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학폭 처리를 하며 야근을 하고 집에 온 흔한 지나가는 초등 생활부장입니다.
왜 학폭 접수는 연달아 터지는 걸까요? 이름이랑 사안이랑 헷갈려 죽겠네요.
집에 왔는데  갑질 카톡 뉴스를 보고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제가 학폭 처리를 하면서 늘 관련 보호자에게 하는 말인데 내 고향같은 pgr에 쓰면 어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아이 재우면서 핸드폰 한글자 씩 눌러봅니다. 노안이 와서 긴 글도 못 쓰겠어요.

여러분.
우리 아이가 학폭을 당했을 때  대처방안 중 제가 드리고 싶은 꿀팁은 학폭을 실제로 접수하건,  아니면 그냥 생활지도나 재발 방지를 학교에 요구하건, 암튼 제일 좋은 것은 가해학생 보호자를 직접 만나 사과 받고 재발 방지 약속도 직접 받는 겁니다.

왜냐하면 가해 보호자는 피해 학생과 그 보호자에게는 진짜 미안해하고 고개도 숙이며 몇 번이나 사과를 진정성있게 합니다.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요)

그런데 가해 보호자는 학교에는 미안한 마음도 없고 교사랑 얘기할 때 아주 당당해집니다. 꼭 진상이나 이상한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학교나 교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 그런지 우리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한 것 = 학교가 실패한 것 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당히 교육자적 소양이 없고 역량이 안된다며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고 학교에 자신의 교육철학을 말하며 그대로 하라고 합니다. 가해 학생의 문제 행동의 책임이 보호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이 사회, 교육 제도, 교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참 이상하다. 왜 언제나 짠 것처럼 가해 보호자는 담임 교체를 요구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들 생각에 학폭이 일어난 건 학교와 교사의 잘못이니 그 당당함이 이해가 됐습니다. 오늘도 너무나 당당히 저에게 우리 아이가 남을 때리는 데 그걸  지도하려면 이렇게 이렇게 해야한다고 절 교육하고 담임도 교체해달라는 고압적인 자세의 가해 학생 보호자를 보고 현타가 와서 이 글을 써봅니다.

학부모 여러분.
여러분이 학교를 믿고 '가해측과 만나기는 싫어요. 껄그러워요.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제가 바라는 건 사과와 재발 방지입니다.' 라고 하면 열심히는 해보는데 그럴 경우 높은 확률로 가해측은 내 아이의 생활지도에 실패한 무능한 학교와 교사에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진정한 사과와 약속이 생겨나지 않아요. 선생님을 믿고 학폭 접수도 안하고 기다렸는데 갑자기 담임 교체되고 그럽니다.

현재 가해 학생 보호자와 맞짱뜰 만한 파워는 학교에는 없어요. 피해 학생 보호자만이 제압 가능 입니다. 여러분이 안만나주면 가해 측은 머리 한번 조아리는 일 없이 세상 당당하게 요구만 합니다.
당신의 자녀가 다른 학생을 때렸습니다 라고 전하면
1. 아, 맞은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아이가 왜 그랬을지 이유를 생각해 보셨나요?
2. 담임선생님은 뭘 하고 계셨나요?
부터 시작해서 주옥같은 물타기를 합니다. 물론 아이가 또 문제 행동을 하면 당연히 담임 책임이지요. 내가 직접 우리 아이 지도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는데 역량이 부족한 담임이 또 실패했다 생각합니다. 이 지도 방법은 보통 자존감을 세워주고 예민하고 불안한 아이니 칭찬으로 감화를...암튼 뭐 그런 거고요. 쓰려니 짜증나네요.

암튼 화이팅 하시고 가해측 만나자고 했는데도 안나오고 배째라는 태도라면 답이 없고요.
전화번호 달라고 해서 직접 전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 경함 상에는 학교에 와서 두 보호자가 직접 얼굴 맞대고 사과 받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좋은 결과란 가해 학생의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마무리하며 제 인터넷 가장 큰 업적은 옛날에 디씨에 스갤 하면서 이제동 표정변화 짤 만든건데요. 나이 먹어서 다시 인터넷에 글을 쓰니 감개가 무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