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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8/14 05:31:03
Name Andromath
Subject [유머] 잘못된 곡을 준비해 온 연주자


- 부연 설명 -
1999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Maria João Pires)는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Riccardo Chailly)의 지휘와 함께 암스테르담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오케스트라의 전주를 듣는 순간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모종의 엇갈림으로 그녀가 그 날 준비해온 곡은 협주곡 21번이었는데 오케스트라는 20번을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태가 벌어진 곳은 점심 시간에 열린 일명 '런치타임 콘서트'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콘서트가 저녁에 열릴 본 콘서트의 리허설겸해서 열리는 공개 콘서트였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와 연주자가 처음 맞춰보는 자리였죠.

공개 콘서트였기 때문에 그냥 끊을 수도 없는 상황.
연주자는 놀라서 지휘자인 리카르도 샤이에게 내가 준비해온 곡과 다르다, 연주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피력해보지만 지휘에 돌입한 지휘자는 태연하게 당신은 할 수 있다며 기운을 돋구어주고는 계속해서 지휘를 합니다.
망연자실한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고개를 떨구고 절망에 빠져 있다가, 이윽고 마음을 가다듬고는 조용히 본인 파트에 맞춰 연주를 시작합니다.

리카르도 샤이는 후에 공개된 이 날의 영상을 담은 위의 필름에서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하나의 실수도 없이 연주를 마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탁월한 모차르트 곡들의 연주자이기도 했고, 수많은 연습을 통해 사전 준비 없이도 기억력을 더듬어서 연주할만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공개적인 자리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 D minor에 맞는 곡의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전주 내내 연주자가 보이는 절망, 극복과 태도 변화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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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chaser
15/08/14 06:26
수정 아이콘
진짜 아찔했겠네요. 그래도 프로는 역시 다르네요!
마음속의빛
15/08/14 06:28
수정 아이콘
연주자도 아닌데 다른 연주자의 몫까지 미리 연습을 해놨다가 당일 공연장에서 연주자가 불참하게 되어
급작스럽게 원래 예정된 연주자 대신 다른 연주자가 연주를 하다가 대박난 경우도 있더군요.

노력하는 천재란 이런 사람들을 의미하는 거겠죠.
늘지금처럼
15/08/14 09:38
수정 아이콘
위플레쉬네요 크크크
마스터충달
15/08/14 06:38
수정 아이콘
몸이 기억하듯이 막 치네요;; 덜덜;;

근데 연주자만큼 지휘자의 리더십도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저 와중에 저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할수 있다고 크크크크
15/08/14 07:20
수정 아이콘
수많은 연습을 통해 몸이 기억하는 것이겠죠.
정말 대단하네요.
15/08/14 07:24
수정 아이콘
영웅은 공부따윈 안한다네........ 아 이게 아닌가......
tannenbaum
15/08/14 07:27
수정 아이콘
아.... 뭐죠
왜 눈물이 나려는거죠 ㅜㅜ
비익조
15/08/14 07:28
수정 아이콘
와..수 천,수 만 번...
Andromath
15/08/14 08:41
수정 아이콘
비익조님 댓글을 보니까 갑자기 이게 생각이 나네요.

"수백, 수천, 수억 게임을 했어요. 그래서 이 게임의 모든 걸 이해했어요. 그럴 정도로 게임을 했기 때문에…"
- 홍진호
15/08/14 09:10
수정 아이콘
수만번 넘게 쏘아온 공이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서태웅
몽키매직
15/08/14 08:09
수정 아이콘
피레스 아줌마는 이 이전에도 20번은 여러 번 연주회 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 쳐도 멘붕을 극복한 게 대단 크크크...
TheNeverEnders
15/08/14 08:20
수정 아이콘
근데 이거 연출아닌가요? 카메라가 너무 두 사람의 감정을 잘 캐치해서 촬영하고 있는데.. ㅡㅡ;;
Andromath
15/08/14 08:36
수정 아이콘
처음에는 혹시 그런건 아닌가 싶었는데 당시 (1999년)에는 이미 피레스와 샤이 둘 다 어느 정도 경지와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라 굳이 연출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연출을 하려면 동기가 있어야할텐데 그럴만한 부분이 많이 약해서요. 그리고 이 필름 자체가 말러와 기타 음악들에 대한 소개를 담은 다큐멘터리 비슷한 것으로 기획된거라 이 사건 자체가 필름에서 핵심 부분도 아니었고요 (유튜브 영상은 3분 가량인데 이게 본 필름에서 아주 짤막한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이 해프닝 자체가 거의 십여년을 묻혀있다가 2013년인가에 몇몇 신문에서 발굴(?)해내고 기사화하면서 유명해진거라, 뭔가 의도가 있었다면 십여년동안 묻혀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레스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로는 전집 앨범도 낸 양반이고, 모차르트를 많이 파온 사람이니 어떻게든 대응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몸이 체득했다고 해야할까...
마지막으로 영상이 존재하는 것과 앵글을 절묘하게 잡은 것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연주 장면을 다큐멘터리에 포함시킬 의도가 있었고 또 실제로 그러했기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즐겁게삽시다
15/08/14 08:56
수정 아이콘
위플래시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내가 핫바지로 보이냐?
현금이 왕이다
15/08/14 09:07
수정 아이콘
위플래시 대로라면 무시하고 21번을 연주했어야...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흥미로웠을 거 같네요. 크크
하얀마녀
15/08/14 09:02
수정 아이콘
결승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트런들을 플레이해야했던 한 선수는...
솜이불
15/08/14 09:10
수정 아이콘
와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5/08/14 10:19
수정 아이콘
연극이나 영화에서 극의 모든 대사를 다 암기해 놓았던 엑스트라가 갑자기 하차한 배우를 대신해 꽝 터트린 경우를 들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곧미남
15/08/14 10:48
수정 아이콘
역시 예체능은 재능입니다. 흑흑
Mephisto
15/08/14 10:51
수정 아이콘
연주자도 연주자지만 이미 무너진 멘탈을 실시간으로 회복시키다니........
지휘자가 더 대단해보이내요.
리듬파워근성
15/08/14 11:33
수정 아이콘
와 완전히 다른 세계 이야기같네요.
노노리리
15/08/14 11:51
수정 아이콘
크허 연주 들어가는 장면에서 소름이... 덜덜덜...
Pathetique
15/08/14 14:04
수정 아이콘
"스케줄을 잘못 알아서 다른 곡을 준비했어요 -_-;;;" "괜찮아요. 당신 작년 시즌에 이 곡 공연했었잖아요. 할 수 있어요. 한번 가 봅시다.."

그리고 그녀는 단 한번의 실수도 없이 협주곡 연주를 마쳤죠.

피레스가 아무리 모짜르트 스페셜리스트이긴 해도 이건 좀 너무하네요. 크크크크크크
파르티타
15/08/14 18:13
수정 아이콘
피레스 할매 지난번 내한 했을때 가서 봤었어야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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