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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29 19:02:05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대동법으로 생각해보는 대중적인 역사 인식의 문제

대중적인 편견이 발생하는 많은 경우는 '사실 간단한 일이 아닌 일을 일부러 간단하게 생각해서' '단순한 프레임으로 볼 경우' 많이 발생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예컨대 대동법 같은 경우는 본래 유명한 제도긴 하지만 요새 ebs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조선 최고의 개혁" 으로 소개되면서 아주 널리 알려진 편인데,



이 대체적인 시각은 이렇습니다. "광해군이 대동법으로 백성들을 이롭게 했다." "김육이 대동법을 실시했다."

"'자기들밖에 모르는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기득권'의 반발을 개혁적인 군주나 신하가 '영웅적으로' 밀어 붙혔다" (멀리 갈것도 없이 표절로 까인 모 영화처럼)


말하자면 "대단히 심플한 드라마적 구성" 입니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어째서 이 일을 했을까' 부터 해서 과정을 살펴보면 대동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게 된 원인과 그 논의 발전, 그리고 실시와 실패, 확대는 백여년에 가까운 긴 시간과 긴 호흡의 일이고 그 과정에는 지분을 주장할 만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겠지요.


수미법 논의를 시작한 이이, 이이가 황해 감사일때 그 밑에 있고, 선혜법 실시를 주장한 이원익, 대동법의 최고 이론가 중  한명인 조익, 호조 참판으로 목소리를 내며 실험적인 삼두수미안을 제안한 이시방, 이경석, 이경여, 대동법 자체에는 회의적인 시각이었지만 경기 선혜법을 실시한 광해군, 실패도 맛 보았지만 전국으로 확대한 인조, 그리고 이를 확립시킨 효종, 그리고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으로 서로를 설득하던 김육 등



삼도대동법은 처절하게 실패했고,삼도대동법의 실패때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서 갑술양전 후에도 공안은 개정되지 못했으며, 이원익은 왕안석에 비유되었지만, 이 이후로 공물변통이 정부의 주요한 정책논의의 앞머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대동법이 확고한 조정의 논의의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호조 대동법이 실시될 때 쯤 되면, 대동법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지만, 그건 대동법을 비판하는 김육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닙니다. 그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하는것일 뿐입니다.


안방준등은 상소를 올려 김육의 대동법을 비판했는데, 대동법 목적 자체는 백성들의 부담을 덜고 국가 재정을 풍부하게 한다고 칭찬합니다.


대동법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것이 몰고 올 민심 이반에 대한 비판이었고, 김육이 공적인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는건 분명하나, 재주가 없어서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친다는 식입니다.


이에 대한 김육의 반응도 "답이 없는 꼰대들" 을 상대로 "위대한 개혁"을 '밀어부치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산림적 원칙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안민"이라는 산림적 원칙을 끝까지 핵심으로 내걸고 대응했고, 개혁을 주장했지만, 사림적 원칙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늘 관료로서 행동했습니다. 이렇게 되며 산림들과 대동법 추진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음에도 최악의 적대적 파국으로 나아가진 않았고



처음에 대동법을 반대하던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사상 최악의 인물' 정도로 욕을 먹는) 송시열이 대동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고 주장하며, 김육이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자신의 일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송시열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상징적이고




'개혁' 이지만 하루 아침에 몇사람이 목소리를 내면서 마구 높이고 반대파들을 몽둥이로 때려 패며 잡아서 이뤄낸 개혁이 아닙니다. 처음 선조 시절에 수미법 관련 논의가 나왔을때는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했고, 광해군 시절에는 실시 자체는 해보지만 규모도 작고 반응도 회의적이었고, 인조 시절에는 규모를 확대해보지만 실패를 맛 보고, 그 이후에는 중점적으로 논의를 하며 찬반의 양론이 거세고, 그 다음에는 하긴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격론을 벌이고, 이후에 마침내 실시하는 과정이 있겠지요.



장장 10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논의하고, 이해시키고, 이야기를 나누고, 마침내 실시하게 되는 과정이 있고, 이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대중적인 인식이나 혹은 '대중이 원하는' 건 이런게 아닙니다.




'보수 - 진보' 프레임 혹은 '선역 - 악역 '프레임으로 사악하고 탐욕적인 수구 관료들의 비열하고 야비한 공세를 위대한 몇몇 인물이 고난을 겪으면서도 막아가며 승리하고 '하루 아침에'  개혁을 하는 그런 화끈하고 통쾌한 모습을 원하고, 그 원하는 모습으로 사실을 끼워 맞추는지 않나 싶습니다.



왜 오항녕 교수가 '콩쥐 - 팥쥐'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볼때 악역이나 선역을 미리 만들어놓고 편협하게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비판을 한적이 있는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만 요새 보면 오항녕 교수는 광해군 콩쥐와 인조 팥쥐에 대한 인식에 대한 반감 때문에 너무 나아가서 역으로 광해군을 '팥쥐' 만들어 놓고 보는 느낌도……)

  

대중들이 영상매체등을 보면서 원하는건 그런 개혁이고



'실제 대동법' 에선 드라마나 영화처럼 홀로 악랄한 반대파의 공격을 막아가며 개혁을 이뤄내는 영웅적인 군주나, 대화도 타협도 통하지 않는 절대 악도, 이를 상대로 위대한 승리를 이루어내 단기간에 모든것을 바꾼 개혁가의 모습도 없기도 하지만은...



뭐, 그런 개혁도 괜찮지 않습니까?
















여담으로 대중들이 매체에 바라는 '일단 화끈한' '개혁 스타일' 대로 되어버리면 이 분 나와버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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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lent Force
13/12/29 19:05
수정 아이콘
스탈린이 화끈한 개혁을 진행한게 구체적으로 뭐가 있을까요? 소련 역사는 사실 잘 모르겠네요..
나이트해머
13/12/29 19:39
수정 아이콘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 공업화가 있습니다.
The Silent Force
13/12/29 19:41
수정 아이콘
공업화라.. 근데 원래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업화를 지향하는게 흔한 일인가요? 좀 안맞을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북한도 그러고 있지만서도..
13/12/29 19:51
수정 아이콘
사회주의 국가에서 공업화를 지향하는 건 역사적으로도 명백할 뿐더러 이론적으로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The Silent Force
13/12/29 20:01
수정 아이콘
아 그런가요..? 아무 생각없이 너무 당연하게 협동 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만 떠올려 버렸네요..
나이트해머
13/12/29 20:23
수정 아이콘
특히 스탈린이 '공산주의는 공업화이다'는 명제를 세우고 입증했죠. 오히려 농업도 과도하게 공장노동스럽게 만드는 문제가 크지요. 협동농장이 대표적입니다. 기존 농업이 자영업적 성격이 있다고 토지를 죄다 국유화하고 농사꾼을 농장노동자로 만드는 정책이 협동농장이다라고 볼 수 있어서...
The Silent Force
13/12/29 20:31
수정 아이콘
덜덜..농민의 노동자화..라니 무섭네요.
요정 칼괴기
13/12/29 21:41
수정 아이콘
사실 강철남의 이 정책은 정말 화끈했습니다.
무려 천만명을 기아로 갈아 넣었지만
거의 10년 만에 농업국 러시아를 공업국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죠.
그리고 그 기반으로 2차 대전 당시 독일에게 이기기도 했구요.
물론 대가 언급했듯 천만명의 목숨이니 문제지만요.
13/12/29 22:25
수정 아이콘
러시아는 전형적인 농업국가였기 때문에 혁명 직후... 러시아는 노동자 계급이 적었습니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데 노동자가 적어요. 크크크크
뭐 어찌되었든 간에, 선진국에 비해 공업수준도 낮아서 급격하게 중공업 위주로 정책을 시행했고...
그 결과 농업 및 경공업이 망했어요.
The Silent Force
13/12/30 00:33
수정 아이콘
으흠..그렇군요. 많이 알고 가네요..
구밀복검
13/12/30 04:46
수정 아이콘
알기 쉽게 말하자면 사회주의는 유물론 빠고, 유물론 빠는 생산력 빠고, 생산력 빠는 공장 노동자/기계화 빠입니다.
농민에 대해서는 까에 가깝죠. 쁘띠 부르주아지라고 해서 계급 정체성이 모호하고 생산력도 후달린다고.
13/12/29 19:14
수정 아이콘
대중적인 편견이 발생하는 많은 경우는 '사실 간단한 일이 아닌 일을 일부러 간단하게 생각해서' '단순한 프레임으로 볼 경우' 많이 발생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공감 합니다. 제가 예전에 그랬었죠. 안 그러려고 지금도 노력 중 입니다.
해원맥
13/12/29 19:14
수정 아이콘
막줄.. 핵심 .. 크크
13/12/29 19:17
수정 아이콘
현대 복지나 노조같은 상당수 국민에게 반감을 사는 정책도 좀 더 긴 호흡으로 보고 이어나가면 조선의 대동법처럼 가능할지 어떨지 궁금하네요.

전 대동법의 발전에 동참했던 저 위대한 인물들만한 그릇이 못되어 그런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망국적 복지, 귀족 노조 등으로 일방적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그래 너희 말대로 그냥 포기하고 하지말자. 라는 생각이 요즘들어 자주 듭니다.

현대의 여야의 갈등, 복지 정책들의 반감 등을 봤을 때,
한계를 가진 탕평책/대동법이라고 교과서에서 폄하되어 불리는 것들이 새삼 얼마나 위대해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우리 선조들은 얼마나 끝없는 인내심과 노력을 보였나 싶을 정도에요.
13/12/29 19:18
수정 아이콘
사스가.... 무릎 탁 치고 갑니다
Starlight
13/12/29 19:21
수정 아이콘
요즘 대단히 많이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공감합니다.
강가의 물안개
13/12/29 19:31
수정 아이콘
오랫만에 글 올리셨습니다.
반갑습니다.크크
강가의 물안개
13/12/29 19:56
수정 아이콘
그런 개혁 방법을 선호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가 그만큼 성숙 되어야 가능한거 아닌가 싶습니다.
13/12/29 20:05
수정 아이콘
경기도에 대동법이 시행됐다 나는 경기도 사람이 아니어서 침묵했다.
호서에 ....침묵했다.
영남에 대동법이 시행됐다. 나를 위해 반대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지않았다.
이거죠. 서인/노론중심 중앙집권 강화전략.
Starlight
13/12/29 20:22
수정 아이콘
... 대동법이 성립되고 시행되던 시기는 세도정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도정치를 비롯한 일당독재정치의 시작은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영-정조 시기죠;
조선시대의 정치적 차별을 문제로 삼으시려면 함경도와 평안도, 제주도를 문제로 삼으시는게 먼저죠..
jjohny=쿠마
13/12/29 20: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래 두 문구에 공감하며 박수를 보냅니다.
"대중적인 편견이 발생하는 많은 경우는 '사실 간단한 일이 아닌 일을 일부러 간단하게 생각해서' '단순한 프레임으로 볼 경우' 많이 발생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장장 10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논의하고, 이해시키고, 이야기를 나누고, 마침내 실시하게 되는 과정이 있고, 이 사이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대중적인 인식이나 혹은 '대중이 원하는' 건 이런게 아닙니다.]"
13/12/29 20:56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대동법의 실시 과정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다..라고 느낄 정도 입니다.
왕은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 세금 부과 기준을 땅으로 하여 지주들의 반발을 일으키게 하였고, 이에 땅을 많이 가진 양반지주들은 왕의 정책에 반발하고... 왕과 추진세력은 또 그에 대해 반박하고.... 이러한 짓을 무려 100년동안 하면서 정착을 시켰으니....

오히려 요즘 세상은 토론 없이.. 그냥 밀어붙이는걸 좋아하는 것 같네요. 눈감고, 귀닫은채로 나는 내 마음대로 한다...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니...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과거의 조선이 오히려 왕조임에도 불구하고 독재국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한 소리는 개소리일거예요(?)
찬공기
13/12/29 21:04
수정 아이콘
Ah......
역사는 발전하는게 아닌 듯 해요...
요정 칼괴기
13/12/29 21:43
수정 아이콘
제가 그래서 영국 보수당을 좋아합니다.
보수당의 해온 거 처럼 바뀌되 서서히 바뀌어야지 빨리 바꾸면 너무 사회자체가 빨리 무너져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지죠.
귤이씁니다SE
13/12/29 22:46
수정 아이콘
모든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대동법 시행까지 100년이 걸린걸 보면 그런거 같습니다. 단번에 할수 있는게 아니죠.

다만 조선시대 관료는 모두 상당한 학식을 가진 학자층이었다는걸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당시 대동법에 대한 논쟁은 정쟁의 요소라기 보다는 학자들 간의 논쟁으로 볼수도 있다는 것이죠. 오늘날 여러분야로 세분화된 현실에서 정치의 모습에 그대로 대입하는건 조금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인들이야 막말로 4년 비정규직을 위해, 당권을 위해, 당의 이익을 위해, 5년간의 국가권력을 위해 싸우는 실전격투의 장이니까요. 과연 4년 비정규직들의 싸움터에서 이런 차분한 논의과정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논의는 뭐랄까.. 오늘날에는 싱크탱크라고 불리는 집단에서 이루어 져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런 싱크탱크 역할을 할곳이 대한민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습니다.
jjohny=쿠마
13/12/29 23:00
수정 아이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쓸 만한 싱크탱크 집단이 있어도 거기서 '쨘!' 하고 결론을 내려주는 걸 차분히 기다려줄 생각도 없고 별로 원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인들이야 당연히 그렇고, 대중들도 그렇지 않나...
귤이씁니다SE
13/12/29 23:14
수정 아이콘
싱크탱크에서 결론을 내려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사항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 연구하고 관련정보와 대안들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국민은 그 정보와 대안을 토대로 논쟁하여 여론을 모으고 정치권은 그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사실 사회문제에 대한 논쟁이 싸움으로 발전되는건 이런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정보가 갖추어 지고 문제의 핵심을 다룬다면 아마 싸움이 아니라 각자의 의견을 모아가는 선작용을 할거라 믿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싸움에 질려있는 대중들이 거부할거 같지 않습니다.
13/12/29 23:27
수정 아이콘
단순히 학자들 간의 논쟁으로만 보기 어려운게 광해군의 대동법 실시로 토지를 대량으로 소유한 사람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돈 많은 양반들이야 특산물 조금 내는 건 솔직히 부담이 안되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광해군이 토지 1결당 16두씩 내놔...라고 해버려서 반발이 심했습니다. 반면에 토지가 없었던 소작 농민들은 세금을 안내게 되어서 땡큐였구요.
결국 내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펴면 누구나 반발을 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하는게 당연합니다. 당시 지배층은 실천했습니다. 오늘날 지배층(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민중들만 신경을 안쓸 뿐...
귤이씁니다SE
13/12/29 23:48
수정 아이콘
대동법이 기존 양반층에 타격을 주는 내용임에도 논의되었고 시행될수 있었던건 그들의 접근방법이 관료나 이해관계자를 떠난 요즘말로하면 학자의 양심이 강하게 작용했지 않느냐는 거죠. 물론 이해관계가 전혀 섞이지 않았다는건 말도 안되지만요.

지배층이라고 하는데 이미 대한민국은 국민 하나하나가 모두 주권자인 민주국가이니 국민 모두가 참여를 해야죠. 문제는 민중이 참여를 안하는게 아니라 못한다고 봅니다. 모르니까요. 사실 어떤 사회이슈에 대해 대다수 민중은 모르죠. 복지를 예로 들면 복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아는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요? 복지정책에 모르니 대다수는 무관심해지고 찬성이든 반대이든 서로 모르니 싸움만 하고 날이 새버리는거죠. 대다수 국민을 알지도 못하고 싸움만 하게 만드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사람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게 있을까요.
나이트해머
13/12/30 11:41
수정 아이콘
대동법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가 지주층과 소작농민의 대립으로 보는 것입니다.
김육이 사망 직전 남긴 마지막 상소에서 직접 실명까지 거론해 가면서 '이사람들이 대동법 시행에서 가장 믿을 수 있다'고 거론한 사람은 '송시열', '송준길,' '서필원' 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세사람 모두 김집의 문하, 즉 대동법에 반대하고 지주층을 대변했다는 '산당'의 인사들이지요. 심지어 김육은 서필원을 실무에 기용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상당한 거지요. 김육이 산당에게 항복한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육은 반정공신이라 하더라도 대동법에 반대된다면 주저없이 걸어서 날려버리고(그러면서도 또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그대로 유지하고) 할 정도로 강력하게 대동법을 이끌어간 사람입니다. 항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거지요.

산당과 한당의 대립, 대동법 실시와 반대의 대립은 양측의 '학자적' 성향을 이해해야 가능합니다. 호서지방 사족계급, 그 지역의 지주층이기도 했던 이들이 대동법을 체험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기 시작' 합니다. 대동법을 시행하여 분명 그들은 사익에 손해를 보았는데도 오히려 지지를 하기 시작해요. '내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펴서 그걸 체험했는데 반발은 커녕 찬성'하는 이 현상은 그들의 학자적 성격을 논하지 않으면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13/12/30 12:31
수정 아이콘
이런 관점도 가능하군요. 짧은 리플이지만 상당히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13/12/29 23:07
수정 아이콘
적절치 않은 프레임을 가지는 것.

단순하지 않은 문제를 종종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중들의 단견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지배권력으로부터 파생돼 나와 어느 시대에나 대중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죠. 2002년인가 이 게시판에 "사회 지도층"같은 말은 쓰지 맙시다" 라고 댓글을
단 적이 있었는데 한낱 기자들이 만든 이런 조어들조차 위계, 계급사회를 굉장히 당연시 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스며든, 그 프레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히는 것도
하나의 과제일 듯합니다.

예전 사회과학 서적이 흥할 때 이론과 실천에서 "이데올로기와 과학" 이라는 책을 출간했었는데
맑시즘이 한물 간 이 시대에도 한 번 돌아볼만한 프레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게시판에도 서로
논쟁할 때에도 "팩트"를 많이 강조들 하시는데 동일한 팩트를 갖고 그토록 많은 의견이 존재한
다는 것에서, 과연 단순한 팩트가 진실을 비추는 횃불인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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