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보니 4살인가 5살이가. 아직은 정신없이 부모에 귀속된 채로 따라가네요.
나름 짜증나는 일도 있지만 부모따라가면 먹을거 나오고 똥치워주고 뭐 별 탈없이 살아 갈수 있을거라 생각되네요
엄빠만 바라보며 오마이갓 이 평화로운 인생 태어나길 잘했다 생각이 드네요.
그러다보니 이제 10살이 됐네요. 주변에 비슷한 놈들은 더이상 npc가 아닌 멀티플레이어네요. 내가 삑사리 치면 x같이 욕들어오고
내 부모는 이시간에 어디갔는가 나혼자 이 난관을 넘어야 되는가 막막하면서도 빡도는 상황에 일단 머리부터 디밀어 보기로 합니다
15살쯤 되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진짜 인생이 아닌것 같습니다. 마치 네오가 껍데기 뚫고 건전지에서 개죽퍼먹는 인간으로 회귀한냥 부모도 싫고 내인생도 거짓이고 진짜인생, 엄빠가 울렐레 해주는 어린 내모습이 아닌 내 자아의 본질은 무엇인지 괜히 철학이니 사상에 관심가지며 모자란 지식을 해석해보고자 안간힘을 써봅니다.
20살 되니 이제는 성인이랍시고 알아서 살으랍니다. 뭐 돈버는게 대순가 내할일 성실히하고 뻘짓안하면 되는일이죠.
수능말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도 추진해보고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이십대 화무씨빌홍! 외치며 집에 오니 입대영장이 와있네요.
25살되니 슬슬 미래에 대한 걱정이 밀려옵니다. 아 이제는 빼박못하는 성인이다 싶은거죠. 돈벌기 시작하고 사회니 인생이니 진짜 세상에 진입한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내 피지컬은 우상향 최정점을 찍은거 같고 아직 별볼일 없어도 시간문제일뿐 다 내가 컨트롤할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옵니다.
30살에 정신차려보니 열심히 회사 다니고 있고 모은돈도 좀만하게 있고 이제는 위가 아닌 아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괜히 그러면서 인생을 달관한마냥 후까시 이빠이 잡으며 후배들한테 난척해야만 면이 서는 상황이죠. 이짓도 계속 하다보니 지겨워 집니다. 먹고사는 일에 관련없는 사람들은 굳이 만날일 없고 인생 단순하게 되버리기 시작하죠.
35살되니 홀몸이 아닙니다. 나는 사라져버리고 와이프와 아이가 인생의 전부가 됩니다. 심지어는 내 나이도 잊어버리고 아이 나이로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딱히 내 나이 챙긴다고 큰 의미는 없습니다. 몇년전부터 정해진 루틴의 반복일 뿐이니까요. 인생 2회차다, 한번 해보자는 다짐으로 밀어붙혀봅니다.
40살에는 내 버팀목이었던 직장에서 불편해 합니다. 정확히는 구성원들 안에서 좌불안석이 되는거죠. 직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주변의 평가는 결국 직장이라는 후광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더군요. 15세때 건전지에서 벗어나 진짜 내 인생을 찾는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갑니다. 결국에는 어떻게든 이 바닥에서 버텨보고자하는 결론으로 계속 가게됩니다.
45세에는 결국 직장에서 떨려납니다. 그렇게 달려들었지만 결국 이 시점에서는 아무도 안반기는 입장이거죠. 싸고 아직 연한 남아있는 새 부품들이 있으니까요. 젊을때의 가능성도 없고 챙겨줄 부모도 없으면서 책임져야할 업은 생겨버린 인생 3회차가 시작됩니다.
50세에는 떨려난 직장에서 연결고리 붙잡고 회사차려 그나마 운영하며 밥벌이 합니다. 영세하지만 유지는 되니까 어디서 낯설은 자영업하는 것보다야 안정적으로 틈새시장이라 생각하며 직원들 월급도 주고 집에다 생활비도 주면서 내년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 한해한해 지나가게 됩니다. 얘들은 점점 자라나 이제 교육비도 들어가고 얘비역할은 해야겠다 싶죠.
55세에는 개같이 구는 자식놈 반항에 맞서 죽방 돌리고 회사로 돌아오니 회환이 밀려옵니다. 내가 꿈꾸던 부모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노마가 이말만 안했어도 내가 참았는데, 해야할 일이었다 생각하면서도 내 인생 생각해보면 그러면 안됐다는 복잡한 마음이 들때쯤 와이프에게 전화가 옵니다. 이자식 아직도 안들어오네. 가출했나벼
60세에는 조또 말안듣는 그놈이 군대간다니 대견하기도하고 찹찹하기도하고 애매한 마음에 따라나섭니다. 머리 빡빡깍고 사열대 앞에 한 점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납니다. 등신같은놈... 군대가서 부모떠나 개고생좀 해봐라.. 읇조리지만 불쌍하게 느껴지는 마음은 어쩔수 없습니다.
65세에는 제대한 자식놈 뭐 한다고 깝치는데 대체 뭘하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딱히 관여할수도 없으니 그냥 고생한다고 한마디 해줍니다. 어느날 그 놈이 봉투하나 내밀며 아버지 월급탓어요 내미는데 눈물이 터져 흐르는걸 참을수가 없었죠. 지금도 생각해 보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액수가 적어서 였을까....
70세에는 죽음이란 막연한게 아닌 내 주변 지인들의 현실이자 소식이 됩니다. 이미 몇년전부터 하나둘씩 가기 시작하더니 근황알림이 장례식 부고가 되는거죠. 이 나이에 찾아가서 관짝 들어줄일은 없고 소주에 편육, 육개장이나 먹으며 아직 안죽은 놈들 얼굴확인 할겸 가보는데 다음번에 이넘이 저짝에 들어가 있을지 내가 들어가 있을지 알수는 없는일이죠.
75세에는 미지수 입니다. 생존할수도 떠났을수도 있는 상황에 부모와 조부모의 생존연한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내가 어디쯤에서 마무리가 될것이라는 가늠은 할수 있습니다. 손주가 있다면 어떤 기억을 남기느냐 하는 시점일수도 있고, 없다면 나름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겠죠.
인생은 어느 시점에 예상하지도 못하게 전원이 꺼지듯이 끝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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