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반성문입니다.

이전에도 투자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저는 쫄보 지수투자자입니다. 개별종목을 고를 안목은 도저히 없고, 그냥 지수의 우상향이나 믿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이죠.

그리고 최근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굉장히 후회가 됩니다. 못먹어서가 아닙니다. ['조금밖에 못먹어서' 후회가 됩니다...] 수익률 자체만 보면 후덜덜합니다만 전체 볼륨이 작아 수익이 그닥 크지 않습니다.


저는 코스피 이외에도 살펴보던 몇 종목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비트코인, HD현대일렉트릭 등. 전 이것들이 오른 것에는 FOMO를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확신이 없던 종목들이니까요. 제가 판단할 능력이 안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코스피는 다릅니다. 코스피는 제가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진 시장이었습니다. 뭐 오를 게 아니라, 더 떨어지지도 않을 거고, 설령 더 떨어진다 하더라도 최소 박스피 수준에선 올라올 것이라는 확신이요.


그래서 저는 코스피 전전 2400쯤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를 코스피(TR)에 넣었습니다. 그러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죠. 2800까지 갔다가 다시 2400까지 내려왔다가...

제가 후회하는 점은 바로 '그 다음 2400대에선 왜 더 사지 못했는가?'입니다.


사실 굉장히 웃깁니다. 전 2400때는 넣고 그 뒤 2400때는 안넣었다는 게. 그 기간동안 코스피의 펀더멘탈이 변했나? 하면 오히려 상법 개정 가시화로 더 좋아졌습니다. 트럼프 관세 같은 것들은 이전에도 보였던 문제였고요.

근데도 저는 그 뒤 2400때 여윳돈을 더 붓지 못했습니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1. 평단 올리는 게 싫었다(...) 혹은 더 떨어질 것 같았다.
2. 부정적인 상황에 경도되었다.


굉장히 멍청한 생각이었습니다. 이전에 산 좋은 가격에 혹해서 지금의 나쁘지 않은 가격을 놓쳤다는 점에서요. 투자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평단 낮춰서 수익률 더 이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요. 평단 좀 올리더라도 전체 투자 금액이 늘어나면 수익은 더 늘어나는데 그걸 간과한 것이지요.

두 번째도 중요합니다. 당시 시장 상황, 더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 자체가 많이 부정적으로 보였습니다(사실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일본 사례처럼 펀더멘탈에 큰 변화가 없어도 주식은 정책 등의 요인으로 오를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거죠.


그래서 현재 제 주식 비중은(예금 대용 배당 받으려고 산 현대차를 제외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20%수준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거의 다 현금이고요.

나이가 어리고 당장 수 년 내로 몫돈 들어갈 일 없단 걸 생각해보면 주식 노출도를 훨씬 높여도 괜찮다는 걸 감안하면 참...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 생각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 한 번 더 타이밍을 기다렸다 베팅한다.
2. 타이밍 잡기를 포기하고 적립식으로 매수한다.

상반되는 전략입니다. 첫째는 사실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무리 코스피가 망해도 2400선까진 영원히 안올 것 같거든요. 만약 내리고, 이전보단 못해도 더 괜찮은 가격대가 오더라도 제가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2400때도 안 산 코스피를 2800주고 사라고!!! 같은 느낌의 저항감이 커서... 실컷 반성해놓고도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게 쉽지 않습니다.

2번은 차라리 쉽습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저점에서 대량매수해서 수익률을 극대화는 못하겠지만, 투자금액 자체가 점점 늘어서 수익은 적당히 빼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이것도 현재 코스피 가격에 산다는 게 저항이 느껴지긴 합니다만...



이 정도의 생각을 요새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선 미장으로 언제 넘어가야 등도 있는데 미장은 진짜 제가 전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라 두렵네요. 자산배분 관점에선 장기적으로 코스피보단 미장을 사는 게 맞다곤 생각합니다만... 음 어려워요.


반성문 겸 주저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투자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해 갈 것인지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