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래에 타나타노트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여러분들은 수능하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막상 제가 고3이었을때, 수능보면 그대로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수능 = 인생결정' 이라는 압박감을 안고 1년을 생활해 왔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은 지금 대학생인 분들, 그리고 사회생활 하시는 분들 모두 공감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끔 과외하면서 아무리 이렇게 얘기해도 아이들은 이해를 못하더군요. 하긴 그렇겠죠. 저도 그랬으니까.)

여튼간에 각설하고, 갑자기 수능을 앞에둔 부모님들의 마음을 듣다보니 제가 고3이었을때 겪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당시에 저는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넉넉치도 않은 가정형편이었지만, 고3 아들 뒷바라지 한다고 부모님께서는 정말

고생이 많으셨죠. 가끔씩 주말에 제가 좋아하는 삼계탕을 한냄비 끓여 오셔서 학교 주차장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언제나 '집안은 아무걱정 없으니, 너는 집 걱정말거라. 먹고 싶은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고.' 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님은 싸온 그 많은 음식들을 손도 안대셨죠. 지금에 와서야 알았지만, 사실 당시에 저희 집 상황에서는 저를 기숙사에

보내는 것 자체가 '사치'였습니다. 한달한달 살아가기도 벅찼던 상황이었거든요.



수능 당일날, 기숙사 고3 부모님들은 수능날 아침에 자식들 아침밥을 먹이고 시험장에 보내자고 계획을 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날

어김없이 같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안색이 좀 안 좋아보여서 여쭤보았더니 그냥 수능 당일날이라 잠을 설쳤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그런가 싶어서 크게 생각안하고 밥을 맛있게 먹고 시험장에 갔습니다.(수능 당일이라 수능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었거든요.)



수능을 보고나서, 기숙사에서 짐을 정리해서 집에 돌아온지 몇일정도 지났을까요.

가족들끼리 밥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사실 수능 전날, 고3아들 뒷바라지한다고 어머니가 그동안 계속 무리를 해오셨는데, 갑자기 집안에 안좋은 일까지 터져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어머니가 쓰려지셔서 응급실에 실려간 일이 있었습니다.

놀라서 병원에 달려온 아버지, 형도 못알아보고 자기 이름도 모를정도로 크게 위험하셨었는데, 아버지는 일단 나한테는 절대로 연락하지

말라고 형에게 얘기를 하고 형과 함께 밤새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새벽에 어머니께서 "오늘이 수능날 맞죠? 둘째 밥해주러 가야하는데..."라고 하시면서 병상에서 일어나시고는,

만류하는 의사를 뒤로하고 거기서 곧장 기숙사로와서 저 아침밥을 먹이고, 제가 시험장으로 출발하자마자 다시 쓰러지셔서 병원에

실려가셨다고 합니다.



아직도 이 일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어머니도 건강을 되찾고 집안도 안정이 되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놈의 수능이 뭐길래... 제가 걱정할까봐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셨던 어머니, 그리고 쓰러진 어머니를 보면서

피가 말라갔지만 저한테 연락 못했던 아버지...



그 때 밥상에서 머리털나고 부모님 앞에서 그렇게 펑펑 울어보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죠.

정말로 이분들의 은혜를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평생을 다바쳐도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 정말로...


요즘에 제가 마음이 해이해질때마다 이 일을 생각하면 다시금 이를 악물게 만듭니다.

'이까짓거. 부모님이 하셨던 고생에 비하면 천국이지.'



여러분들은 수능하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