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5/11/06 18:07:46
Name 앙토니 마샬
Subject [텍스트] 그래도 아직은 나니와
“세 경기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근소한 차로 내리 지고 난 후,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화가 났습니다. 그간 저를 오랜 시간 동안 오롯이 믿고 응원해준 모국 팬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에게 저에게도 최고의 선수들을 이길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많이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날 여러분들에게 드린 것은 오직 실망 뿐이었지요.

제가 그 당시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한 행동은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제가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팬들이 저와 임재덕 선수와의 경기를 보고 싶어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제가 얼마나 큰일을 저지른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닐 때 “의미 없는 경기”라고 생각했었던 그 경기가,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의미 있는 경기였던 것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저는 이스포츠에서 “의미 없는 경기”따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와 임재덕 선수가 다시 만나 겨루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던 팬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날 전 재덕선수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었던 전략이 있었습니다. 물론 재덕선수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덕 선수를 포함한 모든 한국 선수들과 팬 여러분, 제가 한 행동으로 기분상하게 해드린 것 다시 한번 사죄 드립니다. 임재덕 선수와 팬 여러분, 다음 기회에 혹여 재덕선수와 제가 다시 대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의 시간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또한 채정원 해설을 포함한 곰티비 측 해설진 분들과 감독님들 그리고 스탭 여러분들께도 사과 드립니다. 이제서야 제가 한 행동이 여러분들께서 그 동안 GSL을 꾸려나가며 쏟아 부어온 노력을 한 순간에 가벼워 보이게 하는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제가 그날 한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곰티비를 포함한 이스포츠 전체가 조금이라도 고통을 더 받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저는 오직 저만을 위해서 이 게임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제가 아마츄어가 아닌 프로라는 사실이 이런 저의 생각이나 행동방식과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집에서 혼자 게임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저의 경기들을 지켜보고 있고, 제가 더욱 노력하며 최선의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지 저 자신만을 위한 게이머생활은 접고자 합니다. 비단 저 자신 뿐만이 아닌 수많은 스타크래프트2 팬들과 이스포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프로게이머로 산다는 것이 저의 좁은 식견으로 인지하고 있던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저에게 요구한다는 사실, 이제야 깨닫습니다.”


===========================================================================================

지금껏 살면서 이정도 퀄리티의 사과문은 본적도 없고 볼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니와의 사과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갓설현
15/11/06 18:11
수정 아이콘
진짜 교과서에 실려도 될 명문입니다. 번역 역시 겁나 깔끔.
15/11/06 18:11
수정 아이콘
저도 이재용 사과문보다 여기에 한표..이때는 스2대회 거의 빠짐없이 챙겨보던 시절이라 그일 진짜 별로였는데 사과문 한방에 그냥 녹아버렸죠
물론 그후는 -_-;
15/11/06 18:14
수정 아이콘
이래놓고 작년 iem월챔은 왜그랬을까...
만일....10001
15/11/06 18:17
수정 아이콘
이스포츠 팬들을 모두 안티로 만들만한 사건이었는데, 분위기를 뒤집고 오히려 응원한다는 격려를 받게한 최고의 사과문이죠.
샤르미에티미
15/11/06 18:19
수정 아이콘
이래놓고 또 비슷한 일 벌인 건 함정...사람은 안 바뀐다는 것에 대한 교훈까지 주신 분이죠.
15/11/06 18:20
수정 아이콘
장군님 평가가 오락가락하나 보네요
Sgt. Hammer
15/11/06 18:41
수정 아이콘
이거만 잘 씀 크크크
테임즈
15/11/06 19:22
수정 아이콘
스투열사니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56243 [유머] 조선을 일으킨 자 [12] Anthony Martial5760 15/11/06 5760
256242 [스포츠] 이천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34] Anthony Martial6952 15/11/06 6952
256241 [연예인] 트와이스 우아하게 커버댄스 [1] 좋아요2547 15/11/06 2547
256239 [스타1] 수면제 [1] 좋아요3328 15/11/06 3328
256238 [연예인] 촌스러운 설현 [7] 새벽하늘8879 15/11/06 8879
256237 [유머] 시리얼 만들어주는 로봇 [3] ZZeta3497 15/11/06 3497
256236 [유머] 수면제 [1] 길갈2536 15/11/06 2536
256235 [유머] 군대 안간 사람들은 모르는 군대 이벤트 .jpg [24] 아리마스6737 15/11/06 6737
256233 [유머] 70년대 금리 [5] Anthony Martial6046 15/11/06 6046
256232 [기타] 개인적인 밥경찰 3대장 [38] 조홍4779 15/11/06 4779
256231 [서브컬쳐] 이거 레알인가요? [3] 피로사회4131 15/11/06 4131
256228 [유머] 안지만의 해명.jpg [12] 파란만장7630 15/11/06 7630
256227 [연예인] 배우 김민정 성형의혹 덜덜 [18] 파란만장9320 15/11/06 9320
256226 [게임] [히어로즈] 블리즈컨 내용이 유출되었습니다. [10] 삭제됨2853 15/11/06 2853
256225 [유머] 밥 굶는 날.jpg [13] 피로링6846 15/11/06 6846
256224 [유머] 아싸 과제 안해도 됨 [7] Zwei20488 15/11/06 20488
256223 [유머] 저작권법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19] 톰슨가젤연탄구이6513 15/11/06 6513
256222 [텍스트] 그래도 아직은 나니와 [8] 앙토니 마샬6281 15/11/06 6281
252667 [유머] 서버 오류 이후 쪽지 복구 안내 [2] IEEE7306 15/10/04 7306
256221 [연예인] 한국이 CG에 들이는 노력 [4] 좋아요5474 15/11/06 5474
256220 [기타] 불타는 람보르기니.mp4 [8] 삭제됨3676 15/11/06 3676
256218 [기타] 재조명되는 잘 쓴 사과문의 완벽한 예시.jpg [37] Jace Beleren18285 15/11/06 18285
256216 [방송] 35kg 감량한 렛미인 항아리녀.jpg [6] 삭제됨7730 15/11/06 773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