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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곰입니다. 항상 여러분을 위한 실용적인 여행기, 도움이 되는 여행기, 진지한 여행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이번에는 진짜라고요.
멋진 바다를 만끽했으니 이제는 다시 밥을 먹어야 할 때입니다. 사람은 밥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요. 아내가 정한 곳은 야마노차야 라쿠수이(山の茶屋 楽水)라는 곳입니다. 사실 여기는 3종 세트로 구성된 가게 중 하나입니다. 하마베노차야(해변의 찻집), 야마노차야(산의 찻집), 소라노차야(하늘의 찻집)이라고 각각 이름이 붙어 있어요. 말하자면 에바 영호기/초호기/이호기나 겟타드래곤/겟타라이거/겟타포세이돈 같은 구조입니다.
사진을 보면 하마베노차야는 오른쪽으로 가라고 화살표를 그려 놨네요. 그리고 야마노차야는 따로 화살표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도착해서 주차를 한 후 별 생각 없이 저 뒤쪽에 보이는 길을 따라 산을 올라갔습니다. 야마노차야(산의 찻집)니까 당연히 산 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10분쯤 올라간 후 아내가 말했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벼.”
도로 걸어 내려와서 반대쪽으로 가니 그곳에 가게가 떡하니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마눌님!
(입구 모습입니다. 저도 한 번쯤은 남들처럼 멀쩡한 사진도 찍고 싶었습니다.)
(아내와 장모님은 뭔가 그럴듯한 이름의 영양식을 주문하였지만 저는 올곧은 마음으로 타코라이스를 시켰습니다. 누군가는 기껏 분위기 좋은 찻집에까지 와서 굳이 타코라이스를 시켜야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타코라이스 맛있거든요? 짜고 달고 살짝 매워서 입에 딱 맞습니다.)
이곳에서 밥을 먹은 후 차는 인근의 하마베노차야에 가서 마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저는 만났습니다. 친절한 안내표지판을요.
아, 예. 그럴 수도 있죠 뭐. 뭘 그런 걸 가지고. 우리에게는 언제나 플랜B가 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차에 몸을 싣고 약 20분쯤 떨어진 카페를 향해 갑니다. 내비를 찍어보고 나서야 알았지만 하필이면 아자마 산산 비치 바로 옆에 있는 곳이네요. 이곳까지 달려온 길을 고스란히 되짚어 갑니다. 그리고 그 카페에서 반가운 안내표지판을 또 만났습니다.
허허. 재미있네요. 오키나와 사람들은 월요일에 자주 쉬는 모양입니다. 할 수 없죠. 휴식 없이 일만 하다가는 버티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다른 카페를 찾아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커피는 안마시기로 하고 대신 글래스보트를 타기로 했습니다. 글래스보트(Glass Boat)란 배 바닥 중간에 투명한 유리 판때기가 붙어 있어서 그곳을 통해 바닷 속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배입니다. 나름 오키나와의 명물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내비를 찍어 보니 또 하필이면 아까 갔었던 야마노차야 바로 옆이네요. 동선을 묘하게 짜는 바람에 또다시 같은 길을 되짚어 돌아갑니다.
사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파도가 높아서 여기도 휴업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다행히도 영업을 한다고 하네요. 서로 어설픈 영어와 일본어를 총동원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곤니치와.”
“곤니치와.”
“투데이, 글래스보트, 오케이?”
“오케이.”
“굿. 욘닌데스.”
“하이.”
“왓 타임?”
“산지.”
완벽하고도 평화로운 대화였습니다. 세 시를 기다리면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 미바루 마린센터라고 하네요.)
(소라껍데기로 만든 휴지 보관함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글래스보트입니다. 선착장도 아주 작네요.)
(해안에는 죽은 후 밀려온 산호들이 가득 깔려 있습니다. 산호의 생태를 생각해 보면 지금 저희는 동물들의 무수한 사체 위에 서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글래스보트에 탑승했습니다. 글래스보트의 외관이 궁금하신 분은 대충 적당한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해 보시면 되고요. 저는 일본쯤 되면 안전불감증 따위 없이 철저하게 안전을 지킬 줄 알았습니다. 역시나 개뿔, 구명조끼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배를 모는 아저씨는 꽉 잡으라는 말 한 마디만을 남긴 채 미친 듯이 질주하더군요. 깊이가 1미터도 안 되는 얕은 곳에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수심 깊은 곳에 가니 쪼끔 무섭긴 했습니다.
그래도 오키나와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경험이 바로 글래스보트였습니다. 물에 젖지 않고도 바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정말 귀중한 경험이더라고요. 특히나 신혼여행에서 스노클링 체험한답시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바람에 배에서 구명튜브를 던지고 급기야 구출을 위해 태국인 아저씨까지 바다에 뛰어들어 왔던....... 뭐 그런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참 좋았습니다.
(피카츄에게 바다 속을 구경시켜 주고 있는 피카츄 엄마. 혹시 떨어뜨릴까봐 꼬리를 꽉 움켜쥐고 있습니다.)
(산호초 안에 알록달록 물고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구려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화사해요. 흰동가리가 보일 때마다 아저씨가 니모! 니모! 하고 외칩니다.)
(수심이 매우 얕습니다. 배가 좌초되는 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요.)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면 바다 빛깔이 채도 높은 파란색으로 변합니다. 흐린 날씨와는 관계없이 정말 TV에서나 보던 푸른빛입니다.)
멋진 구경을 마친 후 향한 곳은 오키나와 시내 한가운데였습니다. 이곳의 유일한 백화점인 류보 백화점으로 향했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려는 건 아니었고요, 이곳에 작은 포켓몬 매장이 있어서 딸아이에게 포켓몬 인형 하나를 사 주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니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이브이가 변신한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감탄 중이군요. 결국 님피아 인형을 사기로 정했습니다. 아이의 설명에 따르면 노말 타입인 이브이가 변신해서 페어리 타입인 님피아로 진화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부스터는 불꽃, 쥬피썬더는 전기, 샤미드는 물, 블래키는 악, 글레이시아는 얼음, 에브이는 에스퍼, 리피아는 풀 타입이라고 지금도 옆에서 재잘재잘 알려주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외워 두세요. 나중에 중간고사에 나옵니다.)
참고로 이곳에서 한국 꼬맹이들을 엄청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다들 일렬로 서서 포켓몬 이름을 중얼중얼 읊조리고 있더군요. 하여튼 애든 어른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건 잘도 외우는 모양입니다. 저도 기억력이 좋거든요. 예를 들어 미사, 치하루, 마코, 아코, 마이, 쿠루미, 나츠코....... 뭐 이런 이름들은 지금도 기가 막히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름이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백화점에 주차해둔 채 국제거리를 돌아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강하고 빗방울이 흩날리는 바람에 계획을 급히 변경, 바로 숙소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고민에 빠집니다. 원래 국제거리에서 저녁도 먹으려 했는데 이제 어떡한다......?
그러나 항상 대안은 있는 법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