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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7 20:07
(수정됨) 중국은 앞서 시행착오를 겪은 나라들을 반면교사하여 독재적 좁은 회랑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결국은 이전 글 본문에서 말씀하셨듯 뭐든 간에 '잘' 운용해야 한다는게 핵심이고, 권한을 행사하는 모두가 철인이 되기를, 권력을 행사하는 모두가 철인이 제시하는 아젠다에 잘 따라주기를 주문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더군요. 시스템의 치부는 인식하지 못하게 눈을 가리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일면만 바라보게 만듭니다. 어쩌면 그게 전부일지도 몰라요. 애쓰모글로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약점은 포퓰리즘에 약하다는 것이고, 포퓰리즘은 민족주의 대두, 세계화 반대 기치를 내겁니다. 어쩌면 세계화라는 가치가 아직 지구인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화의 충돌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결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인데, 이 문제들이 야기하는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반세계화를 부릅니다. 세계화에 대한 성숙한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높은 강도의 각성이 필요한 것이고, 문화 충돌의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 있는 신체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자원을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체제 경쟁력의 약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25/09/27 20:11
본문에서도 지적해주셨지만, 케이스가 너무 적고 한국의 독특한 환경 때문에 확답을 내릴 수 있는 주제는 아닌 거 같아요.
자원이 적은 나라 + 미국의 원조 + 국민들의 입신양명하고자 하는 열의 + 적당한 시기에 산업 전환 등등이 운 좋게 다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봅니다.
25/09/27 20:29
역사에 만약은 없다니 답이 '모른다' 라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연구들 기반으로 나름 추측하고 얘기해보는 거죠.
만약 모른다와 같은 엄격함이라면 '한국의 성장은 독재 덕분이고 민주주의로는 안됐을 거다' 라는 주장만 안 한다면 다 좋은 것 같습니다.
25/09/27 20:46
예전에 읽었던 김세직 교수의 '모방과 창조'에서는 한국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 50년대부터 시작된 인적자원 육성이라고 주장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80년대까지 모방 잘하는 인력을 양산해서 성장을 했고, 90년대부터는 모방이 잘 안 통하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거라고 했었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스콧 로젤 교수의 '보이지 않는 중국'은 좀 다른 말을 한다는 건데요. 주장을 보면, 한국과 대만은 개발도상국 시절부터 보통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 반면에 중국은 내륙 농촌 아이들에게 투자를 적게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과 대만은 노동자들이 산업 구조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해서 중진국 함정을 탈출할 수 있었는데, 중국의 노동자들은 그게 어려울 수 있다고 보더라고요. 다시 말해 로젤 교수는 한국의 교육투자가 노동자들의 업무적응력을 높여서, 90년대에 한국이 중진국 함정을 건너뛰는 걸 견인했다고 보는 거죠. 하여간 이 두 책의 관점은 (서로 잘 안 맞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적자본'을 성장의 동력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 25/09/27 20:48
앗 다음 글에 보이지 않는 중국을 소개하려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전국민이 공부에 매달리고 그게 가능한 인프라가 당연해 보이지만, 그게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닌 것 같아요.
+ 25/09/27 20:51
(수정됨) 모방 이전에 애초에 단순히 자원 때려박아서 성장가능한 어느 한계선은 있고 그 한계선을 넘기 위해 변화해야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는거라 그런 과정에서 아무래도 경제성장률은 떨어지죠...
그리고 모방용이니 뭐니해도 일단 교육이 된 인력인건 강력한겁니다 그냥 교육이 안된 인력으로는 변화자체를 시도할 수 없으니까 그다지 모순도 아닙니다 크크
+ 25/09/27 21:09
결국 국가 발전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체제보다는 그 국가의 내재적 잠재력에 더 큰 영향을 받는거라고 봅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긴 역사동안 쌓은 문화와 높은 교육열 등으로 그 잠재력이 높았죠. 이승만 정부가 못한 것 투성이지만 그 와중에 교육에 최우선 투자를 해 초등교육을 의무화하고 남녀 모든 어린이들의 취학율을 90% 이상 높인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죠.
+ 25/09/27 21:19
이승만이나 그 때 국회의원들이나 잘못한 거 투성이지만 또 국가 성장 기반을 만드는 쪽으로 움직인 면이 있어요. 정말 국가 역량이랑 또 미국 지원이 컸다고 볼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 25/09/27 21:23
이승만 시절도, 북한에 뒤져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은 있었죠. 한국전쟁도 겪었고, 언제든지 북한이 우리나라를 압도할만한 힘을 갖추면 잡아먹힐 수 있다는 위협이 실질적으로 존재하던 시절이었으니..
+ 25/09/27 21:14
2차대전 이후 많은 신생독립국가들이 생겼지만, 그 중에서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나라 자체가 매우 드물고,
그나마도 초기의 정치불안, 경제불안, 주변국과의 분쟁, 민족갈등으로 인한 내전 등등에 휘말려 결국 군사독재로 가버린 국가들이 대다수며, 민주주의가 유지됐다 하더라도,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만한 엘리트층이 주축이 돼서 정치를 잘 해나간 경우도 극히 드물죠. 개인적으로는 그냥 대한민국이 지정학적, 역사적, 정치적 환경 등등이 기가막히게 잘 맞물린 극히 드문 예라고 생각합니다. 애국가에 써있듯이 "하느님이 보우하사"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을 지경으로요. 아니라고요? 그럼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살게 된 나라의 예를 가지고 와보세요. 아, 2차대전 직전, 히틀러 시절의 독일이 있긴 하군요(...)
+ 25/09/27 21:19
(수정됨) 독일은 그냥 세계와 맞다이 까겠다고 건방떨정도의 국가역량이 기본 베이스로 깔려있죠 크크 1차대전 이후라해도...그 체급은 어디 가는게 아니죠...
+ 25/09/27 21:31
저는 경제발전에는 타이밍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세계시장에서 경쟁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투자하면 이익을 낼 수 있게 되는지, 이런 것들은 타이밍이 결정하는 것일 겁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면, 스피드도 중요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빨랐을지 느렸을지 좀 달랐을지 몰라도 결국 옆나라 민주국가인 일본 및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갔을 거라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빨랐을지 느렸을지 그것이 중요한 문제라 봅니다.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오는게 아니라, 타이밍이란게 있는 것이고, 그 이유 중 하나는 경쟁 구조 때문이며, 타이밍이 중요하다면 속도도 중요합니다. 중화학공업을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가, 반도체를 하기 위한 기반 산업들이 발전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가, 이런게 중요한 문제가 되는 거라 봅니다.
+ 25/09/27 21:38
(수정됨) 뭐 중국이 본격 개방하면서 주변 저임금 산업을 싹 빨아먹기 전이 포인트라 보긴 하는거 같더군요...
지금 중국 이후의 주요 신흥공업국들 성장속도는 한국이 한강의 기적 찍던 시기에 비하면 엄청 느려졌는데 인구구조는 벌써 저출산 고령화로 붕괴되는 나라들도 수두룩하니까요...(물론 중국도 인구구조가 붕괴...) 우리는 저 저임금 산업을 중국이 빨아들일때 거기에 고부가가치 물건 팔아 빨대 꽂는게 가능한 체급이긴 했으니까요...(뭐 우리나라 저임금 산업 붕괴는 어쩔 수 없었지만...국가가 통체로 끌려가진 않...)
+ 25/09/27 21:41
연구들과 주변을 봤을 때 민주주의가 명백한 장애는 아니었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방향은 비슷했을 거란 말이었습니다.
더 빠르거나 더 건강한 발전을 했을 수도 있죠.
+ 25/09/27 21:45
(수정됨) 이전 글에서도 댓글로 얘기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독재냐 민주주의냐보다 건전한 시장경제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독재는 그 시기, 민주주의보다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격차를 따라잡아야 할 때(이 전제를 동의하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민주주의는 손쉽게 밀어붙이지 못하죠. 물론 독재도 독재 나름대로의.. 아니 더 많은 단점들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의 독재에 대해서만 봤을 때 얘기를 진행해야하니 결국 그런 독재로 인해 그런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그게 지금 한국 경제 발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태유 교수가 얘기하는 바를 100%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 독재가 필요악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구요. 그리고 그렇게 경제가 발전하면서 속도가 절실했던 모방과 추격이 끝나 더 도약해야 될 때 민주주의를 이뤘기 때문에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도 봅니다. 이런 면에서 중국과 한국의 차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중국이 건전한 자유 시장을 지닌 자본주의보다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권위주의 체제, 계획적인 자본주의에 머무는 한 중국은 혁신처럼 보이는 데서 그칠 뿐 정말 혁신을 하며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오늘 완독한 자본주의자 선언에 좀 감화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마지막으로 현재 읽는 책과 연계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신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론 애스모글루 교수도 알아가고 다음 독서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결정했네요.
+ 25/09/27 22:03
(수정됨) 박정희의 행적중 유명한게 경부고속도로인데, 이게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같았으면 훨씬 늦게 착공되고 훨씬 늦게 효용을 봤겠죠.
박정희가 비판받는건 독재하면서 효율을 위해 반대를 무시하고 저질렀다는건데, 그게 빠른테크트리에 도움이 되었다는거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이 꽤 있긴 합니다. 저도 예전에 국사배우고 그럴때는, 박정희가 아니어도 경제개발5개년 같은건 계획됐었고 이루어졌을거다 이런 관점을 많이 접했는데... 세상을 겪어보니까, 민주주의에서 각자의 이득을 조율한다는게 건강한것과 별개로 느릴수밖에 없더라고요. 우리나라가 겪은 한강의 기적은 정말로 기적같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게 잘 맞아떨어져서 이루어진 기적이요. 그리고 그 모든것에는 독재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두환 시기의 국가발전은 정말로 세계시류에 잘 편승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25/09/27 22:12
경부고속도로조차 경부고속도로를 안 짓고 그 돈을 다른 국가 인프라에 투자했으면 더 효율적이었을지, 혹은 아니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최근 (한국 출신 젊은 경제학자들의 연구 포함) 산업 정책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건 맞지만 근본적으로 그게 그냥 운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최근 연구들조차 일부 성공한 산업 정책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적인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산업 정책은 실패나 비효율로 끝나기 때문이죠. 대부분은 실패했는데 일부 성공한 정책을 보고, 그 정책에 왜 성공했는지 이유를 (다른 많은 실패한 정책에 비해) 밝히려고 하는 거죠.
+ 25/09/27 22:22
민주주의가 발전한 경우는 보통은 지방균형 위주로 흘러갈때가 더 많더라고요. 경부고속도로 반대논리도 그랬고요. 반대논리 자체가 다른거부터 짓자고 했다던가요.
독재가 아닐때의 발전은, 더 건강하고 장기적으로 더 좋을거라는건 분명하고 당연합니다만.. 단기적인 속도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히 독재가 빠를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당연하지만 다수의 희생을 강요했으니까요. 그리고 디수의 희생을 통해 얻어낸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냐를 따져봐야하지 않느냐는거죠. 세계적인 경제호황의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서라도요.
+ 25/09/27 22:36
뭐 보기 나름인데요
본문의 예처럼 민주국가가 주변 비슷한 조건의 독재보다 빠르게 성장한 사례가 많습니다. 박정희 독재가 빨랐던 건, 혹시 한국 자체가 빨랐기 때문 아니었을지 생각해보자는 거에요. 왜냐히면 동북아시아는 다들 빨랐고, 민주화 이후 한국도 무지하게 빨랐습니다. 유니크하기로 따지면 2000년대 한국 같이 큰 규모 선진 경제가 매년 6%씩 성장한 게 더 신기해요.
+ 25/09/27 22:43
미국조차 일본의 성장을 두려워했던 60~80년대 초고도성장기의 일본은 독재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사부작님의 글의 논리에도 이 얘기가 들어 있구요.
+ 25/09/27 22:23
다른 앞서가는 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해당 나라들을 따라하는 입장에서 따라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중 하나가 물류 인프라-경부고속도로였고
그걸 그저 운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는 음.. (물론 말도 안되는 개판 공사로 빠르게만 만든 게 좋은 결과를 갖고 왔을지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만) 그걸 하지 않고 다른 선택지면 더 나았을까를 그 시기에 판단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구요. 여튼 그런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니 흥미롭네요.
+ 25/09/27 22:42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연구 중 하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포겔의 미국 철도 관련 연구입니다.
포겔이 한 연구가 뭐냐면 미국 경제에 널리 퍼져 있었던 신화 - 미국의 철도가 미국 경제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포겔이 밝힌 바는 미국의 철도를 철거하더라도 그 영향은 미국 GNP의 약 2.7%밖에 안 되며, 이건 당시 미국 성장률을 감안할 때 약 3개월 정도의 격차입니다. 이유는 철도가 없으면 철도에 투자할 자본이 다른 물류와 운송 수단에 더 투자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포겔의 추정치는 약간 하향되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정확합니다. 실제로 경부고속도로 대신 다른 사회적 자본나 운송수단에 대해 투자했더라면 어떻게 변했을지는 지금 현재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제가 아는 한 경부고속도로에 대해 이런 소위 Cliometircs 연구를 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몇몇 국내 논문들에서 피상적인 수준의 분석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된 분석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25/09/27 22:22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읽기 전에 좀 뻔한 도덕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 아닐까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생각할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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