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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09 22:16:55
Name 거짓말쟁이
File #1 VjeYqZWss8gwgouCkomWQ.jpg (108.7 KB), Download : 69
Subject [일반] 네가 똥 싼 곳이 더럽다고 욕을 먹으면



피씨 통신 시절부터 사람들과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으니,  인터넷 문화에서는 나도 상당한 화석이 되었다.  그 시절부터 지겹게 싸워보기도 하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본 입장에서 단언하자면,  요즘 시대를 갈등의 시대니 혐오의 시대니 하는 것은 다분히 감상적인 '인상' 일 뿐이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지금은 인터넷에서나 싸우지 옛날에는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진짜로 돌을 던졌다.   내무반에서 경상도 파벌의 막내였던 우리 아버지는 해태와 롯데의 야구 중계가 있던 날 터진 패싸움에서  잇몸이 모조리 뭉개져 지금도 고기를 씹지 못한다. 파벌.  특정 지역이나 정치적 이념이 아니더라도 사람은 어떻게든 집단을 만들어 싸우게 되어있다.  아군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다른 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똘똘 뭉쳐서.  

싸움질이란 그렇게 항상 비슷한 형태로 반복된다는 것이 나의 개똥같은 지론이었고, 실제로 피씨통신에서 실명을 까놓고 싸우던 양반들이나 네이버 댓글에서 최다추천글로 싸우는 주작전사들이나 싸우는 형태는  다를 것 없어 보였다.  그러다  최근 트렌드의 키보드 파이팅을 본의 아니게 접하고 보니, 요즘 최전방의 전사들은 신선한 무기를 들고 싸우는게 아닌가?  

이 무기가 "과몰입" 이라는 단어다.  전투는 이런식으로 전개된다.

"응 니네 사이트 똥사이트~ 벌레 집합소~"

"뭐라고! 그러는 니네는 쓰레기 사이트 아니냐!"

"니 욕한 것도 아니고 그 커뮤니티 욕한건데 왜 발끈함?  너 커뮤니티에 [과몰입]하는 찐따냐? 과몰입 노노해. 응 그리고 우리 사이트 쓰레기 맞음. 히히 헤헤 헝헝"

해당 사이트들의 분쟁을 피지알까지 들고 오게 될까봐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두 사이트를  모두 하는 내 입장에서는 공교로운 싸움이었다. 더군다나 포탄 파편은 내가 다 뒤집어쓰는게 아닌가?   커뮤니티질을 하는 찐따라 하면 싸우는 이 두 사람보다는 그 두 사이트를 모두 빠삭하게 하고 있는 내가 가까울 것이기 때문에.

여하튼 이 과몰입이라는 것이 2000년대 초반부터 어느 사이트 출신이니 어느 갤에서 왔느니 하며 서로의 소속을 십자군마냥 들이대며 싸우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공격 방식이었다. 나는 싸우는 두 커뮤니티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딱히 어느 쪽 편을 들게 없음에도,  과몰입 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쪽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다.  그 논리에 깔린 기저 심리가 대강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내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나의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그 곳에 애착이나 책임감을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 비난 받거나 부끄러워 할 일 아니다.  만약 어떠한 커뮤니티에 몰입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면,  대체 어떠한 사이트에 어떠한 형태로 몰입을 하고 있냐가 방점이 되어야하지 몰입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는 피지알에 진지한 글을 쓰는 것이 좋고 가끔 발견하는 좋은 글들이 감동스럽고 쌍욕만 안했지 온갖 비꼼과 날 선 어휘로 논쟁을 이어가는 나 자신과 몇몇 사람들이 부끄럽다.  피지알이 부당한 이유로 욕 먹으면 화가 난다.  그게 어때서? 일베에 몰입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본래 내가 똥을 싼 곳이 더럽다고 욕을 먹으면, 똥을 싼 내가 부끄러워 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니면 깨끗하게 싸고 치우는 곳이라고 항변을 하거나.  그런데 욕을 먹어도 이러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요강이나 공중화장실이 더럽다고 욕을  먹어도 부끄러워 하는 이가 딱히 없듯이, 내가 인터넷을 원래 그러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다시 풀이하자면  


[즉 너는 입으로 배설을 하고 산다고.  책임감도 부끄러움도 없이.  니가 다니는 거기에서]


사람은 본래 자신과 관계 있는 것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내가 쓴 글이 심한 비하를 당하면 내가 직접 인신공격을 당한 것과 같이 상처 받고 분노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내가 다니는 미용실도 못하는 곳이라고 욕먹으면 기분이 야리꾸리해진다.  그런 미용실 단골인 나는 바보인가? 이러한 심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글 자체를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통처럼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게에서도 자주 감정이 상해 싸우는 사람들이 보이곤 하는데 그 사람들은 최소한 자기가 쓴 글이나 댓글에 진심인 사람들이지,  화도 안내고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없다는 식으로 낄낄거리는 놈은 저열한 어그로꾼일 확률이 높다.

나는 그래서 과몰입이라는 커뮤니티 논쟁용 단어를 처음 만들어낸 것이,  특정 사이트 혹은 특정 게시판을 그렇게 배설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아닐까 의심하고 그게 기분 나쁜 것이다.  그것은 면피용 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는 단어다.   실컷 무책임하고 더러운 짓을 하거나,  그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방조해놓고는 "응 괜찮아~ 그런 커뮤니티 진심으로 한 게 아니거든~그냥 배설하고 온거야~내 진정한 정체성이 아니야~"  하며 자기 자신이 커뮤니티에서 했던 짓, 봤던 짓들을 자기 자신과 유리시키는데 쓰는 것.  

물론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 모두가 이러한 심리를 가졌다는 뜻이 아니다.  커뮤니티에 몰입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해서 모든 수준의 몰입이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므로.   가령 아이돌에 몰입하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지만, 너무 과몰입해서 ~빠 수준으로 민폐를 끼치고 다니면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비판거리가 된다.

요컨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자주 다니는 사이트가 병의 신이라고 욕을 먹으면,  인정하고 부끄러워 하든가 반박하고 화를 내야 정상이지,  그래 병 맞어 낄낄 하는게 정상이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오히려 이상한 과몰입 취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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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21/04/09 22:17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스키블루
21/04/09 22:2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인터넷에서의 소통이 (많은 경우에) 어쩔 수 없이 피상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과몰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만. 이 글을 보고 사실 제 태도가 저의 행동과 저의 생각을 유리시키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 있음을,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방어기제였구나, 그리고 정성을 담아 글을 쓴 타인을 불편하게 할 수 있었겠구나... 하고 돌이켜 생각해보고 갑니다.
거짓말쟁이
21/04/09 22:35
수정 아이콘
오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자신이 커뮤니티에 너무 몰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상당히 건전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경우눈 실컷 커뮤니티질에 논쟁에 싸움에 드러운 짓은 다해놓고, 면피용으로 그런 단어를 꺼내드는 경우입니다.

왜 논쟁 중에도 그런 거 있잖아요. 뭐라뭐라 논리를 펼치길래 실컷 팩트까지 나열하면서 열심리 반박해줬더니, 그제서야 "에이 걍 해본 말이야 왜 열을 내고 그래" 하고 정신승리 입 씻는 애들
21/04/09 22:30
수정 아이콘
포브스 선정 유게에서 댓글 달리면 깨름칙한 닉네임 1위
거짓말쟁이
21/04/09 22:48
수정 아이콘
내일 비트코인은 급상승할 예정입니다.
21/04/10 14:19
수정 아이콘
진짜 그런데요?크크크크
로또 번호 좀....크크크크
21/04/09 22:41
수정 아이콘
뿌직
거짓말쟁이
21/04/09 23:00
수정 아이콘
향긋
人在江湖身不由己
21/04/09 22:55
수정 아이콘
여러 개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각기 다른 아이디로 코스프레를 하면서 수십개의 댓글을 남기는 것은 '과몰입'일까 '인터넷 ADHD'일까 가끔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크크
거짓말쟁이
21/04/09 22:57
수정 아이콘
그건 정신병 아닐까요?
단비아빠
21/04/09 23:03
수정 아이콘
정신병은 아니죠. 명확하게 목표가 있고 보상이 있는 행동입니다.
과몰입이라고 봅니다. 일종의 중독이죠.
거짓말쟁이
21/04/09 23:06
수정 아이콘
중독도 정신병 아닐까요? 어쨌든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정이 있고 친구가 있고 다른 취미가 있는 삶이면 그런 거에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어 갑자기 명치가...?
건전한닉네임3
21/04/09 23:06
수정 아이콘
변기 옆에 질러놔서 한소리 하니까 "아 거기 화장실 안이죠? 괜찮죠? 혼자 불타죠? 원래 그럴거 아니었는데 살짝 흘렸다고 이악물죠?"
하고 놀리는거같아요. 요즘 어그로들은. 분명히 선 안쪽이긴 한데 교묘하니까 더 화가 난단말이죠?
먹금하고싶어도 사람을 자꾸 툭툭 치니 먹이가 자꾸 나옵니다...이럼 안되는데
거짓말쟁이
21/04/09 23:07
수정 아이콘
그 상황에 진지먹게 유도해놓고 왜 그러냐는 식이니..참 어그로도 진화를 해요 크크크
양파폭탄
21/04/09 23:11
수정 아이콘
아래 초성체 글 때문에 쓰여진 글인가요? 거기에 딱 부합하는 내용은 아닌듯한데.
거짓말쟁이
21/04/09 23:23
수정 아이콘
딱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았습니다. 댓글에 과몰입 이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생각난 김에.

본문에 썼다시피 다른 사이트 싸움 보다가 느낀 점 이기 때문에 그런류 싸움을 안보셨다면 좀 모호하게 전달될 수 있겠네요.

근데 그런 싸움 안보는게 나으니 신경쓰지 마세요..크크크
Janzisuka
21/04/09 23:13
수정 아이콘
....화장실 앉자마자 제목이....
21/04/09 23:14
수정 아이콘
똥얘기하는 PGR...
내맘대로만듦
21/04/09 23:2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게 요새 '쿨찐'이라고 불리는 가불기메타죠. 워낙 성능이 좋으니까 아무나 다하고 댕겨서..
이 메타가 먹은지 몇년 됐는데

자기가 먼저 완전 논리에 안맞거나 남 신경 건드리는 소리를 적당하게 흘려서 한다음에
누가 반박하거나 화내면 '과몰입? 왤케불탐?' 해버리면 절대 안지죠.
거기서부터는 원래 주제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내가 화나지않았음'을 증명하는 쓰잘데기 없고 불리한 주제로 넘어가니까..

예전에는 키배에서 이기려면 상대방을 찍어누를수 있는 논리나 막댓글을 사수할수 있는 끈기 둘중에 하나는 필요했는데,
요새는 그냥 가불기로 예민하네~화났네~해주면 끝이니까 진지한 논의자체를 필요없게하는것같습니다.

예전에는 '손발이오글' 로 대표되는 중2병메타가 인터넷 세상에서 감성을 멸종시켰는데
이제는 '왤케화냄?'으로 대표되는 쿨찐메타가 인터넷 세상에서 논리를 멸종시킬것같네요.
거짓말쟁이
21/04/09 23:28
수정 아이콘
지가 실컷 욕하고 시비걸어서 불타는건데 불타는 사람 을 바보 만드니..

저도 감성멸종에 안타까워 하는 사람인데 중2병메타가 영향은 미쳤겠지만 주도한건 아니라고 봐요..오히려 감성이 줄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중2병 공격메타가 생긴 거라고 보고..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최근 시나 어떤 낭만 문화도 거의 사라졌고 영화마저 로맨스나 신파극이 박살났으니까요
이라세오날
21/04/09 23:36
수정 아이콘
요새 뭐든지 짧아지는데 이 것도 그 영향 중 하나라고 봅니다
예전엔 진지하건 끈덕지건 상대를 누르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 했는데 요새는 그런 진지함이 미덕이 아니고 집착이 되버렸어요
논리가 아니라 그냥 더 열내는게 패배의 아이콘이 되버렸고 진지함과 교묘하게 엮여서 그냥 싸지르고 가는게 메타가 되버렸죠
거짓말쟁이
21/04/09 23:53
수정 아이콘
일본 사회 트렌가 항상 10년 15년 우리나라보다 선행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20대때 일본 스포츠 만화 보다가 근성 관련 그런 내용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다 진 경기에 끈덕지게 달라붙거나 중요치 않은 상황에 열내는 걸 되게 촌스럽게 본다는 거에요. 고리야나츠?

그리고 일본에 딱 그때쯤에 쿨찐 비슷한 용어도 있었고.. 단순 논쟁뿐만 아니라 이런 트렌드 자체가 사회 반영인가 봐요.
GiveLove
21/04/10 00:35
수정 아이콘
여기서 예민하네 화났네의 침투력이란.......
램프의바바
21/04/09 23: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돈에 관심없다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그사람은 돈에 미친사람입니다.
.
과몰입하는 것에 관심없다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
그나저나 아이디가 익숙하더라니.. 한때는 동업자였는데.
한글날이 빨리오길 바랄뿐입니다.
거짓말쟁이
21/04/10 07:05
수정 아이콘
아니 무슨 말씀이신가 해서 이전 닉네임을 보았더니...리얼로 웃었어요
21/04/10 01:18
수정 아이콘
게시판에 올리기엔 너무 개인적인 감정 아닌가요?
이러니 입으로 배설을 한다고 하시는거 같은데
남이 배설하는 거 전 보고싶지 않습니다.
미국인
21/04/10 01:25
수정 아이콘
만나서 이야기할 시 더욱 많은 정보를 캐치하여 상대방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어느정도 몰입하고 있는지 등 파악이 되지만 인터넷은 그게 안되요.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과몰입 하는게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이 오갈 수 밖에 없는 구조고, 논리? 라고 하면서 기계적인 생각만 하게 되면서 현실과는 멀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욕하고 싸우는 시츄에이션만 보면 님이 맞긴 하지만 애초에 서로 과몰입을 안 했으면 그런 시츄에이션 자체가 안 나왔겠죠?
21/04/10 03:52
수정 아이콘
커뮤는 세상 따라가고 세상이 개인주의화 되니 구성원도 개인주의화 되고 논리도 개인주의화 되는 겁니다. 싸우기 싫고 편하게 소통하는 것만 하고 싶으니까 그냥 적당히 무관심해지면서 논쟁 피하고, 논란 될 이야기는 아예 피해가고, 그런 맥락에서 커뮤를 사용하는 이들에겐 논쟁 같은건 불편하고 피곤하기만 하니까 '나는 커뮤에 몰입하지 않는 이고 너도 그러는게 맞으니 너무 과하게 감정쓰지 마라' 는 논리로서 논쟁 자체를 원천봉쇄하는거 같아요.

그리고 이 방면에서는 피지알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조금만 논쟁이 격해지면 이 주제 피로하다, 그만하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잖아요? 이게 제가 원체 반골기질이 있고 커뮤를 옛날 식으로 써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이런 방향이 옳다고 생각안합니다. 외려 더 과몰입하고 더 생각하고 더 자료를 들고와서 반박을 하고 온 힘을 다해 싸워 피투성이가 되어야 자기 주장이 어디에서 약점이 있고 반대의 주장은 어디에서 약점이 있는 지 알게 되는 귀결이 나오고 그게 정상적인 논쟁이지 피로하다고 논쟁을 그만두는게 말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피로하다고 옳고 그른 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건 비겁한 것 같은데 말이죠..
우스타
21/04/10 04:52
수정 아이콘
근데 이런 피로함이란 건 이것이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것 그 자체라서 나오는 것 같아요.

토론회이던 술자리건, 오프라인에서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 번에 한 사람씩 주장을 듣고, 그것이 어떻게 보강 혹은 논파되는지를 지켜보고, 또 언젠가는 휴회 내지는 종료되기 마련인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제가 하나 나왔을 때 개인A vs 개인B간의 댓글논쟁에서 B의 주장이 논파되었다고 해도,
C가 와서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그거 답하는 와중에 D는 새 글을 파고, 이제 막 로그인한 E는 D의 글에다가 앞서 논파된 주장을 다시 하고, 거기에 B가 다시 동조하고...

거기다가 주제가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 생소한 것이다?
설명하기도, 설명을 듣기도 지치고, "이해 못하겠다" 가 합당한 반박인 상황이 되고, 논파된 주장은 기존/신규 참여자에 의해 계속해서 올라올 뿐이고...
결국 [마지막 댓글이 승리하는 구조]에서 의견의 수렴은 커녕 끝이 나는 경우가 드물죠.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 중 일부는 애초에 이 이슈에 관심이 없어요. 토론회가 아닌 커뮤니티니까요. 피로할 수 밖에요...
그리고 그 태도가 마냥 틀리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21/04/10 14: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관심 없는 논쟁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는 구조라면 말씀에 동의할 수 있겠으나, 피지알에서 무조건 모든 글을 읽어야할 이유는 없고, 또한 그 글들에 모두 자기 의견을 표명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않습니까? 으레 사람들은 관심 없는 주제는 쓱 훑어보고 말고, 아니면 아예 제목이나 글쓴이를 보고 클릭하지 않기도 하죠. 그런데 다른 데에서 하듯 피지알에서도 그렇게 글을 읽으면 피로감을 호소할 일도 없다고 보는데 그런 불만은 아무래도 이상하게 보여요. 제가 보기에 피지알에서 피로하다는 표현이 과하게 자주 쓰인다고 보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글을 안 읽음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게시판이 난잡하다는 이유를 들어 불편을 호소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불편의 호소가 설득력을 얻는 상황도 있어요. 정말로 게시판 한두페이지가 한두 가지 주제로 도배가 되면 게시판 이용자로서 불편할 순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경우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네요. 페미 논란이 극에 달하던 시절에도 그 정도는 절대 아니었으니까요.). 그럴수록 괜히 글쓰기는 꺼려지고 가벼운 글 같은 건 올리기 힘들게 되죠. 묘한건 피지알의 글쓰기 버튼이 너무 무겁다는 불평은 많이 봤는데 게시판을 과하게 검열하려는 이런 움직임에 대한 불평은 본 적이 없네요. 아무래도 그런 글을 올리는건 분탕질이라는 생각들을 하셔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제가 보기에는 불합리한 부분인 것 같아요. 애초에 글 하나하나를 진중하고 무겁게 만드는데 어떻게 자유로이 글을 쓰겠습니까.
우스타
21/04/10 15:22
수정 아이콘
"글을 안 읽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는 부분을 얘기하실 줄 알았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긴 하고요.
목록을 일정 부분 차지하는 것 만으로 거슬릴 수 있다는 의견에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가기 때문에 (그것이 토론이던 정보이던 뻘글이던 뭐던 간에)
태도가 마냥 틀리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토론에 참여했다가 일종의 벽을 느낀 뒤로 인터넷에서의 토론이란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있는가? 에 회의적입니다.
21/04/10 15:34
수정 아이콘
인터넷에서 토론이란 것이 성립할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건 저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워낙 트롤들도 많고 억지 부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다만 이게 사바사고 당연히 인터넷에서도 논리적인 대화가 오갈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에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사회적인 책임 같은 것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공간이고 바로바로 말로 하는 게 아닌 글로 정제된 생각을 교류할 수 있어서 좋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지금 저와 우스터님이 하고 있는 것도 그에 준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스터님이 말씀해주신 내용 덕분에 저는 다른 입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거든요. 우스터님께서는 어떠실 지 모르겠지만 뭐 대단한 인문학적 통찰이 오가지 않더라도 다른 시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이런 것도 제겐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에요.
-안군-
21/04/10 15:34
수정 아이콘
뭐... 커뮤니티 과몰입은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3대 BBS 시절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이라...
그게 좀더 다양회, 파편화됐을 뿐이죠.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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