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반말체 양해 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요즘의 불만을 들여다보면, 나는 솔직히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왜냐하면 그들의 불만은 우리가 겪던게 위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힘들까? 솔직히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공감하다보니 생각만해도 마음이 아프다. 옛날에는 나쁜 선생님이 많았지만, 지금 선생님들 중에는 사명감까지는 같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나는 지금 체벌론이 다시 올라오는 것도, 정말 초등교사들이 애들을 때리고 싶어서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교사들은 그러지 말라고 배웠을 것이고, 겁을 줘서 아이들을 제압하고 싶은 교사가 되려는 마음을 가지고 교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만큼 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그만큼 화가나서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참고로 어린이집/유치원의 어려움은 아래와 같은데, 아마 초등교사들이 점점 더 아래의 상황을 (이미 또는 좀 더 강하게)맞딱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1. 애한테 문제가 있는게 눈에 보여도, 말을 꺼내는 순간 우리 애를 편견으로 본다고 독박쓰거나 기타 컴플레인에 넉다운이 된다.
- 근데 희한한게 예전엔 이런 엄마들이 초등가서는 선생님 눈치보느라 정신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선생님 한마디에 소아정신과 알아보는 부모들도 있다. 다만 초등 1학년 가서 담임 전화 받고도 정신을 못차릴만한 사람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아무 말도 못 꺼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엄마들이 인정을 못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잡으려 들텐데...
2. 한 명의 아이가 모든 수업을 방해한다. 하지만 아무런 제지 방법이 없다.
- 특히 어린이집은 아이를 퇴소시킬 수 없다(유치원은 잘 모르겠다). 예전에 교사로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 초창기에 받을 때 "oo이가 그렇게 행동하면 선생님은 oo이가 다칠까봐 걱정돼."를 협박하는 정서적 학대라고 배우기도 했었다...(국가 기관에 계신 높은 분을 규모가 큰 어린이집에서 공식으로 초청한 교육이었음).
- 참고로 요즘 어린이집은 cctv 설치 의무화다. 근데 난 2천년대 초반에 cctv가 있는 원장님이 부유한(...) 어린이집에 초임으로 들어가서 익숙하다. 그리고 내가 느낀건, 내가 잘못하는게 없는 한 cctv가 있는게 무조건 좋다는 것이다. cctv가 있다고 학대를 안하고 그런거 없다. 익숙해지면 나쁜 인간은 나쁜 짓을 한다. 하지만 적어도 cctv가 있는 한 '원인과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 어떤 아이가 미친듯이 몸부림을 치느라 주변 애들이 맞아서 내가 그 아이의 팔을 잡았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때 증거가 생긴다. 물론 그것도 인정못한다고 난리치는 부모도 있지만, 그건 정말 자연재해일 수밖에...
- 사실 초등은 어떤지 잘 모른다. 다만, 규모가 큰 어린이집에서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학부모들이 '저 학부모는 자연재해다'라는 여론을 만들어주면서 교사 보호를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솔직히 원에서 내보내는 건 대부분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 있다. '장'들한테는 기대를 안하는게 (내 경우엔)상책이더라...
3. 선생님 좀 때리지 마라...
- 교사도 맞으면 아프다. 0세, 1세가 떄리는 거 말고... 4, 5세(우리나라 나이로 6, 7살)가 때리면 겁나 아프다. 그런데 초등은 더 큰 애들이 자기한테 큰 문제 없는 거 알고 덤비니 선생님들이 얼마나 아플까? 선생님들이 맞고만 있어야 하는게 생각만 해도 너무 안쓰럽다. 특이한 건 그런 친구들은 '쟤 원래 저래요'하고 친구들이 아는 경우가 많다.
- 남자분들중 그런 애들은 남교사 주냐며 화내시지만.. 사실 여자가 압도적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기 센 선생님'한테 그 친구들을 배정 해준다. 그런 친구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남녀를 떠나 '자기 눈에 강한 사람'한테는.. 음.. 기가 막히게 반항기가 줄어든다.
- 참고로 저는 경력이 올라가면서 언젠가부터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이 되어 쉽지 않은 친구들을 많이 배정받아 봤습니다. 음... 그 친구를 케어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이 겁을 먹지 않게 혼내는 기술이 늘었... 솔직히 경력이 쌓이면서 행복이 팍팍 줄고 늘 자괴감에 시달렸습니다.
4. 키즈노트가 바뀌어서 다행이다!/ 전화 좀 그만해주세요
- 라떼는 키즈노트가 새벽에 쓰면 새벽에 왔다. 답 없으면 그렇게 서운해하더라. 그러고 새벽에 답변해주면 '어머나 괜찮은데~'하면서 좋아하는 학부모들... 그리고 나 그만 둘 때쯤 '읽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정하는 기능'이 생겼다. 하지만 그 기능도 원장님이 잘 생각해서 운용해야 하더라. 어떤 부모들은 왜 그시간에 안 읽냐고 불만...
- 경험상 키즈노트 쓰는 어린이집을 극혐해서 일부러 키즈노트 안 쓰는 어린이집으로만 내 자식들을 보냈다. 맨날 선생님이 카메라만 붙들고 핸드폰만 붙들고... 선생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 걸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하지만 요즘은 키즈노트로 전화번호 공개없이 통화도 가능하고, 아무튼 기능이 너무너무 좋아졌다. 물론 그 기능도 원장님이 잘 생각해서 운용해야 한다 222
- 국공립 유치원에 보내는데 선생님들이 키즈노트를 써서 깜짝 놀랐다. 근데 키즈노트가 예전과는 달리 예약기능도 잘 되어 있고, 밤늦게 쓰면 알아서(!!!) 선생님께 안 간다고 메세지 뜨는 기능, 학교에서 배정한 안심번호로 전화하라고 알려줘서 선생님 개인 번호를 몰라도 되는 편안함까지 너무 좋았다. 대신 사진의 질은 포기해야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진 잘 찍어주는 곳이 속에서 어떻게 굴러가는지 빤하기 때문에 지금 유치원에 대만족한다.
- 초등은 잘 모르겠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선생님이 개인 번호 안 알려주면 엄청나게 애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몰아가는 부류의 학부모들이 있다. 애들 등원맞이 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 애들이 놀기나하지 선생님이 뭐하는게 있냐며 9시마다 전화해서 신세한탄 하던 학부모, 나보고 부부싸움 막아달라고(...) 애원하면서 배우자한테 전화 시킨 부모(이건 해주라던 원장님이 더 미움), 밤 11시마다 장문의 문자하던 학부모(트x트x 선생님이 뽀로로 비타민 먹였다고... 합성비타민의 부작용을 모르고 트x트x 선생님을 말리지 않는 담임 선생님은 교사 자격 없다는 말을 시전해주심)... 제발 전화 좀 그만 했음 좋겠다.
- 그 외에도 좀 약하지만 끈질겨서 힘든 건... 하루에 한 번씩 전화 안해주면 우리 애한테 관심이 없다고 원장님한테 민원넣는 학부모,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해서 아이 발달상황 보고하라는 학부모(꼭 담임한테 '저한테 보고하세요'라고 말해야 하나?), 문자가 짧아서 서운해서 눈물이 났다는 학부모, 옆집 애엄마보다 자기랑 전화통화를 짧게 하는걸 느꼈는데(...) 차별하냐는 거냐는 학부모, 10분넘게 기다렸다가 차량 지나가면 전화해서 그것도 못기다려주냐고 애를 안키워봐서 모르는 거라고 노발대발하는 학부모... 기타 등등이 있다.
5. 선생님이 ooo해서 그런 것 같아요.
- 선생님이 너무 젊고(또는 초임이라) 우리 애가 말을 안 듣는 거 같아요 / 선생님이 너무 나이가 있으셔서 우리 애랑은 안 맞으니까 그런 거 같아요 /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그런 것 같아요 / 선생님이 너무 약하게 구셔서 그런 것 같아요 / 선생님이 우리 애를 잘 못다뤄서 그런 것 같아요 / 선생님이 우리 애만 차별해서 그런 것 같아요 / 선생님이 우리애한테 친절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 선생님이 우리애 한테 너무 친절하셔서 겁을 안 먹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나도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키워봤기 때문에, 몇몇 부모의 경우 뻔뻔해서가 아니라, 회피하고 싶어서 그러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솔직히 사건에 따라 부모의 저런 말들을 들어보면 변명인지, 회피인지 견적 나온다. 근데 회피가 1이면 뻔뻔한 사람이 9다. 분신술을 못하는 내가 문제인 걸까...
6. 인원수가 너무 많아여... 서류도 너무 많아여...
- 현재 기준 어린이집(농어촌추가제외) 법정 기준: 0세(생후24개월 미만) 3명, 1세(3살) 5명, 2세(4살) 7명, 3세(5살) 15명, 4,5세(6~7살) 각 20명씩이다.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시... 매우 칭찬합니다. 근데 난 서울시 사람이 아니지(먼 산)
- 20년 전쯤 맡았던 아이들이 7살 23명이었는데(농어촌), 그만두기 전쯤에 맡은 아이들도 6살 20명이었다. 힘들다... 너무 힘들다... 특히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아이를 부모처럼 알아주고 케어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그냥 눈물만 난다. 평가 인증 해야 하니까 애들 학기마다 관찰기록지, 체크리스트 해야지, 매일 일지 써야지, 새로온 친구는 새로왔으니까 적응일지 써줘야지, 내 반이니까 나만 수업 준비하고 나만 수업 해야지(특히 만3세는 웬만큼 돈많은 어린이집 아니면 투담임인 경우 거의 없음), 우리 연령행사 계획 짜야지, 우리 연령 연간/ 월간/ 주간/ 가정통신문 만들어야지... 거기다 주임급인 나는........
- 인간적으로 0세(24개월 미만)은 혼자 2명만 보게 해줘라... 1세도 3명만... 2세도 5명만... 영아반은 서류만 문제가 아님. 애들이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이건 진짜예요), 특히 0세반은 6개~8개월 애들로 3명 들어오면 교사 죽어요. 살려주세요.
- 유치원이든 초등이든, 정말 사랑으로 아이들을 봐주기 바란다면 교사대 아동 인원수 좀 줄여주면 안될까? 제발...
7. 점심 시간은 왜 근무시간으로 안 쳐주나요?
- 어린이집은 점심 시간이 헬오브 헬 근무시간이지만, 의외로 근무시간으로 책정이 안된다? 그래서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1시간씩 휴무시간을 주셨습니다? ...그거 제대로 운영되는데가... 있긴 있죠. 대체 교사 구하기 쉬운 돈 많은 어린이집, 원장마인드가 진짜 인간적이라서 본인이 대체 해주는 가정어린이집, 교사가 투담임이라 낮잠 시간에 번갈아 쉴 수 있는 영아전문 기관 등등... 하지만 대부분은 다들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시다시피...
- 초등은 어떤가요? 이건 잘 모르겠네요...
8. 응, 너 학대. 우리 애는 거짓말 안해.
- 이 경우는 실제로 거짓말 안하고 학대를 밝힌 아이들도 있을 첨예한 부분이므로, 무조건 교사 입장에서만 쓰지는 않겠습니다만...
- 누가 봐도 아닌 건 좀 아닌거라고 생각 좀 해라. cctv 30대 넘게 있는 어린이집에서 경찰도 못 찾아낸걸 '내가 봐줬으니까 우리 애 신경써라'고 하면 뭐 어쩌라고... 그러니까 원장님이 여자 화장실 안쪽까지 보이게 추가 설치 했지. 우린 인권도 없... 지. 좀 적당히 했으면...
9. 마음 읽기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교사가 아이와 대화할 때 기본적으로 마음읽기를 하는게 원칙이다. 나를 때려도... 어떤 아이가 잘못을 했어도.. 친구를 패도... "왜 그렇게 행동했어?", "왜 화가 났어?" 이 정도의 기본 질문은 하고 시작해야 한다. 다만 초등 선생님들이 마음 읽기에 치를 떠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안다. 요즘 몇몇 부모들이 생각하는 마음 읽기는 '오은영 박사 솔루션'급 '니가 내 자식을 잘 알아줘야지'가 되기 때문이다.
- 다만 소신껏 말하자면 이건 교사가 마음 읽기까지 하기 어려운 인원수/아이를 쉽게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탓해야지, 교사보고 마음 읽기까지 하라는 거냐고 화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읽기는 아동과의 대화에서 기본이다. 그런데 그 자체가 훈련이 안되어있는 교사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도 많다. 그건 당장 경력이 없더라도 학부생 때 연습해서 체득해야 한다.
- 그걸 초등교사가 학부모들한테 그 표현을 들으면서 질려하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때가 있는 상황의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놈의 마음읽기, 오은영박사 솔루션을 교사에게 강요하는게 빡칠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주로 그런 말을 내뱉을 확률도 높으니까. 그런데 그 분위기에 편승해서 자기가 잘 모르거나 안하는 걸 무조건 못하는 걸로 포장하는 사람들(마음읽기는 부모나 의사만 하는 거다 등등)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물론 피지알에 그런 분이 널려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열이 식어야 하는 부분에서는 식어야 하지 않을까.
10. 잠시 격리? 당장 아동학대 된다.
- 어린이집에나 유치원에는 생각하는 의자가 있다. 아이가 너무 과열되었을 때 5분 정도 진정하라는 의미에서 쓰이는 건데, 이건 오은영박사도 자주 쓰는 솔루션 중 하나다. 근데 거기 3분만 앉혀도 우리 애를 학대했다며 민원의 대상이 된다는게 문제다.
- 격리를 학대처럼 사용하는 교사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교사에게 이유나 설명도 듣지 않은체 무조건 격리=학대로 몰아가면 진짜 숨막힌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애 팔다리를 잡고 안아서 진정시키면, 그것도 학대라고 할 사람들이니까. 그냥 냅두라는 거다. 다른 애들이 피해 받는 건 생각을 안한다.
11. 제일 큰 문제점 : 점점 생활지도를 포기하게 된다.
- 1~10이 쌓여서 제일 큰 문제점은 교사가 생활지도를 포기 하게 된다. 그나마 국공립유치원이나 몇몇 사립처럼 교사가 4시간 근무하고, 4시간은 방과후교사가 볼 수 있는 환경이면 그나마 좀 나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기타 유치원들은 8:30부터 6:30을 기본으로 놓고 봐야 한다. 부모민원시달림+그놈의 행정(인증)서류+너무 많은 인원이 쌓이면 결국 눈에 제일 덜 띄지만, 가장 타격이 큰 아이들 생활지도 부터 놓게 된다. 왜냐하면 아이한테 예뻐예뻐,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하는 건 생각보다 쉽다. 심한 애가 있으면 남의 애 못 때리게 하는 정도로 막는거다.
-결국 피해는 교사만 받는게 아니다. 아이까지 받는다. 그리고 저런 진상행동을 상상조차 못하는 학부모, 선생님한테 한번 말하는 것도 우리 애한테 해가 되는거 아닐까 걱정하는 학부모, 선생님 고생하신다고 알아주는 학부모가 받는다.
마치며...
너무 많이 쓰면 분위기에 편승해서 어린이집 힘든거 홍보하느냐 소리 들을까봐(요즘 주제는 초등이니까요.) 일단 너무 심한건 빼고 자잘한것만 적어보았는데요... 제가 보기엔 이런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겪는 어려움은 점점 초등 고학년까지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감정적인 애들을 다시 때리자 뭐 이런거 말고, 이번에 초등 선생님들의 마음이 모인김에 빨리 식지 말고, 진짜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지극히 개인적으로는 학교에 경찰이 상주하는 것/ cctv 의무화/ 장들이 민원에 벌벌떨지 않아도 되는 평가 시스템도 환영합니다).
그리고 초등 선생님들 얼마나 마음 아프고 울화가 치미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에 라떼는 어쩌고 하며 선생님들을 총체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여론 같은 것에 흔들리지 마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