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만약 신이 내게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사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제1조건으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
아무리 화려하게 급등하고 시장의 주목을 받는 주도주라도 시장의 대격변기에 쪼그라들어 내 생애 안에 사라져버릴 기업이라면 한주도 보유하고 싶지 않다. 결국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어떤 종목의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회사가 내 사후에도 멀쩡할(?) 기업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본다. 그러면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그 순간에 탈락한다. 그리고 나선 그 걸러진 기업이 내 생애 동안 현상만 유지할 기업인지, 꾸준히 성장할 펀더멘탈을 가진 기업인지를 생각해본다. 잘 모르겠더라도, 감으로 예측이라도 해본다. 여기서 또 한 번 걸러진다.
물론 나도 평범한 개미 투자자인지라 가끔 단타도 치고, 살 때는 좋아 보여서 가볍게 매수 버튼을 눌렀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홀랑 팔아버리기도 한다. 지금 현재 포트에도 언제 매도를 할지 시기를 재고 있는 가벼운(?) 종목들도 많다. 하지만 큰 비중의 금액을 어떤 기업에 묵직하게 장기 투자하고자 한다면, 위의 매수 원칙을 한번쯤 떠올려 볼 일이다.
위대한 투자자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기업은 사고 나서 어느 시점에 팔고 싶은 기업이 아니라, 사고 나서도 계속 더 사고 싶은 기업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데도 든든함을 넘어서서 얄미운 기업. 팔고 싶은 생각은 1도 안들도 한주라도 더 사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기업 말이다.
결국 나 같은 평범한 투자자라도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언제나 문제는, 위대한 기업을 선별할 선구안이 내게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위대한 기업을 단박에 파악하고 고르진 못하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기업은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이 두 가지 매수 원칙,
1. 내가 죽어도 살아있을 기업인가
2. 내 생애 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가
이 두 기준만으로도 위대해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어느 정도 추려낼 수 있다. 그리고 최소한, 내 멘탈을 좀먹는 못난이 기업들을 걸러낼 수가 있다.
주식에 MBTI는 없어도 궁합은 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한가지 조건만 더 추가하자면
3. 나랑 궁합이 맞는 기업인가
물론 어디 사주카페나 점집에 가서 삼성전자가 나랑 궁합이 맞는지, 엔비디아가 나랑 궁합이 맞는지 물어볼 순 없는 일이다.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주식을 보유했을 때 내마음이 평온한지, 차트의 출렁거림에 따라 자꾸만 불안하고 불편한지를 살펴보는 것 뿐이다.
결국 주식 매수는 결혼을 위한 맞선처럼,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선택하듯 신중하게 멀리 봐야 한다. 이 여자(기업)과 평생 함께 동행하는 동안 가정환경(매크로 환경)에 어떤 고난과 위기가 와도 손 맞잡고 끝까지 갈 수 있는지(오히려 추매하며 끝까지 버틸 수 있는지), 몇십년이나 남은 내 투자생활이 든든하고 평탄할지, 하루하루 가슴 졸이고 속을 끓일지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예시 기업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라고 답하고 싶다. MS가 가진 브랜드 가치와 장기 안정성, 튼튼한 기업 체력, 윈도우로 대표되는 경제적 해자, 미래 산업에 대한 성장 가능성(멈추지 않는 노력) 등등. 예컨대 MS는 지난 20년간 배당을 늘려왔고, 오픈AI와의 협업으로 미래 AI산업과 클라우드 분야의 성장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피터 린치는 그의 저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서 MS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컴퓨터 제조업체들(델, 휴렛 팩커드, 컴팩, IBM 등)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격렬한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이 끊임없는 접전 때문에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이익이 줄어들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았다. 빌 게이츠의 회사는 컴퓨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움직이는 ‘연료’를 팔았기 때문이다.]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中
우리가 유기농 건강식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
이렇게 놓고보면 MS는 IT기업이 아니라, 일종의 석유회사인지도 모른다. 고갈되지 않는 컴퓨터 연료를 파는 온라인 석유회사. 그러니 죽어도 내가 먼저 죽지, 아무리 생각해도 MS가 나보다 먼저 죽을 일은 없어 보인다. 나는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싶고 꾸준한 노력과 발굴을 통해 이런 기업의 숫자와 비중을 포트에서 점점 늘려가고 싶다.
물론 우리들의 포트폴리오가 항상 이런 '평생기업'들로만 채워질 수는 없는 법이다. 일단 이런 기업들의 숫자 자체가 매우 적다. 우리가 찾아내기도 무척 힘들고. 그렇다보니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거나, 당장 좋아보이는 주식들도 포트에 편입된다. 우리가 JYP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유기농 건강식만 먹고 살겠는가? 가끔 자극적인 라면, 치킨, 피자도 먹고 살아야지. 하지만 유기농 건강식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가 있다.
[폭락하기 직전에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지만 아무도 폭락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다. 게다가 시장에서 빠져나와 폭락을 피한다고 해도, 다음 반등장 전에 다시 시장에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 확실한 시나리오가 있다. 우리가 1994년 7월 1일 주식에 10만 달러를 투자하고 5년 동안 묻어두었다면, 10만달러는 34만 1,722달러로 불어났다. 그러나 그 기간에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30일 동안만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어도, 10만 달러는 겨우 15만 3,792달러가 되었다. 시장에 계속 눌러앉았다면 두 배가 넘는 보상을 받았다는 뜻이다.]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中
버핏은 죽어도 코카콜라는 남는다
결론은 이렇다. 아예 평생 동행할 기업만 포트에 매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그 반대로 이런 평생기업을 발견했다면, 팔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즉, 예측하지 못한 전쟁이나 경기 침체 등 매크로 환경의 문제로 시장에 거대한 하락장이 왔을 때, 포트의 라면, 치킨 같은 가벼운 주식들은 몽땅 다 팔아도 이런 기업의 주식만은 팔지 말자. 오히려 폭락장의 한 가운데서 더 사자.
전세계적인 침체와 폭락장을 여러 번 겪으면서도 버핏은 1988년에 매수한 코카콜라 주식을 팔지 않았다. 결국 투자로 행복해지려면 이런 위대한 기업과 부부처럼 장기 동행해야 한다. 도파민 터지는 원나잇 스탠드 같은 섹시한 급등주 매매로는, 짜릿할 순 있어도 평생 행복할 순 없기 때문이다.