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6/23 22:07:00
Name candymove
Subject [일반] <우리들>을 보고
대한극장에서 우리들을 보고 왔습니다. 플롯을 보고 이건 봐야겠다 싶어서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아직은 극장에 걸려있더군요.

1. 선과 지아의 일대일 정면대결 구도

이 영화는 구도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선과 지아의 일대일 정면대결! 변수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은 뭔가 꿈틀꿈틀은 하지만, 전부 병풍으로 사라집니다. 가장 파괴력 있는 변수였던 선의 어머니는 몇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지만 선과 지아의 일대일 승부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며 병풍으로 전락합니다. 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의 으뜸으로 작위적인 장면이었던 윤의 마지막 대사 "그럼 언제 놀아?"는 소소한 웃음을 유도하는 기능으로 그치는 것은 당연히 아니죠.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뒤에 그 대사를 십분 활용한 엔딩이 보여집니다. 선의 할아버지를 활용하는 부분은 정도가 더 심합니다. 저는 영화 내내 대체 이렇게 정직한 돌직구 같은 영화에서 저 할아버지의 존재는 정말 거슬린다... 대체 왜 나오는 거지?했는데, 영화 초반에 깔린 '바다'복선을 위해서였더군요. 윤의 마지막 대사에 버금가는 작위적임(?)이었습니다. 선의 아버지도 마찬가지! 선의 아버지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뜬금없이 왜 지아를 만나는 거지?했는데 바로 뒤 장면에서 활용되더군요. 정직한 복선, 정직한 떡밥회수. 보라, 지아의 할머니, 담임선생님 등등 선과 지아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나는 영혼 없는 인간이다. 영혼도 없으면서 왜 등장했냐고? 선과 지아 대결의 파이트 머니를 올리는 역할이 내 영혼이다. 나는 장치다!"라고 외치면서 병풍으로 전락합니다.


2. 정면대결은 재밌었나?

이 대결의 특징은 승부의 한 합 한 합이 모두 예측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버로 야구를 보는데 투수의 다음 공이 볼일지 스트라이크일지, 타자가 스윙을 할지 안할지, 빠중이랍시고 올라오는 채팅을 보면서 보면 재미가 있겠습니까? 과연 패착이 무엇일까요. 일대일 정면대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그 대결을 맥빠지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무협영화에서 칼싸움을 연출할 때, 이 싸움을 멋있게 찍으려는 욕심이 너무 과한 나머지, 마치 춤을 추는 듯 짠 듯한 칼싸움을 보는 것 같달까요. 대체 이 싸움이 왜 일어나는지,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의 환경에서 싸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없는지 등은 무시한 채 "최고의 액션을 선사하겠어!"라는 과욕으로 밑도끝도 없이 액션만 보여주는 그런 느낌..

<우리들> 시작하는 장면은 선이 왕따를 당하는 장면입니다. 바로 다음 장면이 지아가 전학오고 선과 만나는 장면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백퍼센트 에측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여기서 싸움은 시작된 것입니다. 그 이후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이 싸움의 한 합 한 합을 위해 희생되는 엑스트라들일 뿐입니다. 러닝타임 전체가 두 주인공의 칼싸움으로 채워진 영화를 떠올리시면 적절합니다.


3. 이번 턴에 파수꾼을 소환한다!!...는 실패

<파수꾼>과의 비교는 너무나 당연한 수순인 것 같습니다. <파수꾼>의 초딩여자버전이라고 주장하기엔 많이, 아주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외견상의 만듦새는 딱히 흡잡을 데가 없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 여러모로 제 취향에 굉장히 부합하는 영화입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점은 감히 <파수꾼>과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역들이 이렇게 연기를 잘해도 되는건지 싶을 정도로..

<파수꾼>에서도 세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선이 주제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파수꾼>은 감독의 주제의식을 위해 영화를 희생시키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에서는 감독의 강한 주제의식만 남았습니다. 아주 강렬하게... 질릴 정도로... 너무 뻔하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도들도들
16/06/23 22:16
수정 아이콘
왠지 그럴거라고 짐작이 되어서 보지 않았는데 정말 그런가보네요. 무척이나 섬세한 감정선을 다루면서도 전개를 비틀어서 긴장감을 부여한 [파수꾼]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었는데 참고하지 못했나 봅니다.
16/06/24 00:59
수정 아이콘
전 감독의 전작인 두편의 단편이 작위적인 연출이 과해서 안좋게봤었습니다. 장편도 비슷한가보네요
예고편느낌이 좋아서 기대했었는데 패스해야겠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926 [일반] [오피셜] 제이미 바디 4년 재계약 [32] UnderDoG4300 16/06/23 4300 0
65925 [일반] 워마드 “6.25는 대한민국 최대 고기파티 났던 날” [120] 릴리스13400 16/06/24 13400 0
65924 [일반] [I.O.I] 소혜 팬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txt [46] 아리마스8737 16/06/24 8737 1
65923 [일반] [프로듀스101] 주요 탈락자 근황 정리 [25] pioren7142 16/06/24 7142 3
65922 [일반] 서영교 의원의 기가막힌 국회 가내수공업 [103] 누구도날막지모텔10271 16/06/24 10271 13
65921 [일반] 로저스 수술 루머(로저스 본인피셜) + 한화 로저스 웨이버방출 발표. [156] Sandman13244 16/06/23 13244 0
65920 [일반] “국민의당 지시로 계약했다” 김수민의원측 폭로 [55] 에버그린10338 16/06/23 10338 3
65919 [일반] 스타벅스 군인 우대 논란-사실상 논란이 될 이유도 없는 그런 일. [88] 홉스로크루소10109 16/06/23 10109 10
65918 [일반] <우리들>을 보고 [2] candymove2366 16/06/23 2366 0
65917 [일반] [댄스] Just Jerk | Body Rock 2016 1st [10] Lich_King3280 16/06/23 3280 0
65915 [일반] ;;;;;;;;;;;;;;;;; [61] 삭제됨12453 16/06/23 12453 0
65914 [일반] 이유는 없어, 그냥 좋아! [62] 마스터충달8537 16/06/23 8537 18
65913 [일반] [짤평]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87] 마스터충달6048 16/06/23 6048 6
65912 [일반] 복면가왕 PD가 사표냈네요. [58] 솔마17392 16/06/23 17392 0
65911 [일반] 서울 1박이 생각보다 비싼데? [22] 착한 외계인6271 16/06/23 6271 0
65910 [일반] 6월 22일 걸그룹 일간 멜론차트 순위 [37] Leeka5377 16/06/23 5377 0
65909 [일반] KEI 센터장, 워크숍하다 “천황폐하 만세” 삼창 경악 [82] 좋아요12262 16/06/23 12262 0
65908 [일반] [KBO] 김강민-류제국, 제재금 300만원, 봉사활동 120시간 제재 [14] The xian5438 16/06/23 5438 0
65907 [일반] [공포] 최고의 미스터리 사건 중 하나인 엘리사 램 살인사건 [47] 에버그린28656 16/06/23 28656 1
65906 [일반] 게나디 골로프킨 vs. 사울 알바레스 "구두!"합의...내년 가을쯤... [20] Neanderthal5953 16/06/23 5953 1
65905 [일반] 日서 ‘60세→20세’ 회춘약, 다음달 사람에게 투여키로 [75] 군디츠마라15575 16/06/23 15575 0
65904 [일반] [정치] 오늘 10시에 같이 올라온 속보들 [15] 하심군9927 16/06/23 9927 0
65903 [일반] 남농 국대 예비엔트리 24인 이야기 [28] ll Apink ll4506 16/06/23 450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