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6/24 00:52:10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여러분은 '성찰'하고 계신가요?
"속도가 우리의 핵심 역량이자 핵심 정체성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과 취약성을 멀리하게 되었다."
- 데이비드 화이트

"인간은 길을 잃었을 때 더 빨리 달린다. 이는 인간의 모순된 습관 중 하나다."
- 롤로 메이

"경험은 단순히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로 무엇을 하는가가 바로 경험이다."
- 올더스 헉슬리



책 <유연함의 힘>에서는 성찰을 강조합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성찰하는 시간이 있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말하죠.

하지만 우리는 너무 빠르게 삽니다. 때로는 잠시 쉬고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방어하죠. 하지만 그것만큼 구차한 변명이 없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성찰하고 있는가 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성찰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연함의 힘>에서 제시하는 성찰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매우 일상적이었죠.

1)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오늘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생각한다.

2) 샤워하면서 많이 성찰하고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다.

3) 그날의 경험에 관한 자기 생각과 감정과 반응을 기록한다.

4) 자기 경험을 들려주고 대화를 나눈다. (성찰 대화)

5) 내가 배운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놀랍게도 저는 5가지 성찰 방법을 모두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출퇴근 시간에 클래식 음악을 듣습니다. 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잔잔하고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습니다. 요즘에는 바흐를 집중적으로 듣는 편입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는 정말 명곡입니다. 연주자별로 따로 모아 들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책을 보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지옥철에서 책을 보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오디오북은 저랑 맞지 않았습니다. 그냥 귀에 들리는 말이 다른 귀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음악이나 듣자고 생각했고, 그때 우연히 막스 리히터의 'November'라는 곡을 듣게 됩니다. 그때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해답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연주곡을 들으면 주변의 소음이 차단되면서 생각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출퇴근 시간에 자연스럽게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샤워하는 걸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운동하고 나서 2번 꼬박꼬박 샤워합니다. (저 이래 봬도 깨끗한 사람입니다) 근데 정말 재밌는 게, 꼭 좋은 아이디어는 샤워할 때만 나오더라고요? 흔히 말하는 '아하'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정말 생각이 잘 안될 때는 낮에도 샤워하러 갈 때가 있습니다. 성찰이라기보다는 '아하'의 시간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샤워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적극 공감합니다.

기록은 5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데일리 리포트라고 하루에 한 일을 1시간 단위로 기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마무리로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 할 일 목록을 적습니다. 그렇게 매일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대화 성찰은 제가 정말 즐거워하는 활동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말이 많은 사람이라 대화를 좋아하는 데다가, 역시나 신기하게도 대화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나 통찰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친한 동료들과 30분~1시간씩 통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더라고요. 타인의 시선과 생각은 항상 저에게 배울 것을 전해주고, 좋은 아이디어나 통찰을 얻을 때면 정말 기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무언가를 잘 설명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말하길 어려운 내용도 쉽게 설명해 줘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내가 아는 지식을 내 방식대로 설명하는 일을 자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지식을 성찰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활동을 한 번에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산책입니다. 저는 아내와 거의 매일 저녁에 산책을 나갑니다. 5~6km 정도를 걷는데 대략 1시간~1시간 20분 정도 걸립니다. 그때 아내와 많은 대화를 하고(대화 성찰), 서로 무언가를 물어보며 알려주기도 합니다(가르침). 때로는 말없이 조용히 걸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초록빛 자연을 거닐며 생각에 잠기게 되죠.

한때는 열심히 달려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는데, 꼭 달리는 것만 운동은 아니니까요. 컨디션 좋을 때는 달리기도 하고, 생각이 많다 싶으면 그냥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글을 쓰며 느끼는 건 산책을 더 많이 늘려야겠다는 거네요.

성찰은 성장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제가 인생의 길을 나름 돌아보며 걷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가 됩니다.

여러분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성찰하고 계신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후마니무스
23/06/24 01: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무것도 아닙니다
23/06/24 01:20
수정 아이콘
산책이 짱입니다.
그 외에는 명상을 좀 하는데 그 때 생각을 많이 정리하네요.
마스터충달
23/06/24 01:25
수정 아이콘
저도 산책이 짱인 것 같아요.
손꾸랔
23/06/24 01:38
수정 아이콘
산책할때 몸을 위해 빨리 걸을지 마음을 위해 천천히 걸을지 늘 딜레마더군요.
23/06/24 02:03
수정 아이콘
다리 빠르게 움직이는 게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할만합니다 크크크크
오피셜
23/06/24 08:10
수정 아이콘
천천히 걷다가 잡념에 빠졌구나 싶으면 빨리 걷다가 호습이 불안정해지면 다시 천천히..
토스히리언
23/06/24 08:20
수정 아이콘
빡치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때 컴퓨터에 기록을 해둡니다. 온갖 저주와 악담까지 필터링없이 적어두면 감정해소에 도움이 되더군요.
aDayInTheLife
23/06/24 09:28
수정 아이콘
저는 뭐랄까 아직 좀 부끄럽더라구요.
성찰이라는 게 나의 모든 것을 되돌아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문제 상황을 대면하는 게 아직 껄끄러운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회피하고 그러면 마음이 힘들고… 그 반복의 굴레를 외적인 이야기나 대화로 풀어보려고 그래도 노력하지만 쉽진 않더라구요. 그래도, 걷는 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흐흐
마스터충달
23/06/24 11: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책에서도 성찰의 기회를 회피하는 게 대부분의 성향이라고 성찰 이야기를 시작하더라고요. 어렵고 힘든 게 맞아요. 근데 어렵고 힘드니까 인생에 약이 된다고도 생각합니다.
23/06/24 10:24
수정 아이콘
추게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파프리카
23/06/24 11:02
수정 아이콘
화장실에서 똥 쌀 때 아닙니까?
마스터충달
23/06/24 11:03
수정 아이콘
저는 보통 3분컷이라 똥쌀 때 성찰이 안 됩니다...
똥진국
23/06/24 12:32
수정 아이콘
똥 쌀때는 성찰이고 뭐고 다 필요없습니다
똥 싸는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똥 싼 후에 좀 더 빨리 화장실을 가야 했어 혹은 무리해서 먹으면 안되는거였어 같은 후회만 있을뿐이죠
23/06/24 11:43
수정 아이콘
저는 성찰 즉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들의 공통점은 외부로부터 정보의 유입이 차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명상, 산책, 가사가 없는 음악, 샤워, 목욕 등등이 있죠.
정보의 유입이 차단되면 비로소 정말 내 정보들로, 내 고민을 돌아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보들의 연결을 통해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충달
23/06/24 12:46
수정 아이콘
오... 정보의 유입이 차단되는 것! 이렇게 묶을 수 있군요! 이것도 좋은 통찰이네요! 감사합니다!
영소이
23/06/25 12:12
수정 아이콘
저도 자기객관화, 자아성찰 좋아하고 잘 되는 편이긴 한데
성찰의 결과물이 '난 자아성찰이 잘 되'
이럴 때를 조심해야 외더라구요. 한끗 차이로 자만심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어김없이 남편 딱밤 멕이고 싶고 'ㅗ';;;
사람은 평생 미완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23/06/25 13:14
수정 아이콘
그래서 성찰할 때 많이 생각하는 게

1.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2. 더 잘하려면 뭘 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안군-
23/06/25 13:10
수정 아이콘
혼자서 뭔가 골똘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사고의 방향이 언제나 부정적이어서, 가급적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대화상대도 없고... 성찰을 떠나서 사유 자체가 힘드네요. 그래서 커뮤니티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게 되는...
마스터충달
23/06/25 13:32
수정 아이콘
책에서도 긍정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더라고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질문 거릴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23/06/26 01:45
수정 아이콘
20 때까지만 해도 공책과 펜만 있어도 시간을 무한히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죠. 이제는 그런 시간을 너무 못 가져서 항상 습관으로 들이고 싶다고만 생각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9063 [일반] 자영업자 이야기 - 직원 뽑기에 실패하였습니다. [46] Croove13538 23/06/26 13538 21
99062 [일반] 그래서 등산용 스틱 어떻게 쓰는거래요? [26] 캬라9393 23/06/26 9393 12
99061 [일반] RTX 4060 3D마크 벤치마크 유출, RTX 3060 12GB보다 평균 23% 우위 [9] SAS Tony Parker 8793 23/06/26 8793 1
99060 [일반] [서베이] 정시와 수시 중에 무엇이 더 공평할까? [141] youknow0414238 23/06/26 14238 14
99059 [일반] 사람 인연이란게 참 어렵습니다 [22] 비니루다9949 23/06/26 9949 5
99058 [일반] 집 나간 적 없는 꿈을 찾습니다 下편 (내가 찾은 꿈의 결론은? 또태지) [2] 두괴즐8201 23/06/25 8201 6
99057 [일반] 네덜란드와 일본이 조만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시작합니다. [39] dbq12315055 23/06/25 15055 9
99056 [일반] [웹소설] 이번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주목할 만한 신작들 [21] meson11397 23/06/25 11397 6
99055 [정치] 티베트 망명정부의 입장이 나왔네요 [101] 아이스베어15699 23/06/25 15699 0
99054 [일반] 바그너 쿠데타 사태 - 결국엔 정치싸움. [127] 캬라18389 23/06/25 18389 18
99053 [일반] "본인의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21] 회색사과10312 23/06/25 10312 8
99052 [일반] [속보] 프리고진 "유혈사태 피하고자 병력 철수 지시" [66] 강가딘15810 23/06/25 15810 0
99051 [일반] [팝송] 조나스 브라더스 새 앨범 "The Album" 김치찌개6181 23/06/25 6181 1
99050 [일반] [개똥글] 이성계와 가별초 [17] TAEYEON9392 23/06/24 9392 27
99049 [일반] 바그너그룹에서 발표한 공식 입장문(BBC 피셜) [113] 김유라30860 23/06/24 30860 13
99047 [일반]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20] TAEYEON15927 23/06/24 15927 2
99046 [정치] 몇 십년도 지난 일을 가지고 부각하는게 국익에 도움이 됩니까? [115] dbq12319933 23/06/24 19933 0
99045 [일반] 여러분은 '성찰'하고 계신가요? [20] 마스터충달8708 23/06/24 8708 11
99044 [일반] [잡담] 참을 수 없는 어그로...그 이름 황우석 [33] 언뜻 유재석10646 23/06/23 10646 19
99043 [일반] 초대교회는 어떻게 성장했는가?(부제: 복음과 율법의 차이) [17] 뜨거운눈물7960 23/06/23 7960 4
99042 [일반] 소곱창 집에서 화상을 입어서 치료비 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12] 광개토태왕13887 23/06/23 13887 6
99041 [일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약스포) 최악의 스파이더맨 영화 [25] roqur8311 23/06/23 8311 3
99040 [일반] 집 나간 적 없는 꿈을 찾습니다 上편 (꿈 찾는 에세이) [2] 두괴즐6574 23/06/23 6574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