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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27 19:35:38
Name 굄성
Subject [일반] 겪어보기 전엔 모르는 세계 – 부모되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부모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내는 마흔을 넘겼고, 갑상선 암 수술 이력과 지병까지 있어 ‘고위험 산모’에 해당하고
몇 년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아, ‘이번 생은 자녀 없이 살아가나 보다...’ 하고 마음을 정리했었죠.

그런 저희에게 뜻밖에도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아이 관련 정보와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임신과 출산 과정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특히 많은 부모들이 주변에 알리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난임 시술을 받는 부부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자연 유산이 흔하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습니다. 제 주변에 소식들은 대부분 ‘임신 → 출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이었죠. 그분들이 안전한 시기에 알렸다는것도 그 때 알았습니다.

아직 출산까지는 6개월이나 남았지만,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이미 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뉴스에서 아이가 사고나 재난으로 희생되었을 때, 부모들이 생업을 버리고 진상 규명에 매달리는 모습도 이제는 다르게 보입니다.
예전엔 단순히 “아이를 잃었으니 힘들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어렵게 얻고 소중하게 키운 자녀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아픔을 다른 부모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부모님께 감사하게 된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감사뿐 아니라 아쉬움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아내는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를 겪었던 탓에 부모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 힘들어 하더군요. 육아 커뮤니티를 보니 저희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도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부모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지’ 하고 이해했던 분들이, 오히려 자녀를 가지면서 ‘이렇게 소중한 아이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부모와 관계가 멀어지거나 극단적으로 관계를 끊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직 육아는 시작도 못했지만, 정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느낍니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 좋은 양육자가 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겠구나 싶습니다.

정말,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계였습니다. 이 과정을 이미 지나온 모든 선배 부모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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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27 20:24
수정 아이콘
저도 결혼 안하고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지금은 18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정말 아무리 미리 공부를 하고 경험담을 듣고 해봤자 직접 해보는거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아이가 온 얼굴과 머리카락까지 음식을 묻히고 절 보면서 빵끗 웃는걸 보는 행복도 차원이 다르고요
25/09/27 22:19
수정 아이콘
그럴것 같습니다. 저도 빨리 겪어봤으면 좋겠네요.
모링가
25/09/27 20:57
수정 아이콘
아이와 교감하는 순간 하나하나가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이런 경험을 했구나 같은 감상에 젖어들게 만들죠. 그래서인지 애 낳아야 어른 된다같은 미혼자들이 기겁할 소리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그거보다 좋은 말이 없어요.
25/09/27 22:21
수정 아이콘
아이 낳으신 분들중에 아이가 본인 거울이라는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사실 들을때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제 아이 키워보면서 직접 겪어보게 될것 같습니다. 저도 애 낳아야 어른 된다는말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낳지도 않았는데 이제 어느정도는 이해가 됩니다.
LuckyVicky
25/09/27 21:42
수정 아이콘
순산 기원합니다

글로는 설명불가한 행복이니, 나이 때문에 좀더 힘드시겠지만 할만 하실겁니다
25/09/27 22:21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합니다. 직접 겪어보겠습니다.
덴드로븀
25/09/27 22:30
수정 아이콘
[아이]가 먼저가 아니라 [엄마]가 먼저다.

항상 기억하십시오. 애국자여.
방구차야
25/09/28 00:01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로 준비하거나 옆에서 보조할 일이 많아질텐데 잘 해나가시길 바랍니다

아이를 보며 조부모에 대한 심리에 영향이 있다는 얘기는 일정부분 동감하지만
결국 아이에게 관심갖고 사랑을 전해줄 한가족이기에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함께하는게 좋습니다.

아이가 귀여울때,일방적으로 사랑을 받아들일때뿐 아니라 고집부리며 치댈때 내 생업이나 가사일이 육아와 벅차게 충돌하는 경우,
향후 사춘기를 지나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했을때의 부모자식 관계는 또 다른 영역이라,
한시적 상황에 근거해 아이 조부모와의 관계를 결론내기는 좀 이릅니다.

자녀에게는 부부가 서로를 탓하는 우의식도 그대로 전이가 되고 조부모를 탓하는것도 같은 맥락이 됩니다.
조부모가 정말 막장이어서 아이를 갖기전에도 연을 끊은 사이라면 모를까
이미 한번 과거사의 정리가 되었다면 아이주변에 존재하는 가족,어른의 역할 하나를 일부러 배제할 필요가 있을까하는거죠
사부작
25/09/28 01:52
수정 아이콘
축하합니다.
콘텐츠 업데이트가 끊이지 않는 게임에 가입하셨습니다.
기쁨평안
+ 25/09/28 06:05
수정 아이콘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아쉬웁은 실제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 이렇게 힘든과정을 통해 나를 낳고 길러주셨구나. 정말 [사랑] 없이는 안되는 순간들을 견뎌주셨 구나. ” 

이런 마음과, 
“아니..자녀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인데도 예전에 나한테 그렇게 대했다고? 어떻게 그럴수 있지..?” 
하는 마음이 같이 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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