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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8/08 17:21:23
Name 닉언급금지
Subject [일반] [눈마새/피마새]엘시 에더리의 그녀는 누구였는가
매년 한 번은 이영도 씨의 소설을 한 편을 읽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러다 드는 여러 잡생각 중 하나입니다.

토프탈 가문의 남쪽 제국군과
엘시가 규합한 북쪽 제국군이
부딪히려는 시점에
귀환한 치천제는
스카리에게는 부냐의 안전한 귀환을
지멘에게는 아실의 정신적 안정을
담보로 하면서
둘을 부려먹습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있던 엘시에게
너는 네 인질의 안위는 궁금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죠.
엘시는 물론 그 질문을 부인했습니다만....
엘시의 인질이 누구인지는 이야기 내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를 마시는 새를 읽던 분들 중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꽤 없잖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1. 정우
많은 분들께서 '그녀'라는 여성형 호칭에 주목해서 꼽아본 캐릭터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캐릭입니다.
나중에 엘시랑 이어진다는 노골적인 암시가 나오니 엘시의 그녀라면 응당 정우가 아니었겠느냐....하는 것이죠.
또 나중에 치천제가 정우가 있던 규리하를 공격하는 게 나오
기도 하면서 규리하는 공격해도 정우의 안전은 보장해주겠다는 의미 아니었겠느냐
뭐 이런 짐작들이 나오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말이죠, 엘시는 비록 정우를 꿈에서 보기는 했었지만 의식적으로 '소중한 사람'이라고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뭐 엘시 특유의 예의바름은 결국 가이너 카쉬냅의 말마냥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은 모두를 깔보는 사람인 거니까요. 엘시가 정우에 대해 정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예전에도 말한 엘시 특유의 '죄없음'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엘시의 인질이 정우가 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2. 부냐
치천제와의 대면 이후 지멘과 엘시의 대화에서 언급이 되지요. 하지만 엘시가 부정해서 기각되었습니다.
부냐가 인질이었다면 일타쌍피의 효과를 노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스카리의 성향상 이 경우는 안전을 위한 방향타 역할을 해야할 것이 오히려 폭탄의 도화선이 되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각

3. 엘시의 모친
혹자들은 혹시 데오늬 달비가 엘시의 모친인 게 아니냐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요.
그럴 경우 틸러 달비나 이레 달비에 대한 엘시의 태도가 약간은 다르고 또 거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거란 생각에 저는 이 견해에는 반대를 합니다.
예전에 썼던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아직 그 시대의 '나늬'로서 데오늬 달비의 생존에 대해서는 희망을 품고는 있지만 말이죠.
여튼 이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인질 이야기를 꺼낸 치천제 본인이 부인했죠. 모친은 아니라고 확언해줬으니까요. 물론 그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한 엘시가 이레를 모친에게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여튼 엘시나 치천제나 둘 다 아니라고 부인했으니 이것도 역시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사모 페이
엘시가 뭐 누구에겐들 안그러겠습니까만 여튼 토프탈에게 휘둘린 척하면서 큰 싸움을 만들어내려했던 사모 페이는 엘시가 지켜야할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 치천제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피를 흐르게 하려했으니 치천제에게 죄를 지었다고도 할 수 있는 캐릭터이니 치천제의 인질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사모가 인질이 아니냐는 의견 또한 나름 타당성을 가질 법도 합니다.
하지만 대국을 짠 원시제나 대국을 실행한 치천제나 사모 페이를 이용할 만큼 사모를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원시제에게 사모는 가질 수 없는 어머니를 대신할 수 있는 이모 같은 인물이었을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원시제가 만든 치천제 또한 그러한 경향을 물려받았을 것이구요. 그러니 사모를 그런 데까지 이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사모 인질론도 기각.

5. 치천제 본인
엘시가 전복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던 그녀이니만큼 그녀야 말로 인질로 타당하며
자신의 안전을 자신이 담보로 하는 것은 우리도 일상에서 흔히 보곤하는 모습이기에
치천제 자신이 인질인 것이 아니냐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라면 치천제가 자해공갈단인 셈이니 그런 모습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이 의견에 동조하기가 어렵더군요.

이 정도가 파마새를 읽고 인질이 누구일 것 같으냐에 대해 사람들이 나눴던 의견입니다.
전 위 의견들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었는데요.
요즘들어 다시 피를 마시는 새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시의 인질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엘시는 모친이냐고 치천제에게 물었고 치천제가 엘시의 모친은 아니다라고 말했죠
하지만 엘시는 모친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이레를 보냅니다.

그런데 그 엘시의 모친이라는 존재는 말이죠, 틸러의 아버지 같은 캐릭터입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캐릭터이고 소설 내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합니다만 소설 내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스카리, 지멘, 엘시에게 인질의 안전을 보장했습니다만
스카리, 지멘은 치천제가 다루기 위해서는 인질이 있는 편이 더 안정적인 인물이었지만
엘시는 그렇지 않죠.
그는 치천제의 은총이 흘러넘치게 하기 위해 그녀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일을 냉큼 해버리는 인물이었으니까요.
다들 치천제의 귀환에 치천제에 대한 정황만을 말할 때 홀로 자신이 처한 상황/했던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라고 말한 인물이니까요.
그런 엘시를 상대하기 위해 치천제에게 인질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엘시가 치천제에게 저항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그때 인질이 있다고 해서 엘시의 행동이 바뀔 것인지도 의문이구요.

그래서 저는 엘시의 인질로서의 그녀는 없다고 믿는 축입니다.
그럼 왜 치천제가 엘시에게 인질에 대해 언급했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한 제 대답은 그곳에 있던 지멘과 스카리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자기들은 인질 때문에 움직이는데 그렇지 않은 엘시를 보면 지멘은 몰라도 스카리는 좀....
그리고 지멘 역시 엘시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를 일이구요.
그렇기에 엘시에게 마치 인질이 있는 것처럼 치천제는 말을 했지만
엘시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모친이 인질이 아니라고 확답함으로써
그 인질이 사실은 없다라는 것을 암암리에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엘시도 어머니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이레를 보내기는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후에 다른 말을 하지 않죠.

네, 엘시의 인질로서의 그녀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이게 피를 마시는 새를 읽다가 든 잡생각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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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ewalker
22/08/08 17:30
수정 아이콘
예전엔 제국 그 자체가 인질 아녔나? 생각한 적도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부냐 하니깐 생각나는데 엘시-니어엘 관계를 은근히 응원했습니다 크크
ridewitme
22/08/08 17:34
수정 아이콘
저도 무조건 니어엘 파에요 인질은 아니어도 cp 측면에서...!
페스티
22/08/08 17:37
수정 아이콘
뭔가 아시는 분이군요. 니어엘이 제일 매력적이죠.
22/08/08 20:01
수정 아이콘
여기 니어엘파 추가요 흑흑
제일 잘 어울리는데 말이죠
valewalker
22/08/08 20:11
수정 아이콘
정우는 걍 틸러달비 던져주면 되는데!
22/08/08 20:19
수정 아이콘
마자용! 크크크
22/08/08 21:40
수정 아이콘
저도 엘시-니어엘 / 정우-틸러 커플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향기는?" 이때 정말 심장 멎는줄ㅜ.ㅜ
강동원
22/08/08 17:34
수정 아이콘
저는 막연히 황제, 혹은 제국 자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막상 생각을 쓰려니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정리가 안되서 길게 썼다가 싹 지웠네요.
페스티
22/08/08 17:34
수정 아이콘
엘시같은 기괴한 인간에게 인질이라면 제국 그 자체 아닐까 싶네요. 아니면 황제 본인이라든지...?
닉네임을바꾸다
22/08/08 17:34
수정 아이콘
뭐 그거야 네크로맨서도 모를지도...?(뭔가 독자들이 알아서 상상하게 특별히 없다던가 무언가 있다던가를 설정 안했다던가라는 식으로...크크)
reefer madness
22/08/08 17:36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이영도의 새 작품 시하와 칸타의 장은 어떤지요? 혹시 읽어보신분 있는지?
닉언급금지
22/08/08 18:02
수정 아이콘
재밌습니다. 오버 더 초이스보다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오버 더 초이스는 연재물 읽는 재미를 느끼며 읽었고 시하와 칸타의 장은 단어의 뜻을 생각해 가며 읽었더랬죠. 예를 들자면 시하와 칸타는 '노래를 시작하자'를 나눈 것이다라든가... 하는 식으로요.
자급률
22/08/08 17:37
수정 아이콘
엘시는 극후반에 가기 전까진 생물이 본연적으로 가져야할 죄가 없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의무감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이었죠. 니어엘에게 말했다시피 본인도 이걸 마음속 깊은곳에선 알고 있었구요. 치천제 본인 역시 엘시가 그런 인간임을 최선행 조건으로 해서 승천계획을 짜고 있던만큼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지키고 싶어서 내 나라가 아니라 내 나라니까 지키려고 해. 사랑해서 결혼하려는게 아니라 결혼할 여자니까 사랑하려 하지." 뭐 대강 엘시 본인 말이 이런 대사였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아마도 '네가 지켜야할 도의적 의무를 진 여자' 즉 부냐를 말하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어리둥절해하는 엘시의 반응도 결국 죄(본원적 욕망?)가 없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은 맞으므로 크게 개의친 않았던거고...
22/08/08 19:15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한뫼소
22/08/08 17:41
수정 아이콘
예전 파편화된 커뮤니티 사이트가 왕성했던 시절에 드래곤 라자 클럽에서 이걸로도 한참 토론했던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론 죄가 결핍된 인간이라면 인질도 없을 수 있지 않은가 - 없다가 (마지막에) 생겼습니다 - 라는 식으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인질이 누구냐/엘시 - 정우가 커플링이 맞냐/두번째 영웅왕은 누구냐의 3대 떡밥은 언제나 즐길거리가 풍부한 것 같습니다.
22/08/08 19:33
수정 아이콘
드라클.. 십 몇년 만에 들어보네요.
원시제
22/08/08 18:12
수정 아이콘
엣헴
치천제
22/08/08 18:51
수정 아이콘
보고싶었습니다
valewalker
22/08/08 19:05
수정 아이콘
아니 본인이 오셨으면 답을 알려주셔요 크크
닉언급금지
22/08/08 19:27
수정 아이콘
지멘! 여기에요 여기!
니가커서된게나다
22/08/08 19:52
수정 아이콘
저도 잘 기억은 안나는데 모친을 언급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하니 치천제가 떡밥을 던진거 아닌가 싶네요
인질이라는 표현에 반응하면 죄가 생긴거니까 엄마빼고 소중한거 있냐?고 던진거 아닌가 싶네요
22/08/08 22: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올바른) 제국 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천제가 그렸던 제국은 엘시에겐 올바른 제국이 아니고 (그것은 바르지 않습니다.) 사람들만의 제국(어떤 신적인 존재의 의한 것이 아닌)만이 엘시에게 인질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본인의 죄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네요. 마지막에 본인의 죄를 빼앗긴 것에 분노하는 장면이 있었죠. 몇번을 봤는데도 햇갈리는거 보나 다시 볼때가 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랑드
22/08/08 22:37
수정 아이콘
영문학에서는 타고 있는 배나 나라를 여성형으로 칭하기도 하죠. 그런의미에서 제국에 한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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