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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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6/08 13:13:04
Name 먹구름뒤
Subject [일반]  9년 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TV속에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던데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배시시 웃으며 수줍게 내미는 막대에 나타난 선명한 두 줄.

난 그때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리고 시작된 10개월.
뜬금없이 먹고 싶다는 과일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뱃속에서 퉁퉁거리는 발차기에 서로 마주 보며 웃기도 하고
구역질에 힘들어하는 것을 위로를 해주다 같이 구역질도 하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2003년 1월 13일 오후 2시 40분.
드디어
너를 만났다.

아주 조그만 핏덩이.
저렇게 작은데 숨은 쉴 수 있을까?
그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들려오는 커다란 울음 소리.

정말. 내 아이인가. 정말.
신비로움. 감동. 비현실적. 몽환적.
오만가지 감정들이 내 몸을 지나간다.

정신을 채 못 차린 내 품에 어느새 네가 안겨있다.
나는 아니 아빠는
말했다.

지켜줄께.
내 몸이 산산이 부셔져도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너를 반드시 지켜줄께.



-------------------------------------------------------------------------------------------------------------------


지난 주말.
9살 난 첫째가 제가 일기 쓰듯 끄적이는 블로그를 발견하고 자기 어릴 때의 글에 댓글을 달아 주었습니다.
요즘 한창 영어 공부 중이라 어색한 영어로 쓴 댓글을 보니 9년 전 첫째가 태어난 날이 생각나면서
묘한 기분을 핑계삼아 PGR 첫글을 엉망인 글로 한번 적어보았네요.


첫째의 댓글이 마치 또 물어 보는 것 같습니다.



아빠. 그때 한 말 아직 잊지 않으셨죠?





ps) 첫째의 댓글에 나오는 comalove, hosusang은 와이프와 제 닉네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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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icWolf
11/06/08 13:28
수정 아이콘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저도 얼른 아이 낳아 키우고 싶네요~
11/06/08 13:47
수정 아이콘
어른들께 하도 자주 들어서 상투적이라고 느꼈단 말들중에
"너두 니 자식 낳아바라"
이 말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정말 절로 생각나더군요 ^^

주는 사랑의 행복감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게 부모라는 경험같아요
사악군
11/06/08 15:43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아이가 생기니 부모님 마음을 쬐끔 알 것 같아요.. 이제 5주되는 우리 귀여운 아들내미는 언제 커서 기고 서고 걷고 말하고 이런 댓글을 달아줄까요? 너무 보기 좋고 마음이 훈훈합니다. 흐흐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동네 돌아다니는 꼬마들 보며 '아이구 귀여운 것들, 쪼그맣기도 하지' 했는데 요새는 걔네들 보면 '쟤네는 다 컸구나' 싶어요.
sad_tears
11/06/08 23:18
수정 아이콘
멋있어요.

감동적이네요.

저도 한번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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