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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2/02 16:55:23
Name 우주전쟁
Subject [일반] 뇌피셜이 때로는 위험한 이유... (수정됨)
1966년 8월 1일, 찰스 휘트먼은 승강기를 타고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대학교 시계탑 전망대에 올라갑니다. 전망대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총기난사로 13명이 사망했고 33명이 부상을 당합니다. 결국 휘트먼은 출동한 경찰의 저격으로 현장에서 사살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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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후 경찰이 그의 집을 수색했을 때 그의 아내와 어머니 역시 휘트먼에 의해 살해된 채로 발견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의아해 했던 것은 그에게는 이러한 끔찍한 무차별 살인을 벌일만한 아무런 사전 조짐도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미국 보이스카우트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는 이글스카우트 출신이었고 은행원으로 근무하면서 텍사스대학교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집에는 경찰의 눈을 붙잡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가 아내와 어머니를 죽이고 난 후 남긴 메모였습니다. 메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I don‘t really understand myself these days. I am supposed to be an average reasonable and intelligent young man. However, lately (I cannot recall when it started) I have been a victim of many unusual and irrational thoughts...After my death I wish that an autopsy would be performed on me to see if there is any visible physical disorder.]

즉, 최근 들어 자신이 본인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해졌고 언제부터 이런 일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으며 자기가 죽고 나면 부검을 통해서 어떤 신체적인 문제가 있었던 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부검이 이루어졌으며 부검을 진행했던 병리학자는 휘트먼이 뇌종양을 앓고 있었던 사실을 발견합니다. 동전 크기의 종양 병변이 편도체라고 불리는 뇌의 한 부분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편도체에 가해진 작은 압박이 연쇄적인 영향을 일으켰고 그로인해 그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끔찍한 살인행각을 벌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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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kg에서 1.4kg 정도의 무게를 가진 주름진 베이지 색깔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신체 기관은 인간을 완전하게 지배하고 통제하며 때에 따라서는 인간의 성격 자체도 바꿔버리는 무서운 능력을 가졌습니다. 우리들은 그저 뇌가 하라는 대로 해야만 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죠. 그래서 뇌가 우리에게 은밀한 유혹의 눈길로 건네는 "뇌피셜"은 때때로 극도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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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보다먼
21/02/02 17:02
수정 아이콘
이 글이 뇌피셜이라는 결말을 기대했는데 유게가 아니었군요..
21/02/02 17:03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보면 인간한테 자유의지는 없는거같아요 ㅠㅠ
나주꿀
21/02/02 17:07
수정 아이콘
뇌피셜이 이 뇌피셜이었을 줄이야
This-Plus
21/02/02 17:13
수정 아이콘
총기 규제좀...
맥도널드
21/02/02 17:14
수정 아이콘
편도체는 두려움, 공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도체가 망가지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지요.
재미있는건 편도체가 인지, 기억, 시각 등 대뇌의 여러부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다리에서 떨어져죽는 장면을 목격했을때 뚜렷한 장면이 오랫동안 명확하게 기억되는 경우가 있는데, 편도체에 의해 대뇌에 작용을 했다는 것이지요.

뇌과학 측면에서 보면 감성(편도체)이 직접적으로 이성(대뇌)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21/02/02 17:16
수정 아이콘
폰이아니라
뇌피셜이네
깃털달린뱀
21/02/02 17:21
수정 아이콘
뇌야말로 우리 본인인 것이지요. 나머지 육체야 그냥 외골격일 뿐
하얀마녀
21/02/02 17:51
수정 아이콘
스칼렛
21/02/02 23:09
수정 아이콘
이런건 뇌의 변화가 매우 서서히 진행되었기 때문에 뇌의 나머지 부분이 보상작용을 했기 때문이지요. 똑같은 변화를 30년이 아니라 3개월 만에 겪었으면 완전히 달랐을겁니다.
21/02/03 11:16
수정 아이콘
뇌의 시냅스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 수많은 시냅스가 생성후에 전원이 꺼지듯이 비활성화 되버립니다. 왜냐하면 그 부분까지 다 활용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니까요. 실제로 뇌손상 환자들의 재활의 원리는 이 죽어있는 회로가 다시 재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기사의 사람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발현하지 않을 시냅스가 발현되면서 저런 생활이 가능해진거죠.
21/02/02 17:21
수정 아이콘
예전에 관심 가졌던 사건이네요. 근데 이 사건은 1996년이 아니라 1966년에 벌어진 일입니다. 일의 전개는 말씀하신 내용이 대략 맞을 거에요.
우주전쟁
21/02/02 17:31
수정 아이콘
쓰다보니 오타가 났네요...--;
별거아닌데어려움
21/02/02 17:27
수정 아이콘
뇌에 이상이 생겨 저런 살인을 저질렀다면 반대로도 구두쇠 같던 사림이 자선에 힘쓴다던가 인류애 넘치는 일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네요.
수원역롯데몰
21/02/02 17:28
수정 아이콘
빌게이츠..?
21/02/02 17:40
수정 아이콘
마원?
척척석사
21/02/02 17:49
수정 아이콘
마원 네이놈...!! 마윈을 돌려내라!!
차단하려고 가입함
21/02/02 17:43
수정 아이콘
스쿠루지 영감..
파란무테
21/02/02 18:51
수정 아이콘
마속:엇 나는 왜 등산을 했지?!
충동가입
21/02/03 00:34
수정 아이콘
높은 곳에 올라서 흉기를 쏘는 방식을 택한 걸 보면 혹시...?
-안군-
21/02/02 19:18
수정 아이콘
록펠러가 암으로 죽을뻔했다가 살아난후 사람이 변했다는데.. 혹시 암세포가 뇌에 영향을 줘서?
여우별
21/02/02 17:54
수정 아이콘
무섭네요..
증상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면 내 자신이 극도로 싫을 거 같아요
Prilliance
21/02/02 18:03
수정 아이콘
일반인이 저정도 사상자를 내는게 가능한가 싶어서 찾아보니 해병대 출신이었군요. 다른 총기난사 사건과 달리 그냥 난사한게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저격을 했다니 더 소름끼치네요.
21/02/02 21:2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까지 소식이 오지 않아서 그렇지, 전역군인이 많은 미국에서 꽤나 있는 편입니다.
제가 아는 전역군인의 총기사건만 해도 몇가진데, 그 중 유독 기억남는 하나는 차 트렁크에서 조그만 구멍을 내고 지나가는 일반인들을 저격했던 건이 기억나네요. 몇주를 거의 공포에 살아야했던.
21/02/02 18:04
수정 아이콘
엘리 맥빌 에피소드 생각나네요...
21/02/02 18:11
수정 아이콘
결국 뭐 사람이란건 인체를 벗어날수 없는것이니
21/02/02 18:12
수정 아이콘
쓰르라미 울적에...인가요
유료도로당
21/02/02 18:24
수정 아이콘
[흥미롭죠? 위에 말한 사건은 사실 제 뇌피셜이었습니다.] 였으면 완벽했을텐데 .... 그나저나 처음 알게된 사건인데 끔찍하네요..ㅠ
다리기
21/02/02 19:41
수정 아이콘
이 글이 뇌피셜이 아니라는 데서 반전을 느끼고 갑니다...
그리움 그 뒤
21/02/02 20:10
수정 아이콘
이 글은 뇌피셜이 맞습니다.
찰스 휘트먼의 뇌피셜.
21/02/02 21:24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혼자 먼 곳으로 여행가서 '내가 좋아하는 것' 인지, '내 뇌가 좋아하는 것'인지, 내가 '뇌'인지, 뭐 이런걸 고민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결국 내린 짧은 결론은 내 '자아'와 '뇌'를 혼동하지 말자였습니다. 지금도 저의 뇌는 저에게 '탄산 음료'를 마시라고 하고 있는 것 같네요.
R.Oswalt
21/02/02 21:31
수정 아이콘
본인피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군요. 그가 남긴 쪽지의 본인피셜이 없었다면 부검 대신 누군가의 뇌피셜로 수사 종결 됐을지도...
브리니
21/02/02 22:44
수정 아이콘
뇌피셜이 위헌한데에 대한 오피셜한 견해
MissNothing
21/02/03 00:02
수정 아이콘
호르몬의 노예 ㅠㅠ
21/02/03 09:46
수정 아이콘
왜 캠릿브지가 아닌가요
자루스
21/02/03 11:04
수정 아이콘
크리스 벤와가 생각나네요..... 뇌를 보니 문제가 심각했다라고 하던데.....
어긋남이없으리라
21/02/03 21:30
수정 아이콘
저런 쪽지까지 남길 정도였으면 사리분별이 잘되는 정말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극을 막지는 못했네요.

저런 일이 닥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뇌에 전극 꽂는 게 일상적인 시대가 되면 조금만 반사회적인 행동을 해도 컴퓨터 부팅하듯 전원 내리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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