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듣는 것이 취미로서, 어떤 시기, 혹은 어떤 취향이 확립되게 된 시기의 음악들에 대해서 짧게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음악사는 어땠나요?
제가 정말 어린 시절에 서태지의 7집 앨범이 나왔었습니다. 제가 처음 와 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글에서 가수 이소라의 가사를 '산문'이라면, 서태지의 글은 '운문'이다. 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본 적 있었는데, 음악이나, 가사나 처음 들었던 락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국내 곡이나, 해외 곡이나..) 그 성향에는 그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들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솔직히 메탈헤드라기엔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선호하는 밴드음악 내지 하드락 취향의 곡들은 이 노래로부터 시작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초등학교 막판~중학교 초반에 제일 좋아했던, 그리고 가장 핫했던 아티스트는 에픽하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금이야 앨범 작업에 시간이 좀 걸리는, 과작하는 아티스트에 가까운 느낌이긴 하지만, 3집부터 5집까지는 꽤 자주 나왔던 걸로 기억하기도 하고, 또, 요 시기가 에픽하이나, 다듀를 필두로 한 힙합이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였으니까요. 당연하게도 저도 이 흐름을 즐겼던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에픽하이는 여전히 제 페이버릿 중 하나기도 하고, 타블로는 참 가사를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는 조금 더 깊고 넓게 파고드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아티스트기도 하구요.
중학교 막판에는 락덕후 친구와 함께 락을 즐겼습니다. 그 중에서 저와 제 친구가 가장 좋아했던 밴드는 국카스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빡세고, 하현우는 미친놈처럼 노래를 불렀거든요. 훨씬 싸이키델릭해진 지금의 음악도 분명 좋지만, 적당히 미친놈같으면서도 직선적이었던 초창기의 국카스텐도 좋아합니다.
동시에, 저는 이 시기에 그 친구 몰래 다른 곡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변화, 하니까 생각난 아티스트는 더콰이엇이네요. 그러니까, 저에게 더콰이엇은 혼란스러운 현실이지만 성실하게 비트찍고 랩을 하는 젊은 아티스트였거든요. 근데, 뭐 사람의 상황이 바뀌고,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솔직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종신옹에게 언제까지나 찌질한 이별 노래를 기대할 순 없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있어서 4집, 은 일종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기 조금 지나서 아마 소울컴퍼니가 해체했을 거고, 고 시기에서 더 콰이엇은 일리네어 레코즈를 설립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의 더콰이엇, 그때의 더콰이엇을 다 좋아합니다. 줏대가 없는 제 성격 탓도 있겠지만요. 흐흐
그리고, 요 시기쯤에 한 밴드가 해체를 선언하고 라는 베스트 앨범을 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이 밴드를 좋아하죠. 솔직히 1-2집을 좋아하는 거긴 한데, 그걸로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까지 극장 가서 챙겨봤으니 인정해주시죠? :) 저는 그래서, 일종의 엑기스만 취한 경험에 가깝습니다. 1, 2집, 3집의 일부 곡, 7집 정도를 들으라는 얘기를 들었고, 그 얘기에 충실하게 들었으니까요. 개인적인 최애곡은 입니다만, 이 노래가 오늘은 땡기네요. 요 시기에 제가 기타를 배우려는 시도를 처음 시도했습니다. 기타를 사고, 코드를 배우고, Wonderwall을 쳤죠. '처음' 시도라고 표현한 이유는 요 시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못 배웠거든요.
동시에 저는 누나들로부터 많은 음악 추천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펫샵보이즈를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나, 보다 저는 펫 샵 보이즈하면 이 곡이 먼저 떠올라요. 그러니까, 다른 곡보다 먼저 접한 곡인 만큼 먼저 떠오르는 곡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게 이 곡 이후로 저는 전자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서 스크릴렉스의 이 초대박을 치고, 다프트 펑크의 가 나오면서 전자음악에 대해 맛을 봤다고 해야할까요.
비슷하게 전자음악을 선호하다가 어디선가 EP를 추천했고, 이걸 듣고선 글렌체크라는 밴드의 팬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공연 가봐야지, 라는 생각을 해놓고선 10년 넘게 못가고 있습니다만, 여튼 팬이에요. 물론 지금의 글렌체크의 음악은 밴드를 기반으로한 뭔가 다른 무엇인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만, 어찌보면 그 가능성은 1집에서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처음의 변화는 정말 놀랐지만요.
고등학교 시기에 개인적으로 참 충격받았던 곡은 바운스네요. 그러니까, 거장의 품격이라고 해야할까요. 여전히 '젊은' 센스와 곡을 들고 나와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게 참 놀라웠습니다. 여전히 가왕이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고, 또 그런 능력이 있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고 해야할까요.
동시에, 저는 락 덕후로써, 또 반항기가 아예 없지는 않은 고등학생으로서 이런 저런 음악을 또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저는 이 곡이 참 좋았어요. 뭔가 '아 씨X 그래도 괜찮어~' 라고 말해주는 거 같은 음악이었다고 해야할까요. 뭔가 철없는 형이지만 따뜻한 형 같은 음악이 좋았어요. 흐흐 개인적으로 앨범 단위로 더 많이 듣는 건 <불편한 파티> 5집인데, 이 곡만큼은 가끔씩 틀고 싶어집니다.
비슷하게, 저는 당시 이런 저런 '힐링' 열풍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또 그런 힐링을 갈구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저도 다르진 않은 것 같지만요.:) 여튼, (정작 폴 매카트니 본인은 편곡을 싫어했다지만) 비틀즈의 곡 중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면 저는 이곡을 뽑고 싶습니다. 누나 덕분에 가본 폴경의 내한 공연에서도 이 곡 도입부가 나올때 눈물이 울컥 나올 것 같더라구요. 그러고보면, 저는 기본적으로 콘서트장보다 스튜디오를 더 좋은 환경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지만, 제가 '콘서트장을 가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폴경의 내한 공연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어요.
요 시기의 음악들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제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갔고, 부대에는 쇼미 열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제 귀에 걸렸고, 또 많은 위로가 되었던 곡은 <시차>였네요. 불면증을 '시차'로 표현한 가사나 혹은 특유의 톤이 정말 좋더라구요. 여전히 우원재라는 래퍼는 저에게 톤 하나로도 엄청나게 좋은 래퍼라고 생각해요. 이 곡 말고도 나이키 홍보곡이었던 에서도 우원재의 톤이 죽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크크
군대에서 또 열심히 들었던, 정확하게는 싸지방 올라가면 항상 유튜브로 틀어놓고 들었던 앨범은 이센스의 였습니다. 솔직히, 처음 딱 나왔을때는 좋다. 정도의 감상이었는데, 이래저래 자주 듣다보니 평가가 계속 올라가는 앨범 같아요. 저는 이센스의 언더그라운드 데뷔 시절을 거의 못 들어봤기에 슈프림팀으로 처음 들어본 셈인데, 가끔가다 슈프림팀이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지금의 이센스와 쌈디가 너무 거물이 되어버렸고, 또 둘의 개인 작업들도 좋아하는 편이라 어쩔 수 없다 싶기도 합니다.
비슷하게,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좋아지는 음악 중에 저는 언니네 이발관의 5집을 꼽고 싶어요.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저는 5집을 그냥 라디오에서 흘려가며 듣다가, 6집을 군대에서 처음 들어봤거든요. 그 전에 나왔던 싱글 <애도>도 좋긴 했습니다만. 여튼 뭔가 5집은 두고 두고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는 음악 같아요. 다른 곡도 참 좋습니다만, 숙성될 수록 좋아지는 음악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리고 군대 휴가 나왔을 때 처음 접했던 곡입니다. 저는 그러니까 아소토 유니온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느 동네 잘 꾸며놓은 식당이 있대서 갔을 때, 거기서 아이패드로 스피커에 연결해 놓고 틀어줬던 곡이 이 곡이었어요. '와 곡 좋다~'라고만 생각했다가 이거를 서양수박 사이트에서 찾아서 들었을 때 '이정도 음악을 겨우 식당 브금으로 듣고 있었다고?'하면서 경악?했던 일이 떠오르네요.
그 때 당시에 또 <쇼미>에서부터 힙합 열풍이 시작했습니다만, 또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 그 정점은 <고등래퍼>였습니다. 정확하게는 김하온이 데뷔했던 그 순간 정말 충격적이었다고 해야할까요. 정작 김하온은 너무 작업을 안하는 느낌이긴 합니다만ㅠㅠ 하지만 쇼미-고등래퍼를 보면서 제가 좋아하게된 래퍼는 넉살입니다. 그러니까 쇼미 8때였나요? 그때는 응원했고, 고등래퍼에서는 MC로서 즐겁게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1Q87>이 나왔을 때는 열광했죠. 크크 그중에서도 는 정말 좋아합니다. 드럼이 걍 미쳤고, 발성 괴물 둘이서 다 씹어먹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국내 곡 위주로,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다음 기회에? 또 팝이나 혹은 제가 좋아하는 다른 곡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기회가 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최근의 저는 뭔가 이거저거 많이 듣는 거 같긴 한데 귀에 딱 꽂히는 곡들, 혹은 제가 일종의 '변곡점'으로 여길만한 곡들은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여러분들의 음악사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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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4집 때문에 사운드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으며...
존 메이어 1집을 들으며 뭔가 사그라 들었던 음악에 대한 사랑이 다시 싹텄고
언니네 이발관 3집 때문에 멜로디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저도 5집 매우 좋아합니다...)
라디오헤드 in Rainbows를 통해서 뭔가 새로운 음악들을 듣는 재미를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네요.
당연히 좋아하는 음악들을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뭔가 변곡점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위에 얘기한 것들이...
오아시스/콜드플레이/뮤즈/트래비스 같은 영국 밴드 위주로 한창 듣다가 라디오헤드로 넘어가면서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졌던 것 같아요 사실상 라디오헤드가 포문을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후 당시 피치포크에서 하이프 넣어주던 밴드들(아케이드 파이어/애니멀 콜렉티브 등등)을 시작으로 스완즈/GY!BE/토크토크 등의 포스트록을 경유해서 에이펙스 트윈/팀 헤커/오테커/페네즈 같은 일렉트로닉/앰비언트 쪽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여기에 힙합, 재즈, 포크도 간간히 듣다가 클래식에 한번 맛들린 뒤로는 열심히 음반 사모으기도... 군대 있을때는 한국인디, 힙합, 클래식을 열심히 들었던 것 같네요 싸지방 이용시간에 맞춰 유튜브로 앨범 틀어놓고 웹서핑하는 식으로... 그 뒤로는 쭉 앰비언트와 클래식을 메인으로 잡다하게 듣는 중입니다 요샌 게임 OST나 비영미권 포크들을 듣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