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사랑과 미의 여신이죠 (국내 모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도 비너스 --;). 금성이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된 데에는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금성의 존재는 잘 알려져 왔는데요 한때는 서양에서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동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은 에오스포로스라고 불렀으며 저녁에 서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은 헤스페로스라고 불러서 서로 별개의 별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실은 둘 다 금성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성은 샛별(아침), 개밥바라기(저녁), 태백성 등으로 불러왔습니다.

미의 여신 비너스

달 아래로 보이는 금성
금성은 태양계 내의 8개의 행성들 가운데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깝고 여섯 번째로 큰 행성입니다. 금성의 공전 궤도는 다른 행성들의 공전 궤도에 비해서 가장 원형에 가깝습니다. 태양으로부터는 108,200,000km 떨어져 있고 반경은 약 12,103.6km, 질량은 약 4,869e24kg입니다.

적외선 카메라로 바라 본 금성, 두꺼운 구름층을 확인할 수 있다.
금성은 내행성(지구보다 안쪽에서 공전하는 행성)이기 때문에 달처럼 위상변화를 보입니다. 즉 금성도 초승달처럼 보일 때도 있고 반달처럼 보일 때도 있다는 얘기이지요. 이러한 금성의 위상변화는 갈릴레이로 하여금 태양 중심의 지동설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금성의 위상변화
최초로 금성을 탐사한 탐사선은 미국의 메리너 2호였으며 러시아(구 소련)역시 베네라 7호(최초로금성 표면에 착륙한 탐사선)를 비롯하여 베네라 9호(최초로 금성 표면의 사진을 전송한 탐사선)를 금성에 보냈었습니다. 나사는 그밖에도 마젤란 호를 금성으로 보내서 레이다 기술을 사용해서 금성 표면의 98%에 해당하는 면적의 지도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유럽우주국(ESA)에서도 비너스 익스프레스라는 탐사선을 발사하여 현재 금성의 대기 등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베네라 9호가 지구로 전송한 금성 표면 사진
그럼 금성의 주요 특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금성의 공전주기는 224.70일이고 자전주기는 243.01일 입니다. 즉 금성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스스로 자전 한 번 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자전 속도가 아주 느립니다. 그리고 자전을 공전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합니다 (혹시, 금성은 성격 이상한 애(?))

지구에 사는 걸 감사하게 여겨라잉~!
금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구와 비슷해서 형제 행성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우선 금성의 크기는 지구의 약 95% 정도에 해당합니다. 밀도는 지구보다 좀 더 작아서 금성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약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두 행성 다 표면에 크레이터들이 별로 없으며 두 행성의 조성 성분도 비슷합니다.

금성의 대기층...
하지만 비슷한 점은 여기까지. 금성은 지구의 기준에서 보자면 한 마디로 지옥(地獄)입니다. 일단 기압이 무시무시 합니다. 금성의 지표면에서의 기압은 약 90기압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표면에서 지구의 기압은 1기압). 만약 우리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금성 표면에 발을 디딘다면 바로 마른 오징어포가 되는 거지요. 금성의 두꺼운 대기층은 거의 다 이산화탄소인데 이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톡톡히 발휘해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을 그대로 붙잡아 두기 때문에 금성의 온도도 매우 높습니다. 최고 온도는 섭씨 471도(납이 녹아 내리는 온도)까지 올라간다니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이지요.

혹시 이런 모습은 아닐까요?...
금성의 대기층 상부에는 350km/h의 세기로 바람이 불고 있으며(지구에서 슈퍼 허리케인으로 분류되는 허리케인의 풍속이 약 252km/h 정도) 금성의 하늘에도 번개가 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단 지구의 번개는 수증기로 이루어진 구름과 관련이 있지만 금성의 번개는 황산 구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성의 구름은 무려 황산(!)입니다).

금성 표면의 상상도
한 때는 지구처럼 바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모두 말라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다 이미지로 본 금성의 표면은 모래 언덕과 바람으로 인해 생겨난 지형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성의 표면은 약 3억년에서 5억년 전 사이에 일어났던 왕성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표면이 아스팔트 포장하는 식으로 용암으로 완전하게 덮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분화구의 지름이 20km가 넘는 1000여 개의 화산이 금성 표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천지의 지름은 약 4.5km). 이런 분화구로부터 용암이 흘려 내렸던 지형이 수로 형태로 수 백 km씩 뻗어 있습니다.

금성 탐사선 마젤란호가 작성한 금성의 레이다 지도...
금성은 두 곳의 큰 분지도 가지고 있는데 북극 지역의 Ishtar Terra라는 분지는 호주 정도의 크기이고 적도 근방에 있는 Aphrodite Terra는 남미 정도의 크기라고 하네요. 에베레스트 산에 비견할 만한 Maxwell Montes(높이 11km)는 Ishtar Terra 분지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Maxwell Montes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금성은 밤하늘에서는 매우 밝게 빛나는 낭만적인 행성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명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지옥불의 행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구가 지금 현재의 궤도보다 조금만 더 태양에 가까이 있었더라면 금성과 비슷한 운명을 걸었을 거라고 하니까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됩니다.

한 끝 차이...
P.S. 우리 모두 지구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