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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22 12:34:09
Name RookieKid
Subject [일반] 누군가에게서 잊혀진다는 것.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를 뵙고 왔습니다.
7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2년?도 채 되지 않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신 저희 외할머니는 현재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사실 치매라고는 해도 저희가 가면 대화도 잘 하시고 인사도 다 받아주시고.
몸이 불편하시니 침대에 누워계시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면서도
아들딸들, 손주들 보시면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1년만에 찾아뵌 외할머니는 정말 많이 달라지셨더군요.

매번 찾아뵐 때마다 조금씩 야위시던 할머니는 이제 거의 해골 수준이 되셨고..
그 뭐라 그러죠.. 피골이 상접했다..는 표현이 정말 딱 어울리더라구요..
정말 너무 야위셔서 어릴 때 기억과는 전혀 매치가 안될 정도로 변하셨고..

당신의 딸(저희 엄마)이 "엄마" 하면서 다가가는데,
'이 사람들은 누군가...' 하는 표정으로 멍하게 딸을 쳐다보시더군요.
"엄마! 나 명화야 명화!" 라고 밝게 다가가시던 어머니가 할머니 손을 딱 잡더니 너무너무 서럽게 우시더군요.

학교 다니면서, 생활 하면서 힘들고 지쳐도 눈물 한 방울 난 적 없는 저도 정말 말 그대로 펑펑 울었습니다.
그렇게 예뻐하시던 딸, 손자. 하나도 기억 못하시는 할머니.

그렇게 한참을 펑펑 울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서 잊혀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어머니는 어떤 감정이 드셨을지 참 궁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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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14/02/22 12:53
수정 아이콘
저희 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치매이신데 참 어렵습니다. 그냥 순간 순간이라도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김기만
14/02/22 13:04
수정 아이콘
군대있을때 외할머니께서 위암말기여서 방문드리고 온 적 있습니다.

작지만 건강하셨던(예전기억에는) 할머니가 그렇게 마르시고 힘없이 앉아 계신것 자체가 충격이었죠.

인사드리고 서울로 올라오려는데 이제 다시는 못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손을 잡아 드리는데 눈물을 참기가 너무 어렵더군요.

저도 그렇지만

외할머니는 외손자가 자기때문에 손 못놓고 눈물보이기 싫어 고개만 숙이고 있는걸

어떤마음으로 바라보셨을까요.

결론은 살아계실때 잘하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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