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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에 추석 연휴 끝나고 이곳에 글을 하나 쓴 적이 있었습니다.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였죠. 5남2녀 중 여섯째로 위로 오빠가 다섯분이나 계셨던 이 아주머니. 지금은 50대 중반으로 자식 잘 키워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자신의 직계 가족이라고는 밑으로 여동생 뿐 아무도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죠.
남자라곤 단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 이 아주머니의 가계도를 보면 마지막 남은 한 남자는 아주머니에게 자식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와 남자의 어머니(이 아주머니의 올케 언니가 되겠죠. 오빠의 부인이니까요) 생활 형편이 너무나 어려웠고, 특히 더 괴로운건 이 남자였습니다. 유일한 남자 혈육. 이 집안의 대를 잇는(지금이야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 남자는 한때 뛰어난 사람이 될꺼라는 큰 희망을 갖게 만들었지만 늘 집안에 앉아 컴퓨터만 하는 답답한 존재가 되었을 뿐 입니다.
이 남자는 30대 중반이었고, 실력도 꽤 좋았지만 몇년을 허송세월로 보냈고, 아주머니의 올케 언니의 지병은 갈수록 악화되었습니다. 물론 이 아주머니의 남편은 괘씸한 이 남자 때문에 도와주는 걸 반대했지만, 그래도 아주머니가 몰래 도와주는 걸 모른척 해 주었습니다. 아주머니가 도와주지 않느다면 마지막 남자 혈육의 집안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어제 저녁에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이 남자가 지병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심장이 순간 멈추는. 그래서 입원도 하고 꽤 투병을 했던 것 같습니다. 형편이 뻔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 병은 완벽하게 고칠 수 없다는게 더욱 괴로웠던 것이죠.
아주머니가 울면서 그러시더군요.
"결국 가버렸구먼"
별도의 장례식을 치루진 않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이 아주머니의 가계도에 남자는 단 한명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