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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3/19 16:50:57
Name Jedi Woon
Subject [일반] [13] 사라진 문명이 이끈 만남 (부제:배낭여행의 로망) (수정됨)
2009년 4월 아버지의 금전적 도움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철학과를 졸업한 진성 문돌이에게 취업의 문은 좁디 좁았다
큰 기대가 없었고 혼자가는 해외여행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호치민 경유 방콕행 왕복

방콕 - 씨엠립의 앙코르왓 - 다시 방콕 - 중국 쿤밍 -다시 방콕
호치민에 도착하면서부터 동남아의 더위를 실감한다
공항에서부터 가짜 택시임을 알고서도 바가지를 당했다

방콕에서 이틀째

이대로 있으면 더위먹고 일사병을 체험할 것 같다
일정을 바꿔 중국 쿤밍으로 피서를 간다

열흘가량 쿤밍, 다리, 리장, 호도협 국민코스를 따라갔다
그동안 쿤밍의 숙소에서 만난 형과 동행했다

여행이 편했다

방콕으로 가는 날
밤 비행기

비행기가 2시간 연착이다
짜증난다
드디어 탑승
1번으로 탑승한다
그리팅 준비 안되있는 승무원들

역시 똥방항공

한글 자막 없는 중국 영화 하나를 본다
영화 끝나니 도착한다

애매한 새벽시간
고민을 한다

유쾌하지 않은 비행에 잠도 못자고 그냥 방콕에서 방콕이나 할까
그래도 계획한 일정을 소화할까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앙코르왓 보러 갈까

가자

아침 8시가 안된 시간에 국경에 도착했다
워낙 바가지로 유명한 곳이라 긴장이 된다
비자피로 규정보다 5달러 더 뜯겼다

씨엠립까지 택시 흥정을 한다
어떤 어린 캄보디아 아가씨와 함께 간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숙소에 도착
한국인은 안보인다

그곳에서 2달러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야전병원을 연상시키는 모습
좁은 세면장 2개

중국에서의 여행은 호화로웠구나

적당히 씻고 나와 늦은 끼니를 해결했다.

다시 숙소에 도착
한국인 주인을 만났다
사실 주인은 캄보디아 노파고, 그 노파의 사위가 한국인이다

한국 주인에게 다른 한국 여행객이 있다고 얘기해준다
나보다 하루 먼저 온 여성이란다
여성이라서 기대되는게 아니라 동행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곳에서 낯선 남성과 흔쾌히 동행할 사람이 어디 있어

그때 그녀가 숙소에 도착했다.
눈에 띄게 아름답고 뭔가 설레게 하는 미모의 여성은 아니다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고

주인분이 자가용으로 나와 그녀를 태우고 시내 구경을 시켜준다
그리고 한 곳에 떨궈준다

함께 시내구경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나보다 한살 어린 직장인이고 휴가로 왔다

내가 묵는 방의 세면실이 작아서 씻기 불편하다는 얘기를 헸다
그녀가 흔쾌히 자기 방의 샤워실 쓰라고 한다

숙소에 돌아와 내가 묵009년 4월 아버지의 금전적 도움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철학과를 졸업한 진성 문돌이에게 취업의 문은 좁디 좁았다
큰 기대가 없었고 혼자가는 해외여행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호치민 경유 방콕행 왕복

방콕 - 씨엠립의 앙코르왓 - 다시 방콕 - 중국 쿤밍 -다시 방콕
호치민에 도착하면서부터 동남아의 더위를 실감한다
공항에서부터 가짜 택시임을 알고서도 바가지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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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이틀째

이대로 있으면 더위먹고 일사병을 체험할 것 같다
일정을 바꿔 중국 쿤밍으로 피서를 간다

열흘가량 쿤밍, 다리, 리장, 호도협 국민코스를 따라갔다
그동안 쿤밍의 숙소에서 만난 형과 동행했다

여행이 편했다

방콕으로 가는 날
밤 비행기

비행기가 2시간 연착이다
짜증난다
드디어 탑승
1번으로 탑승한다
그리팅 준비 안되있는 승무원들

역시 똥방항공

한글 자막 없는 중국 영화 하나를 본다
영화 끝나니 도착한다

애매한 새벽시간
고민을 한다

유쾌하지 않은 비행에 잠도 못자고 그냥 방콕에서 방콕이나 할까
그래도 계획한 일정을 소화할까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앙코르왓 보러 갈까

가자

아침 8시가 안된 시간에 국경에 도착했다
워낙 바가지로 유명한 곳이라 긴장이 된다
비자피로 규정보다 5달러 더 뜯겼다

씨엠립까지 택시 흥정을 한다
어떤 어린 캄보디아 아가씨와 함께 간다.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숙소에 도착
한국인은 안보인다

그곳에서 2달러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야전병원을 연상시키는 모습
좁은 세면장 2개

중국에서의 여행은 호화로웠구나

적당히 씻고 나와 늦은 끼니를 해결했다.

다시 숙소에 도착
한국인 주인을 만났다
사실 주인은 캄보디아 노파고, 그 노파의 사위가 한국인이다

한국 주인에게 다른 한국 여행객이 있다고 얘기해준다
나보다 하루 먼저 온 여성이란다
여성이라서 기대되는게 아니라 동행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낯선 곳에서 낯선 남성과 흔쾌히 동행할 사람이 어디 있어

그때 그녀가 숙소에 도착했다.
눈에 띄게 아름답고 뭔가 설레게 하는 미모의 여성은 아니다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고

주인분이 자가용으로 나와 그녀를 태우고 시내 구경을 시켜준다
그리고 한 곳에 떨궈준다

함께 시내구경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나보다 한살 어린 직장인이고 휴가로 왔다

내가 묵는 방의 세면실이 작아서 씻기 불편하다는 얘기를 헸다
그녀가 흔쾌히 자기 방의 샤워실 쓰라고 한다

숙소에 돌아와 내가 묵을 예정인 곳을 보여줬다
그리고 하룻밤 쉐어하자고 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근데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예스였다
이 여자 겁도 없나 싶었다

싱글룸 싱글 침대에 남녀나 누워 있다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자 옆으로 돌아 눕는다
행여 방해될까봐 움직이지도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점점 정신은 또렷해진다

새벽 2시반이 넘었다

그녀를 향해 돌아 누웠다
잘자고 있다
내 입술이 그녀의 볼을 향한다
그녀가 깬것 같은 느낌
자는 척을 한다
그녀가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는 것 같다

날이 밝아 온다
꼬박 이틀 밤을 샛다

그날 함께 숙소를 옮겼다.
한국인 사위가 거주 겸 운영하는 숙소의 트윈룸으로

앙코르 왓은 걸어 댕길 수 없다

택시, 뚝뚝, 자전거 같은 교통수단으로 각 유적지와 사원들을 다닌다

그녀와 난 서로 다른 뚝뚝을 타고 각자의 코스를 다닌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전통공연을 하는 부페식당에서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식사를 할 예정이다

먼저 도착했다
곧 그녀가 왔다
그런데 식당에 들어오지 않고 뚝뚝 기사와 얘기를 한다
얘기가 길어진다
처음에 뚝뚝기사와 일주일 백달러로 약속했는데
이 금액이 너무 많은 금액인걸 알았다
그래서 깍자고 했는데 깍아줄리 있나
결국 이틀치만 계산하고 빠이빠이
다음날부터는 내 뚝뚝기사와 동행한다

예상치 못한 동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부페에서 말을 텄다

그녀는 한국에서부터 앙코르왓에 관련된 책 여러권을 가져왔다
앙코르왓의 역사를 따라 가는 코스였다
내가 첫날 가본 사원을 또 가게 되었지만 상관 없었다
함께 다니며 그녀가 책에서 본 이야기를 해준다
부조에 새겨진 신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혼자였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건 사탕달라고 달려오는 아이들을 떼어 놓는 것
그리고 이마의 땀을 닦아주는 것

다음날 그녀가 짙은 화장을 했다
땀나고 불편할 텐데?
왜 화장했냐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밤비행기라 아침부터 시간이 남는다

같은 침대에 앉아있다가 자연스레 눕게된다
그녀가 팔베게 해준다고 한다
뭔가 긴장이 된다
괜한 오해를 사면 안될 것 같다
자세가 불편하고 어정쩡해진다

그녀가 답답해하며 바꾸자고 한다

내가 팔베게를 해주고 그녀가 나를 끌어 앉으며 눕는다

이야호!!

얼굴이 가까워지고 눈이 마추쳤다
내가 뭐라 얘기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내 감정을 얘기했을 것이다

그녀와 입을 맞춘다

두 입술이 떨어지고 그녀는 반대쪽 침대로 간다
베개를 끌어안고 얘기했다
"나랑 사귀면 그거 할꺼야?"
무슨 대답을 해야하지?
여행지의 하룻밤 불장난 같이 생각했나?
뻔하고 상투적인 대답을 했다
"너랑 그런것 때문에 사귀려는 거 아냐"

씨엡립 시내로 나간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보며 그녀의 책을 읽는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내게 안기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손을 잡고 숙소로 돌아왔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3시간 전
씻고 나온 그녀가 시간을 묻는다
"2시간 동안 불끄고 뽀뽀해줘"
하루안에 일어난 꿈 같은 일
기대하지도 않았던 여행의 가장 큰 결실
입맞추던 그녀가 말한다
"첫날에 오빠가 나한테 뽀뽀하는 꿈을 꿨는데 이럴 줄 알고 꾼 예지몽인가봐"
난 진실을 얘기할 수 없었다

숙소주인이 공항으로 태워주었다.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그녀가 자기 번호를 적어 주었다
영화에서와 같은 공항의 이별은 없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고 짐을 챙겨 들어가고 나는 숙소 주인과 함께 돌아간다
혼자 남은 트윈룸은 아직도 날 꿈꾸게 만든다

호치민에 도착하여 10시간 대기
호치민 시내
엽서를 산다
그녀를 위해 쓴다
그녀가 선물로 사달라는 부채도 샀다

새벽 6시가 넘어 인천공항에 도착
탑승동에서 입국심사장까지 최대속도
그녀가 마중나와 있다
영화처럼 격하게 껴안아 본다

호치민에서 쓴 엽서를 주었다
아차! 부채는 까먹었다
1년 넘게 부채로 갈굼 당했다

씨엠립에서 그녀와 헤어지고 내내 생각했다
이런게 정말 운명이란 걸까

생각해보니 그녀와 만나지 못할 선택지는 많았다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었다면?
내가 방콕에서 생각을 바꿨다면?
2달러짜리 도미토리를 가지 않았다면?
결정적으로 내가 배낭여행 자체를 오지 않았다면?

아버지 감사합니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로멘틱한 상상을 하진 않았다
무더위에 비수기인 동남아에서
포기하고 마음을 비우니까 생긴걸까?

4년 정도 지나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은 호주 멜버른
그리고 결혼 1주년 기념은 일본 규슈

그리고 독일로 건너와 틈틈히 여행을 다녔다
결혼한 후에도 아내와 이곳저곳 많이 다녔네

코로나가 종식이 되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아내와 태국에 가고 싶다
내 아내는 아직 한번도 동남아를 가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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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16:58
수정 아이콘
흠 기승전? 이군요.
Jedi Woon
21/03/19 17:27
수정 아이콘
서술트릭을 넣었는데.....실패인거 같군요
샤카르카
21/03/19 17:05
수정 아이콘
묶은->묵은
Jedi Woon
21/03/19 17:25
수정 아이콘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완전연소
21/03/19 17:36
수정 아이콘
사모님~ 바로 여기입니다!!
닉언급금지
21/03/19 18:07
수정 아이콘
호오 그러니까 4년이란 기간 동안 연애를 최소한 두 번은 하셨겠다 이거죠?
onDemand
21/03/19 18:14
수정 아이콘
2009에 코로나가 터졌더라면... 지금 죽창이 필요 없었을텐데 말이죠.
21/03/20 03:16
수정 아이콘
좋은(?) 추억에 대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크크.
장고끝에악수
21/04/04 08:07
수정 아이콘
아 글 재밌네요 이런 틀어버리는 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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