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5/23 15:33:25
Name eLeejah
Subject [일반] 귀족 사회의 재림?
0.

최근에 읽은 흥미로운 글을 먼저 하나 소개합니다.

http://www.huffingtonpost.kr/jongyup-kim/story_b_5314404.html

김종엽 교수가 쓴 '세월호가 드러낸 배반의 연쇄'라는 글입니다. 여전히 제가 세월호 사건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건 일사분란하게 퇴선한 선박직 승무원들에 대한 의문입니다. 이 글은 그 원인에 대한 하나의 가설인데, 그들이 그렇게 태연하게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할 수 있었던 건 해경을 믿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입니다. 배에 문제가 발생한 시점부터 해경에 계속해서 구조요청을 보냈으니 해경이 알아서 잘 승객들을 구출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해경은 언딘이 알아서 잘 해줄거라 믿었고 그래서 언딘을 제외한 다른 구난의 손길들을 차단하려는 대담함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 "나는 무능하고 태만하며 직무는 제쳐놓고 특권을 탐닉하며 종종 부패하기까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직무에 충직하며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재난 이후에만 보여지는 행태가 아닙니다. 그 이전에도 이명박 정권부터 해운조합, 해수부, 한국선급과 청해진 해운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자신은 비록 부패하고 무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믿음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회 지도층은 그런 신뢰 배반이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우월한' 전략이라는 신호를 정부와 사회에 강력하게 전송해왔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신뢰와 희망의 자원이 일반적인 대중들에게는 남아있지만 저 위쪽으로 가면 모두가 모두를 '믿고' 부패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1.

사실 딴 소린데 길게 소개하는 이유는 글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를 공유해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근래 숱한 망언들에 휩싸여있습니다. 망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저 사람들 머리 속엔 뭐가 들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해 버리는 거죠. 하지만, 사실 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근거는 빈약합니다. 틀린 건 오히려 미친 게 아닐까 의심하는 우리들일 확률이 높은 거죠. 저들은 저들 나름의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2.

새사연은 최근 '분노의 숫자'라는 신간을 통해 대한민국의 불평등에 대한 숫자적(?)인 분석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론'이 아마존에서 대박을 치게 됩니다. 피케티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소득이 자본에 비례하는 수익률을 보였던 것은 전쟁과 공황을 경유했던 잠깐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외의 시간들은 항상 자본의 수익률이 높았다는 이야깁니다. 경쟁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그래서 불가능합니다.

http://www.saesayon.org/journal/view.do?pcd=EC01&paper=20140520114457542

피케티의 책에 대한 정태인 원장의 소개글입니다.

3.

https://ppt21.com/pb/pb.php?id=freedom&no=51701

endogeneity님이 쓰신  '독후감 - 유럽 우파의 4중주단'라는 글입니다. 4명의 우파 이데올로그들에 대한 페리 앤더슨의 글을 요약하면서 우파들이 공히 '아래로부터의 아노미'라는 적을 공유했다는 내용입니다.


4.

https://ppt21.com/pb/pb.php?id=freedom&no=51855

콩콩지님이 쓰신 '클래식 음악은 대중 음악보다 고급한 음악인가'라는 글입니다. 직접적 연관은 없는 글이지만 흥미로운 댓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흔히 오해되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선천적인 취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자본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지난한 학습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부르디외는 문화자본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경제적인 계급구조가 전사회적인 지배구조로 귀결되는 현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핵심적인 개념은 '취향'입니다. 취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입니다. 문화를 향유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해석하는 경험들을 가지며 감수성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경제적 자본이 필요한 거죠. 이 취향은 학습되는 것입니다만, 말이 통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집단 속에서 '지음'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경제 자본을 기반으로 학습된 취향을 통해 경제적인 계급관계는 자연스레 지배구조를 정당화할 수 있게 됩니다. 저급한 사람들과 고급 취향을 가진 '우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거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믿음을 부정할 수 없는 현 시대에 다른 이들을 차별해도 되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는 것입니다. 문화적인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5.

저급하고 미개한 국민들에 대한 저들의 진단을 단순한 말실수로 봐야할까요? 아니면 어디서든 그들의 내집단 속에서는 자유롭게 해왔던 언어 습관이라고 봐야할까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부를 통해 열심히 계층 이동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몇몇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다수 대중들의 취향과 감정과 습관들 속에서 저들이 자신과 다른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근거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분노한다던가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던가 선동에 쉽게 휩쓸린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사실 예전에도 있었던 행동들이기는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게으르다거나 지저분하다던가 술독에 빠져 산다던가 자신과 사회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던가 주제넘게 과소비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부와 계급을 정당화해왔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발전했네요. 이전에 문제삼던 것들이 부의 축적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품성에 관한 것이라면 이제는 더 간접적이고 은유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들의 지배구조가 더 공고해졌다는 뜻이고, 그만큼 저들만의 재생산 구조가 더 탄탄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하층민들과 함께 국민학교를 다녔던 상류층들이 이제는 자신들만의 학교와 클럽과 공동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귀족'과 '대중'들의 경험이 더욱 분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로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신 귀족들은 또다시 근대 이전처럼 과연 대중들에게 '인격'이란 것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근거는 당연히 인간이라면 가져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문화적 감수성이 될 테고 말입니다.

6.

개인적으로 반드시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던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막말로 언제 전쟁이 날 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말입니다. 다만 제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생각은 좀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pecial one.
14/05/23 15:43
수정 아이콘
어차피 싸이클은 반복되기 마련이고 그 주기가 짧아질뿐이죠. 새로운 이론과 기술로 늦쳐봤자 글쎄요, 반복하면 빨라진다는 진리의 진행속도를 이길순 없을듯.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나 자식을 갖지 않을 입장에서는 제 한몸이 그 싸이클이 더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중이죠 크크크.
비토히데요시
14/05/23 16:02
수정 아이콘
반복하면 빨라진다.. 신라가 천년, 고려 조선이 오백년인데 대한민국은 몇년이나 갈까요. 딱 그 반인 250년쯤?
14/05/23 16:12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은 잘 모르겠지만, 위에 김씨왕조는 100년 안에서 끝날 것 같습니다.
14/05/23 16:59
수정 아이콘
음... 자식을 가진 입장에서 부럽고, 부러운 게 서글픈 현실이네요;;;
꽃보다할배
14/05/23 16:11
수정 아이콘
엣날에 고려에서 조선바뀌면서 왕씨가 왕족에서 평민이 되는 듯한 변혁은 없을 겁니다. 이건희가 망한다고 갑자기 30평 아파트에 살고 있진 않을꺼라는 이야기죠. 이유는 과거는 한반도라는 땅떵이에서 작건 크건 치고 받았지만 반대로 범죄 짓고 산에 숨어서 살아도 체포가 안되는 그런 시절에서 지금은 글로벌라이제이션 되어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혁명이 이루어진다고 한순간에 귀족이 천민되고 천민이 귀족이 되진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귀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역외탈세 등 수많은 방법들이 구축되어 있거든요.
오히려 혁명이라는 것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종말을 간다면 무너지는건 중산층 + 어설픈 부자들과 서민의 자리 바꿈 정도지 정작 이 나라의 절대적 상위 1%들은 어디로든 가면 잘 살 것이다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비토히데요시
14/05/23 16:25
수정 아이콘
절대적 상위 1%면 자산 30억 전후 수준의 가구가 아닐까요? 이정도라면 나라 뒤집어지는 정도면 얼마든지... 게다가 보통 이런분들도 부동산 빼면 자산이 확 주는 경우가 많아서요

정말 안 무너지려면 예나 지금이나 0.1%이내에 진짜 부자만이 살아남는것 같습니다. 재벌들이야 말할 것 없고요.
꽃보다할배
14/05/23 16:30
수정 아이콘
1프로라는 숫자는 상징이지 정말 그 자산이 얼마냐 라는 의미로 쓴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내가 역외탈세로 빼먹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들구 있는 그들을 지칭한거죠. 미국으로 도망가도 인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 포함요.
14/05/23 17:01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프랑스식의 과격한 단두대 처형이 아니라면 꽃보다할배님이 예상하신 대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케티는 전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이상론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죠.

그리고 혁명은 참 먼 얘기네요. 제 생에 볼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손에 잡힐 거 같은 느낌은 안드는, 참으로 먼 얘기입니다^^;;;
비토히데요시
14/05/23 21:43
수정 아이콘
음.. 프랑스식 혁명이 우리로 치자면 6.25 일텐데, 그거 일어난지가 아직 70년도 안됐으니까요.
이제야 자리잡혀 가는데 새로운 뒤집힘은 한참한참 멀지 않았나 싶어요.
14/05/23 16:15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그래요. 사실 일부분의 잘못된 생각이 아니라 상위 1%의 부를 가진 분들과 상위 5%의 부를 가지는 분들의 일반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뭐 경제력 있는 분들에게 일반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불매밖에 없고 권력이 있는 분들(그것도 선출직만)에게는 투표로 심판하는 것 밖에 없죠.
근데 그것도 점점 힘들어 보인다는게 짜증나는 일이긴 합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바꿔봤자 똑같다라던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싫어 줘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되는 걸로 아는데 뭐 그 분들에겐
그게 진리겠습니다만 바꿔야 뭐라도 나아진다고 생각하는 저에겐 아주 짜증나는 일입니다.
14/05/23 17:05
수정 아이콘
저는 바꿔야 한다는 의미에서 박근혜 퇴진에 최소한으로 찬성합니다만, 유시민 류의 망언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역풍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무지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거든요. 개인적으로 민주당 세력들에게 진보라는 딱지를 좀 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편가르기 싸움하는 사람들은 진보가 아니잖아요...
14/05/23 17:11
수정 아이콘
유시민씨를 개인적으로 지식소매상으로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노전대통령의 죽음이 그에게 주는 의미가 꽤 크지 싶습니다.
뭐 정치를 안하기로 했으니까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내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정치를 안하기로 했으면 평론만 제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거기다가 유시민씨는 새정연도 아니고 정의당 당원이라고 하는데 뭐 새정연에다가 그 책임을 묻기도 어렵지요.
사실 유시민 류의 망언은 요즘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여권내나 여권 지지층들의 망언에 비하면 애교 수준인지라...
뭐 그래도 그 분들은 유시민 류의 망언에 더 분노하긴 하겠습니다만...
뭐 유시민씨가 생각하는 진보가 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침착한침전
14/05/23 16:21
수정 아이콘
세계적으로 경제 시스템이 자본주의로 획일화 되어있고, 상호교류가 활발한 가운데
자본으로 구분된 계급 분류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겠죠.
핵전쟁 같이 세계의 자본주의 근간이 일괄적으로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굳이 초 고위 계급에서 그 이하 계층을 분리하려는 생각만이 아니라
학벌, 스펙으로 인한 직무 적합성에 따른 임금 차별은 매우 정당하다라는 의견이 이미 지배적인 상황을 보면
어정쩡한 계층에서도 자신 이하의 계층에 대해 분리해서 보려는 의식이 팽배하죠.
적어도 제가 살아온 기간 동안엔 이런 움직임이 매우 급속하게 가속되고 있다고 보이긴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심한건지는 모르겠지만요.

거기에 문화 향유 격차가 계급 분리의 정당성을 담보하게 될것이다라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구요.
꽃보다할배
14/05/23 16:29
수정 아이콘
적어도 자본 경제에 편입된 국가들은 핵이 아니고서는 이 질서가 무너지진 않습니다. 사실 어찌보면 핵이라는 물건이 새로운 계급을 고착화하였다고 보입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미명하에요.

일부는 저크버그처럼 페이스북으로 신흥 부자들이 된 예가 있지 않냐라고 말을 합니다. 전 그런 분들께 이리 조언합니다.
'저크버그가 하바드에서 미래의 글로벌 리더들에게 소통장치를 만드는게 아니고 대한민국 한 이름없는 대학의 과 동아리 소통용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으면 지금처럼 부자가 되었겠냐고...'

이미 그들만의 철옹성은 상당히 두텁게 생겼습니다. 그 두터운 벽을 뚫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졌습니다. 당장 대한민국을 봐도 과거엔 깡촌에서 공부해서 사시로 판검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외고 출신들이 대다수 판검사 임용되고 있죠.

'핵'에서 자유로운 우주 정도는 자유롭게 나가야 글로벌한 사회 변혁이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합니다. 대신 과거보다 총칼에 죽을 염려는 줄어들었으니 그게 행복이라고 한다면 행복일지도...
14/05/23 17:13
수정 아이콘
음... 제가 다소 거칠게 요약하기는 했습니다만 어정쩡한 계층도 그 아래 계층을 자신과 분리하려 한다는 건 약간은 다른 핀트입니다. 제가 잘 못 쓴거니 제 책임이기는 합니다만^^;;;

부르디외는 각 계층들이 사회를 자신들만의 상징으로 해석하기 위한 상징 투쟁을 벌인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세개의 나이프와 포크가 차려져있는 식당에서 죄다 쓸어버리고 한개의 나이프와 포크만 사용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 상징 투쟁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이 각 계층이 소유한 다양한 자본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데 그 모든 자본들이 경제적 자본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뜻입니다. 에르메스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에르메스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 만듦새나 가죽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거죠. 열심히 돈을 모아 샤넬 백을 장만한 여자가 에르메스 백을 보며 부러워할 때 저들은 그 경제적 기반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로 단지 작품으로서의 핸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상징투쟁에서 승리하게 되는 형태입니다.

말씀해주신 것 처럼 계급 분류가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관심은 어떻게 하면 그 간격을 줄일까 하는 데 있습니다.
14/05/23 16:36
수정 아이콘
피케티의〈21세기 자본론>에 대한 HBR의 리뷰 한글판입니다.
http://www.hbrkorea.com/blogs/blog/view/page/1/blog_no/14
14/05/23 17:25
수정 아이콘
HBR korea가 있다는 건 충격적인 쇼크네요;;; 내 시간은 어디서 보상을... ㅠㅜ
비토히데요시
14/05/23 21:44
수정 아이콘
진짜 배신감 느껴지네요 부들부들 숲들숲들!!!!!!!!!!!!!!!!!!!!!!!!!!!!!!!!!!!!!!!!!!!!!!!!!!!!!!!!!!!!!!!!!!!
사악군
14/05/23 16:48
수정 아이콘
그건 믿었다는 좋은 말을 붙이기엔 어색하군요.
그냥 남탓에 책임회피죠. 내가 책임지기 싫으니
현실을 직시하지않고 책임전가를 하는거고
이게 사회지도층이 그런 전략의 유효성을 신호로
보냈다는건 논리의 비약입니다.
14/05/23 16:51
수정 아이콘
뭐 그렇긴 하지만 지도층이 책임을 제대로 진 적이 거의 없지 않나요?
대한민국정부 수립후에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제대로 책임진 이보다 책임 안지고 버팅기면서 다시 재기용되고 재중용된 경우가
수두룩한데 그게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간에 그러한 신호를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악군
14/05/23 17:01
수정 아이콘
그래서 세월호 선원들이 그런 신호를 받고 역사를 생각해서 승객들은 나오지말라고하고 도망쳤다고요?

아전인수죠. 주장하고싶은 내용에 맞지도 않는 예를 억지로 끌어온 겁니다.

내용자체는 일리있죠. 세월호랑 엮는게 무리수..
14/05/23 17:03
수정 아이콘
글쎄요. 신호를 받았다는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책임감에 대해서 제로였다는 사실 자체가 지도층의 모습을 보고
배웠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신호를 혹시 무선으로 지시받는다거나 등대신호쯤으로 생각하시는건 아닌가 잠시 헷갈립니다.
사악군
14/05/23 17:15
수정 아이콘
지도층의 모습을 보고 배웠다는데 전혀 동의하지않습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신호가 무슨 얘긴지 잘 아시잖아요? 저도 그 의미로 쓴겁니다.
14/05/23 17:56
수정 아이콘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죠.
뭐 하지만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하는 의견에는 동의해 드리긴 어렵겠네요.
14/05/25 16:48
수정 아이콘
별난 지적 같지만 사회지도층 같은 용어는 웬만하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2년인가 최초로 이 커뮤니티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찾을 수가 없군요.
그 사람이 하는 말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용어가 그 사람의 사상입니다.
예전에 기레기라 불릴 수 있는 집단이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말이지요.
14/05/23 17:16
수정 아이콘
링크한 글을 읽어보신 건가요^^; 제가 거칠게 요약한 탓입니다만, 글 내적인 맥락에서 비약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한번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은 글이에요^^;;;
14/05/23 17:25
수정 아이콘
결론 해석에 자의적인 부분이 좀 많이 들어 간것 같습니다. 본문은 침몰할 것을 우려해 가까이 배를 대지 못한 해경의 행동을 이기적이라고 서술한뒤 언딘은 제대로 된 구조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라고 이야기를 확장해나가는데, 이 부분에서 의견이 사람마다 상이하게 다를 것 같습니다.
14/05/23 17:28
수정 아이콘
상이하게 다를 것 같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본문에도 적어뒀지만 단지 하나의 가설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그 시각이 제 나름 참신해서 한번쯤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거구요. 그들의 행동에 대한 나름 타당성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할 뿐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의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4/05/23 16: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부르디외의 책은 저도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아 개괄적인 지식만 있었는데, '귀족사회'라는 개념에 가장 어울리는 책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사회의 거의 대부분의 권력들은 아비투스 개념 아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아비투스의 '룰' 아래 '소속'이 만들어지고, 소속 아래 '권력'이 창출되고 있으며, 그 권력으로 인해 다시 룰이 만들어지는, 순환 구조인거죠. 특정한 학문들과 지식들을 기반으로 특정 대학에 들어가고 특정 직장이나 단체에 소속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소속의 사람들이 룰을 만들고 있죠. 그러니 그 룰에서 벗어나면 죄가 되거나 가난이 됩니다. 그러니 그 소속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최근엔 이런 룰,소속들이 좀 더 다양해 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 정당과 정당, 지역과 지역, 이념과 이념... 등으로 계속 파생되고 있죠. 중요한 건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어떤 좀 더 중요한, 의미있는 가치들인데 그 가치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결국 소속과 룰에 의해 갈라지고 대립되는 구조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편 귀족에 대한 거부감 만큼이나 귀족이 되고 싶은, 귀족의 룰을 지키고 싶은 가치관이 항상 공존하고 있는 거죠. 마치 삼성을 모두 비난하지만,한편 삼성에 입사하고 싶은 욕망처럼.

결론적으론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이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현대는 인터넷이란 훌륭한 도구까지 추가되었으니 더 심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귀족이든 귀족이라 불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든, 뭔가 정말 중요한 가치들 만큼은 공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결국 우린 언제나 충돌하고 있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혹은 어떤 형태로든 간에. 대부분은 각자가 가진 소속, 룰, 가치관, 아니 그냥 간단히 말해 개인을 위해서겠지만.
14/05/23 17:20
수정 아이콘
옳습니다. '장'에서의 헤게모니를 누가 가지는가의 문제죠. 물론 투쟁을 다양한 자기 자본들을 가지고 하게 되구요.

언제나 이럴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사실 모든 인간이 가진 경향성이라고 판단하는 게 옳죠. 다만 저는 그 투쟁에 진입하는 자본의 양이 점점 더 부익부 빈익빈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르디외의 저 저작이 이미 30여년 전의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부르디외가 저 분석을 해내던 정치사회적 맥락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여러가지로 한숨이 나옵니다.
엔하위키
14/05/23 17:27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을 뒤집지는 못해도 흔들거나 금이라도 내기 위해서는 피지배층의 공감과 단결이 필요하겠습니다만 지배층에서는 이들을 교란시키고 경계를 애매모호하게 만드는데 이미 성공했죠.
한국사회의 현 시스템은 계급구조를 확고히 하는데 있어 완전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계급 상승에 대한 약간의 희망을 남겨주고 서로 물고뜯는 경쟁을 시켜놓고 이 광경을 즐겁게 감상하고 있죠.
이 사회구조는 더욱더 공고하게 굳어질 지언정 내부에서부터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부로부터 IMF급 혹은 그 이상의 충격이 온다면 가능성은 있어보이네요. 어째 쓰다보니 상황이 북한이랑 되게 비슷한 거같네요 크크크
문과 출신이라 이민가서 잘 살 자신이 없어서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하겠습니다만, 저는 자식 낳아 키울 생각은 버렸습니다. 혼자 또는 둘이서만 살기도 얼마나 힘든데요 흐흐
14/05/23 17:49
수정 아이콘
혼자 살기도 힘든 거 분명히 알았는데 저는 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을까요 ㅠㅜ
엔하위키
14/05/23 17:56
수정 아이콘
진정한 이시대의 용자십니다ㅠ
제 직장의 선배님들도 애들 보면서 산다고들 하시지만 보살피는거 보면 정말이지 엄두가 안나네요 ㅠㅜ
14/05/23 17:56
수정 아이콘
아 얘기할수록 눙물이 ㅠㅜ
Abrasax_ :D
14/05/23 17:36
수정 아이콘
제가 근래 읽었던 글 가운데 가장 알찬 글이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요새는 돈 많은 집안의 자녀들이 착하기까지 하다'라고 했던 글도 떠오르고. 여러 생각이 듭니다.
사회 계급에 따른 경험의 분리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분 상승의 문들이 아주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계층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귀족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하여튼 '졸부'라는 말은 어디 갖다 붙히기도 애매하게 되어버렸네요.
전쟁 이후라는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인지 재분배의 실패 탓인지 몰라도 이제는 자본주의에 혁명 수준의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진영을 나눌 필요 없이 '귀족'들이 자녀를 외국에 보내는 현상을 보면, 상황을 얄밉도록 정확하게 읽고 있는 것이 그들이라고 느낍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는 계속 침몰하고 있는데, 언제라도 탈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착실하게 해놓는 것이지요. 선장은 제일 먼저 탈출할테니까요.
14/05/23 17:5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돈많은 집안의 자녀들이 착하기까지 하다는 게 부르디외 주장의 핵심이지요. 정말 그렇다는 게 문제입니다.
사과씨
14/05/23 17:41
수정 아이콘
첫번째 링크 하신 글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됬어요.

상호 신뢰가 유효한 상황에서만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시스템에서 그 신뢰에 뒷통수를 치고 개인적인 이득을 얻는 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은 안정적으로 시스템의 일부로 정상적으로 활동하기를 기대한다는 분석의 글이라고 생각했어요..이 아이러니의 원인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처럼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가정을 하면 배신의 가치가 없어지고 이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인 것 같아요. 무서운 사실은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배신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반사회적,반윤리적 세력의 무한 질주가 정상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동력(윤리적, 양심적인 선택을 견지하는 사람들)을 넘어선 지 오래라는 거고 세월호 사건이 이 사실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뜬금 없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파리에 수많은 포식자들이 유일한 먹이인 물소떼가 멸종해서 먹을 것 자체가 씨가 마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상호 신뢰에 기반한 약속을 합니다. 개체가 멸종하지 않는 선에서만 잡아먹고 무분별하게 포획하지 말자.. 이 믿음이 유지되는 선에서 사파리의 포식자들은 충분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생존을 유지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포식자들 중 하나 둘씩 자신에게 허락된 것 이상으로 사냥을 하거나 더 많은 물소를 잡아서 자신의 동굴에 쌓아두고 먹기 시작하거나 다른 포식자들을 물어죽이거나 그냥 재미로 사냥을 하거나 하면서 천천히 물소떼의 개체 수를 줄여갑니다. 이런 와중에도 이 반사회적인 포식자들은 '나 말고는 약속을 지키겠지...'하는 근거가 희박한 낙관성으로 무장합니다. 뭐 이번 한번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혹은 '내가 능력이 되서 더 먹겠다는 데 누가 뭐라고 그래?'하는 자기만 만족하는 논리로 스스로 위안을 삼죠.

문제는 물소떼가 멸종직전에 도달하면 이 이기적인 포식자들이 그때서야 생존을 위해 기존에 합의되었던 상호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을 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완전히 파괴된 상호 신뢰덕에 이젠 '타인을 믿으면 내가 손해다', '남은 거라도 먹어서 최소한 나라도 살고 보자'라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선택을 밀어붙이게 되죠. 그러다보면 포식자가 포식자를 잡아먹는 지옥도가 펼쳐지다가 자연스럽게 공멸하는... 그런 상황이 펼쳐지게 되지 않을까... 마 그런 생각이듭니다.

세월호 사건은 '윤리나 도덕과 같은 사회적 약속은 지키면 손해다'라는 사고 방식을 가진 이기적 포식자들이 이 사회를 얼마나 파괴시켜 왔는 지 비극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슬프고 미안하고 죄스러웠던 마음 다음에 이제 슬슬 찾아오는 건 '공포'입니다. 먹이 사슬의 정점에 위치해있는 수많은 이기적 포식자들이 이제라도 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윤리적인 사고방식을 하게 될까요? 아니면 챙길 수 있는 물소 한 마리 더 챙기고 상대적으로 허약한 하위 포식자들까지 먹이로 삼기 위해 더 폭주하다가 폐허가 되어 버린 대한민국이라는 사파리를 미련없이 떠나가게 될까요...
14/05/23 17:56
수정 아이콘
글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김종엽 교수의 글이 매우 흥미로워서 며칠 지났음에도, 주제와 큰 관계가 없고 단지 태도만 가져오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링크를 했습니다. 뭔가 집단선택과 혈연선택론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 같고 사회 계약론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 같고...

말씀하신 공포심을 저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화하는 저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사과씨
14/05/23 18:13
수정 아이콘
문제는 차라리 eLeejah님이 글 내용에 언급하신대로 자본을 베이스로 형성된 상위 착취 계급이 문화적 취향을 기반으로 새로운 '귀족' 계급을 형성하는 흐름이 그들의 영속적인 착취구조를 그나마 유지하는 선에서 지속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하는 수준으로 현 상황이 암담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어느 샌가 내일 모레 마흔이 되다 보니 그저 먹고 살 길이라도 만들어주면 니들의 착취나 부정은 그냥 팔자려니하고 참아 보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시민적인 마인드로 일관하게 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요..

생산력의 증대는 한계에 부딪히고 분배되어야 할 가치가 최상위 계급에 독점되는 상황에서 하위 계급의 생존 베이스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양심(?... 뜯어 먹을 미개인들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보장해주는)을 가진 지배계급이 이 시스템을 관리하게 될 지 아니면 제가 덧글에 쓴 것 마냥 구조적인 수혜를 받는 계급의 범위가 비약적으로 축소되면서 서로의 살을 뜯어 먹다가 드라마틱한 파괴와 멸망이 도래 할지... 그냥 전 무섭네요. 이 지경이 되도록 멍청히 살아온 제 자신도 부끄럽고 앞으로 살 날도 암담하고.
14/05/23 18:05
수정 아이콘
90년대에는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이 있었고, 00년대에는 대구 지하철 참사, 그리고 이번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까지. 사람 사는 동네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죠.
14/05/23 18:10
수정 아이콘
사파리를 미련없이 떠나가기에는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뽑아먹는 이익이 많아서,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곳을 떠나면 그 즉시 남는건 돈에서 얻는 이득밖에 없어집니다. 기타 사회적 지위등은 그 문화권의 배경이 있어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게 의외로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는 장하준 교수가 저서에서 다국적기업에 역설적으로 국적이 있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14/05/23 17:48
수정 아이콘
귀족들이 가지는 취향과 감정과 습관의 우월성이 공고해지기는 힘들거라고 봅니다. 클래식공연을 향유 할 자본이 없는 사람도 공연영상을 볼 수 있으며 들을 수 있고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벌, 학력, 문화, 교양등의 잣대에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귀족과 평민이라는 이분법적인 분류로는 이어지지 않을거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자본을 가진 귀족과 자본만 빼고 귀족과 유사한 6두품과 평민으로 분류되겠죠. 이런 형태가 심화되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그런 형태로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간 고도성장기에는 6두품이란 존재가 크지 않았어요. 서울대에 입학하고 계속해서 노력하면 부가 자연스럽게 쌓이는 시스템이었으니까요. 노력과 게으름이라는 말로 귀족의 우월성을 포장할 수 있었었죠. 그런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지점과 없는 지점들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불만도 쌓이고 있죠. 내가 머리가 좋아 고시를 붙어도, 내가 향유하는 교양의 수준이 자본가들에게 밀리지 않아도 할 수 없는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있습니다. 이는 귀족공동체가 확고해지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제 삼세력이 출현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되겠죠. 결국엔 이런 사람들과 귀족들의 경쟁구도는 변화란 측면에 있어서는 사회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14/05/23 18:01
수정 아이콘
좋은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월급 도둑질하면서 쓴 글이라서 적당히 마무리했습니다만 말씀하신 6두품, 저는 이데올로그들이라고 표현하려던 계층에 대한 단락 하나를 과감히 생략했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제 3세력, 역사적으로 수많은 이름을 가졌던 그 제 3세력이 그렇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네들이 어디에 빨대를 꽂아야하는가는 사실 명약관화하거든요, 다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억제할 수 있는 최소가 있는 법이지요.
엔하위키
14/05/23 18:12
수정 아이콘
저는 약간 생각이 다른게, 언급해주신 클래식 공연을 보는것과 영상만을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영상을 보는 것으로 자신이 지배층에 편입되었다는 거짓 만족을 얻게 되고 이것이 사회변혁을 방지하는 마취제 역할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귀족과 노예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이라면 차라리 적과 아군을 쉽게 구분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부자와 서민, 남자와 여자, 내국인과 외국인,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등 수많은 진영을 만들어(이런 편가르기의 주동자가 누구인가의 문제는 제치고라도) 적과 아군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구축된 계급사회를 타파하기 위해선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기준을 가르고 여기서부터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망각하도록 수많은 컨텐츠와 이슈들을 쏟아내고 대중을 자극해 진짜로 필요한 주제에 접근하고 사색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것이 지배층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잘 먹히고 있구요.
14/05/23 18:00
수정 아이콘
뭐 대충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아서 시간 날때마다 봐야겠어요.
이런 글에선 그냥 닥치고 읽는 거만 해야 되는데... T.T
14/05/23 18:03
수정 아이콘
재밌는 글 좀 써주세요;;; 저도 읽는 거만 하고 싶습니다.
14/05/23 18:06
수정 아이콘
왜 이러세요. 제가 글좀 잘 썼으면 PGR에 제 글로 도배가... T.T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자주 좀 써 주세요. (__)
푸른 모래
14/05/23 18:01
수정 아이콘
바닥은 마귀가 사는 나라가 될텐데요.
14/05/23 18:10
수정 아이콘
뭔가 심오해서 무슨 말을 더 해야할지 몰라 퇴근 준비하겠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써주시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14/05/23 18:05
수정 아이콘
피케티 이야기인가 했더니 정말이네요. 개인적으로 저 책도 번역되면 <정의란 무엇인가>만큼의 인기를 끌 것 같아요.
14/05/23 18:09
수정 아이콘
부르디외 이야긴데요 ㅠㅜ
14/05/23 18:58
수정 아이콘
크크. 중간에 피케티 이야기가... 부르디외야 스테디셀러...라고 하기엔 전공자들도 잘 안 보는 게 함정
14/05/23 23:08
수정 아이콘
본래 전공자들은 자기 연구 주제 외에는 잘 안보기가 쉽죠. 저 같은 사람들이나 좋다고 읽는 거지^^;;;
통큰루미
14/05/23 18:46
수정 아이콘
아주~~잘 봤습니더! 후후
14/05/23 18:51
수정 아이콘
덕분에 링크글을 읽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4번 논지에 대해선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고급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도발적이긴 합니다만 '취향의 학습'을 단순히 '경제적 자본'의 유무 또는 많고 적음에 좌우된다고 보기는 힘든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네, 인터넷(유투브!)과 다양해진 음질 개선 기기(dac같은)들의 보편화 덕분인데요, 취미삼아 연주하는 부분마저 대형마트 문화센터 강좌 같은 것으로 어느 정도는 충족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다만 '프로 연주자' 또는 '프로 음악가'의 육성 부분은 여전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이죠. 레슨에 악기값에 콩쿨 비용 등등.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재능 있는 아이가 가난 때문에 재능을 펴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시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좀 냉정한가요?

한편으로는 클래식 음악이라 하면 괜히 어렵게 생각하고 부담을 느끼고 하는 부분이 있어서(그렇게 만드는 사회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이런 저런 어려운 단어들이 끼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벤자민 젠더의 테드 영상 하나를 소개합니다.

http://www.ted.com/talks/lang/eng/benjamin_zander_on_music_and_passion.html
14/05/23 23:17
수정 아이콘
조금만 부연을 해보자면, 취향의 핵심적인 맥락은 '구별짓기'입니다. 취향의 내용 자체는 큰 의미가 없고, 더 돈이 많이 들고, 더 실용성이 적은 취향을 통해 문턱을 한없이 높이고, 그 문턱을 넘어 진입할 수 있는 사람들만 그들의 클럽에 입회할 권한을 주는 느낌이랄까요? 비근한 예를 들자면, 대항해 시대를 여는 데 향료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사실 그 시절 귀족들이 향료에 열심이었던 이유가 그 향료의 향과 맛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향료가 비쌌기 때문이라는 썰이 있습니다. 난 이렇게 비싼 향료를 아낌없이 낭비할만큼의 경제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그들만의 구별짓기였던 겁니다.

아직은 클래식 같은 경우가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취향입니다만, 만약 말씀하신 것처럼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클래식에 접근하게 된다면 '귀족'들은 다른, 더 비싸서 아무나 쉽사리 학습할 수 없는 취향으로 자신들을 구별 지을 겁니다.

링크해주신 테드 영상은 잘 보겠습니다. 재밌을 거 같아요^^
14/05/24 02:1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만 이렇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구별짓기로서의 취향은 특히 취향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는('취향게임'에서 이기려는) 사람들에게서 더 잘 보이곤 하죠. 한편으로는 그 취향의 소유 자체가 스스로 불안한, 나이가 어리거나 그 분야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서 잘 모르는(잘 모르지만 잘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또는 그 분야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그러한 경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인격이나 성격과도 다소 관련이 있겠죠). 계급 문제로 수렴시키시려는 작성자님의 논지를 자꾸 흐리는, 다소 나이브한 관점으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오랜 기간 숙성된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과시하려고도 않고 그저 소중히 향유하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취향이라는 것이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과정이 누구나 거치는 과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형태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테드 영상 즐겁게 보셨길 바랍니다. 링크글의 댓글 중에 어떤 분이 번스타인의 말(쇼팽 녹턴보다 비틀즈 음악이 낫다는)을 인용하셨던데 그 말은 아마도 당시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던 '구별짓기 취향'의 관객들에게 던지는 말로서의 맥락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비슷하지만 정반대로 테드 영상 속의 쇼팽 곡은 대중음악에 젖어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의외의 청량감과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지요.
14/05/24 02:43
수정 아이콘
아고, 아닙니다. 제가 맥락에 대해서 쓰지를 않았네요. 저는 모든 클래식 애호가들이 계급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취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락 메탈 재즈 클래식이라는 전형적인 테크를 타고 있는데요^^;;; 제가 부연한 건 구별짓기에서 중요한 것은 클래식이 아니라 쉽게 진입하기 어려움이라는 조건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뿐입니다. 왜 조용히, 소중히 향유하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다만 취향이 차별화를 통한 과시적 성격을 지닌다는 이야기는 진화심리학쪽에서도 연구되고 있는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중요한 건 차별화라는 조건이지 클래식이라는 내용은 아닙니다^^;

테드 즐겁게 잘 감상했습니다. 글도, 좋은 영상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적당한 때가 오면 문화와 반문화에 대한 글도 한번 써보겠습니다. 퇴랑님이 지적하고 싶으신 이야기와 닿는 부분이 있을 듯도 싶어서요^^
nearfield
14/05/23 18:54
수정 아이콘
배가 침몰하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국가적 규모의 재난재해에 대하여, 정부는 시스템을 통해 이를 예방하고 수습합니다. 성숙한 국가라면 당연히 견고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했고 국민들은 대한민국도 당연히 그 범주에 속해있을거라 믿었죠.
시스템이라는 것은 본래 계층적으로 구성되기 마련이고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역량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그들은 모두 차례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죠. 선원들은 해경에게, 해경은 언딘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고, 시스템의 최상위층에 위치한 대통령은 철저히 자신과 시스템을 분리시켜가면서 시스템의 최하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선장을 비판합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지 않나 싶네요.
본문의 계급적 프레임으로 해석한 부분도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14/05/23 23: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다른 층위에서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한마디만 보태자면 내 아이가 저기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넓은 의미의 연대 의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토히데요시
14/05/23 22:01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을 붕괴직전의 사회로 보는 분들도 많군요.
14/05/23 23:27
수정 아이콘
어떤 의미로 쓰신 리플인지 정확히 파악은 안됩니다만,

제 이야기만 해보자면 그닥 붕괴 직전의 사회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 위에 사과씨님의 글을 원용해보자면 아직은 물소떼들이 남아있는 상태거든요. 제가 글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저 말실수들이 사실 저들의 인식에 기반한 정상적인 발화이며 우리 사회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매우 심각한 불평등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입니다. 그리고 항상 지배계급은 그들의 지배를 가능하게 한 경제적 자본은 숨기고 다른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한다는 이야깁니다. 저들 속에는 우리와 같은 대접을 받을만한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죠.

사회가 제 스스로 붕괴하지는 않죠. 붕괴시키려는 세력이 있어야 붕괴하지 않겠습니까^^; 제 눈에는 대한민국을 붕괴시킬 세력이 보이지 않네요.
비토히데요시
14/05/24 01:31
수정 아이콘
아, 곧 무너질 것 같은 사회? 처럼 보는 분들이 많다는 거였습니다.
뭔가 비꼰하거나 하는 의미는 아닙니다 :)
14/05/24 01:45
수정 아이콘
뭔가 비꼬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슨 말씀이신가 궁금했을 뿐이에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4/05/25 17:0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소개 감사합니다.
박근혜 정부를 해처럼 중천에 떠 있는 "깨진 창문"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참 와닿는 글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4143 [일반] 소녀시대 노래 10곡이요. [20] 4868 14/10/05 4868 0
54065 [일반] 다사다난했던 2014년의 소녀시대... [26] Duvet7934 14/10/01 7934 0
53883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2. 전설의 시작 [22] 눈시BBv36545 14/09/19 6545 10
53811 [일반] 피지알에 어울리는 군대이야기 [9] 사학에빠진사학년3607 14/09/16 3607 4
53615 [일반] 奇談 - 아홉번째 기이한 이야기 (8) - 끝 [42] 글곰4457 14/09/03 4457 8
53286 [일반] 21세의 설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무엇이었나? [193] Duvet15258 14/08/19 15258 0
53059 [일반] [미제사건]전북대 수의학과 이윤희양 실종사건 [55] 자전거도둑19792 14/08/05 19792 3
53057 [일반] 그냥 써보는 괜찮은 카페 [27] 만우6085 14/08/04 6085 4
53031 [일반] 레드벨벳에 대한 잡담. [28] 카랑카10813 14/08/03 10813 0
52921 [일반] [영화토크] <연애의 온도> - 당신의 연애는 안녕하십니까? [10] 마스터충달6135 14/07/26 6135 4
52869 [일반]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OST Best 10 [62] 리콜한방12340 14/07/23 12340 1
52743 [일반] [연애] 썸 탈 뻔했던 이야기. 뭐가 문제였을까 [56] 이카루스8482 14/07/15 8482 0
52481 [일반] 유나의 거리 12화 (스압! 이미지 많음!) [12] 알킬칼켈콜7124 14/07/01 7124 1
52414 [일반] (푸념글) 답은 정해졌는데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드네요. [19] 대한민국질럿5432 14/06/27 5432 0
52346 [일반] 아이돌. 그중 태연양의 연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40] Bergy107946 14/06/22 7946 0
52331 [일반] 다름을 인정하는 것 [42] 글라소에너지5578 14/06/22 5578 3
52315 [일반] [스압주의] 태연의 Road to Wrestlemania XXX [4/5] [16] 태연­8011 14/06/20 8011 11
52305 [일반] 태연 사태에 대한 소녀시대 코어 팬덤의 분위기와 문답. [361] 삭제됨57121 14/06/20 57121 14
52303 [일반] [연예] 인스타그램 댓글로 남긴 태연의 편지 [236] 비상의꿈12968 14/06/20 12968 0
52272 [일반] [스압주의] 태연의 Road to Wrestlemania XXX [3/5] [14] 태연­6399 14/06/17 6399 4
52244 [일반] [스압주의] 태연의 Road to Wrestlemania XXX [2/5] [20] 태연­7290 14/06/14 7290 5
52212 [일반] [스압주의] 태연의 Road to Wrestlemania XXX [1/4] [36] 태연­6223 14/06/12 6223 2
51897 [일반] 귀족 사회의 재림? [65] eLeejah10377 14/05/23 10377 2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