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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15 20:34:05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쿨가이 이성계, 밭 갈던 사람을 친병대 사령관으로 삼다.


1383년 9월, 고려의 장수였던 이성계는 느긋한 기분으로 동북면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얼마 전에 이성계 자신의 세력 기반이었던 동북면을 침공하여 이성계를 근심시켰던 호바투를 전투에서 패배시키고 오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성계는 돌아가는 길에 잠시 안변(安邊)에 들렀다. 안변의 뽕나무가 심어진 땅을 지나던 이성계는 우연히 비둘기 두 마리를 보게 되었다.






승전을 거두고 오니 기분이 한껏 업 되었을까? 이성계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심심풀이로 비둘기에 화살을 날렸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기록이지만 이성계는 나란히 앉아있던 비둘기 두 마리를 동시에 잡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자신의 화살 실력을 이성계가 확인하고 있을때, 근처의 밭에서 김을 메던 두 사람은 환호성을 질렀다.



"야, 거기 도령! 참 화살 한번 기가 막히게 쏩니다 그려."



군대를 이끌고 외적을 토벌하며 위세를 떨치던 장군에게 시골의 김 가는 농부들이 "도령" 하면서 말을 걸었는데, 이 당시 이성계의 나이는 48세로 거의 50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도령 소리를 들은 이성계는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이미 도령 소리 들을 나이는 지났네, 이 사람들아."



그래도 젊다는 소리를 해주니 기분은 좋았는지 이성계는 휘하 병사들에게 시켜 자신이 잡은 비둘기를 그 두 사람에게 나눠주도록 했다. 알아서 잡아 먹으라는 것이다. 그런 뒤 떠나려는 이성계였는데, 잠시 후에 그 농부 두 사람은 이성계를 찾아왔다.


"뭐 하러 왔소?"


"장군이 우리에게 비둘기를 주셔서, 우리도 대접을 하려고 하는데...대접 하려고 해도 이런거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좀 드시구랴."



이성계가 두 사람이 바친 것을 가만히 보니 맨 좁쌀로 지은 좁쌀밥이었다. 개경에 가면 조정 실력자로써의 지위가 있고 동북면에 가면 수천의 아랫 사람을 거느리는 이성계에게 이런 밥이야 입맛 버리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농부들이 성의를 표시하기 위해 가져온 밥인데 안 먹는다고 하기도 좀 그랬다.



그래서 이성계는 그 자리에서 좁쌀밥을 후루룩 한 입에 집어 넣었다. "야, 잘 먹었소." 그렇게 되어 이번에는 진짜로 떠나려는 이성계 였는데....


"왜 안가고 따라오기요?"


"그냥 장군 따라갈랍니다."


농부 두 사람은 이성계가 마음에 들었는지 혹은 이쪽 따라가면 출셋길이 열릴 것이라 여겼는지 이성계 옆을 떠나려고 하지를 않은 것이다. 막무가내로 따라오는 수준이었지만 이성계도 두 사람을 말리지 않았다.



"알았구랴."




그렇게 되어 이성계를 따라온, 밭에서 김 가던 두 농부의 이름은 각각 김인찬(金仁贊), 한충(韓忠)으로 모두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이 되었다. 게중 김인찬은 조선 개국 후 이성계의 친위 부대인 의흥친군위(義興親軍衛)의 주요 인물이 되었다. 이 의흥친군위가 이성계 자신의 사병 세력이 근원이 되는 만큼 김인찬은 밭 갈다 이성계의 친병대 주요 대장 급 정도 되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할 수 있었다.







9월, 태조가 동북면으로부터 이르렀다. 이번 행차에 태조가 돌아오다가 안변(安邊)에 이르니, 비둘기 두 마리가 밭 한가운데의 뽕나무에 모여 있는지라, 태조가 이를 쏘니 한 번에 비둘기 두 마리가 함께 떨어졌다. 길가에서 두 사람이 김을 매고 있었으니 한 사람은 한충(韓忠)이요, 한 사람은 김인찬(金仁贊)인데, 이를 보고 탄복하면서 말하기를, “잘도 쏩니다. 도령(都領)의 활솜씨여!” 하니, 태조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나는 벌써 도령(都領)은 지났다.” 하고는, 이내 두 사람에게 명하여 비둘기를 가져다가 먹게 하였다. 이에 두 사람이 조밥[粟飯]을 준비하여 바치니, 태조가 그 성의를 보아 조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태조를 따라가 떠나지 않고서 모두 개국 공신(開國功臣)의 반열(班列)에 참여하였다.


〔○〕九月, 太祖至自東北面。 是行, 太祖回至安邊, 有二鴿集于田中桑樹, 太祖射之, 一發二鴿俱落。 路邊有二人耘, 一韓忠、一金仁賛。 見之嘆曰: “善哉都領之射!” 太祖笑曰: “我已過都領矣。” 因命二人取食之。 於是二人備粟飯以進, 太祖爲之下箸。 二人遂從不去, 皆與開國功臣之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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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과열무
14/04/15 20:36
수정 아이콘
이야....
최종병기캐리어
14/04/15 20:37
수정 아이콘
왠지...

시비트다가 너 몇살이야!!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조밥같은 생퀴가!!!라고 투닥투닥 거렸을거 같은 느낌...
돌원숭이
14/04/16 05:52
수정 아이콘
아마도 실제 얘기라면...

---------
이성계가 동북면 안변에서 뽕나무 밭 한가운데에 있는 비둘기 두 마리에게 화살을 날렸다.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날린 화살이었으나 무성한 뽕나무잎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두 농부가
그 화살에 맞을 뻔 하였다.

이에 뽕나무 밭에서 일하던 두 농부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와 말했다.
"이런 조밥같은 자식이 활 한번 기가 막히게 쏘네. 우리가 맞았으면 어쩔 뻔 했음둥?"

당황한 이성계는
"어 이거, 죄송하게 됐수다. 사람 없는 줄 알고 쐈지비.. 이 비둘기는 그냥 주꾸마"
라고 말하며 잡은 비둘기 두 마리를 농부들에게 주었다.

비둘기를 받은 농부들이 여전히 화가 안 풀린 얼굴로
"근데 이 어린 놈의 자식이 왜 말끝마다 반말임둥?"
이라고 하며 자못 한대 칠 기세였다.

보다못한 이성계의 휘하 병사가 농부들에게
"어허. 이 분이 뉘신줄 알고 함부로 말하시오? 이분이 그 유명한 이성계 장군이십니다"

깜짝 놀란 농부들은
"어이쿠.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라고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게 소동은 일단락되었고 농부들은 이성계 장군을 따라다니면 밥은 안 굶겠지란
생각에 기어이 이성계를 따라갔다. 이 두 농부가 훗날 조선 개국공신이 된 김인찬과 한충이다.
------------

농부들의 비명소리가 -> 환호성으로
이 조밥같은 자식이라는 욕이 -> 조밥을 대접했다로
활 한번 기가 막히게 쏘네라는 반어법이 -> 활솜씨 칭찬으로
이 어린 놈의 자식이라는 막말이 -> 도령처럼 젊음으로

흐흐 다 그런거죠 뭐.
바스테트
14/04/15 20:38
수정 아이콘
뭐 이런 쿨가이가....크크
요정 칼괴기
14/04/15 20:38
수정 아이콘
솔직히 업무 능력이고 뭐고 간에 사람 보는 눈이 최고의 능력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 눈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결단력도 중요하고요.
물론 대부분은 이런 걸 믿다가는 훅 망한다는게 함정.
키니나리마스
14/04/15 21:22
수정 아이콘
농부들도 보통 눈이 아님...
뚜루뚜빠라빠라
14/04/15 20:43
수정 아이콘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보인다는게 최고의 칭찬
저 신경쓰여요
14/04/15 20:47
수정 아이콘
잘도 씁니다. 도령의 글솜씨여!
뚜루뚜빠라빠라
14/04/15 21:29
수정 아이콘
전 비둘기가 엄서요....
아케르나르
14/04/16 11:30
수정 아이콘
잘 됐네요. 저도 조밥 없음.
유로회원
14/04/15 20:55
수정 아이콘
비둘기 눈이 너무 무셔...
Siriuslee
14/04/15 21:19
수정 아이콘
역시 군대는 줄을 잘 서고 봐야.
14/04/15 21:38
수정 아이콘
줄 잘서는거로 따지면 하륜...
Tristana
14/04/15 22:20
수정 아이콘
역시 어려보인다는 칭찬은 남녀 불문하고...
미우누리
14/04/15 22:30
수정 아이콘
정도전을 보다왔더니 사투리로 읽히네요
그럴나이는 내 이미 지났수다!
14/04/15 23:03
수정 아이콘
우타크와 차넬인가...?
저 신경쓰여요
14/04/15 23:14
수정 아이콘
이성계는 루트에리노 대왕이고 정도전은 대마법사 핸드레이크...?
핸드레이크
14/04/15 23:16
수정 아이콘
역시 제가. .?
저 신경쓰여요
14/04/15 23:19
수정 아이콘
가을에 떠난 후치가 겨울에 돌아와 "님 삽질했었음..."이라고 말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14/04/15 23:21
수정 아이콘
후치가 이방원?

님들 삽질함 흐흐
저 신경쓰여요
14/04/15 23:26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최후의 승자... 그러면 정몽주는 넥슨 휴리첼로 할까요! 최영은 할슈타인 후작으로...
Amelie.N
14/04/15 23:35
수정 아이콘
할슈타일은 이인임이요~
저 신경쓰여요
14/04/15 23:44
수정 아이콘
그 편이 더 잘 어울리겠네요! 그럼 최영은... 음... 루트에리노 대왕에게 패해 물러났으니 드래곤 로드를 줘야겠군요?
14/04/16 02:22
수정 아이콘
년도차이가 나긴 하지만 길시언은 양녕, 닐시언은 충녕대군에 대입하면 그럴싸하게 어울리죠 크크
핸드레이크
14/04/15 23:24
수정 아이콘
이 어린놈의 새키가 ..?
하고 파워 오브 임포텐츠 먹임요
저 신경쓰여요
14/04/15 23:27
수정 아이콘
술 마신 제미니한테 늘그막에 쥐어터지지 마시고 들키기 전에 어여 돌려놓으세요...
핸드레이크
14/04/15 23:15
수정 아이콘
정도전은 핸드레이크. . ?
메피스토
14/04/16 02:28
수정 아이콘
치느님!
알킬칼켈콜
14/04/16 06:06
수정 아이콘
"짐은 이 사람을 보니 언과기실(言過其實)이 되어 크게 쓸 인물이 못 되오. 승상은 깊이 살피시오."
지은이아영이
14/04/16 08:09
수정 아이콘
산을 왜 오른다고 생각하나?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
함순이는함순함순
14/04/16 09:08
수정 아이콘
이제 곧 가정의 달이 오겠군요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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