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10/18 16:00:01
Name 눈시BBbr
Subject [어제] 유신
현재 제 사정에 따라 오늘 밤까지 내용이 계속 추가될지도 모릅니다. '-')
========================================



"소신을 펴나가는 과정에서 욕을 안 먹을 수 없으니 그 비난은 가슴에 다는 훈장 이상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설거지 하는 것 만큼이나 욕 먹지 않게 일하기는 어렵다."

"실컷 잘 먹고나서 그릇 한두 개 깬 것만 가지고 욕을 하는 풍토라면 그 나라는 많은 애국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배가 고프다."

1970년 11월 13일, 한 노동자의 죽음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각하께선 국부이십니다. 곧 저희들의 아버님이십니다. 소자된 도리로써 아픈 곳을 알려 드립니다. 소자의 아픈 곳을 고쳐 주십시오. 아픈 곳을 알리지도 않고 아버님을 원망한다면 도리에 틀린 일입니다. (중략)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한국인들을 굶주림에서 구해주겠다고 했던 그들의 대통령, 아니 지금도 그런 평가를 받는 대통령에게 한 청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요구하며 분신했고, 배가 고프다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것이죠.


한국을 근대화하고 국민들을 배고픔과 북괴에게서 구해줬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지도자는 더 이상 없었습니다. 남은 건 국민들을 탄압하고 죽도록 일만 시키며 그 이득만 빼 먹는 독재자였죠.

+) 뭐 사실 삼선개헌은 이 전이었으니 실제 그렇다기보단 상징적으로요.


김대중은 그 바람을 타고 날아오릅니다. 박정희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가치, 평화와 분배를 내세우며 말이죠.

이런 모습을 본 지도자는 기가 찼을까요? 아니면 애가 탔을까요? 분노한 것은 확실할 겁니다. 감히 은혜도 모르고,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는데, 북괴놈들이 아직도 우리를 노리고 있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 뭐 그랬겠죠. 이어진 대선에서 정말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겨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남은 방법이 있나요. 마침 닉슨 독트린도 터졌네요. 미군이 발을 뺀다니 언제 김일성이가 또 남침할 지 모르겠네요. 야당이라는 놈들은 자기의 원대한 뜻과 나라를 위한 희생을 모르고 자기를 독재자라 욕하네요. 어라 근데 왜 이렇게 빨갱이들이 하는 말과 비슷할까요? 저 젊은 놈들은 왜 거기에 물들어서 빨갱이가 돼 가는 걸까요.

어쩌겠습니까. 산업화는 이제 시작이고 그걸 위해서는 자신이 꼭 필요했습니다. 조국을 위해, 민족을 위해... 그는 결심합니다.


"나는 우리 조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희구하는 국민 모두의 절실한 염원을 받들어 우리 민족사의 진운을 영예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한 나의 중대한 결심을 국민 여러분 앞에 밝히는 바입니다." - 1972. 10. 17

평생의 숙적, 민족의 배신자, 대한민국의 원쑤 북괴와도 이 때는 참 뜻이 통했습니다. 냉전이 조금이나마 완화되던 그 시절은 독재자에게는 지옥일 뿐이었죠. 적대적 공생, 남북은 처음으로 공동선언을 했고 그걸 통해 독재를 굳혔으며, 그 작업이 끝난 후 다시 갈라섭니다.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중략) 시대상황과 혼란 속에 나라를 빼앗기고 공산당 앞에 수백만이 죽어갔다면 그 흐리멍텅한 소위 민주주의가 더 잔학한 것이었다고 말할지 누가 알 수 있으랴."

한국에서 쿠데타는 두 번이 아닙니다. 세번이었죠. 유신, 어떤 좋은 말을 붙이기도 애매했기에 이런 고유명사가 쓰였습니다만, 사실 더 좋은 말이 있죠. 친위쿠데타요.

박정희는 두 번째 쿠데타를 벌입니다. 이렇게 4공화국은 시작됐죠.

----------------------------------------------------------------------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입니다. 전의 이승만과 후의 전두환이 있지만 이들은 그저 도울 뿐이죠. 박정희는 이승만을 부정하며 일어났고, 전두환은 그저 박정희 시즌 2 혹은 박정희 때의 과실을 받아먹은 존재 정도일 뿐입니다. 뭐 실제로는 앞뒤에 배치된만큼 공도 과도 어느 정도 나눠먹었습니다만... 상징적인 의미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 이 때문인지 몰라도 김재익이 너무 안 알려졌죠. -_-;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반공의 경우 한국에 널리 퍼져 있었고, 굳이 이승만이 아니더라도 우익계열이면 누구나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적화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반공은 한국이 내세우는 가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의 경제 성장은 다릅니다. 수출 주도 공업 중심의 계획, 이걸 당시 국내외에서 상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2공화국에서 이미 5개년 계획을 짰다고 하지만 2공화국의 목표와 박정희 정권의 목표는 달랐습니다. 국가가 주도한 경제 개발이니만큼 그 공도 과도 당연히 국가, 나아가서 대통령에게 가는 게 당연하죠.

가난한 농업 국가에서 근대화 된 공업 국가로의 변화, 박정희는 이렇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의 명령을 듣고 전세계를 뛰어다니고 그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던 이들이 지금 재벌이 돼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했던 정치인들과 그에게 맞서 싸웠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민주화 후 정계를 좌지우지했죠. 이제 막 세대교체가 된 수준입니다. 박정희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라는 것도 상상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무려 20년에 가까운 세월은 "박정희가 없다면?"을 공상의 영역으로 만들어 버렸죠.

+) 민주주의를 짓밟았는데 무슨 근대화냐고 하실 거 같은데, 파시즘도 근대에 나온 가치예요 (...)

결국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건 그입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 역시 단지 그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죠. 그를 어떻게 보느냐는 곧 지금의 대한민국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보느냐입니다.

그가 죽은 지 한 세대, 아직 한국은 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했습니다. 그를 지지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간에요. 그의 공과가 너무 극단적이었고, 그 모든 게 아직 우리 주변에 깊숙히 남아 있기 때문이죠. 아마 그의 딸이 죽을 때쯤 되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늦으면 제가 죽을 때쯤?

솔직히 어려워요. 그라는 존재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죠. 아직 역사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없구요. 아마 평생 공부하고 싸워야 될 대상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다루는 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죠.

--------------------------------------------------------------------

"70년대의 노력과 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민족의 설 땅이 과연 어디 있을 수 있겠는가."

어디서든 보편성에 대비되는 특수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시대,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정치 형태가 똑같지는 않죠. 대통령제와 내각제로 갈리고 대통령의 권한 자체도 각 나라마다 다르죠.

하지만 민주주의를 내세운다면 그 민주주의의 기본 틀까지 깨뜨리면 안 되죠.

"정치가 펼쳐오는 달콤한 유혹에 정신을 빼앗긴다면 그런 군인은 나라의 기반을 뒤흔드는 아주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까지도 5.16 자체는 대한민국 역사에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아주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공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16이 남긴 '군의 정치개입'은 역시 치명적이다." - 백선엽


채명신
"김대중씨를 빨갱이라고들 떠들어대는데, 말로만 그러지 말고 확실한 근거가 있으면 잡아넣으십시오. 왜 그렇지도 못하면서 빨갱이, 빨갱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집권연장을 하는 걸 십자가에 비유하자) 각하, 십자가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마십시오."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요? 김대중이 정말 빨갱이라서 적화통일이라도 할 줄 알았을까요? 그가 진짜 빨갱이였다면 증거 잡아서 처벌하면 되는 거죠. 노동자들의 인권을 생각하는 게 빨갱이 같았을까요? 그럼 박태준은 왜 그리도 노동자들의 복지를 신경 썼을까요? 대항마로서 나온 만큼 김대중은 당시의 모순을 해결하면서도 성장은 계속해야 된다는 참 어려운 임무를 맡았을 겁니다. 이걸 제대로 못 하면 다시 정권 교체였죠. 하지만 박정희는 안 될 경우 4년을 기다린다는,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걸 견디지 못 했습니다.

아니, 단지 정권교체를 못 버틴 게 아니었죠.


"(김종필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뽑히게 한 후 4년 후에 다시 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에) 그렇지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자기 조직을 짜고 군대 조직까지 다 장악할 텐데 4년 후에 ‘정권 여기 있습니다’하고 내놓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 이만섭 자서전

칼 아니 총으로 흥한 자가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총으로 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자기 수하들도 믿지 못 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 민주공화당 내에서도 박정희의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이 나왔고, 그는 이들을 철저히 짓밟는 것으로 화답합니다.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본질적으로 같다는 말을 쓰죠. 하지만 정도의 차이라는 건 분명히 있습니다.





박정희에 의해 희생된 많은 사람들, 이 희생이 한명씩 줄수록 박정희의 과도 조금씩 줄어들 것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 발전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희생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박정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절대권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희생된 것이었죠. 네, 박정희가 유신을 선택하고 적들은 물론 국민들도 억압한 이상 이런 희생은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독재는 안 된다는 것이죠.

프랑스의 드골은 한국, 대만의 독재와 함께 신대통령제의 대표로 꼽힙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억울하긴 하죠. 어쨌든 박정희와 비슷한 점은 많습니다. 국민투표를 이용했고, 강력한 조국을 원했으며, 핵개발을 원했고 드골은 성공했죠. 하지만 이 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국민투표에서 진 후, 드골은 충격을 먹고 이렇게 말 했다고 합니다.

"불행하게도, 프랑스인이 항상 프랑스인 것은 아니다."

자기를 선택하는 것이 "옳은 프랑스"라는 것이었죠. 꽤나 독재자스러운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인들의 선택을 받아들입니다. 자기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가 프랑스인이었으니까요.

반면, 박정희는 자기에게 반대하는 한국인을 모두 빨갱이로 몰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외치든, 경제적으로 복지를 외치든간에 말이죠. 이렇게 빨갱이로 몰린 이들 중 정말 주사파가 된 이들이 적지 않았구요. 이렇게 박정희는 한국인을 두개로 쪼개놓습니다.

국민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드골은 마지막으로 이런 성명을 발표합니다.


"나는 프랑스 대통령으로서의 직권 행사를 중지한다. 이 결정은 오늘 정오부터 효력을 갖는다."


반면 박정희는 "우리 조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희구하는 국민 모두의 절실한 염원을 받들어 우리 민족사의 진운을 영예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한 나의 중대한 결심"을 밝혔죠.

"그리고 국가에 대해 품으셨던 그 원대한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피땀흘리셨던 노고, 이 모든 것은 제대로 계승되지도 못하고 내팽개쳐져 있는 것이다."
- 고난을 벗삼아 진실을 등대삼아

그리고, 지금 그의 딸은 아버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참 열심히 살고 있죠. 거기에는 유신도 포함돼 있구요.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했다죠? 그 정도로 자신의 독재가 발전을 위한 희생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희생일까요? 공주님 자신은 물론이고 80년대 초에 핵개발을 완료하거나 한 다음에 자리에서 물러날 거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그걸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요? 당장 3선 개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느니 하면서 나왔지만, 자신의 말을 어겼던 게 그였습니다.

설령 박정희의 업적을 띄운다 하더라도 유신이라는 최악의 일을 저지른 이상 비판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침을 뱉으라면서요. 그 말은 침을 뱉을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닐까요? 그걸 비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걸 희생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상입니다.

========================================================

1. 역시 영 아니군요. 원래라면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야구 보면서 "그깟 정치사"모드 -_-; 몰컴으로 쓴 거니 퀄리티는 이해해 주세요. 솔직히 유신 다들 아시잖아요 (=-_-)=
2. 유신, 부마항쟁, 10.26까지(유신은 겨우 9일만에 끝났습니다(?))... 약속된 박정희의 달이 왔는데 집중해서 쓰긴 힘드네요. 일 있어서 주말에 부산 내려가야 되기도 하구요. 나름대로 써 보겠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ㅠ
3. 약속된 박정희의 달에 맞춰 따로 한두편 정도 더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 정도론 힘들 것 같네요. 에휴 -_-; 사실 이건 정치와 너무 연관돼서... 근데 어려운만큼 도전해보고 싶은 인물인데다 이런 좋은 때를 놓치기는 또 싫고 -_-; 고민 중입니다. 사실 공주님과 바로 연관되기에 쓰지 말까 했는데, 그런만큼 더 쓰고 싶은 마음이 싸우고 있어요.
4. 아무튼... 후추통님, 하루 늦었지만 꺼냈습니다 +_+)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11-01 06:26)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후추통
12/10/18 16:1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사실 저야 중국사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마구 꺼내고....워낙에 반골 체질이라 말이라도 하고 적어도 비꼬기라도 못하면 직성이 안풀리는데... 사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지금을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죠...특히 우리나라는 더더욱요.
아 그리고 하루 늦었지만 꺼내셨다구요? 전 이미 한개 더 꺼냈습니다. 후후후후...아 부담드리려는거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구요[먼산]
김어준
12/10/18 16:21
수정 아이콘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그러고 보면 옛날 형벌이 더욱 더 설득력을 얻는 듯 합니다.
Locked_In
12/10/18 16:40
수정 아이콘
글 잘읽었습니다 :D 하고싶은 말이 참 많은데... 학교 컴실에선 정리가 안되네요. 집에가서 덧글 달아야겠습니다.
ⓘⓡⓘⓢ
12/10/18 17:2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을 크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과도 매우 크지만 공도 매우 매우 크다고요.
아직 그 딸이 현재를 살고 있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라는 점에서만 봐도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정의는 아직 조금 이를수도 있겠다고 봅니다

여러면에서 어려웠던 9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박정희 대통령을 향했던 대한 광적 신드롬들을 생각해보면
어찌되었든 저는 박정희 대통령이 훗날 욕 많이 먹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대는 지금의 대한민국보다 더 민주적이고 경제정치적으로 더 발전되어있을거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타테시
12/10/18 17:29
수정 아이콘
진짜 박정희가 유신하지 않았다면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5.16이나 3선개헌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 정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많은 국가들에서도 꼼수를 부리며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물러난 케이스는 많지 않죠.
그 점은 절대 지울 수 없는 박정희의 과라 생각됩니다.
jjohny=Kuma
12/10/18 17:41
수정 아이콘
타테시님// 저도 비슷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놈의 유신만 하지 않았어도 한국 현대사가 상당히 달라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크네요. (고 박정희 대통령 본인에 대한 현대의 평가도 전혀 달랐을 거고...) [S2]
알리바바 사르쟈
12/10/18 17:54
수정 아이콘
유신이 아니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거라는 점에서는 동감합니다.
무플방지위원회
12/10/18 18:08
수정 아이콘
유신이 아니었으면 욕을 조금 덜 먹었겠죠. 유신을 배제하더라도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는 건 과분하다는 생각입니다.
포프의대모험
12/10/18 22:31
수정 아이콘
'가장'이라는건 상대적이죠. 유신을 배제하면 역박체..라고 저또한 생각합니다.
50년전엔 같이 쪽박차던 나라중에 아직도 쪽박차는 나라가 수두룩 하거든요.
Je ne sais quoi
12/10/18 18:0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무플방지위원회
12/10/18 18:23
수정 아이콘
수출 주도 공업 중심의 계획, 이걸 당시 국내외에서 상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라고 하셨지만 실제로 박정희의 경제개발 모델이 스탈린의 개발계획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소련에서도 중공업 우선이냐 1차산업 우선이냐의 논쟁이 있었던 점 등을 생각해 보면 너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국가기록원의 1차 경제개발 계획에 관한 정리입니다. http://contents.archives.go.kr/next/content/listSubjectDescription.do?id=006112

한국전쟁 이후에 우리나라 경제는 2차산업을 중심으로 연평균 4.7%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한국전쟁의 피해가 상당수준 복구되어 안정적인 위치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1961년 5월 군사정변 이후에 정치정세의 변동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내재적 불균형이 심화되어 다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이 만연하여 경제발전에 장애가 되었다. 새로 등장한 군사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경제발전계획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였다.
이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66)은 장면 민주당 정부에서 부흥부가 1961년 5월 12일에 발표한 5개년개발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계획은 전원개발계획, 석탄증산계획, 5대 기간산업(비료, 시멘트, 제장, 기계, 정유)의 촉진, 수산자원개발, 농촌 생산고 증대, 비료 생산, 시멘트 생산, 정유 증산, 공작기계 생산, 제강사업 계획을 담고 있고, 재원은 내자를 포함하여 미국, 서독, 영국, 이탈리아 등 우방제국의 차관과 일본의 대한 재산배상권 또는 투자로 조달하기로 되어 있었다.
나이트해머
12/10/18 18:32
수정 아이콘
박정희가 없었다면 망했을 것이다/더 흥했을지도 모른다.

둘 다 IF죠. 역사에는 없는 IF.
박정희의 경제정책에는 이러저러한 장단점이 있다, 잘되었다/잘못되었다 는 말할 수 있어도 '없었을때' 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죠.

그걸 잊고 박정희 없으면 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은게 문제입니다만.
jjohny=Kuma
12/10/18 18:44
수정 아이콘
나이트해머님// "박정희가 없었다면 망했을 것이다/더 흥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워낙 전자의 목소리가 강했기 때문에 최근에는 그 안티테제로 후자도 만만치 않게 들리고 있지만, 둘 다 단정짓기는 무리라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죠.^^; (저는 후자처럼 생각하는 입장이긴 합니다만... 아니면 최소한 유신이라도...ㅠㅠ) 박정희가 없었다고 해도 시대적 흐름에서 제2의 박정희가 나왔을 수 있는 문제니까요. 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는 이미 개인을 넘어간 그 무엇이지 않을까...

아무튼, 역사에서 배우되 역사 이상의 것은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걸로... 크_크 [S2]
나이트해머
12/10/18 18:54
수정 아이콘
뭐, 모르는 일입니다. 잘될수도 있고, 안될수도 있고.
제2의 박정희가 나왔을수도 있다... 는 것도 좀 그런게, 히틀러든 스탈린이든 처칠이든 루즈벨트든,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비스마르크든 나폴레옹이든, 그 개인의 개성이 특출나서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똑같이 할 것이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인물들이 좀 있죠. 박정희는 어떨까요. 모르겠습니다.
jjohny=Kuma
12/10/18 19:18
수정 아이콘
나이트해머님// 좀 다른 영역이긴 합니다만, 저는 과학을 좋아했어서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없었다면?' 혹은 '뉴튼이 없었다면?'
당시 시대(제가 아는 선에서만...^^;)를 생각해보면, 아인슈타인이 없었다고 해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혼자가 아니더라도)가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그의 업적들의 역할을 할 그 무언가들을 만들어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세간에 회자되는 상대성이론 역시, 물론 희대의 먼치킨급 천재의 작품이긴 하지만, 사실 과학사의 흐름이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암시를 탁월하게 캐치해내 건 물론 아인슈타인옹의 위대한 업적이지만요.)

반면 뉴튼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과연 이 사람이 없었다면 역학이 몇 년 쯤 늦어졌을지...'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게 되더라구요. 단순히 3법칙을 제시한 정도가 아니고 완전히 역학을 집대성했으니... (미적분도 거의 동시에 라이프니츠가 주창하긴 했지만 접근법이 서로 달랐고, 그 두 가지의 접근법이 모두 현대까지도 전해지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사실상 합작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박정희는... (역알못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제 와서 알 수는 없는 일이고 역사를 배워 가며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 제 상상 속에서는 그렇네요.^^; [S2]
사악군
12/10/18 21:44
수정 아이콘
일단 박정희는 있었고 대한민국은 엄청나게 흥했으니까요. 로또 2등 터지는 정도로 흥했는데 다른 번호 샀으면 1등했을걸 하는 것보다는 다른 복권 샀으면 꽝이었을 걸 하는게 더 설득력있지 않습니까? 흐흐.
나이트해머
12/10/18 22:48
수정 아이콘
시대상황을 생각하면 그게 2등이 맞는가도 의문입니다. 다른 국가와 비교도 그렇고, 막판 상황도 그렇고.
당장 29만원씨도 '내가 더 잘했거든?' 하는 판인데.
무플방지위원회
12/10/18 22:49
수정 아이콘
나이트해머님 말처럼 2등 했다고들 이야기하는데 2등이 아니라 3등 아니냐 하는게 반박하는 사람들 의견이죠.
케타로
12/10/18 18:51
수정 아이콘
너무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에게 많은 가르침이 되십니다. 감사합니다.
사티레브
12/10/18 19:05
수정 아이콘
골형 내가 좋아해요

아마 언급한 골형의 경구는
à mon sens, la France ne peut être la France sans grandeur.
내 생각에, 위대하지 않은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
겠죠 흐으

골형을 좋아하는건
삵틀이 맘대로 글쓰게 해줘서? 위너라서?
소와소나무
12/10/18 19:17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박정희라면 평가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였다면 요즘은 잘한 일도 있었던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한 일도 있지만 까일 일이 훨씬 큰 사람정도?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쳤어도 무고하게 사람을 죽인 사람을 좋게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네요. 뭐 평가야 개인마다 다르겠지만요.
무플방지위원회
12/10/18 19:27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을 게임판으로 심시티 게임에 몰입했던 사이코 패스.

한 문장으로 박정희를 정의하라면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jjohny=Kuma
12/10/18 19:34
수정 아이콘
무플방지위원회님// 저는 한 마디로 하자면 '욕심이 도를 좀 많이 넘었다'라고 평가합니다. 그 욕심은 권력욕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라를 좀 일으켜볼 욕심'을 의미하기도 하고... 전자도 후자도 욕심이 과했죠. [S2]
가만히 손을 잡으
12/10/18 20:16
수정 아이콘
소위 역사를 장식하는 위인들의 삶은 사실 가까이 느껴지기가 쉽지 않네요.
아마 박정희도 자신의 신념과 대의정신으로 말그대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신념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뺏어서라도 성취해야하는 것이라면 그 마음은 끔찍하네요.
루크레티아
12/10/18 21:57
수정 아이콘
저는 박통이 생각했던 조국은 말 그대로 '나의' 조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유물로서의 나라말이죠..
12/10/18 21:58
수정 아이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왕이었다면 긍정적으로 볼수도 있겠지만 20세기 중후반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선 안되는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감모여재
12/10/18 23:00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유신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만약 박정희가 총탄에 가지 않고 끝까지 살아서 독재정치를 하다 국민들에게 쫓겨났더라도 지금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나사못
12/10/18 23:14
수정 아이콘
저도 동감합니다.
위의 몇 분도 말씀하셨듯이, 유신이 아니었다면 평가가 조금은 더 올라갔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빵~♡
12/10/18 23:20
수정 아이콘
전두환이나 이승만꼴났죠....일부에게만 추켜세워졌을겁니다.
그리메
12/10/19 00:09
수정 아이콘
박정희에 대해서는
국가 재건엔 충신
유신에는 독재
총탄에 비명횡사했기 때문에 존경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 여기까지 인듯 합니다
끝까지 살았을 경우 잘되면 대만으로 간 장제스고 평타쳤으면 무바라크요 최악의 경우는 카다피가 말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어느 대통령도 망자가 되어 평가를 더 후하게 받는 경우는 분명히 있습니다
무플방지위원회
12/10/19 00:30
수정 아이콘
게다가 전두환이 쿠데타를 한 것도 박정희에겐 천운과 같은 것이죠.

전두환이 쿠데타를 하지 않았으면 박정희 이후 정권은 박정희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한 대는 풍족히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새로운 정권은 모든 잘못은 전정권에 떠 넘기기 때문에.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격하운동을 보면 견적이 나오죠. 또 박정희가 증거를 인멸하고 어쩌고 할 틈도 없이 가버렸기 때문에 박정희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충실히 확보할 수 있었다는 상황도 있었고.

그런데 전두환이 쿠데타를 하는 바람에 그런 상황은 오히려 반대가 된 거죠. 쿠데타의 명분은 박정희 사후 나라가 혼란스러워져서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전두환은 자신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박정희를 비판하면 안되는 상황. 그래서 박정희의 치부를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은폐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죠.

이런 행운이 없었다면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지금보다 훨씬 박하게 되었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두환이는 참 역사에 여러가지 해악을 끼친 놈입니다. 전두환 개객기.
12/10/19 01:47
수정 아이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 사실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만,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법 살벌했던 시기더라구요. 어떻게 저러고 살았나..매달 민방위 훈련하고, 여중생 여고생도 수류탄 투척연습하고. 국민교육헌장 복창하고.. 전국의 군대화?

이때 정착된 기업문화나 그런것들이 요새까지도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현재 관리직에 계신 분들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교육을 받았거나 신입사원이셨을 테니까요.

윗 댓글중에도 있지만 제 생각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좀 더 박한 평가를 받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암살당했기 때문에, 육영수 여사도 암살당했기 때문에 미화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망자에 대해선 비판을 아끼는 편이잖아요.

저 개인적으로도 공도 있지만 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호의적으로 보진 않지만 그렇다고 악평을 늘어놓기엔 뭔가 찜찜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004 [공포] 난 사육당했었다. [80] 삭제됨21274 12/11/02 21274
2003 엄재경 해설님이 강의를 오셨습니다. [51] DEICIDE12493 12/10/31 12493
2002 본격 pgrer 이벤트, <키배말고 칭찬해요> [155] 절름발이이리7073 12/10/30 7073
2001 [영화공간] 이제는 주연급에 올라선 그들의 최고 조연 캐릭터들 [44] Eternity10659 12/10/28 10659
2000 똥아 안녕~ [31] 이명박6801 12/11/06 6801
1999 똥인간 연애함 [110] 이명박12869 12/11/05 12869
1998 눈물똥 [11] 이명박5238 12/11/02 5238
1997 똥에게 [37] 이명박6597 12/11/01 6597
1996 똥의 힘 [33] 이명박9004 12/10/31 9004
1995 똥을 싸고 [18] 이명박5375 12/10/23 5375
1994 똥을 싸며 [19] 이명박8019 12/10/22 8019
1993 부마항쟁 [8] 눈시BBbr6306 12/10/22 6306
1992 이번 7차 스타리그 결승장소입니다 - 소닉 [57] 소닉9596 12/11/02 9596
1991 스타크래프트1 리그 계속 진행중입니다. [38] 소닉9015 12/10/29 9015
1990 요환이형 미안해… [14] Love.of.Tears.8720 12/10/20 8720
1989 2012 HOT6ix GSL Season 4 Code A 최종 결과 정리 [29] DavidVilla5010 12/10/19 5010
1987 똥을 싼다 [20] 이명박9408 12/10/21 9408
1986 그만 좀 떠밀어라. [34] The xian10687 12/10/18 10687
1985 [어제] 유신 [32] 눈시BBbr8143 12/10/18 8143
1984 [LOL] EQQQ로 수정의 상처를 누비는 도미니언의 리븐을 소개합니다. [16] 럼블리프트7448 12/10/15 7448
1983 솔로 탈추울...? [35] seotaiji8409 12/10/14 8409
1982 다음 날 아침 [2] 네로울프4019 12/10/10 4019
1981 [축구] 오~필승 코리아. 그리고 수원 vs 안양. 그 전쟁의 역사. [25] Bergy104530 12/10/10 453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