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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12/08 21:15:21
Name snoopy
Subject 키보드 배틀 필승 전략
오늘 저녁도 어김 없이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는 키보드 배틀에 정열을 쏟고 있는 피지알러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실 저는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키보드 배틀은 언제나 처음에는 “이 주제에 대해 내가 생각한 바를 주장과 근거를 사용에 이야기해봐야지~”라고 시작했다가 “어라, 왜 이렇게 내 말을 못 알아듣지”로 넘어가서 결국에는 “세상에 이런 무식한 놈이 다 있어”로 끝난다는 것을. 저 또한 지난 대학 생활 내내 떡밥만 빼먹겠다고 물었다가 바늘에 상처 입는 망둥어 같은 행동을 반복해왔습니다. 사실 바로 어제 키보드 배틀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떠올렸었는데, 마침 아주 좋은 예가 밑에 올라왔더군요. 그리고 역시나 댓글들도 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자체가 제가 이제부터 하려는 전개에 모순되는 행동일 지 모르나 어차피 계속 그렇게 살아왔고 “때는 이때다”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딱히, 어떤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고 키보드 배틀에 대해 했던 생각들을 뭉게뭉게 던져보겠습니다. 제목은 키보드 배틀러들에 대한 도발입니다.

먼저, 키보드 배틀에 관한 아주 만연한 오해를 해결해 보고자 합니다. 객관적이고, 자세하지만, 논의에서 벗어나지 않고, 논리적으로 치밀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매우 완벽한 주장을 하는 쪽이 키보드 배틀의 승자가 되고 결국 키보드 배틀은 그런 주장을 가려내는 싸움이라는, 적어도 그런 것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BS 지식채널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야기를 아시나요? 아이히만은 유태인 학살에서 수송을 책임 지고 기획한 나치 전범으로서, 도주 생활 중에 긴급 체포되어 이스라엘로 후송되어 재판을 받게 됩니다. 젊었을 때 2차 대전을 경험한 유태인 여성이자 뛰어난 철학자였던 한나 아렌트는 그 재판을 관찰하여 상류층이 보는 잡지인 <뉴요커>에 기고하게 되는데, 후에 그 글을 모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정치철학을 비롯하여 윤리학에 큰 화두를 던졌는데, 그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납니다. “이 책은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정의가 실현되었는지에 관해서만 기술하였다.” 아이히만을 통해서 정치적인 ‘악’에 대한 통찰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당시 독일과 이스라엘의 모순까지 지적하는데, 그 문체가 정말로 날카롭고 객관적입니다. 이스라엘에 사는 유태인들은 “우리가 겪은 고통이 너무나 크며, 그러한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고 비판할 합리적인 자격이 있다”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주장이 왜 정의롭지 못한가에 대해 분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은 아직까지 히브리어로 번역되지 않은 채 이스라엘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있고 한나 아렌트는 이스라엘 사회로부터 맹비난을 받았습니다. 한나 아렌트가 한 주장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빚은 이러한 마찰 현상 자체가 하나의 논의 주제로 자리 잡을 만큼 흥미롭고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명료하고 객관적이고 편향되지 않은 훌륭한 이상적인 저작의 결말이 이렇습니다. 왜 이런 결말을 맞이했을까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분, 애초에 정의롭고,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게 제시하는 주장과 근거들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당사자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상대편한테 잘 먹히는 댓글일수록 도리어 정의나 객관과는 거리가 멀 것입니다.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보는데 때마침 근처에서 소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집중하는데 정말 방해가 되어서 짜증이 났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대화로 해결해야지… 저런 건 정말 아닌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생각하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위는 기본적인 권리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혹시 했더라도 “아마 뭐 저런 놈이 다 있어”라고 무시 당하겠죠? 이게 정말로 다행인 상황인데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불행이 반복됩니다. 밑에서 보다시피, “남에게 피해, 권리”, “기본권”, “헌법” 같은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프랑스 같은 데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가 언급되고, “논리학이나 들으시죠”, “헌법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가 나오면서 “서로 어떻게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세상에 무식한 사람 참 많네”로 끝납니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인간이 소통하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매우 나쁜 언어로, “클리셰”라는 개념을 제시하는데 지금 이 논의들이 클리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히만이 최후에 사형 당하면서 “나는 여러분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데 아렌트는 이것이 클리셰의 절정이라고 지적합니다. 자신이 사형을 당하는 사형수의 입장임을 완전히 부정한 채 장례식이라는 상황에만 매몰되어 그럴 법한 말을 던지는 것입니다. 제가 앞에 따옴표를 친 것들이 “시위”라는 주제만 나오면 매 번 등장하는, 우리의 소통을 차단시키는 “클리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클리셰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무시하고 할 일하는 것이죠. 키보드만 없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www.p 까지 친 순간에 이미 이 전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죠? 일단 이런 클리셰의 난무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제 나름의 연구 결과를 말씀 드리죠. “대화로 해결하는 게 좋지 않나. 난 시위가 좀 아닌 것 같아”라는 친구의 말에 제가 “대화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위가 꼭 필요한 거야”라고 토를 달았다고 해보죠. 제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지식이 있고 친구는 없기 때문에 친구는 저렇게 간편한 감상을 내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무식함을 지적하는 행위는 아니고 (여러분들이 키보드 배틀을 시작할 때 항상 먹는 마음가짐처럼), 친구가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지식을 확장시켜주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확장된 사고를 통해서, 친구가 저와 의견이 같으면 좋고, 다르면 생산적인 토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소통을 시도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으로 소통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자기모순이 담겨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애초에 소통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설명이 필요가 없습니다.

‘갑’의 주장 a가 관점 A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 a는 ‘을’이 가지고 있는 보다 높은 수준의 관점인 B를 통한 주장 b를 통해 반박됩니다. 그래서 ‘을’은 ‘갑’에게 관점 B를 제공하고, 주장 b를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은 자동적으로 ‘갑’의 주장 a를 ‘갑’이 관점 B에서 보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주장 b는 근본적으로 주장 a를 반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두 주장은 관점 B 안에서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포지션을 취하게 됩니다. 후에 ‘갑’이 관점 B를 상회하는 관점인 C를 대동하는데 여기서 자연스럽게 주장 c로 ‘갑’의 입장이 바뀝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위화감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갑’이 새로운 관점 C를 제공한 순간에 ‘을’의 주장 b가 관점 B로부터 관점 C로 이동하고, ‘갑’의 주장 c와 대치하여 당사자들이 느끼기에는 전혀 위화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ABCD에서 Z도 모자라서 알파부터 오메가에 하늘 천부터 땅 지까지 동원되고, 진행될수록 둘의 주장이 좁혀지기는커녕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립니다. 이게 정치인들이나 논객들 사이에서 벌어지면, 최소한의 이익 관계라도 개입할 여지가 있는데, 아마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정복이 아니라 단순히 선의에서 생산적 토론을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벌어지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그리고 결론을 내리길, “아, 세상에는 참 멍청한 사람이 많구나. 이렇게까지 말귀를 못 알아먹나. 하지만, 나도 부족한 점이 많구나. 앞으로 더 지식을 쌓아야지” 그런데 이게 완전 잘못된 생각이니까 다음 키보드 배틀도 망하는 거겠죠? 멍청하다고 여긴 상대방은 관점 A에서 시작했지만, 여러분이 제시한 관점B를 상회하는 관점CDEF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득이 안 되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멍청한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 너무 똑똑해서 문제인 겁니다. 만약 정말 웬만한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참신한 관점을 내세웠다면, 기대와는 다르게 승리의 기쁨을 느끼기는커녕 왕따나 당할 겁니다.

제 생각에 가장 객관적인 관점은 가장 기본적인 관점인 “개인적인 관점”이라고 봅니다. “나는 시위가 싫다”라는 그것 말입니다. 객관적이라고 항상 옳은가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시위가 싫다. 대화에 비해서 시위는 너무 시끄럽고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이게 틀렸나요? 아니죠. 제가 옳다고 하면 무조건 옳습니다. 이것보다 더 객관적인 사실은 존재할 수가 없죠. “나는 시위가 좋다. 민주주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설령 시위가 민주주의를 지켜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도 “나는 시위가 좋다”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합리성에 도취되어 그것이 최고라고 배워가며 살아왔습니다. 생각하는 나를 버리고, 과학적 사고방식을 할 때에만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룰을 인정하고 있죠. 물론 “시위가 민주주의를 지켜준다”라는 논의에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사고방식입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관계 없는 것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규명해야만 밝혀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학적 사고방식이야말로 가장 주관적입니다. 현상 a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이론 A를 통해서만 우리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 A를 상회하는 이론 B가 등장했을 때, 현상 a는 간혹 그 본질부터 바뀌거나 아예 사라져 현상 b로 나타납니다. 이 과학적 사고방식과 합리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우리의 신뢰가 주체로서 우리를 경시하게 만들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똑똑해질수록 다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무시하는 방법만을 배워온 겁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위고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주장에 계속 사실을 덧씌워, 너무나도 쉽게 가장 객관적인 ‘사실’인 우리의 개인적 차원의 사고방식마저 왜곡시키기를 강요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뭘 몰라서 그러는 거고, 그런 부당한 대우를 피하려고 소수의 의견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의견마저 이론으로 왜곡시키기를 강요 당하고, 그것은 결국 모든 논의의 가능성을 클리셰로 단절시키는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클리셰가 우리의 인간성을 파괴해나갈 때, 강력한 힘을 뽐내는 지식이 가지는 부당한 권위가 하늘 끝까지 치솟게 됩니다.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더 많이 알수록 더 남을 무시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사고가 불가능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결론이 있을 리는 없지만, 대충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마무리를 지어보겠습니다. 공자님의 생애를 보면 이 나이 50세에 하늘의 뜻을 깨닫고 10년이나 걸려서 남의 말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니, 하늘을 뜻을 알았는데 도대체 뭘 더 들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또, 있다고 해도 하늘의 뜻까지 알았는데 남의 말 듣는 데 10년이나 더 필요했을까요? 세상을 아우르는 지식도 다른 이와 소통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게 아닐까요? 소통은 결국 주장 a를 제시한 누군가의 말을 차분히 듣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관점 A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주장 a’을 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어? 난 주장 a가 아니라 주장 b인데?”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 순간에 상대방은 온전히 무시당하는 것이고 돌아오는 것 또한 무시뿐입니다. 이 와중에 지식의 권위에만 의존하여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비참한 처지에 몰아넣고 세상에 대한 권리를 소위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자들에게 양도하는 게 되는 겁니다.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은 ‘말하기의 무능성’, ‘듣기의 무능성’,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히만의 경우에는 세 가지가 모두 결여되어 있었답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 아직까지 아이히만 같은 악은 아니니 한 가지 정도만 결여된 것 같습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 말입니다. 결국 인간은 서로 소통해야만 인간입니다. 사실 못 들은 척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큰 잘못이겠죠.

개인적으로 피지알이 소통 가능한 이유는 피지알러들이 똑똑하고 예의가 바르기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스타크래프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인데 한국 사람을 임의로 뽑은 것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다양한 사람이 모였겠죠. 소통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이 피지알러들이 피지알을 마약처럼 끊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고요. 익명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단점을 최소화하고 운영진의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는 등 피지알이라는 시스템이 매우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피지알러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혜택을 받음과 동시에 시스템을 완성시키는 존재죠. 여튼, 피지알러 여러분, 이왕 의미 없는 짓에 몰두했으니 이긴… 피지알러가 되어 봅시다! 파이팅!
* Noam Chomsk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2-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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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8 21:18
수정 아이콘
제가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키보드 배틀 필승 전략 : 인터넷선을 끊는다.

글 잘 쓰시네요
11/12/08 21:23
수정 아이콘
한 문단에 빽빽하게 7~8줄 있는 글을 보니깐 오랜만에 언어영역 문제 푸는 느낌이 나네요. 글은 잘 읽었습니다/
11/12/08 21: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이제 키보드 배틀을 신청하면 필승전략을 보여주시는건가요? (농담입니다.)
11/12/08 21:33
수정 아이콘
정말 글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전 10줄도 못쓸거에요..
一切唯心造
11/12/08 21:34
수정 아이콘
공부하다가 잠시 머리식히러 와서 읽은 첫번째 글이군요.
잘 읽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미먹이
11/12/08 21:36
수정 아이콘
제가 다년간 키보드 배틀을 하면서 느낀 필승 전략은 하나입니다.

"키보드 잡을 시간이 일분이라도 많은 사람이 이긴다."

...-_-; [m]
Mithinza
11/12/08 21:37
수정 아이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만 늘 염두에 두더라도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게 잘 안되지만...

더불어 예의도 지켜야겠지만요 -_-;

다만, 스스로 훈련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위의 두 가지는 어느 정도 개선 가능한 것 같습니다.
11/12/08 21:38
수정 아이콘
다른 사이트에서 소통을 시도하면서 본문에 언급된 생각들을 똑같이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머리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글로 읽게 되니 새롭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13롯데우승
11/12/08 21:47
수정 아이콘
진정한 키배의 승자는 눈팅 하면서 즐기는 제3자
11/12/08 21:5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글 잘 쓰시네요^^

사실, 사람마다 지반으로 둔 전제가 너무 다르기때문에 진심으로 소통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애초에 객관적인 시각도 존재할 수가 없죠. 다 각자의 렌즈를 통해서 본 것들을 객관이라고 위장할 뿐이니까요.
그래서 본문대로 직관과 호오만이 가장 객관적인 진리가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듯 합니다.

소통이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노력해야겠지요 [m]
낭만토스
11/12/08 22:05
수정 아이콘
지금 추천 한개는 제가 찍은 겁니다
신의경지
11/12/08 22:10
수정 아이콘
자기 자신의 존재속에서 타인을 마주하느냐 혹은 타인을 자신의 존재로 끌어들여서 잠식시키느냐죠..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서는요. 정반합이라는 것이 하나로 된다는 것, 정말 어떻게 보면 무섭습니다. 결국 하나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자칫 존재에 모두를 끌어들여 하나의 논리로 만들어 버리면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폭력이 생기죠. 마치 애무를 한다고 할까요? 애무를 통해 타인을 향한 기대감이 생깁니다. 뭔가 목표가 있는데 아직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끊없이 애무하는 행동 말이죠. 그렇다고 상대방이 나와 똑같은 쾌락을 느끼진 않죠.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통해 나의 존재에서는 크나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서로가 영향을 받는거죠~ 그리고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의 존재안에서 나라는 주체를 유지한채 서로가 알수없는 무언가로 향해 나아가는 거;;; 하지만 이러한 에로스적인 것에서 다시 소유, 집착 그리고 정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키보드 배틀이 그러한거 같군요;;
속으론 수사반
11/12/08 22:11
수정 아이콘
일을 하다보면 아니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람을 설득해야할 상황이 종종 닥쳐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논리를 찾아나가는데 최근에 드는 생각이
이게 참 쓸데없는 것 같아요.
누구나 공감하는 분명한 이야기(상식이라고 표현)는 논의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고

"지금은 전효성 시대"

서로간의 의견에서 간극이 발생하는 경우 그 부분을 설명하고 메꾸어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려고 할텐데요.

이 논리라는게 앞서 말한 상식 수준보다 더 발전해 있을 거거든요.
발전이라는 건 마땅한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그런건데.
자신의 경험 (보고 들은것, 공부한 것 등) 이 투영되서 발전되어진 건데.
이미 이 상황에서 이야기하려면 서로간의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분명 서로 맞는 부분이 있고 틀린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논리라는 형태로 이야기된다면 음 글쎄요. 그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술 먹고 글 쓰다 보니 말이 좀 이상한데

결론은 누구나 인정하는 상식 말고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서로 처해진 상황이 다른데 그 논리라는 것을 무기로 누군가를 설득시킬 수 있는가?

요즘 이런 생각이 드네요.
11/12/08 22:33
수정 아이콘
그냥 키배 안하는게 승리인 겁니다
참여하는 순간 해당 사이트에서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어있습니다.
인간관계 책에서 보면 절대 논쟁하지 말라고 되어있더군요
저도 정말 심할 정도의 키보드 워리어였는데(한때는 모든 pgr러가 절 싫어할정도, 닉은 쪽팔려서 못밝힙니다)
책에서 그 말을 본 이후 거의 키배에는 참여 안하는 것 같네요.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아요. 다들 온라인에서 키배뜨지말고 눈팅만 합시다.
속으론 수사반
11/12/08 22:35
수정 아이콘
개미먹이 님// 네 그런 거 같아요. 상대방을 이해시켜서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게 아니라.
기브앤테이크죠. 내가 가진 것 중 제일 도움 안되고 영양가 없는 걸 버리면서 타협해야죠.
토론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잔뜩 좋은 것인마냥 포장하면서 버려야죠.

그나저나 임경완+2군 롯데 투수 ↔ 이승호+임훈

이게 정말 딜이죠. 꼴데 프런트 이제 못 놀리겠네요.

우리 장석이형은 50억을 쿨하게 지르시고 조용히 흐흐흐
된장찌개
11/12/08 22:36
수정 아이콘
상대방을 설득 시키는건 불가능이라고, 성문기본영어 단문해석 문장에 있었는데 (중학교땐 이게 무슨 소린가 했네요.)
논리도 상대방을 이해시킬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아주 성인이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면 모를까요.
상대방을 조금 억누를 수 있는건, 상대방이 객관적인 사실을 틀리게 알고 있을때 그걸 지적하는 정도 밖에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11/12/08 23:04
수정 아이콘
음... 피드백 드리고 싶은데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하하.
김첼시
11/12/08 23:5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각종사안들에대해 일어났던 피지알 키배들에대해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뭐 저는 참여하는입장은 아니었지만 어떤 사안에대해 양측의 주장과 근거를 키배가 일어났었던 게시물의 리플을 쭉 읽어보면서 금방 알수가있고 가끔식 전문적인 견해들을 알수있는 게시물도 있었고요. 뭐 때로는 눈살 찌뿌리게하는 인신공격이나 자존심싸움, 다구리등으로 흘러가는경우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견해들과 지식들을 얻을수있어서 좋았습니다.
11/12/09 00:05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분명 어렵고 긴 글인데도 읽어지는데 막힘이 없고 부드럽게 읽히게 하는 필력에 감탄 하게 되네요.
인터넷에서 자주 벌어지는 (특히 pgr)의 논쟁들을 보면서 뭐라 말은 하고 싶은데 참여하게 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댓글만 주욱 읽다가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닫아버리는 편인데. 이 글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정말 잘한 행동이었
다는 생각이 드네요. 평소 행동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이런 글 정말 좋습니다.
11/12/09 00:21
수정 아이콘
저도 조금은 참여해본 입장으로 써보자면
일단 참여할때는 불이 붙었으니까 아무생각없이 전투에만 매진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끝나고 되돌아보면 왜그랬나 싶더군요.
밤에 잠도 안자고 나와 전투를 붙은 그사람 한사람만 읽을 댓글을 쓰기위해 있는생각 없는생각 다 끄집어내서 댓글놀이를 하는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었을지...
그래도 가끔 불붙는 이유는 아직 제 마음속에 조그마한 패기 혹은 객기가 남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와 상대방이 다르다는걸 인정하고 넘어가면 다 좋게 끝나겠지만 그걸 바꾸려는 노력도 안해보는건 어쩌면 비겁한 회피일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하면 할수록 하나마나라는 사실만 인정하게 됩니다만....
근데 어차피 인생의 대부분은 쓸모없는데 버리는거 아닌가요.
항상 의미있는일만 하고살면 무슨재미겠습니까. 가끔은 일탈도 하고 낭비도 하고 돌아가기도 해야죠.
피와땀
11/12/09 00:50
수정 아이콘
지금 제얼굴이 화끈거리는것은 담배때문입니다. ;;;;;
부끄럽네요. 오늘도 많이 배웁니다.
11/12/09 02:16
수정 아이콘
키배라고 불리는 넷상에서의 토론이 의미가 있는 것은 상대방을 설득 또는 패배시키기 위함만이 아닐겁니다
그게 전부라면 둘이서 쪽지를 주고받고 말지 게시판상에서 댓글에 댓글에 댓글을 달 필요가 없는 일일테죠

그보다는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더 클겁니다
편을 나누자면 내글을 보고 공감해줄 우리쪽편 내글을 보고 열받을 상대쪽편 내글이든 상대글이든 그걸 보고 새로 의견을 정립할 제3자등등
실제 키배가 멈춰지는 것도 어느 한쪽이 그만두어 끝나는 경우 보다는 댓글이 지리해지고 글이 페이지 뒤로 넘어가면서
더이상 볼 다른 사람들이 없을 것 같이 생각될 경우에 자연스레 멈춰지는 경우가 더 많을 듯 하죠
pathology
11/12/09 03:36
수정 아이콘
음 역시 키배는 부질없는것 같습니다.
시간낭비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회원을 탈퇴하는것 같아요.
흑ㅜ 04년부터 들락거렸는데.. PGR안녕ㅜ
La Vie En Rose
11/12/09 04:2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저 역시 인터넷 키배는 피해가는것이 가장 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셨듯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상대방과 생산적인 토론분위기를 만들고
서로 감정 상하지 않고 토론에 집중 할 수 있다면 가끔은 책에서 얻을 수 없는 지식과
자신의 균형감각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을거 같아요.

키배의 기술을 연마하기 보다 토론의 기술을 연마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읜 생각의 폭도 좁고 깊이도 낮아서 그저 눈팅만 할 뿐이죠.
정말 키배도 똑똑해야 할 수 있는거 같습니다.

내가 이긴 피지알러따위라니...
그것은 전설속의 4대성물의 이름을 되내여보는것과 비슷한 감정이군요!
R U Happy ?
11/12/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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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는 것은 때론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더군요
켈로그김
11/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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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적어주셨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만,
많은 옳음 중에서 일부를 아는게 전부는 아니죠.
적용을 어떻게 하느냐. 어느 정도로 적용해야하고 특정 사안에서 우선순위는 어떠한가.. 이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클로로포름이 독극물인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몇 mg/kg에서 독성이 나타나는지, 치사량은 어떠한지, 독성기전이 어떤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듯이
"자유" "평등" "관용" 이런 가치가 실제 적용될 때, 어떤 상호연관성을 갖고 사회적으로 어느 수준이 용납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사람도 드물지요.
적어도 책으로 배워 아는 사람들 전부가 체득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정확한 비율에 대한 언급은 어렵지만서도..


저는 키배에서 중요한건 결국은 여론주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소수로 나뉘는 유불리를 뜻하는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누구의 말이 더 그럴듯하여, 여론을 주도하게 되는가"
(저는 이 과정에서 원론적 정의, 원리주의적인 입장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이런 의견이 여론을 주도하게 되는 경우에는
키보드를 잡지요..;;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이렇다는 거지요.)

뭐랄까.. 독을 전염시키는 행위로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써 놓고 보니 본문의 5번째 문단에서 지칭하는 대상...에 대한 혐오가 저 개인적으로 있는 듯 합니다.
11/12/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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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배를 승리하는 전략 요약

'엔터를 치지 않아서 눈을 아프게 한다'

눈아파서 도저히 본문을 못읽겠네요
글쓴분 윈!
11/12/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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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글의 완성은 댓글이네요.
후후하하하
11/12/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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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반갑지 않네요.
키보드배틀에는 싸움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데 처음 만난 사람에게 싸움을 건다는 것 자체가 예의가 없는 것이죠.
긍정적인 태도로 글을 올려도 오늘 한번 키보드로 싸워보자라는 태도로 온 사람들의 공격적인 댓글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화하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감정만 상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제는 pgr에서 키보드 배틀을 하는 법이 에이스에까지 오를정도가 되었군요.
1년전에 예의에 대한 글이 에이스에 올랐을 때가 그립네요.
11/12/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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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배틀에서 이기는 것 같은 건 불가능하다라는 내용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제목입니다. 예의에 대한 부분은 글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태도로 논쟁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가 주요 내용입니다. 편견을 갖기 전에 긍정적인 태도로 첫문단만이라도 읽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길게 썼다라도 그만큼 성의를 보였으니, 읽고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좋겠는데... 뭐, 어쩔 수 없죠.
후후하하하
11/12/1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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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보면 '소통은 결국 주장 a를 제시한 누군가의 말을 차분히 듣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관점 A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주장 a’을 할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렇게까지 상대방을 볼 필요가 있을까요?
단순히 인터넷에서 만난 상대인데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보는건 '착각'이죠.
상대방의 관점까지 이해하지 않는 주장을 하더라도 서로 존중하는 상태에서 대화를 한다면 틀린 주장이라도 서로 보완해가면서 대화할수 있는것 아닌가 누구의 관점을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생각을 말하는것이 소신있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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