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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31 18:52:23
Name 꾸꾸
Subject [일반] 구운 삼겹살 향 향수 (수정됨)
먹다 남은 치킨 말고도 이해 못했던 개념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바로 역겨운 고기 냄새.

고깃집에서 나와서 지하철을 타면 그제서야 내몸에서 느껴지는 고기 향기. 남들은 그걸 제거한답시고 페브리즈를 뿌리느니 옷을 봉투에 넣어서 잠가놓느니 의자 밑에 넣느니 온갖 수를 다쓰는데 나는 스윽~ 냄새를 들이시며 옆 친구에게 말했다. 왜 삼겹살 향 향수는 없지?

지금이야 물론 양복을 입으면 아예 고깃집을 안가고 어쩔 수 없이 가게되면 그 유난이라 생각했던 옷 봉투에 넣기 + 나갈 때 냄새 제거 작업을 꼭 한다. 갑자기 구운 고기 냄새가 싫어졌다기 보다는 내가 좋다고 남들도 좋으라는 보장이 없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이 드는가 하면 돼지고기 잡내를 없에려고 인터넷에 방법을 검색 중이였다. 검색 끝에 내린 결론은 뭘 쓰던간에 한가지로 귀결되었다.
'강한 향을 가진 향신료로 고기 잡냄새를 없앤다'
즉 더 강한 향으로 덮어버린다 이건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기 냄새는 무조건 덮어버려야 하는, 무조건 없애야만 하는 나쁜 냄새일까?

물론 고기가 오래되서 나는 그 '비릿한' 향은 없어져야 마땅한 냄새일 것이다. 하지만 고기를 익힐 때 특히 수육을 삶을 때 마치 필수적으로 해주어야 하는것 처럼 말하는 전처리 과정. 그 냄새 잡는 과정은 과연 필수적일까? 그냥 물에 넣고 삶으면 안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많은 월계수 커피 통후추 파뿌리 중에 하나만 넣으면 안되는 걸까. 그 사람들은 그걸 하나씩 넣어보고 빼보고 다 실험해서 알아낸 걸까 아님 그냥 계속 해야된다니까 기계적으로 따라한 것일까. 그럼 저런게 없을 때는 어떤 걸로 대체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옆에 있는 어머니에게 답을 구했더니 딴 생각 말고 일단 삶기 부터 하라고 구박을 주신다. 삶아 보면 안다고. 하다 보면 왜 그런지 안다고.

그렇다. 나는 삶을 고기를 앞에 가져다 놓고 삶을 생각은 안하고 계속 이딴 생각들만 하고 있었다. 뭔가를 하기보다는 고민을 먼저 하는 내 덕목은 여기서도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 이 글은 의식의 협찬을 받아 무료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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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1 18:57
수정 아이콘
https://www.yna.co.kr/view/AKR20110409006700009

이게 생각나는 글이군요.
20/08/31 19:03
수정 아이콘
역시 남들은 저보다 똑똑합니다
웃어른공격
20/08/31 18:59
수정 아이콘
삶은 계란이 아니라 삶은 고기군요....

어차피 인생은 고기서 고기니까요..
20/08/31 19:03
수정 아이콘
제목을 그걸로 할까 고민했었읍니다.
-안군-
20/08/31 18:59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시험보기 전날엔 왠지 청소가 하고싶은 뭐 그런거군요?
20/08/31 19:04
수정 아이콘
그런걸껍니다.
쿠크다스
20/08/31 19:03
수정 아이콘
라면도 스프없이 먹을 순 있습니다...만
네, 필수적이죠.
20/08/31 19:04
수정 아이콘
한번 해보겠습니다.
보름달이뜨는밤에
20/09/01 02:16
수정 아이콘
물라면을 즐겨먹는 스트리머가 있긴한데.... 음..
하카세
20/08/31 19:14
수정 아이콘
어떤 요리유튜버가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육향을 무조건 가려야하는 나쁜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20/08/31 19:19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그 얘기를 하더군요. 안타깝다고.
그래서 고기 향? 을 맡아보려고 했는데... 고기향을 맡을 만큼의 소고기를 먹을 일이. 요새 없네요. 흑.
정지연
20/08/31 19:37
수정 아이콘
어릴때 육수 뽑아내고 난 양지머리를 찢어서 먹으면 그렇게 맛있는데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고는 했습니다. 누린내 안나냐고..
제 입장에선 냄새가 나기야 하지만 이건 원래 고기냄새가 아닌가? 싶었고 어른이 되고 요리를 즐겨하지만 아직도 무슨 냄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양고기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는데 이건 누린내가 아니라 양고기의 향이 아닌가 싶고요.. 그게 나한테 맞냐 안 맞냐는 좀 다음 문제고..
쿠크다스
20/08/31 19:48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향이 덜 나는 어린 양을 선호하지만
향 풀풀나는 양고기를 선호하는 쪽도 있다고 들었죠..
은때까치
20/08/31 19:43
수정 아이콘
아마 제가 알기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그래서 향신료를 넣어서 빼야하는 그 고기향 - 누린내 - 은 '상한' 고기향일겁니다. 먹으면 배탈나는 허약한 인간들이 태초에 있었고, 그래서 그 냄새를 싫어하도록 진화적으로 발달된거라고....... 어디어디서 들었습니다.
빙짬뽕
20/08/31 20:43
수정 아이콘
교이쿠센세도 한국치킨은 육내가 없다고 불평하셨죠
돼지 삶는거 이야기로 돌아가면, 고기가 좋으면 맹물에 삶아도 충분하더군요
고등어자반
20/08/31 22:50
수정 아이콘
"수육을 삶을 때 마치 필수적으로 해주어야 하는것 처럼 말하는 전처리 과정. 그 냄새 잡는 과정은 과연 필수적일까?"
--> 예, 적어도 제게는 필수입니다. 제가 고기 잡내를 싫어하는 편이라 다양하게 실험해봤는데, 미림, 파, 마늘, 후추 정도는 들어가야 냄새가 컨트롤되더군요. 조금 덜 민감하신 분들은 전처리 과정을 한 두개 빼셔도 별 문제 없겠지요.
20/09/01 07:17
수정 아이콘
의식 앞광고 킹정합니다
醉翁之意不在酒
20/09/01 10:42
수정 아이콘
저도 옷에서 음식냄새가 나는게 극도로 싫어서 겨울이 두렵습니다.
고기집은 당연하고 청국장같은게 나온 날에는 그냥 코트고 패딩이고 다 세탁 맏기다보니 비용도 만만찮고.....
겨울에 회식있다고 하는날엔 반드시 유니크로제 가벼운 다운 입고 갑니다. 그냥 세탁기에 돌리면 되고 하루면 마르니까.
20/09/01 20:41
수정 아이콘
돼지비린내 안잡은 돼지국밥 먹어보면 깨닫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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