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제가 이 영화의 대략적인 (초반부) 내용을 들었을 때 들었던 건,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영화였습니다. 카우보이, 서부, 퀴어... 대략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면서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찝찝하고 기묘한 긴장감, 저는 이런 비슷한 감정을 '폭스캐처'에서 느꼈던 것만 같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는 1925년, 서부 개척 시대의 끝자락에서 카우보이 '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성성과 과장된 마초이즘 사이에서 '필'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암시만 되지만) '브롱코 헨리'를 사랑했고, '로즈'와는 떨떠름하며, '피터'와는 미묘합니다. 동경과 애정, 미움과 견제가 섞여있는 인간관계에서 저는 <폭스캐처>의 '존 듀폰'이 떠오르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광대한 자연환경에 있을 겁니다. 몬태나 주의 풍광을 한껏 담은 이 영화는 아마도 극장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만 영화의 긴장감을 이끄는 과정에서 때때로 영화는 너무 질질 끄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양한 매체에서이 영화를 '드라마'로 분류하는데, 이 영화가 '스릴러-워너비' 정도의 느낌인 이유는 느긋하다고 해야할지, 혹은 느슨하다고 할 수 있는 느린 템포와 긴장감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인 캄피온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는 데, 섬세하고 그 미묘한 감정선에 대한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캐릭터 간의 긴장, 정서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배우의 힘과 연출의 힘, 저는 양 쪽 모두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네 캐릭터가 충돌하는 순간까지 매력적이네요.
'필'이 '피터'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묘합니다. 사랑인지 혹은 어떤 누군가를 (아마도 브롱코 헨리를) 떠올리게 만드는지. 혹은 그 반대의 시각도 독특합니다. 매료인가, 혹은 공포인가, 혹은 그 것도 아니라면 어떤 혐오의 감정인가. 그 감정들의 드라마로써 매력적으로 충돌하고 부딪칩니다. 서늘하게 마무리하는 끝까지도 인상적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추천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꽉 매도 느슨하게 풀리고 마는 가죽끈처럼 영화의 어떤 지점은 긴장감을 놓쳐버리곤 합니다. 조금 더 치밀하게 심리 스릴러의 흐름을 타도 될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된다면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을 놓쳐버릴 것 같아요. 그 미묘한 상황이 영화의 매력이자 단점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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