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7/17 10:10:57
Name 혼돈
Subject [일반] [9] 여름휴가 계획

올해는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

작년 여름에 해변에서 캠핑한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짭짤한 모래를 씹으며 찝찝한 몸뚱어리를 산채로 모기떼에 바쳤던 그 기억...

이상은 휴가 내내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자다 깨다 하는 것이지만 아이들과 애엄마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서울 내에서 최소한 근교 내에서 협의를 봐야 한다. 그렇다면 휴가 중 하루 정도는 집에서 쉴 수 있을 테지...

"아빠 우리 여름 방학에 어디가? 우빈이네는 싸이빤간데 나도 비행기 비행기 타고 시퍼!"

한 타이밍 빠른 공격이다. 우빈네는 맨날 돈 없다고 하면서 매년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과연 아들 녀석이 우빈이네 놀러 간다는 얘기를 우빈이한테 들었을까? 엄마가 들은 얘기를 전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여름 애엄마가 그리는 여름휴가에 첫 번째 포석이 이것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넘어가면 안된다.

재작년 괌으로 갔던 여름휴가를 잊지 않았다. 뜨겁다 못해 통구이가 될 거 같은 햇볕에 여행 내내 쇼핑 셔틀에 짐꾼 노릇을 했던 기억...

무엇보다도 그때 여행비용으로 썼던 카드값을 메우기 위해 거의 1년간 용돈을 강제로 감봉당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싸이판보다 더 좋은데 가야지~"

"우와 그럼 더 머얼리 가는 거야?"

"예준아 꼭 멀리 가는 게 좋은 건 아니란다. 진짜 좋은 곳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이야~"

"아 씽 그럼 비행기 못 타잖아 비행기 나 비행기 타고 싶다고 아아아앙"

재작년만 해도 비행기에서 무섭다고 다시는 안 탄다고 했던 녀석이...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여기서 애를 울렸다가는 더 큰 사태로 번진다.

이미 아들 녀석은 비행기에 꽂힌 듯 하다. 제주도라도 가야 하는 것인가. 쉽게 물러설 수는 없다. 둘째 딸을 포섭하면 아직 희망은 있다.

"예은아. 예은이도 비행기 타고 싶어?"

"음... 아니"

그렇지. 재작년 아들 녀석은 비행기에서 무섭다고 쫄아만 있었지만 딸아이는 귀가 이상하다고 가는 내내 울고불고 난리였다. 비행기를 타고 싶을 리가 없지.

"그럼 예은이는 어디 가고 싶어? 아빠랑 같이..."

"예은이는 아렌델가고 시퍼!"

"아렌델 거기가 어디야?"

"아빠는 그것도 몰라? 엘사 공쥬님 사는데!"

... 하마터면 스칸다니아 반도로 여름휴가를 떠날 뻔했다. 시원하긴 했겠네...

"예준 아빠. 휴가 날이 언제라고 했지?"

큰일이다. 아직 한 명도 포섭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가 얘기를 하면 내가 불리해진다. 어떻게든 넘어가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그을쎄... 8월이었는데... 내가 내일 회사에서 자세히 알아볼게."

"뭘 자세히 알아봐 여기 달력에 적혀있네 셋째주 아니야?"

"아 그게... 그쯤이었던 거 같은데... 확실하게는..."

"이 때면 애들이랑 휴가 못 가겠는데?"

"응?! 왜???"

"올해부터 애들 우빈이 따라 교회 보냈잖아."

"그랬지. 우리는 안 믿지만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니까!"

"뭐야. 그냥 일요일마다 늦잠 자고 싶어서 가라고 했으면서."

"흠흠. 암튼 교회가 왜?"

"여름마다 어디 가는 게 있나봐. 여름성경학교라던데?"

"아 정말?!!!"

"4박 5일이라는데. 거기 갔다 오면 어디 가기 애매하겠네..."

"아... 그래? 그거참 아쉽게 됐네? 근데 거기 애들만 보내도 되나?"

"우빈 엄마가 따라간다는데... 나도 걱정돼서 처음이니까 이번엔 따라가보려고"

"아.. 그래? 자기까지?"

"당신만 노났네. 휴가 날짜 바꾸긴 어렵지?"

"그럼 우리 회사 여름 휴가 날 정해져 있는 거 알잖아. 좋기는 5일씩이나 혼자 있으면 외로워 흐흐"

아... 할렐루야!




----------------------------------------------------------------------

아직까지는 픽션입니다. 향후 닥쳐올 미래를 생각하면서 쓴 글입니다.

가볍게 봐주시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9/07/17 10:14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아...
비상하는로그
19/07/17 10:16
수정 아이콘
할렐루야!
논픽션으로 결말을 맞이 하시면 무교인 저도 종교가 생길것 같습니다..
교회를 보내야하나..
무라세 사에
19/07/17 10:19
수정 아이콘
어째 시나리오가 1400만가지의 미래중에 딱 한가지 정도 시나리오 아닌가요. 너무 좋은데...
분당선
19/07/17 10:24
수정 아이콘
아멘
19/07/17 10:33
수정 아이콘
A-man
Hammuzzi
19/07/17 10:36
수정 아이콘
크크 축하드립니다 크크
그런게중요한가
19/07/17 10:43
수정 아이콘
생각만해도 짜릿...
19/07/17 11:00
수정 아이콘
와 이래서 가족을 교회 보내는구나 하고 대번에 납득..크크크
상상만 해도 짜릿하네요
블루레인코트
19/07/17 11:09
수정 아이콘
종교의 필요성을 새삼 느낍니다.
첸 스톰스타우트
19/07/17 11:34
수정 아이콘
아야발꿈
Zoya Yaschenko
19/07/17 11:34
수정 아이콘
온 우주의 기운이 이걸?
handmade
19/07/17 11:34
수정 아이콘
무종교자인데 이렇게 심장을 후려갈기는 선교?는 처음 당했습니다. 크크크
界塚伊奈帆
19/07/17 11:34
수정 아이콘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꾸라의 숨결
19/07/17 12:05
수정 아이콘
오 주여....
펠릭스30세(무직)
19/07/17 12:46
수정 아이콘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여러분 기도합시다.
19/07/17 12:51
수정 아이콘
당신이 마침 휴가니까 같이 갔다와!?
19/07/17 15:09
수정 아이콘
오우 지쟈스!
19/07/17 17:29
수정 아이콘
믿고 있었다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878 [정치] 오늘 한은에서 금리인하를 발표했습니다 (feat. bloomberg) [81] 14127 19/07/18 14127 25
81877 [일반] [9] 휴가를 보내고 계신 당신께 [1] 꿀꿀꾸잉4378 19/07/18 4378 5
81876 [일반] 태풍 다나스가 북상 중입니다. [47] 아유9132 19/07/18 9132 1
81875 [일반] 피자나라 치킨곶주가 너무 좋습니다. [131] 닭장군14008 19/07/18 14008 3
81871 [일반] 유명 애니 제작사 쿄토 애니메이션 건물에 방화가 일어났답니다. [87] 홍승식16897 19/07/18 16897 0
81870 [정치] 우리공화당 한국판 VOX가 될까? [42] 나디아 연대기11775 19/07/18 11775 1
81869 [일반] [인물] 신임 美아태차관보 데이비드 스틸웰은 누구? [14] aurelius7830 19/07/18 7830 4
81868 [정치] 선 넘는 일본 방송 [173] 크레토스17195 19/07/18 17195 21
81865 [일반] 노스포) 라이온 킹 용산 아이맥스 관람 후기 [27] 녹차김밥8215 19/07/18 8215 2
81864 [일반] 너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거야. [24] Restar6335 19/07/18 6335 29
81862 [일반] 여름이 왔습니다 불쾌한 이웃이 찾아올 때가... [35] 타카이8193 19/07/18 8193 1
81861 [정치] 성폭력상담소의 실태 고발 [59] 유소필위13085 19/07/18 13085 39
81859 [일반] 일본 오사카 현지 분위기 입니다 [42] 마지막천사22959 19/07/17 22959 58
81858 [정치] 북한, 중국, 일본에 대한 증오역사와 개똥철학 [15] 삭제됨7492 19/07/17 7492 6
81857 [일반] 녹번동쪽 주민분들 조심하세요.... [22] 전직백수11792 19/07/17 11792 8
81856 [일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가 됐어요(홍보x) [59] 삭제됨10702 19/07/17 10702 4
81855 [일반] [9] 인간, '영원한 휴가'를 떠날 준비는 되었습니까? [19] Farce9185 19/07/17 9185 18
81853 [일반] 여자의 전략(Strategy Of Woman) [34] 성상우9292 19/07/17 9292 10
81852 [정치] 경제 규모 대비 어떤 나라가 세금이 많을까? [40] 홍승식10113 19/07/17 10113 7
81851 [정치] 일본의 이번 규제, 이렇게 부풀리면 손익은 어떻게 되나 [43] 라방백12137 19/07/17 12137 10
81849 [일반]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맛집 찾기 [86] 껀후이25437 19/07/17 25437 51
81848 [일반] [잡담] 비멸추 단원 모집 [23] 언뜻 유재석6788 19/07/17 6788 18
81847 [일반] [9] 여름휴가 계획 [18] 혼돈5550 19/07/17 5550 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