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얼마 전 S사의 공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아까운 생명이 스러졌고, 우리는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또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사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또 다른 큰 문제를 야기했는데요. 바로 베이커리 관련 업종에 큰 차질을 가져왔다는 겁니다.

빵의 종류를 소비형태로 나누자면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소비자가 마트나 매장 등에서 소비하는 빵을 '완제빵'이라고 칭하고,
샌드위치, 햄버거 등과 같이 빵이 주요 원재료가 되는 2차가공품에 사용되는 식빵, 번 등을 '소재빵'이라 칭합니다.
S는 완재빵에서도 압도적인 강자이긴 하지만, 소재빵에서는 그야말로 대체 불가인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입니다.
단순한 제조 과정이 특징인 소재빵은 자동화와 대량생산에 적합하므로 대기업 외에는 다루기 어렵고, 제빵업계의 정점에 S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S사의 공장이 운영을 중단하면, S사로부터 소재빵을 받는 샌드위치와 햄버거의 생산이 어렵게 됩니다.

사고가 난 직후 S사의 시화공장은 셧다운에 들어갔고, 이는 한달여 간 이어졌습니다.
해당 기간 국내 유수의 햄버거프랜차이즈 몇 곳은 파행 운행되었고, 샌드위치를 생산하던 중소기업들은 일정기간 가동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생명에 비할 바겠습니까만 경제적 피해 또한 작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한달여의 셧다운 이후 공장운영은 재개되었지만 이제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S사에서는 여러가지 자구책을 내놓았는데,
일일이 열거할 것 없이 결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간(노동시간)을 줄인다는 것이 그 골자입니다.
S사는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저는 이 결정에 동의 합니다. 다만, 이로 인해 다시 생산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 입니다.

다시 얼마 전, 국가정보관리원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정보가 타버렸고, 국가전산망 마비로 행정이 일부 마비되었으며, 이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대통령은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밤을 세워서라도 전산망 복구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으며,
실재 식약처장은 '밤을세워' 민원접수 사이트를 새로 만들었다 자랑하여 이재명대통령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결정 또한 동의 합니다. 다수의 불편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담당자들이 밤을 세워 문제를 해결하는것은 합당한 사고 대처라 생각합니다.

다시 S사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고 이후 근무시간 축소에 의한 불안정한 공급을 보이던 S사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늘어난 물량으로 인해 예정된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관련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알 수 없습니다. 이건 '소재빵'과 관련한 이야기 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명절을 앞두고 있는 특별한 경우 미리 조금씩 증산하여 대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공장가동시간과 근무시간을 줄여 근근히 공급량을 맞추던 S사에게 비축을 할 여력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명절 직전에는 무언가 방법을 냈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밤을 세워서'라도 말이지요.
그러나 그랬다가는 큰일이 날겁니다.
공무원이 밤을 세워 일하면 처장이 칭찬받지만 노동자가 연속 근무로 밤을 세운다면 그 사용자는 비난의 대상입니다.

얼마전 이재명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작자가 휴일이 어디 있나.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반대당에서도 이 발언을 크게 문제삼진 않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발언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농반으로 한 말씀이겠지만, 국가 수장이 이렇게 말하면 예하 공무원 조직은 이를 마냥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소수를 때리는 정책은 대부분 환영 받습니다. 물론 소수이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도 있습니다.
기득권을 때리는 정책은 그 '기득권'이란 단어가 말해주는 이미 가진 권력으로 인해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고,
소외층을 때리는 정책은 도덕적 비난에 이야기 하는것 조차 꺼려집니다.
소수이면서 기득권도 아니며, 소외층은 더더욱 아닌 공무원을 때리는 정책은 그래서 환영 받습니다.

공무원은 사명감으로 똘똘뭉쳐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닌,
아이를 낳고 기르며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밤을세워 시스템을 정상화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것이 아닙니다.
선택한 직업에 따라 밤을 세워 일해도 되는 사람과 그러면 안되는사람이 따로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어떠한 업무에 종사하던 불의의 사태에는 밤을 세워 일할수도 있지만, 휴무없이 밤낮으로 일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