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8/28 14:07:48
Name 땅과자유
Subject [일반] 산책이 필요할까?
                                  석 달 조금 못되게.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그는 곤충들이 부럽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컨대 지네는 다리 열 개를 잃고도 다리가 없어졌
                               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냥 도망간다. 배짱이는 다른 포식자에게 자기
                               몸이 씹히는 와중에도 열힘히 먹이를 먹는다. 교미가 끝난 수컷 사마
                               귀는 암컷에게 머리가 먹힌 뒤에도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채, 사랑
                               에 열중한다.

                                                            김연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중



어쩌면 나는 고통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회피하기도 맞서지도 못한채로
그냥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면서
내 자신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기만을 기다렸었다.

의식속에 갇혀있던
수많은 Fairy Tale들의 허구성이 들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건축사가 탄 택시가 멀어지자마자, 한쪽 골목에서 코끼리가 나타나
                               더니 그의 심장 위에 슬며시 한쪽 발을 올려놓았다. 코끼리는 고민하
                               는 것 같았다. 힘을 줄까, 말까. 그는 그 코끼리를 초등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굴리던 종이 지구 정도로 만들기 위
                               해 안간힘을 썼다.
                              
                                                               김연수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중



그렇다. 김연수가 표현했던 그 코끼리는 어김없이 나의 방에도 들어와있었다.
이따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이 놈은
어느 장소건 어느 위치건 그 커다란 발을 슬며시 내 가슴위에 올려놓는다.
마치 내가 숨이 막혀 발버둥치고, 맥이 탁 훌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즐기고 싶다는 양
저 커다란 다리위에서 나를 횡하니 쳐다본다.

"어때 한번 움직여 볼래?"

그의 조롱섞인 미소가 동공 깊숙히 박혀들어온다.

내게도 산책이 필요한 것일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공업셔틀
09/08/28 17:55
수정 아이콘
음...
제 식견엔 글이 좀 너무 어렵네요.
당장에 산책보다는 리플이 필요한 것 같아 뻘플 하나 달고 갑니다. (__)
09/08/28 23:45
수정 아이콘
더 재겨 디딜 수 없는 세상 끝,
거기서 다시 한달을 더 가면 만날 무언가가 있다면
코끼리, 지네, 아니면 우두커니 서 있는 날 닮은 누군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566 [일반] 박카스 스타리그 치어풀 퍼레이드 [8] CAPMAN4213 09/08/29 4213 0
15565 [일반] [인증해피] 재떨이를 비운다... [6] 해피3653 09/08/29 3653 0
15564 [일반] 삭제를 하시면 삭제 이유를 고지해 주시길. [216] 남음6025 09/08/29 6025 3
15563 [일반] 2009년 그들의 여름. [13] 뻬파3241 09/08/29 3241 0
15562 [일반] 실종 된 동생을 찾습니다. 도와주세요. [40] 라엘7593 09/08/28 7593 1
15561 [일반] 잘하는 선수만 박수 받아야 하는가. [18] 천풍지기3275 09/08/28 3275 0
15559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8/28(금) 리뷰 & 08/29(토) 프리뷰 [45] 돌아와요오스3662 09/08/28 3662 0
15558 [일반] 아무도 눈치 못 채신건가요? PGR의 파비콘이 바뀌었네요. [18] 고객4108 09/08/28 4108 0
15556 [일반] 2009 Mnet 20's Choice 수상내역... [28] CrazY_BoY5408 09/08/28 5408 0
15555 [일반] [야구 불판] 미리보는 포스트시즌.. KIA VS 두산... [93] 축구사랑2931 09/08/28 2931 0
15554 [일반] 제시카 누군가에게 당하다 [27] 반니스텔루이5867 09/08/28 5867 0
15552 [일반] txt 파일에 관하여 [14] 모모리3972 09/08/28 3972 0
15551 [일반] 사람들의 공공시설 사용 인식에 대한 사소한 불평들 [18] 럭스3498 09/08/28 3498 0
15550 [일반] [잡담] 잡사진들입니다. [11] Claire3882 09/08/28 3882 0
15549 [일반] [해축] 레알 마드리드 슈나이더, 로벤 99% 이적 [15] 반니스텔루이4268 09/08/28 4268 0
15548 [일반] [일본여행] 라벤더, 야경, 건담 - 1. 라벤더 [9] 정지연4356 09/08/28 4356 0
15546 [일반] 이런분도 대우를 해줘야하나요.. [52] 청염5375 09/08/28 5375 0
15545 [일반] 28일 금요일 재밌는 방송들. [12] 특수알고리즘4494 09/08/28 4494 0
15544 [일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바르샤 선발 데뷔 스페셜 [25] 리콜한방4681 09/08/28 4681 0
15543 [일반] 산책이 필요할까? [2] 땅과자유3047 09/08/28 3047 1
15541 [일반] [바둑] PGR 바둑 이야기 제16회 - 4주차 4일 [7] 디미네이트4060 09/08/28 4060 0
15539 [일반] 기성용 1월 셀틱이적확정 [60] 까미용3914 09/08/28 3914 0
15537 [일반] PGR이 함께 만들어가는 역사공부(주제 하나 추가) [32] happyend3902 09/08/28 390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