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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12/25 20:51:53 |
Name |
yangjyess |
Subject |
[텍스트] 성탄절 |
마침내 성탄절이 다가왔다
성탄절에 죄수들은 노역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 날은 1년에 단 3일이었다 성탄절 하루와 부활절 이틀)
...
남들이 안달을 하고 신경을 쓰는 것처럼 자기들도 안달이 나고 신경이 쓰인다는 표정으로 돌아다녔다
...
모든 사람들은 마치 내일에 대한 어떤 변화와 예기치 않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
장엄한 날에 대한 존경심은 일종의 형식적인 것으로 변모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일이 없어도 마치 무슨 일 때문에 바쁜 것처럼 심각해 했다
몇 안되는 '놀 일이 있는' 사람들도 마음 한구석에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담아 두려고 애썼다
...
성탄절에 대한 선천적인 경건함을 제외하고라도
사람들은 성탄절을 지킴으로써 자기가 모든 세계와 접하고 있으며
그래서
자기들은 결코 버림받은 사람도, 죽어 가는 사람도, 빵 부스러기 같은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있는 것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싶었다...
...
어떤 우정 같은 것이 나타나고 있었다
...
이 불쌍한 사람들은 모두가 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 대재일을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맙소사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날은 슬프고 힘겨운 날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은 결국 이날을 마치 어떤 희망에 속아서 보낸 것과 다름없었다
...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엇인가 축제 기분이 나게 하는 즐거운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처럼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그가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 차분하고 순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어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눈에 띄지도 않았다
...
나는 웬일인지 슬퍼져서 그들 모두가 안쓰러웠으며 그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괴롭고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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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 중...
완전 다른 시대의, 요즘을 사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지역과 계층의 크리스마스를 묘사한 내용인데
그리고 소설속에서의 맥락은 제가 받아들이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무엇일텐데
이상하게 제가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의 모습, 크리스마스의 제 마음속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그렇게 받아들이는 제 심리가 어쩐지 우스꽝스러워 유머게시판에 올려봅니다
이게 왜 유머냐고 하실 분들이 많을거 같지만...
이해하기 힘든 미소가 이 부분을 읽는 동안 저에게서 떠나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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