 파티션 분할 방식을 바꾸니 깔끔하게 완성(아, 물론 나는 파티션이 뭐고 분할이 뭔지 모른다. 아무튼 내 하드디스크는 MBR에서 GBT로 변했다).

그리고 우울해졌다. 다나와도 없던 시절 소문에 소문을 듣고 용산의 싼 부품가게에 가서 벌크품을 사다가 컴퓨터를 조립하던 내가 윈도우 하나 혼자 깔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한때 검증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가격이 비교적 싸게 형성되었던 이상한 회사/프로토타입 부품을 사다가 엿도 먹어보고 성공해서 춤도 춰보던 내가 윈도우 하나 제대로 깔지 못하는 컴맹이 되다니. 하기사, 몇 년 전에 USB로 부팅을 하는 것을 보고도 비슷한 충격을 느꼈다. 뭐? USB로 부팅이 된다고? 부팅은 3.5인치 디스크로 하는 거지 임마. 아니 애초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컴퓨터조차 내가 조립한 게 아니다. 다나와에서 조립해줬지. 애초에 그 견적도 친구가 잡아주었다. 그리고 한때는 서재에 매뉴얼이니 드라이버니 하는 것들을 고이 모셔두던 나는 그 상자를 내다버렸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여 어느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나는 완전한 컴맹이다.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나는 더 이상 컴퓨터 키드가 아닌, 침략 막고 재난 막는 향토의 방패, 민방위 아저씨다. 컴퓨터 조립을 마지막으로 해본 게 언제더라. 군대에 가기 전이다. 물론 컴퓨터 보급률 70%시대에 유소년 시절을 보냈던 당신 중 누군가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도 컴퓨터 민방위로 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때엔 컴퓨터에 관심도 없다가 지금은 컴퓨터로 밥벌이를 하고 있겠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역시, 높은 확률로 먹고 사는 일과 관계없는 일들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이 없어지지 않았을까. 15년이면 강산이 한번 하고 반 변하는 시대고,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 아직도 친구들 중 누군가는 컴퓨터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면서 컴퓨터를 조립해주고 무상 AS기사로 살아가지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의 견적을 뽑아준 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내 세대의 출판 편집자였다.
.
많은 것들이 변하고 누군가는 누군가가 되었다.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변해가겠지. 그리고 나는 내 세대를 모르겠다. 역시 꽤 오래전부터. 앞에 펼쳐진 각개 전투를 어떻게든 버텨봐야지. 그리고 한 십오 년 지나면 또 뭐라고 편하게 지껄이게 될 것이다. 아, 십오 년 전에는 이랬지, 하고. 버텨보자. 십오 년 정도 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6-03-31 18:49)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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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hire
15/12/09 03:03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서 몇 안되는 재밌는 글이네요. 주산 학원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보는 듯 합니다.
지나가던선비
15/12/09 03:05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게임피아나 pc살아 펴놓고 cpu시세 체크하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 cpu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수면왕 김수면
15/12/09 03:40
수정 아이콘
+1 피씨챔프 맨 뒷장의 월간 부품 시세표를 체크하면서 3d카드(부두1....)를 사려면 내 용돈을 몇 달이나 모아야 하나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15/12/09 03:22
수정 아이콘
이정도 실력의 맹인이면 거의 '리 신'입니다.
15/12/09 03:43
수정 아이콘
그 수리논리학을 전공했다는 룸메이트 친구분, 국내에서는 수리논리학을 전공하고 싶어도 지도교수 찾기가 쉽지않을텐데 궁금하네요 어디서 공부했는지... 서울대에는 수리논리학 하시는분은 안계신걸로 알고있고 으음.. 아마 연대에 계신분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로 알고있습니다.

근데 ZF와 C의 부정이 무모순하다는건 20세기 중엽에 코헨이 증명했던걸로 기억나는데 친구분이 그에관한 리뷰페이퍼라도 썼나봐요.
헥스밤
15/12/09 03:4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그 선택지가 맞고, 친구는 뭘 뭐라고 막 설명했는데 저는 전혀 못 알아듣는 말이었습니다. 뭐 원래 있는 증명을 어떻게 한다 어쩐다 이랬던 거 같기는 한데.
맥아담스
15/12/09 04:28
수정 아이콘
헥스밤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바에 자주 못 찾아갔는데 방학하면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요즘 포맷 및 윈도우 설치, 컴퓨터 조립 등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쉬워진 것 같아요.
네이버 검색해서 나오는 블로그에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고 조립도 유투브에 영상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있죠.
게다가 스맛폰도 있으니 컴퓨터 조립시 옆에 영상 틀어놓고 하면 엄청 쉬워요!
저도 문과에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컴퓨터 견적은 pgr 및 인벤 등등 인터넷 커뮤니티 참고하고
포맷 및 조립은 뚝딱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게임용으로 쓰려고 조립 몇 번 해보니 이젠 가족 및 친구들 것도 문제 없더라구요 크크
yangjyess
15/12/09 06:21
수정 아이콘
GW basic 그립네요 크크
마스터충달
15/12/09 08:17
수정 아이콘
다시 콤퓨타 고수가 되는 방법
1. 고사양 스팀 게임을 설치한다.
2. 더 잘 돌리기 위해 비싼 하드웨어에 눈이 돌아간다. (하드웨어 정벅)
3. 모드라는 것을 알게 된다.
5. 모드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소프트웨어 정벅)
6. 그렇게 수냉 쿨러가 장착된 고성능 게임PC로 여캐의 리얼화에 앞장서는 모드 제작자가 되면 다시 콤퓨타 고수.
두콩이
15/12/09 09:07
수정 아이콘
헉 이거슨 내 이야기..
난 이미 콤퓨타 고수
스푼 카스텔
15/12/09 09:10
수정 아이콘
7. 열도산 야겜 또는 천조국의 스펙타클한 게임을 언어장벽없이 하고 싶어진다 (영어, 일본어 정벅)
적당히해라
15/12/09 09:33
수정 아이콘
스카이림 한글패치 안깔고 모드떡칠해서 쓰면

좋은컴퓨터도 야겜도 영어도 완벽정복!
Time of my life
15/12/09 08:58
수정 아이콘
386이니 486컴퓨터니 짱좋다 해서 이게 무슨 ibm이 만든
규격마냥 컴퓨터 자체가 다른걸로 알면서 게임하고 dos로
폴더들 찾아가며 게임 찾아서 실행할때 기억나네요..
그러다 윈도의 gui를 봤을때 그 충격은.....
15/12/09 09:10
수정 아이콘
M은 전인류(아.. 아니 콤퓨타 키드들)의 축복이었죠....
세인트
15/12/09 09:17
수정 아이콘
아 정말 군대 갓 들어갔을 때만 해도 행정병도 나한테 컴퓨터 문제 물어보던 때가 있었는데...
유부남 아재가 된 이제는...
어제 피시방 가서 아주 간단한 화면 문제도 해결을 못해서 절절매다가 결국 알바생 호출 ㅠㅠ

그나저나 정말 글이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전국의 콤퓨타 키드 출신 아재들 화이팅입니다!! ㅠㅠ
흐르는 물
15/12/09 09:24
수정 아이콘
cmos에서 uefi로 바뀌면서 대격변이 일어난거 같아요.
난 전산실에 있는데도 아직 저걸 어찌해야 할지 헷갈립니다

나름 XT 부터 굴려먹었는데 이젠 ㅠㅠ
사악군
15/12/09 09:31
수정 아이콘
아 진짜..486시절엔 저도 컴을 조립했는데..이젠 윈도 새로깔자신이 없습니다 ㅜㅜ
abyssgem
15/12/09 09:59
수정 아이콘
저도 나름 8bit 시절부터 30년 경력의 컴보이이고 윈95는 95번 윈98은 98번 윈XP랑 2000는 2000번(요건 거짓말) 깔았다고 자부하는데,

최근 윈도8.1이랑 윈도10 그리고 스카이레이크 이후 도로 윈도7 까는 과정에서 그놈의 UEFI, xCHI, GPT땜에 별의별 애로사항이 꽃피더군요. 기존의 BIOS AHCI만 알면 되던 시절의 지식이 오히려 방해가 되고 그때 하던 가락대로 하면 더 심각하게 꼬여버리는 느낌이랄까요. 그 무섭고 대책 없다는 랜섬웨어가 겁나서 플래쉬도 끄고 쓰고있고, 정부 관련 사이트의 그 무지막지한 보안프로그램 러쉬는 그보다 더 소름끼치고... 끄응

내가 이럴 정도면 초보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지.
forangel
15/12/09 10:44
수정 아이콘
윈도 하루에도 두세번씩 깔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깔아본지 10년은 된듯...
이젠 그냥 첨살때 깔아달라고 합니다.
지니쏠
15/12/09 10:5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어요 글 많이 써주세요 흐흐
Neanderthal
15/12/09 10:57
수정 아이콘
일평생을 컴퓨터와 친해지질 않네요...--;;;
SuiteMan
15/12/09 11:09
수정 아이콘
처제가 노트북 익스플로러가 안된다며 가져왔는데 도저히 고치기 힘든겁니다. 형부 컴퓨터 잘하니까 가져와..와이프는 그랬는데. 아 말 잘해서 포멧시켜야겠다 해서.잘 설득시키고 포멧하기로 했습니다. 윈도시디를 찾아서 이제 할려고 하는데 시디롬이 없는겁니다..usb로 시디 만들어 포멧하는거 얼핏들어서 부랴부랴 생고생 다했네요. 결국엔 해줬는데..그 usb아직도 그대로 있습니다. 만지기도 싫더군요..
원추리
15/12/09 12:05
수정 아이콘
컴퓨터 조립을 마지막으로 해본 게 언제더라. 군대에 가기 전이다.
저도 그렇네요......
15/12/09 14:32
수정 아이콘
와.. 지금 서른 중반인데 간만에 완벽하게 공감되는 글이네요.
지금도 몇몇 연락 많이 안하는 친구들은 제가 컴퓨터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죠.
가끔 연락와서 컴퓨터 이런거 저런거 사려고 하는데 어떠냐? 물어보면..
어떤 경우에는 응? 나 컴맹이야.. 요즘은 아예 뭐가 뭔지 하나도 몰라 라고 답할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인터넷을 빠르게 검색해서 그런거 저런게 좋지 않나? 하면서 아는체를 할 때도 있고..

대학교때는 조립컴퓨터 싸게 사서 조립해주기도 하고 참 컴퓨터라면 여러가지 만지고 뜯고 그러고 놀았는데,
지금은 포맷은 어떻게 하는거며, 윈도우는 대체 어떻게 설치하는지, USB로 부팅은 뭔지.. (포맷하고 부팅은 플로피 디스크로 하는건데 말이죠.. ㅠ)

초딩 때 컴퓨터학원을 다녔는데 GW Basic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시키는 것만 따라하다가,
도저히 당시 내 머리로는 로직을 따라가지 못해서 맨날 어버버하다가 수업끝나면 남아서 애들하고 킹콩 게임하면서 건물부수다 왔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당시 프로그래밍언어 그딴건 모르겠고 친구 게임을 카피해야되는데 할줄을 몰라서 컴퓨터 학원 선생님에게 물어봤다가 '너는 말해줘도 모른다'며 무시당한 기억도 있고요. 도스창에서 Copy C:Hero2Hero2.exe A: 이딴거 하나 가르쳐주는게 뭐가 어렵다고...

결혼할 때 와이프가 혼수로 컴퓨터 장만할 때 뭐가 좋을까? 물어봤을 때,
비싼거. 무조건 비싼거가 좋은거야. 라고 대답한게 아직도 최근 몇년간 잘한 일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덕분에 고사양 게임도 풀옵으로 즐길 수 있죠. 우리집 컴퓨터 사양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무슨 i7 였던거만 기억남..
한글8자
15/12/09 15:01
수정 아이콘
전 여전히 약간의 디바이스 세팅 결벽증 때문에 윈도우 설치 및 중요 프로그램 설치는 제가 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 바탕화면에는 각종 파일 및 아이콘이 200개가 넘습니다.
다크나이트
15/12/09 16:31
수정 아이콘
GPT를 GBT로 일관되게 잘못 쓰신 것부터 20년 전의 컴터 고수의 냄새가 솔솔 풍기네요 ㅠㅠ
470skipper
15/12/09 17:32
수정 아이콘
나이는 좀 차이가 나는것 같지만 공감이 많이가네요. 용산 발품 팔던 시절 생각납니다. 추천.
15/12/10 01:07
수정 아이콘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잘 봤습니다.
elegantcat
16/04/02 10:41
수정 아이콘
헉 상도4동이라니... 익숙한 지명이 보이니 반갑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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