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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5/08/03 22:59:22 |
Name |
김본호 |
Subject |
[텍스트] 외계인 침공 시나리오 |
지구는 슬픔에 젖어있었다.
3년.. 단 3년의 시간만이 주어졌고, 이제 그 시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추락한 UFO의 존재는 언론통제를 꿈도 못꿀만큼 많은 목격자를 낳았고
그 안에서 발견된 외계인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보는
유사 이래 인류에게 가장 큰 충격이 될만한 것이었다.
10만광년 떨어진 성단에 사는 외계인들이 3년 후 지구를 찾아온다.
그들의 목적은 "정화"였다.
수많은 과학자들과 아마추어들이 경쟁하듯 내놓았던 외계인의 목적에 관한 유력한 설들은
전부 빗나가고, 가장 원초적인 이유만이 남아있었다.
"분노"
타 종족에 대한 광신적 분노는 그들의 문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었으며,
그들의 사회를 통합시켜주는 도구였다.
그들은 우주에 그들 외의 종족이 존재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으며, 이제껏 발견한
여러개 행성의 원시적 생명들을 말살해왔다.
찬란하게 꽃피울 가능성을 가졌던 수많은 생태계가 그들의 분노앞에 잿더미로 사그라 들었으며
그러한 파괴의 끝에 드디어 발견한 문명을 가진 첫 종족, 우리들로 인해 그들의 사회는 더없이 흥분하고 있었다.
끝모를 분노로 인한 흥분.
이를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어떠한 외교적 수단도 그들을 주저하게 할 수는 없었다.
심문과 정보공유를 위해 설립된 6개국의 합동기구는 더없이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외계인의 말에 따르면 3년 후 지구에는 피할 수 없는 종말이 다가온다.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이 강한 인물들일 수록 절망 앞에 쉽게 굴복한다.
그들은 쉽게도 기밀을 유출했다.
전 지구적 혼란이 시작됐다.
제3세계 국가들 대부분은 완전한 무정부상태에 돌입했으며,
한때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국가들 역시 질서유지를 위해서 극단적인 힘의 논리를 자국민의 턱앞에 들이밀어야 했다.
미래를 잃은 인류의 모습은 전혀 비장하지 못했다.
그들 스스로 놀랄만큼 추하고 야만스러웠다.
격렬하게 달궈졌던 인류는 그만큼 빨리 식어들었다.
그들은 정말로 희망이 없는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아보고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사회는 어느정도 질서를 되찾았고,
생활에 필수적인 산업일수록 빠르게 재가동 되었다.
더이상 저축할 필요가 없어진 노동자들도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미래를 잃은 인류의 모습은 전혀 탐욕스럽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놀랄만큼 관대하게 베풀 준비가 되어있었다.
전 지구적인 자원 소모가 시작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소비는 아니었다.
상황통제가 가능한 모든 정부는 국가 자원을 아낌없이 한곳에 투자했다.
모든 산업체가 한가지 목표하에 움직였고, 이들을 움직이는 이들은 더이상 급여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혹시나 모를 단 한가지에 마지막 희망을 걸며 사력을 다했다.
제대로된 이름도 붙지 않은,
그저 프로젝트명일 뿐인 한가지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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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있었다.
천재들이 있었다.
세상이 끝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은 모든 자원, 환경의 제약을 무시했을 때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위수단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실현가능성"을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
실현할 수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채 품고 있다 사라지게 될 자신의 재능,
자신의 가능성을 발휘해보는 것이었다. 설사 배설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은 추락한 외계 우주선을 샅샅히 연구할 권한을 갖게 되었고
그들이 사용가능한 연구비용은 사실상 무제한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자원은 세상에 존재하기만 하면 무료로 제공되었다.
아무도, 무엇도 아낄 이유가 없었으니까.
외계인의 지구 침공 19개월 전.
그들은 외계 기술을 응용하여 "이론적으로" 원하는 위치에 반물질을 생성해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그 에너지의 영향범위를 완벽하게 조율하며
원하는 시기에 에너지를 소멸시킬 방법을 찾아냈다.
"만약"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장비가 시간내에 건조될 수 있다면,
"만약" 이들의 예상처럼 반물질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지구가 파괴되기 전에 적 함대만을 파괴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미래를 잃은 인류는 더이상 우유부단하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놀랄만큼 강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직경 23KM, "지구인 응용형" 외계병기의 건조가 시작되었다.
전 인류 역사상 이처럼 막대한 자원과 노동력이 아낌없이 부여된 적이 있던가.
모두가 이 한가지를 위해 살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외계인과의 전쟁은 어느새 잊고 그저 이 "희망"의 건조가 성공하는 것만을 꿈꾸고 있지 않은가.
"희망"이 완성된 것은 침공 3개월 전이었다.
어차피 외계인의 도착 기일은 명확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매일매일
당장 내일이라도 외계인이 쳐들어올 것 같은 불안감과 싸워가며 결국 이 대공사를 완료했다.
선조들이 본다면 자랑스러워할까?
후손들은 바벨탑을 끝까지 지어냈다.
그리고 하늘에 도전할 셈이었다.
테스트따위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희망"을 설계한 이들조차 이것이 제대로 작동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인류 기술 수준으로 구현한 이 병기는 단 한번 작동하면 그 구조를 유지할 수 없을테고
아마 해당지역을 영원히 바꿔놓을만큼 심각한 파괴를 일으키겠지.
그들은 이제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외계 함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사전 관측이 전혀되지 않은 채, 당연하다는 듯이 태양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지구를 침공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지구인에게 천천히 위용을 과시하며 공포를 심어주길 원했다.
승리만을 해온 종족이 보일 수 있는 오만이었다.
그들은 몇주에 걸쳐 땅위에 묶인 지구인들을 조롱했고 천천히 대기권에 돌입했다.
과학자들이 말했다.
단 삼십분.
단 삼십분만 버텨달라고.
단 한번 뿐인 희망이었다.
낭비할 여유가 없었고 만전을 기해야했다.
단 한번의 반물질 생성으로 적 함대를 모두 파괴해야 했고,
지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완벽하게 범위를 조절하고, 최대한 빨리 에너지를 소멸시켜야 했다.
조금의 실수로 외계함대와 함께 전 지구인이 자폭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UN군의 총 병력이 움직였다.
외계인들이 늑장을 부려준 덕에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 지구인들이
바닥부터 긁어모은 전력이 외계인 도착지점으로 모일 수 있었다.
운용가능한 모든 탄도 미사일들이 아낌없이 발사되었다.
그들이 적 함대에 도달하여 하늘을 불길로 수놓았다.
그리고 전투기들이 날아오르고 지대공 미사일들이 발사되었다.
지상으로 투하되는 상륙부대 따위는 없었다.
적은 정복이 아니라,
하늘에서부터 인류를 쓸어버리길 원했으므로.
"희망"은 서둘렀다.
22분만에 모든 준비를 완료했고, 이제 스스로의 패를 확인해볼 때가 되었다.
관제실의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희망"의 대표였던 "천재"가 다국적군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희망은 움직일 것입니다. 인류는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려왔고,
정적만이 감돌던 관제실에는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했다.
지난 시간동안 철저히 억눌러온 감정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치....익...
다국적군으로부터의 전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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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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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옛날에 최불암 시리즈였나 거기 나온 텍스트 유머를 응용해서 자작질해봤습니다. 죄송
꼭 외계인한테 지란법 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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