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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10 16:05:32
Name 콩콩지
Subject [일반] 음악을 왜 하느냐고? 글쎄, 내 인생은 알겠지

 

 

" 내 경험상 음악가들의 십중팔구가 그녀보단 나에 가깝다. 우리 대부분은 시쳇말로 ‘타고난’ 재능을 아주 어려서부터 ‘발견당해’ 이 일을 시작해 그저 이것만이 길인 줄 알고 해 왔다. 우리와 가장 흡사한 직업인 운동선수들에게는 이겨야 한다는 정직하고 단순한 목표라도 있지만 음악가들에게는 그것도 없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보고 음악으로 출세해 잘 먹고 잘살고 싶은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것도 아니다. 그러면 왜 음악을 하는 거야?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러는 당신은 왜 매일 밥을 먹는 거냐고 묻겠다. 밥? 그거야 살려고 먹지. 그럼, 당신은 왜 사는가? 그리고 우리는 음악을 왜 하는가? "

 

" 몇 달 전 기내에서 읽은 한 잡지엔 여전히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중견 음악가 M의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열광하던 연주자는 아니었는데, 한 음악가이자 인간으로서 그녀의 이야기는 자못 놀라웠다. 그녀는 음악가라는 직업이 그다지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직업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신동으로 출발해 성공가도만 달려온 그녀는 신기할 정도로 이 직업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기 쉬운지, 도태되기 쉬운지 그리고 얼마나 무의미할 수 있는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에 대해 그녀의 삶이 내놓은 해답은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이었다. 내가 음악을 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기량을 쌓기 위해 자기 스스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그 과정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 관객을, 어린이들을, 노인들과 아픈 이들을,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것. 책을 덮고도 한동안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감동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게 정말 최후의 답일까? "

 

'음악을 왜 하느냐고? 글쎄, 내 인생은 알겠지' 중

전문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1608


중앙Sunday에 실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글입니다. 손열음의 글이 좋은 이유는 남의 글을 흉내내지 않고 자기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가장 출중한 젊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명인 손열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존재가치 그 자체에 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어디가서 클래식음악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게 꺼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사람들은 고루하고 이상한 시대에 동떨어진 사람이라는 시선을 주기 때문이죠. 뭐 더 고상한 장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화성학이나 음악이론을 잘 알아서 듣는것도 아닙니다. 단지 들으면 좋을 뿐. 아래 영상은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손열음이 연주한 슈만의 유모레스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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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0 16:21
수정 아이콘
저에겐 저런 삶은 축복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황하며 삶을 무의미하게 떠내려보내는 이 순간순간이 얼마나 허망한가. 벌써 서른해가 가까워진 이 나이에도 아무런 나의 길을 찾지 못한 사람으로썬 정해진 운명이라도 거기에 충실히 모든 것을 쏟아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Vienna Calling
14/06/10 16:37
수정 아이콘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해서 흘러가는대로 사는 삶도 어찌보면 허망한 삶이겠지만...
나는 '이것'을 꼭 해야한다고, '그것'을 꼭 이루어야 한다고 기를 쓰며 모든 것을 바쳐서 달려왔는데
그것에 도달하고 나니 정작 그것이 정말로 내가 바라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 느끼는 허망감에는 비할 바가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경험 이후로는 그냥 아무런 목적 없이 그저 상황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둥실둥실 살고있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언제나그랬듯이
14/06/10 17:46
수정 아이콘
저렇게 되기도 힘들지만 저렇게 된다고 다도 아니라는거.. 내가 알던 음악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것..
재능을 '발견당해' 이것만이 길인지 알고 걸어간다는 이야기..

좀.. 정말 많이 와닿네요.
캐터필러
14/06/10 18:12
수정 아이콘
인간은 자신의 지옥에서, 타인의 지옥을 부러워한다죠.
비슷한말로
누구나 자기십자가가 젤무거운줄알지만, 알고보면 젤가볍다.
남의떡이 커보인다.

등등이 있겠네요.
음악세계
14/06/10 19: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과 좋은 연주 감사합니다~
*alchemist*
14/06/11 14:31
수정 아이콘
입사 이후 목표 상실 상태로 사는 저에게는 목표가 없어지고 제 맘에 드는 목표가 설정이 안되는 것도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더군요...

클래식 듣는게 뭐 부끄럽겠습니까

저는 락키드로 시작해서 이제는 인디쪽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갈아탔습니다..
그래서 음악리스트 보면 잡다하게 섞여있지만..
그래도 여자들에게 작업 걸땐 최고의 음악들로 되어 있습니다.. 흐흐(결론이 이상하네요 -_-;)
내려올
14/06/11 17:37
수정 아이콘
크크크 제발 여자에게 벨엔세바스챤 좀 선물하지말라던 음덕 여자의 글이 생각나네요
*alchemist*
14/06/11 23:33
수정 아이콘
흐흐 벨앤세바스찬은 들어보진 못했지만 대략 지식적으로 알고 있는건 선물하긴 초큼.. 그렇지 않나요?

저는 한국 인디 음악들을 많이 듣거든요.
왜 달달하고 분위기 감성적이 되는 음악들 있잖습니콰
가을방학이나 허밍어반스테레오, 에피톤 프로젝트, Sentimental Scenery 같은 류들... 흐흐;;
Acecracker
14/06/12 15:10
수정 아이콘
저분 인생에서 음악 예술성을 먼저 발견 당하지 않았더라면 문학 예술성을 발견 당할 수도 있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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