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4/19 21:35:55
Name 뀨뀨
Subject [일반] 사실 너희말이 맞다.
4월 16일 수요일에 이 소식을 접하고 내 마음은 타들어갔다.

생떼같은 어린 친구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식어간다는건 일교차가 심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투덜거리던 나를 반성을 넘어서 혐오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비관적인 소식에 기상적 악재와 구조작업 혼선.. 나는 그런 상황에도 기적을 바랬다.

한 시간 두 시간은 나에게는 쏜쌀같이 지나가지만 그네들의 일분 이분은 이제껏 살았던 생보다 길었을것이다.

일면도 없던 그네들을 생각하면 밥도 넘어가지 않고, 잠도 못자고 학교에 가서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었지만 지끈지끈한 내 머리에는 걱정과 희망을 바라는 생각만이 가득차 있었다.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더라.
산 사람은 살아야지. 시험 잘 봐서 좋은 기업 가서 돈 많이 벌어 좋은 배 만드는걸 도우면 되지. 그래도 아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지.

너희들은 그랬다. 희망을 가지면 뭐하냐고. 현실을 받아 들이라고.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서서히 지쳐갔다. 너희들에게 조금이나마 미안한 감정, 위로의 마음을 가져달라고 부르짖다가도 쿠사리 먹기 일쑤였다.

너, 다음주에 시험이 네개라며.

너희들이 맞다. 사실상 구조란건 어렵고 하늘에서 그네들을 데려갔다는게 절대적 사실이다.

밥도 못먹던 내가 이제는 라면도 잘 먹고 머리 아프지 않게 푹 자고도 일어난다. 사랑을 잊는건 시간이라고 했던가. 사랑스러운 그네들을 시간이 지나니 잊게된다.

너희들이 옳았다. 결국 나도 시험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와서 조금씩 공부를 하고 있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시험범위들에 안심한다.

누구보다 마음 아프고 가슴 뜨겁다 생각하던 몇일은 과거가 되고, 돌보지 못하던 내 생활을 부랴부랴 채워나가게 되더라.


그러나 잊지 않길 희망한다. 내가 피는 담배 한까치, 당연하듯이 시키는 오백씨씨의 맥주, 가슴이 터질듯한 첫경험, 밤새 함께 달리는 게임 한 번 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져버린 그네들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살아가길, 그러길 희망한다.

그리고 너희들도 그러길 바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JISOOBOY
14/04/19 22:08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162 [일반] 이럴때일수록 정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야 합니다. [124] 송파사랑8618 14/04/20 8618 7
51161 [일반] SNS, 커뮤니티가 너무 격앙된 상태인 것 같습니다. [69] Alan_Baxter6935 14/04/20 6935 2
51160 [일반] PGR21 간담회 [공감] 후기 [22] 마스터충달4978 14/04/20 4978 0
51159 [일반] 세월호 현장에서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330] Manchester United14323 14/04/20 14323 3
51158 [일반] PGR21 간담회 공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37] 워크초짜5583 14/04/20 5583 1
51157 [일반] 결국 반복된다. 향냄새3421 14/04/20 3421 0
51156 [일반] 루리웹의 댓글 3000개가 넘은 글... [14] 달무리8617 14/04/20 8617 0
51155 [일반] PGR21 간담회 '공감' 간단 후기 올립니다. [36] jjohny=쿠마7543 14/04/19 7543 2
51154 [일반] 제목 그대로 옮깁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는 함구하는게 최선이겠지만 한 말씀만 올릴게요." [8] 올휴가는 몰디브!8968 14/04/19 8968 11
51153 [일반] 사실 너희말이 맞다. [1] 뀨뀨4514 14/04/19 4514 5
51152 [일반] 프로축구연맹의 무능함으로 일어난 오늘 K리그 관중수 [55] 삭제됨6882 14/04/19 6882 0
51151 [일반] 정말 조심스럽습니다만 이제는... [33] Neandertal7314 14/04/19 7314 2
51150 [일반] 에어포켓 생존자 구조영상(나이지리아) [11] 소마에프5240 14/04/19 5240 0
51149 [일반] 괴물때문에 괴물이 되버린 괴물때문에 괴물이 되는것에 대한 책임이 없다 [46] 삭제됨7463 14/04/19 7463 4
51147 [일반] 정치인들은 도대체 머리속에 뭐가 들었을까요? [74] 삭제됨6725 14/04/19 6725 2
51146 [일반] [영화토크](스포) <아메리칸 허슬> - 실망 혹은 배신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 [24] 마스터충달6032 14/04/19 6032 1
51145 [일반] 엘리트주의와 박사사기꾼 [43] 캡슐유산균9462 14/04/19 9462 11
51144 [일반] 왜 내가 위로를 받고 싶을까. [6] Bergy105924 14/04/19 5924 28
51142 [일반] 대통령은 곧 국가이다. [35] 마빠이6847 14/04/19 6847 1
51140 [일반] 어제 롯데-두산 야구경기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있었네요. [53] Duvet10067 14/04/19 10067 2
51139 [일반] 1590억 구조함 투입불가 [166] kurt12480 14/04/19 12480 1
51137 [일반] 시민의 덕성 [16] 삭제됨4127 14/04/19 4127 1
51136 [일반] 뉴스타파 - 계속되는 말 뒤집기...무능한 정부, 커지는 분노 [23] 어강됴리5987 14/04/19 5987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