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3/02/10 00:17:04
Name 민머리요정
Subject [야구] 최초의 재일교포 타격왕 고원부
안녕하세요. 민머리요정입니다.
가끔씩 올리는 야구관련 글들이 에게에 올라가는 걸 보니,
왠지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ㅠ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

한국 프로야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재일교포 출신 선수들의 역할이 참 중요했습니다.
시즌 30승의 장명부, 84년 한국시리즈 3승, 85년 25승의 김일융.
그 외에도, 김무종, 김홍명, 고원부 등등 많은 재일교포 선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프로야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빙그레 이글스 외야의 한 축, 고원부 선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재일동포 출신으로, 일본 중경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카이 호크스 (現 소프트뱅크)에 입단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재일교포라는 신분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를 받았고,
그가 입단을 하고 4년간 1군 경기에 출장한 횟수는 단 4번이었습니다.

입단 후, 긴 시간동안, 기본기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실력을 다졌고,
83년 NPB 2군 올스타전 MVP에 선정될 정도로,
발전된 기량을 보였지만, 1군에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부당한 차별 대우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여,
고원부 선수는 코치를 폭행하는 사고를 저지르게 되고,
이후 일본프로야구에서 영구퇴출을 당하게 됩니다.

평소 재일교포 선수들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장훈은,
그의 재능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한국행을 권유하게 됩니다.



한국에 건너올 때에도, 그가 코치를 폭행했다는 소문들이 퍼졌고,
각종 소문에 대한 선입관들이 있어서, 적응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후, 그에 대한 선입관은 그의 야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자세로부터 깨지게 됩니다.

첫 해였던, 86년, 신생팀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하여,
0.245의 타율, 76안타만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 후, 2년차였던 87년 0.324의 고타율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빙그레가 탈꼴찌를 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됩니다.

빙그레 외야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고원부는,
89년. 0.327의 타율로 타격왕을 차지하게 되고,
골든글러브까지 수상을 하게되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89년의 타격왕 고원부의 타율 0.327은,
역대 프로야구 역사상 최저타율 타격왕으로 기록되었고,
경쟁 과정에서 김영덕 감독이 시즌 막판 출장 경기들에서
고원부를 엔트리에서 제외함으로 타율을 유지하게 하여,
삼성 강기웅 선수와의 타격왕 경쟁에서 이기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김영덕 감독의 기록 만들어주기의 한 이야기로,
84년 고의패배로 결승전 상대 고르기 논란,
92년 송진우 다승, 구원왕 밀어주기 논란에 묻힌 사건으로 알려집니다.

타격에 있어서, 파워나 정교함, 배트스피드, 주루와 같은
타자의 핵심적인 능력으로 타격을 하는 선수라기보다는
상대투수의 습관을 파악하고, 예측하여 노려치는데 능한 타자로,
고원부 선수는 기억됩니다.

투구패턴이나, 습관, 움직임들을 빠르게 캐치해서 타격을 하는 두뇌형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원부 선수를 높이 평가하는 다른 사항은,
그의 인간관계능력이라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곤 합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이글스 타자의 최고 레전드 장종훈 선수가,
최고 은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고원부 선수입니다.

이 두 선수는 85년 빙그레 입단 동기입니다.
고원부 선수는 난카이 호크스의 최고 유망주 출신이었지만,
장종훈 선수는 고작, 세광고를 갓 졸업한 연습생.

그랬기 때문에, 일본야구를 경험한 고원부는, 빙그레의 1군 합류로
바로 핵심전력으로 경기에 출장했지만,
장종훈은 일손이 부족한 신생팀의 연습생으로 입단했기 때문에,
배팅볼 투수, 불펜포수 등 연습생이 아니라 거의 훈련보조요원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연습이 아닌 각종 뒷일만 하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장종훈 선수는 딱 1년만 하고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이 때 고원부 선수가 없었더라면,
90년대 초반, 최고의 홈런타자 장종훈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당시 프로선수였던 고원부는 연습생이었던 장종훈을 볼때마다,
환한 웃음을 지어주며, 등을 두드려주고, 격려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격려.
야구를 포기하려 생각했던 장종훈은 고원부를 대하면서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이후 고원부가 전해주는 타격기술과 마인드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피와 땀을 흘리는 혹독한 연습 끝에,
훈련보조가 아닌 연습생으로 정식 2군선수에 등록이 되었으며,
이듬해인 1987년 1군 무대에 데뷔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1군 선수가 된 이 선수는 4년만에 홈런왕,
그리고 2년 후, 41홈런으로, 한국 야구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이렇게 큰 선수가 된 후, 정식프로선수가 된 이후에도,
장종훈 선수는 고원부의 조언을 늘 구했다고 하는데요.

고원부가 프로선수 2,3년차로 접어드는 장종훈에게,
'공을 쳐서 안타를 만들기보다는, 공을 한번 띄우는데 집중해봐'
라고 조언을 했고, 이후 장종훈은 장타에 다시 눈을 떴다고 합니다.

이 조언은 후일에, 장종훈을 통해서 다시 김태균에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2005년 은퇴를 하게 된 장종훈 선수는 은퇴사에서도,
'고원부 선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그 은혜를 잊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89년 타격왕을 차지한 것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된 고원부 선수는, 이후 빙그레 이글스가,
이정훈, 이강돈, 장종훈, 강정길 등 최강타선을 구축함으로,
점차적으로 설자리를 잃게 되었고,
결국 92년 OB에 이적하면서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시즌이 종료한 후 은퇴를 결심하게 됩니다.

잠시 일본에 돌아갔다가, 94년 태평양의 타격코치로 복귀한 그는,
최악의 공격력을 자랑하던 태평양의 코치를 맡아서,
팀타율을 끌어올리는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선수시절 그의 장기였던, 노려치기, 빠르게 파악하는 법 등을
전수하여, 상황에 맞게 짜임새있게 득점하는 법을 전수했습니다.

이렇게해서, 김경기, 김동기, 이숭용이라는 중심타선을 구축했고,
그 해 태평양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준우승을 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됩니다.

수훈 선수가 인터뷰하면,
당시 선수들은 고원부 코치님이 치라는 사인대로 노려쳤다고 소감을 늘어놓곤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족집게 코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고원부 선수가 코치로 탈바꿈하면서 만들어 놓은 하나의 이정표.

당시, 계곡에 뛰어들고, 체계적인 훈련보다는
혹독하고 극한의 훈련을 통해서 다져지던 교관에 가까웠던 코치에서,
전문성을 가지는 전문가로서의 코치로 바뀌어가던 시기.
그 중심에 고원부가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프로야구는 30살이 넘은 나이로,
외국인타자들 조차, 설 자리를 잃고 돌아가게 되는,
상당히 발전된 야구를 구사하면서 그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고지행, 강병수 선수 이후,
재일교포 선수가 이제 더이상 한국프로야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크게 성장한 한국프로야구에 있어서,
재일교포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희미해져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고원부 선수는, 다시금 그들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그런 선수가 아니였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는 장종훈 선수의 큰 은인이기도 했지만,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서도 진정한 큰 은인입니다.

---------------------------------------------

한국야구가 이들의 공적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원부 선수 뿐 아니라, 김일융, 김홍명, 김무종, 홍문종, 장명부, 백인천 등....
더 나아가, 김영덕, 김성근 감독님까지....
이들이 한국야구에 준 수많은 영향력들은 지금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언젠가... 꼭 한번쯤
재일교포 야구인들을 위한 하루를 지정해서 의미있는 행사가 있기를 바랍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2-22 06:14)
* 관리사유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2/10 00:20
수정 아이콘
어린 시절 고원부하면 코치님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단한 선수였군요.
민머리요정
13/02/10 09:57
수정 아이콘
재일교포 선수들이 워낙 좋은 활약을 많이 했었죠.
고원부 선수는 선수시절이 길지는 않았지만,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선배라고 기억되는 선수입니다. :)
방과후티타임
13/02/10 07:01
수정 아이콘
이글스 팬이지만, 사실 고원부선수가 활약하는 시절에는 너무 꼬꼬마여서 기록으로만 알고, 잘 모르는 선수였는데 이렇게 자세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민머리요정
13/02/10 09:58
수정 아이콘
늘 제 글에서 보게되는 닉네임을 또 보게되서 너무 반갑습니다.
항상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리콜한방
13/02/10 07:28
수정 아이콘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계시는 지 아시나요?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민머리요정
13/02/10 09:54
수정 아이콘
지금은 개인사업중이라고 알고있어요. 사업이 잘된다는 후문이 있네요 :) 감사합니다.
Practice
13/02/10 11:17
수정 아이콘
크... 이런 글 참 좋네요. 오늘도 추천 누르고 갑니다.
민머리요정
13/02/10 17:18
수정 아이콘
아구, 많이 부족한데 감사합니다.
13/02/10 12:36
수정 아이콘
얼마만에 로그인하고 추천을 눌러 보는건지 가물가물하네요..
감사합니다..
민머리요정
13/02/10 17:20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봐주셔서... 제가 더 감사드려요 :)
fd테란
13/02/10 13:5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민머리요정
13/02/10 17: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13/02/10 20:15
수정 아이콘
의외로 타격왕 고원부를 모르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정작 고원부 코치시절은 잘 모르거든요.
점점 나이를 먹어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민머리요정
13/02/10 22:28
수정 아이콘
휴, 그러게요. 벌써 2월이 중반을 향해 가고있다니.... 참 세월이 빠릅니다.
멀면 벙커링
13/02/10 22:23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근데 김영덕감독이 송진우코치 다승왕,구원왕 밀어주기 했던 건 92년이 아닌가요??

그때 밀어주기로 송진우코치가 92년도 다승왕 구원왕에 올랐을 겁니다.

90년도엔 구원왕 타이틀만 거머쥐었구요.
민머리요정
13/02/10 22:27
수정 아이콘
아, 감사합니다. 자료 수집과정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었네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151 [스타2] [HIGHLIGHT] 2013 GSL S1 Ro.16 Group A Critcal Strike [3] 워크초짜4186 13/02/08 4186
2150 광해, 그의 마지막 길 [9] 눈시BBbr9049 13/02/24 9049
2149 광해, 폐모론과 허균 [10] 눈시BBbr6975 13/02/19 6975
2148 광해, 옥사 또 옥사 [19] 눈시BBbr8144 13/02/16 8144
2147 광해, 피의 시작 [22] 눈시BBbr7845 13/02/15 7845
2146 광해, 왕이 ( ) 된 남자 [50] 눈시BBbr10694 13/02/13 10694
2145 앵 약사의 건기식 가이드- 오메가3 편 [55] 애플보요10197 13/02/12 10197
2144 [LOL] 서포터 입문자를 위한 챔프별 간단 소개 [70] 까망8259 13/02/13 8259
2143 [리뷰] 7번방의 선물(2013) - 7번방의 신파, 하지만 류승룡의 선물 (스포 있음) [43] Eternity8660 13/02/12 8660
2142 [리뷰] 베를린(2013) - 한국형 첩보 영화의 미래를 말하다 (스포 있음) [73] Eternity11976 13/02/10 11976
2140 [기타] 박서의 주먹은 아직 날카로울까? [5] Love.of.Tears.8943 13/02/12 8943
2139 [야구] 최초의 재일교포 타격왕 고원부 [16] 민머리요정8435 13/02/10 8435
2138 이제는 사랑이 장기이고 싶다 [40] 삭제됨15522 13/02/06 15522
2137 그 말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63] runtofly10871 13/02/06 10871
2136 바른 생활 [30] 헥스밤9427 13/02/03 9427
2135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Fin [45] 영혼6922 13/02/08 6922
2134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7 [26] 영혼4895 13/02/07 4895
2133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6 [9] 영혼4452 13/02/07 4452
2132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5 [14] 영혼4661 13/02/03 4661
2131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4 [5] 영혼4688 13/02/01 4688
2130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3 [4] 영혼4659 13/01/25 4659
2129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2 [10] 영혼5231 13/01/24 5231
2128 지고나서야 비로소 꽃인 줄을 알았다.-1 [8] 영혼6775 13/01/23 677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