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1/10 22:03:06
Name 眞綾Ma-aya
Subject [일반] PGR 여러분들은 살면서 중요한 물건 간직하신적 있으신가요!!?
아래 베르나르님 글 읽다가 리플로 쓰려던 글이 길어저서 & 다른 이야기도 생각나서 글 올립니다.

살다가보면 애정이 남아서 버릴 수 없는, 그리고 집착이 남아서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이 존재하죠?
그런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아니 두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우선 애정이 남아서 버릴 수 없는 물건.

아래 베르나르님 글에 남긴 리플에 살짝 언급되어 있지만 전 지갑 하나를 10년 + 대략 3년 정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 저희 외삼촌이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그걸 어떤 사람이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 줬습니다.
외삼촌은 주소지가 저희 집으로 되어있던 터라 지갑은 저희 어머니가 받으셨고
외삼촌에게 잃어버린 지갑은 다시 쓰면 안 좋으니까 그냥 진릉이 줘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물려받은 지갑.
5년 가량 잃어버리지 않고 썼습니다. 대학을 가도 군대를 가도 그 지갑과 함께 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정말 가고싶던 통영으로의 네번째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만 지갑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행 경비로 사용할 10만원 가량의 돈은 물론이고 휴가증까지 들어있던 지갑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경찰서에까지 들어가서 지갑 분실 신고를 했습니다.
어찌어찌 나눠서 보관한 남은 돈으로 하루 통영에서 지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자
어머니께서 통영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지갑을 발견한 분이 있고, 지갑을 찾으러 오기 어렵다면 배송까지 해주겠다고 했답니다.
지갑을 받지 못하고 복귀해서 휴가증 없이 복귀했다는 것에 가깝게 지내던 부소대장님께 약간의 핀잔도 들었지만,
다음 휴가를 나와서 등기 봉투에 들어있는 지갑을 보니 제가 이 지갑과 떨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안에 들어있던 10만원 이상의 현금도 그대로 들어있었습니다.
통영 경찰서에 연락해보니 습득하신 분의 연락처는 없지만
통영 시내 서호시장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셨고,
안에 들어있던 휴가증을 보고 큰일이다 생각하여 빨리 전달해주길 원하셨다고 하십니다.
지갑도 그렇지만 통영이란 도시에 한층 더 애착을 가지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도
누군가 여행지를 물어보면 더욱 더 통영을 추천하고,
언젠가 살고싶은 도시로 항상 통영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이후 7년이 넘게 그 지갑은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검은색 가죽으로 된 그 MOOK라는 예전에 나름 유명했던 브랜드의 지갑은
이제 장마철에는 파란색 곰팡이가 슬고, 모서리는 헤져서 실밥이 날립니다.
가끔 지갑을 들고있을때면 너덜너덜한 지갑에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일하고 있는 곳이 지갑도 취급하는, 게다가 직원에게는 원가에 제공하는 쇼핑몰이라
다른 지갑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굉장히 많이 듭니다.
하지만 아직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네요. ^^;


그리고 집착이 남아서 버릴 수 없는 물건.

딱 4년 전입니다.
25년간 수련하며 대마법사의 길을 걷고있던 저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었습니다.
'빼빼로 데이 따위 13년(지금은 17년. ㅠ.ㅠ) 동안 우승 못하는 야구팀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노린 상술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던 저에게 맥삐날드가 더 맛있지만 롯삐리아를 가끔 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게 한 사람....인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고마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
제가 너무 서툴었던 점이 많아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당시 받았던 빼빼로가 들어있던 병과 선물들과 편지들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지금 그녀를 다시 만난다 해도 다시 만난다던가 하는 말을 할 마음도 없고, 할 자신도 아직 없습니다.
그저 흘러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면서 가끔씩 펼쳐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조금 더 아련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이네요.

얼마 전 2년 전 받았던 마지막 발렌타인 데이 선물에서 벌레가 나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포장 안에 초콜렛이 대부분 남아 있었는데 거기서 벌레가 나오더군요.
더 고민하지 않고 통째로 쓰레기 봉투에 넣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소중한 추억이라도, 그 기억이 담긴 물건이라도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나쁘면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렇게 썩어버리기 전에 버려야 할 추억이기도 할겁니다.


언젠간 지갑도 바꿔야 할것이고,
소중한 추억의 물건들도 이번처럼 버려야 할 날이 오겠죠.
그러나 언제나 추억 할 수 있는 이런 소중한 물건들이 있었다는건
힘든 시간에 절 웃음짓게 할 수 있는, 돌아볼 수 있는 기억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물건들이 있나요?


ps. 고백 받은 날 한참 금연하던 담배를 다시 사러가던 밤길에서 들었던 노래가 윤하의 일본 앨범 중 '願いはひとつ'라는 곡입니다.
     저야 추억 속에 남은 곡이라 그렇게 느낄지 몰라도 좋은 곡이니 한번 들어보세요.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대구청년
09/11/10 22:07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렇게까지 애틋한물건은 없습니다만 오래동안 가지고있는물건은있습니다.

초등학교4학년?쯤에 산 슈퍼패미콤이지요.. 한13년동안 가지고있었네요... 얼마전에 실행해보니 아직까지 잘돌아가더군요.

초등학교다닐때 엄마한테 허락받으면서 했던게임기가 지금은 결혼을해서까지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저하곤 인연이깊다고 느껴질때도 있습니다!?흐
89197728843
09/11/10 22:08
수정 아이콘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 女가 주었던 100일째 선물, 작은 오르골...
헤어진지 5년... 방정리할때마다 그 오르골이 담긴 상자를 보지만, 버리지도 못해 서랍 저 깊숙히 넣어두고만 있는...
09/11/10 22:15
수정 아이콘
전 정이 없어서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는데(???) 물건에는 정이 많이 가서 그런게 좀 있네요.
어릴 때 친구랑 우정을 맹세하며 반씩 나눴던 -_- 장난감이라든지요..
영웅의물량
09/11/10 22:40
수정 아이콘
흠.. 뭐가 있을까요. 왠만한건 다 정리했고.
오래됐다 싶은게 2~3년전 일기장 비슷한 노트가 하나 있네요.

오랜만에 한번 꺼내 읽어봐야겠습니다.
당시의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기억이 나질 않네요.
지금 이 모습이 그때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는지 ㅡㅜ
닥터페퍼
09/11/10 22:57
수정 아이콘
제가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게 뭘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퍼뜩 떠오르지 않는걸 보니.. 헛살았나보네요-
낭만고양이a
09/11/10 23:14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1학년때 아버지가 사주신 처음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인 기차모양 연필깍기.
망가졌어도 17년째 간직하고 있구요.
군대가기전에 동생이 색종이로 접어준 표창이랑 본인사진. 항상 지갑에 넣고 다닌답니다.
세잎클로버
09/11/11 01:26
수정 아이콘
꿈을 버렷다가 또는 잊어버렷다 .또는 우연찮게 찾아버릴때도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426 [일반] 2차 대전 이야기) 영국인들의 네이밍 센스 [21] swordfish4563 09/11/11 4563 0
17425 [일반] 이번주 미수다는 여성분들이 화내야할 상황이었죠 [45] 예루리6590 09/11/11 6590 3
17423 [일반]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캐치볼 모임 공지입니다 [20] Lixhia3036 09/11/11 3036 0
17422 [일반] 챨스의 EPL 13R Review [24] Charles3554 09/11/11 3554 1
17421 [일반] 내일이 수능 입니다.. [34] 가치파괴자3241 09/11/11 3241 0
17420 [일반] 오랜만에 보는 야구계 소식들 [50] 달덩이5228 09/11/11 5228 0
17419 [일반] 좋은 글이란.. 그리고 자기 반성? [5] 일상과 일탈3123 09/11/11 3123 0
17418 [일반] 미수다의 루저 발언에 대하여 [188] 헐렁이8024 09/11/11 8024 0
17417 [일반] [15+] 헤어진 이성과 친구로 지내실 수 있습니까? [95] 라울28086 09/11/11 28086 0
17416 [일반] 비 오는 날 밤의 폐 GP를 아시나요? [23] 자메이카11385 09/11/11 11385 0
17415 [일반] 오늘부터 초등학교 신종플루 접종을 시작합니다. [12] The Greatest Hits2840 09/11/11 2840 0
17412 [일반] 나이를 거꾸로 먹는 스티브 내쉬 [28] NecoAki5202 09/11/11 5202 0
17410 [일반] [펌] 야밤에 읽기 좋은(혹은 나쁜)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들 [9] Arata11232 09/11/11 11232 0
17409 [일반] 전차들의 대격돌 - 프로호로프카 전차전 [19] kapH5912 09/11/11 5912 0
17408 [일반]  서해교전에 관한 인터넷 댓글을 읽고(국가안보)... [81] 스반힐트4423 09/11/11 4423 1
17407 [일반] 2009 MelOn Music Awards 드디어 투표 시작~! (11일 새벽 1시 현재 투표 상황...) [16] CrazY_BoY3889 09/11/11 3889 0
17406 [일반] [펌] 기묘한 이야기들 여섯가지 [32] Arata6538 09/11/11 6538 0
17405 [일반] [수능] 아 이제 끝나가네요^^ [17] 관심좀3355 09/11/10 3355 0
17404 [일반] [선덕여왕] 님이 가셨습니다 [31] supernova4821 09/11/10 4821 0
17402 [일반]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 정조대왕과 다산 정약용의 문답 [29] 유유히15245 09/11/10 15245 3
17401 [일반] PGR 여러분들은 살면서 중요한 물건 간직하신적 있으신가요!!? [7] 眞綾Ma-aya3184 09/11/10 3184 0
17398 [일반] PGR 여러분들은 살면서 중요한 물건 잃어버린적 많으신가요!!? [28] 베르나르3515 09/11/10 3515 0
17397 [일반] [바둑] PGR 바둑 이야기 : 대회 개최 공지 및 복귀 기념 연재 - 명제로 살펴보는 포석의 기초 제1회 [8] 디미네이트3736 09/11/10 373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